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생각한다. 생각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그 생각은 합리적이야 하는 것이 분명하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먼저 자신이 어떤 목적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영혼에 대해, 신에 대해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라. 그저 닥치는 대로 잡다한 생각을 하지만, 자신의 영혼과 신에 대한 생각만은 하려들지 않는다. 그들은 춤에 대해, 음악에 대해, 노래에 대해 생각하고, 건축에 대해, 부에 대해, 권력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면서 부자와 권력자들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대체 인간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파스칼) 인간의 중요한 의무 중의 하나는, 우리가 원래 하늘로부터 받은 이성의 빛을 최대한 빛나게 하는 데에 있다. (중국의 지혜) 진정한 인간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세상에 아부하는 태도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진정한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은 세상에서 말하는 가치에 이끌리지 말고,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을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율적인 정신적 탐구욕보다 존엄하고 생산적인 것은 없다. 무엇보다 먼저, 인생의 모든 일
다언삭궁(多言數窮)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어요. 노자(老子)의 도덕경 제5장에 나오는 ‘말이 많을수록 자주 궁색해지니 속을 지키는 것만 못하다(多言數窮 不如守中)’는 구절이 그 유래랍니다. 일상생활에서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곤경에 처하게 되는 경우를 보는 일이란 그리 귀하지 않지요.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까지는 아니더라도, 과연 속에 든 것도 없이 말만 많은 사람이 인정을 받거나 실속을 차리기는 힘든 건 사실이잖아요? 20대 대통령선거가 1% 차이도 아닌 고작 0.73% 차이로 당락이 갈리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군요. 어느 쪽도 흔쾌하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든 여야 정치권 표정들이 야릇하네요. 길게는 선거 기간 1년 내내 쏟아낸 말 중에 몹쓸 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헤아려보면 기가 막히지요. 상대방을 향해 날린 용감무쌍한 악담들의 잔해 또한 참담할 지경이네요. 선거판은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는, 그야말로 말의 성찬(盛饌)이에요. 특히나 까다로운 유권자들을 온갖 꾐수를 동원하여 더 홀리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 돼버렸으니 오죽할까요. 이미 오래전부터 선도(先導) 기능을 상실한 한국 정치판에서 선거는 때마다 막말 혈투로 흘러가곤 해왔지요. 이번 선
사려니숲길은 천천히 걸어야 한다. 제주의 자연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서다. 유네스코 지정 제주 생물권 보전지역이자 제주시 숨은 비경 31 중 하나인 사려니숲길에는 졸참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 산딸나무, 편백나무, 삼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과 제주족제비, 팔색조, 쇠살모사 등 갖가지 동물이 서식한다. 수많은 종이 모여 사는 숲인데, 같은 종이라도 형태가 모두 다르다. 제 몸의 반을 차지하는 커다란 구멍을 품고도 싹을 틔우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니은(ㄴ)자 모양으로 가지를 뻗은 기괴한 형상의 나무도 있다. 어떤 나무들은 적절히 떨어져 위를 향해 쭉 뻗었지만 어떤 나무들은 밀착되다 못해 서로를 휘감으며 자라나고, 또 다른 나무는 홀로 제 몸을 배배 꼰다. ‘자연스럽다’는 말은 ‘힘들이거나 애쓰지 않고 저절로 된 듯하다’는 의미를 내포하지만 사실 자연 속에서 생물들은 치열하게 살아간다. 몸을 기이하게 구부린 나무는 외부의 침입에 대응한 모습이면 곧은 나무가 빽빽하게 늘어선 청량한 숲은 키를 키우지 않으면 햇볕을 쬐지 못한 나무들의 경쟁터다. 결국, 격한 생존의 형태다. 종도 형태도 다른 존재들이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 할 때, 숲에는 생기가 넘친다. 각자가 어떤 방식
