석파정 미술관에서 본 비구상 화가 이우환의 '선으로부터(From line)'는 너무 낯설어서 잊고 싶은 그림이다. 브레히트가 연극에서 시도했던 낯설게 하기, 생소화효과(소외효과)가 회화에서 통용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잊고 싶을수록 잊혀 지지 않아서 왜 그런지 따져 묻는다. 어디서부턴가 시작된 선이 흔적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진 건 무얼 뜻하는 것일까? 보는 이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선으로부터는 '작은 것의 큼'으로 받아들여질 법 하다. 선은 위에서 아래로 소멸돼 가지만 거꾸로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없음 혹은 작은 것에서 큰 것이 생성된다. 도덕경 63장에 나오는 '대소다소(大小多少)'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작고 적은 것이 곧 크고 많은 것이라는 선문답 같은 가르침을 비구상 회화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어쩌면 비구상은 경전과 일맥상통하는 예술 장르인지 모른다. 표상할 수 없는 것을 색·면이나 점·선으로 표상하기 때문이다. 이우환의 선으로부터는 삶이나 세계, 우주의 한 단면을 압축한다. 크고, 위대하고, 빛나는 것이 실은 작고, 초라하고, 어두운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있어 옳은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것도 관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집착은
지나간 일을 후회하지 마라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허위는 회개하라고 한다. 그러나 진실은 오직 사랑하라고 말한다. 모든 추억을 멀리하라. 지나간 일에 대해 얘기하지 마라. 오직 사랑의 빛에 살며 그 밖의 모든 것은 내버려 두어라. (페르시아 격언) 젊을 때 쌓은 지성은 노년기의 악을 미리 예방하는 것과 같다. 만일 당신이 지성을 갖추는 것이 노년기를 위한 양식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당신이 늙었을 때 영양 결핍이 되지 않기 위해서 당신은 젊었을 때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여야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길은 가까운 곳에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헛되이 먼 곳에서 찾고 있다. 일은 해보면 쉬운 것이다. 시작을 하지 않고 미리 어렵게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을 놓쳐버리는 것이다. (맹자) 씨ᄋᆞᆯ은 물입니다. 가는 길이 좁고 험하면 험할수록 아름다운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는 나만 아니라 남까지도 하나로 싸서 전체에 바치는 향기입니다. 몸을 가졌으니 쾌ㆍ불쾌를 느끼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저 스스럽게 받을 뿐, 나를 거기 팔아서는 안 됩니다. 얻고 피하기에 마음을 쓰게 되면 나를 판 것인데, 나를 잃고는 역사의 주
대학때 기천문이라는 무술기공동아리가 있었다. 동아리의 주요활동인 아침수련을 몇 번 참가하였는데 맨 처음 기초로 기마자세를 배웠던 기억이 또렷하다. 약간은 어정쩡해보이고 낯선 자세, 몸의 모양을 하는 이유가 뭘까 궁금해하던 차에 다른 동작들의 기본이니 이것부터 열심히 단련하라는 설명을 들었다. 기천문은 계속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서 참가하게 된 의료기공동아리와 또 후에 접하게 된 태극권에서도 모두 명칭은 달라도 기마자세를 기본으로 하여 수련을 안내하였다. 기마자세는 말을 타는 자세라는 뜻이다. 동북아의 무술과 무술에서 비롯된 기공의 기본이 되는 자세이다. 각 공법에 따라서 태권도에서는 주춤서기, 기천문의 태양역근내가신장, 해동검도에서는 마법내가신장, 태극권에서는 마보, 비무술기공인 참장공, 소림내경일지선에서의 마보참장공 등으로 이름이 달라진다. 무릎의 굴곡, 하지를 벌리는 정도 하지의 내회전 정도, 상지의 모양 등으로 모양도 다양하지만 대부분이 척추를 자연스럽게 펴고 상체에 힘을 빼며, 시선은 전방을 향하며, 거의 대부분 발 모양을 발끝이 안쪽으로 향하는 팔(八)자모양 혹은 11자로 둔다. 기공은 기(氣)로 표현되는 생명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연마하기 위한 가장
윤석열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저성장, 양극화, 일자리 창출, 부동산 가격 폭등 등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빠른 경제성장으로 단번에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민간투자 유도를 통한 성장정책, 그러니까 규제 완화, 세제 개혁 등을 통한 기업친화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과학 기술 혁신을 통해 고속 성장이 가능하리라는 기대를 하는가 보다. 국내 10대 대기업들도 이런 발표에 화답하려는 듯, 천조 원에 달하는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아직까지는 구체적 행동계획이 없는 기업 차원의 장래 희망 사항을 나타내는 계획이다. 그런데 국내외적 경제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하는 중소기업의 어려움, 국내 제조업 공동화에 따른 산업간 불균형, 미중갈등상황에 따른 외교무역정책의 혼란, 우크라이나 전쟁의 후과로 인한 석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의 폭등, 지속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한반도 불안 등은 우리의 의지와는 달리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빠른 경제성장’을 위한 동력을 대북 경협사업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지난 시기 개성공단사업의 사례가 보여주었듯, 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물론, 남북이 win-win하는 경제협력은 한
우리는 흔히 ‘민주주의는 나와 다른 남을 존중하는 사상’이라는 말에 동의하지요. 반대할 권리, 반대하는 사람의 의견을 소중히 여기는 풍토야말로 선진적인 민주주의의 이상이라는 개념은 백번 옳은 관점이에요. 인위적으로 그리되는 것이 아니라, 의회의 찬반이 51대 49로 만들어지고, 어떤 경우에도 51이 49를 무시하지 않는 정치구조를 지향할 때 성숙한 민주주의는 달성된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어요.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민심의 추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걸핏하면 싹쓸이 투표 현상이 나타나곤 해온 근래의 우리 선거사는 선진적인 민주주의를 구가해왔다고 평가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이른바 일방적인 승리를 불러오는 ‘몰표’ 현상이 잦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한 나라에서나 나타나는 난맥상이거든요. ‘절대다수’라는 조건은 흔히 ‘일당 독주’의 유혹으로 이어지지요. 여차하면 ‘독재정치’의 빌미로 작동할 위험성마저 높아지는 거예요. 6·1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전국적으로 지역성 몰표 현상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하기는 어렵겠네요. 보수정당이 호남에서 15% 이상을 획득했다는 자위도 없지는 않지만, 대체로 지역 쏠림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어요. 그러나 서울과 경기도 등의 선거결
그들이 그것을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모든 존재는 떼어놓을 수 없이 서로 굳게 맺어져 있다. 자신의 자아만을 진정한 존재로 생각하고, 다른 존재는 그들이 자신의 삶에 도움을 주거나 방해하는 경우에 곧 일종의 상대적 관계만을 인정하는 사람은 자신과 타인은 깊은 심연을 사이에 두고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죽으면 유일한 존재인 자신뿐만 아니라 전 세계도 함께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한편, 모든 타자, 즉 살아 있는 모든 것 속에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자신의 생명을 통해 살아 있는 모든 것과 하나가 되는 사람은, 죽음으로 자기 존재의 극히 일부를 잃을 뿐이다. 그런 사람은 모든 타자 속에, 자신이 항상 그 속에 자신의 존재 또는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또 사랑해온 타자 속에 계속 존재한다. 그런 사람에게는 자신을 타자와 분리하는 기만과 망상이 사라진다. 이러한 점에서 지극히 선량한 사람과 지극히 사악한 사람은 죽음 앞에서 극명한 차이가 드러나는데, 오직 이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더라도 주요 원인이 여기에 있다. (쇼펜하우어) 나는 결코 나 한 사람만의 구원을 원하지 않고 또 인정하지도 않는다. 혼자서만 안심하여 살고 싶지도 않다. 나는 가는
소비자물가의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금리시대까지 도래하면서 경제성장률에 적신호가 켜졌다. 온 국민이 가없는 경제난 고통에 빠져들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선거전으로 흔들린 민심을 추스르고, 현명한 정책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 여·야·정이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는 것은 물론 경제 체질 자체를 바꾸는 작업도 미뤄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작년 같은 달보다 5.4% 올랐다. 특히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품목만으로 보는 생활물가는 무려 6.7%나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8월 이후 13년 9개월 만에 6%대로 올라선 수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각국의 수출 통제 탓에 연일 치솟는 원유, 원자재, 농·축·수산물 값이 우리 국민의 실생활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향후 물가 전망도 희망적이지 않다. 당분간 5%대 고물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온다. 원유는 물론이고 국제 원자재가격 동향이 여전히 불안한 형편이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해제로 폭증하는 소비가 개인 서비스 물가 상승을 거칠게 추동하는 중이다. 정부의 62조 원대 추경과 지
우리의 생명은 우리가 자기 자신을 영원하고 무한한 영혼으로, 다시 말해 현상으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물자체(物自體)로서 시공을 초월한 영혼으로 의식하는 데 있다. 진정한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은 세상에서 선으로 인정하는 것에 이끌리지 말고, 진정한 선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자율적인 정신적 탐구욕보다 존엄하고 생산적인 것은 없다. 무엇보다 먼저 인생의 모든 일에 대해 그러한 태도를 갖고 그런 다음에 직면하는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에머슨) 몸뚱이는 외물입니다. 정신이 잠깐 머무는 여관입니다. 이 여관이 무너지는데 그 여관을 갖다가 아무개가 묵은 여관이라고 하며 쓰러진 집을 보고 기념한다고 말합니다. 자손을 두는 것도 치장하려는 것입니다. 각주구검(刻舟求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무사가 배를 타고 가다가 칼을 물에 빠트렸는데, 그 칼을 찾으려고 떨어뜨린 뱃전에 표시를 해두었다는 말입니다. 제 무덤을 치장하겠다는 것은 이런 짓과 같습니다. (류영모) 역사는 심판이 동시에 또 예언이다. 미래에 대한 예언이기 때문에 과거를 심판할 수 있다. 오늘의 세계역사를 읽고 인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