여야가 대선 이후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인수위 인선 등 차기 정부 수행을 위한 수순을 가속화하고 있다. 선거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도 새로운 활로 모색을 위한 변신에 골몰하고 있다. 20대 대선은 역대 최고의 비호감이 모든 프레임을 집어삼킨 끝에 최소 표 차이로 막을 내렸다. 단순 표로는 승·패가 나뉘지만 내용으로 봐서는 어느 쪽도 승리하거나 패배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이같은 결과로 향후 여야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무엇보다 집권한 국민의힘 쪽의 비상한 자세가 요구된다. 윤 당선인이 대선 승리 후 내세운 핵심 화두는 ‘국민 통합’과 ‘협치’다. 당연하고 올바른 방향이다. 하지만 통합과 협치는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의석 분포는 더불어민주당(172석)이 국민의힘(110석)을 압도하고 있다. 실력과 겸손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것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첫 번째 단추는 인선이다. 국민 모두가 또 야당이 인정할 수 있는 수준에 접근하는 인선이 인수위를 시작으로 청와대, 정부 조각에서 드러나야 한다. 그런데 이를위해 더 선행해야 할 대전제가 윤 당선인을 도와 창
1. 경기신문에 문재인이라는 이름 석 자를 명기한 칼럼을 처음으로 쓴 것이 2021년 3월 12일이었다. 꼭 1년 사흘 전이다. 이후 다섯 번의 칼럼을 통해 직접 대통령을 거명했다. 부동산과 인사문제를 필두로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본원적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강력히 행사해줄 것을 곡진하게 요청했다. 대통령은 단순히 초월적이고 중립적인 관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적 핵심 사안에 단호히 개입하여 권력을 행사할 의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라고 국민이 대통령을 뽑은 것이다. 칼럼을 통한 나의 요청이 일개 필부의 사견을 넘어, 시민들의 절박한 요구를 대신 전하는 것이라고 감히 믿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에 상응하는 해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대통령 선거의 핵심 분수령 중 하나가 (정부 지시에 적극 협조하다가 심대한 피해를 떠안은) 자영업자 및 중소상공인에 대한 즉각적, 대대적인 손실보상 및 재정 지원이었다. 추경예산의 획기적 증대를 비롯한 이에 대한 절절한 요청 또한 무시당했다. 개혁지향 시민들의 거듭된 분노와 절규에도 불구하고 문 대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하여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들을 죽이거나 괴롭혀서 죽음에 이르게 하지 말라. 살아 있는 모든 것 속에 너 자신이 깃들어 살고 있음을 알라. (부처) 자연은 우리를 같은 재료로 같은 목적을 위해 이 세상에 내보냄으로써, 우리를 형제로 만들었다. 자연은 우리 속에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불어넣고, 우리를 친구로 만들었다. 또한 자연은 우리에게 정의를 실천하도록 만들었다. 자연은 남을 돕기 위해 우리의 손은 내밀도록 만들어져 있다. 우리의 하나됨은 수많은 돌로 지은 돔과 같은 것이다. 만약 돌들이 서로에게 기대지 않는다면 돔은 이내 허물어지고 말 것이다. (세네카) 나는 인간과의 일체감을 똑똑히 의식하고 느낀다. 또 그러한 일체감은 비록 미약하기는 하지만 동물에게서도 느낀다. 곤충이나 식물의 경우 그 일체감은 미약해지고, 미시적인 존재와 인간의 감각을 넘어선 초대형 존재에 이르러서는 그 일체감은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나에게 그 일체감을 느끼는 감각기관이 없다고 해서, 이들의 일체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과의 유대감을 갖는데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너 자신으로부터 제거
노래하는 것들에게는 이름이 없다. 강을 노래하는 물결이 그렇고, 숲을 노래하는 그늘이 그렇고, 봄을 노래하는 햇살이 그렇다. 사람에게는 있는 저마다의 이름이 강과 숲과 봄을 노래하는 것들에게는 없다. 밀고 밀리는 물결들마다, 덮고 덮이는 그늘들마다, 비추고 부서지는 햇살들마다, 붙여져야 마땅할 저마다의 이름이 없다. 사람 사는 세상도 그와 같아서, 노래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름이 없다. 글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무엇이든, 틈을 열고 틈 너머를 노래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름이 없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무명(無名)이라 부른다. 문학이든 미술이든 음악이든 연극이든 상관없다. 사람을 노래하든 세상을 노래하든 달라지지 않는다. 노래하는 것이 전부인 사람들에게는 이름이 없다. 호봉도 직급도 계급도 없다. 월급도 휴가도 보험도 정년도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일까. ‘싱어게인, 무명가수전’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의 눈길이 쏠렸다. 오디션에 참가한 무명가수들은 이름표 대신 번호표를 달고 심사위원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부르는 노래의 깊이와 색깔과 맛깔스러움에 따라 심사위원들의 선택이 갈렸다. 갈리는 승패에 따라 시청자들의 탄식과 환호 또한 서로 갈렸다. 탈락한 무명가
치열했던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 가려 언론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진 것이 코로나19로 인해 탈진을 호소한 공무원들의 목소리다. 방역 일선 현장에서는 공무원들을 ‘갈아 넣는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0만 명을 넘어섰다. 이 와중에 과로로 목숨을 잃는 공무원들이 잇따르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지난해 9월에는 인천시 부평구보건소 소속 공무원 A씨가 격무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역학조사 등 코로나19 대응 업무를 지원하며 업무 과다에 시달렸다. 인천 부평구와 공무원노조 부평구지부가 고인의 사망원인을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자 구성한 ‘치유와 회복을 위한 고 000 주무관 과로사 원인조사위원회’의 최종보고서는 ▲지난 2021년 7월 델타 변이 바이러스 발생으로 인한 과중한 초과근무 ▲적절한 인원 충원의 부족 ▲민원인의 폭언 등으로부터 근로자인 공무원에 대한 조직적인 보호조치 미흡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지난해 7·8월에만 117시간 가까이 초과 근무를 했다. 장기간 과도한 노동으로 힘들다는 말을 주변에 자주했으며, 거친 민원인을 상대하는 경우가 많아 더 힘들어했다는
러시아의 무력 침공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많은 전문가들이 국제 에너지 가격과 곡물 가격의 폭등, 물가상승 압력과 국제공급망 붕괴 등을 우려하고 있다. 비상 대비 업무를 총괄하는 공직자로서 이 같은 경제적 손실도 걱정되지만,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민간시설 폭격, 오인사격 등으로 어린이와 노약자를 포함한 민간인 사상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삶의 터전을 버리고 전투기 폭격, 미사일, 전차 포격 등을 피해 지하철, 아파트 주차장 등 지하 대피소에서 몸을 숨긴 채 전쟁이 끝나는 날만을 기다리며 삶을 꿋꿋하게 견디고 있다. 이들에게 만약 대피시설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안전에 대한 아무런 방비 없이 무차별적인 위협에 노출되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처럼 온 국민이 똘똘 뭉쳐 저항 의지를 불태우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대피시설은 전쟁과 재난 등 비상 상황 시 주민들이 의탁할 수 있는 중요시설이다. 특히 6·25 전쟁 후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휴전상태를 이어오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 대피시설의 중요성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엇보다 북한을 마주 보고 사는
현재의 방송법은 2000년에 만들어졌다. 위성방송도 IPTV도 요즘 대세인 OTT도 없던 시절이다. 그 이후 필요할 때 마다 한참지나 땜방하고, IPTV는 같은 방송플랫폼이지만 아예 별도의 법체계에 의해 운용되고 있다. OTT는 법적 개념도 없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발전하면서 전국민의 반 이상이 시청하고 있다. 이번 정부에 바란다. 그동안 논의되어왔던 정책과 법체계를 조기에 마무리하자. 더 잘할려고 시간 끌다 진짜 문제 일으키지 말자. 그리고 새로운 (가칭)미디어발전위원회를 구성해 5년간 균형있고심도깊은 연구를 통해 미래의 미디어정책과 법체계를 준비하자. 지금 연구하고 준비해 5년 이후의 정책을 만드니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벗어나기 쉽다. 영국의BBC는 그렇게해서 세계방송의 교과서가 됐다. 아난리포트와피콕리포트가그예다. 영국이 매번 한 것을 우리라고 못할거 있냐? 정파적 이기심이 항상 문제지. 작년말 국회 언론미디어특위는 활동을 마감하면서 그 운용시기를 2022년 5월 29일까지 연장했다.윤후보 당선 후 그게 구속력을 발휘하기는 난망하지만 논의한 결과물을 활용하자. 새 정부가 해결할 미디어 장책을 압축해보자. 첫째 OTT 등 미래플랫폼의 문제다. 적용법조차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