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적破寂 박 은 수 깊은 산사에서 우는 범종소리 우우우 뼛속까지 사무친 울음처럼 전율하는 허공 자지러지자 하혈한 달빛 천강에 낼앉아 파문 이는가 눈먼 땅 위 귀 열어 젖힌 병약한 무리들 그 가난한 떨림 속 달빛 향연에 녹아드는지 파동에 애를 태우는지 하도 애절하오만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단장斷腸에 주검만 하오리까마는 들까마귀 새까맣게 들앉아 까악까악 울어대는 밤 뭇사랑, 간곡하다 1952출생 전북 김제출생, 경희대 미대, 홍익대학원 미술과 졸업, 2004 ‘시와세계’로 등단. 경기문화재단 시창작지원금 수혜로 시집 ‘반쪽나무’ 발간. 한국시인협회, 한국작가회의 회원
소 원 박 종 해 고요한 아주 고요한 간지럼타는 실바람의 소리나 혹은 꽃의 숨소리라도 들릴 듯한 나라 고요한 아주 고요한 만리 밖 갈대 우는 소리나 가랑잎 구르는 소리라도 들릴 듯한 나라 눈부신 은빛 날개로 끝없는 창공을 노 저어 그 고요한 나라에 닿고 싶다. 저 짙푸른 바다 위를 머흘 머흘 흘러가는 흰구름 위를 새가 되어 날으고 싶다. 소란스런 세상에서 멀리 멀리 정결한 휴식을 갖고 싶다. 박종해 1942년 울산 출생. 1980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사탕비누방울’ 외 12권, ‘시와 산문선집’이 있다. 이상화시인상, 성균문학상, 대구시협상, 울산광역시 문화상, 한국예총예술대상등 수상. 울산문협회장, 북구문화원장, 울산예총회장, 국제펜한국본부이사 등 역임.
탯줄부터 돈다 - 국립박물관 나한전 나 숙 자 나를 찾기 위해 아라한의 둘레를 돌고 돌고 공감, 사랑, 화, 슬픔 속 나는 어디 있는가 오백 년 만에 빛을 안는다 짠하다 목이 잘린 고통 팔이 잘린 시간 그 모든 것이 화엄의 세계라고 순간순간을 미소로 말하는 그들 오백 아라한 내 미소는 어떤 걸까 나를 볼 수 없어 탯줄부터 돈다. 나숙자 1951년 전남 나주출생. 문예사조로 등단. 시집에 ‘작은 자유를 위하여’ 외 다수. 영랑문학상 수상, 여덟 문인 미술전,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입춘이 나에게 하는 말 노 현 숙 나는 오늘도 입춘의 맨살을 만지지만 입춘은 나와 반대로 가고 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이 거친 바람의 살결 속으로 나는 돌아 눕는다 노현숙 경북 의성 출생. 1994년 ‘자유문학’ 및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바람은 없다’, ‘겨울나무 황혼에 서다’, ‘적막이라는 놀이터’ 등이 있음.
우리의 언덕은 김 상 경 우리의 언덕은 당신의 시로 푸르러 질 것 당신의 미소로 진달래동산이 되어야 할 것 밖에 된 바람 불어도 우리 두가슴 방은 구들 화로같이 은은히 따뜻해질 것 눈보라 뒷창을 때리면 어때 가슴엔 매화 겨울 향기 지피울 것 1954년 전북 고창 출생. 서울 양천문인협회 7대회장 역임, 한국 경찰문학회 수석부회장, 국제PEN 회원,한국문협,현대시협 회원
안락사 김 현 장 혈관을 묶는다 검은 길이 솟는다 몇 방울의 투명한 액체 하얀 명줄을 노린다 주사 후 빈지문 닫듯 느려지는 숨 줄기 바투한 마음 수십 번 갈아엎고 애처로운 백구의 눈빛마저 외면한 채 노랗게 타들어 가는 햇볕의 난장이다 행간을 건너가는 공포의 시간들 심장의 판막이 멈추는 순간까지 뜬 눈에 못다한 인연 눈가에 맺힌 이슬 김현장 64년 전남 강진출생, 전남대 수의학과 졸업하고, 경기대 한류문화대학원 시조창작을 전공하고 있다. 현재는 백제동물병원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백련문학에서 창작활동하고 있으며, 중앙일보 시조 백일장 장원한바 있다.
봄날에 연애 양 선 희 봄을 타시나 봐요 당신도 타고 싶어요 사나운 꿈을 연명장치처럼 붙들고 산 날 흔들린다 그가 내 집을 물어뜯는다 구멍을 만든다 새순을 꿈꾸는 나 끄집어낸다 그가 나의 골 깊은 겨울을 벗기고, 씻긴다 내 몸 샅샅이 색들이 살아난다 봄 탄다 양선희 1960년 경남 함양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졸업, 구름감상협회 회원이며, 사진 찍는 일과 커피, 꽃을 좋아한다. 북카페 ‘봄날에 연애’를 열었다. 시집 ‘일기를 구기다’, ‘그 인연에 울다’, 에세이집 ‘엄마 냄새’, ‘힐링커피’, ‘커피비경’이 있다.
네가 말했네 윤 준 경 거울 속 떡잎 같은 여자에게 네가 말했네 ‘더 늙지 말고 이대로 죽었으면....’ 거울 밖으로 홱 나가며 ‘아차!’ 하는 걸 내가 보았네 ‘아, 행복하다’고 너는 아침에게 말했네 ‘아, 시원해’라고 너는 바람에게 말했네 ‘하나님 감사합니다’ 고 너는 밥에게, 물에게, 사람에게 말했네 나는 묻지 않았네 ‘정말 지금이냐?’고 ‘아니....’ 네 속의 대답을 내가 들었네 윤준경 1945년 양주 출생. 1973년 주부백일장 입상, 한국시인협회·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한국가곡작사가협회이사, 공간시낭독회 상임시인 시집에 ‘시와 연애의 무용론’ 등 5권이 있다.
발 바 닥 박 준 영 이 몸이 나야 땀 냄새가 난다 남의 말이나 받아 적고 남의 글에 밑줄이나 짜아악 오늘도 삶은 계란 하나를 올려놓고 우주를 그려보라니 나는 4B 연필로 머리를 깎고 스님은 계란을 깨뜨려 허기진 배를 색으로 칠한다 빨강, 파랑, 노랑, 하얀 발바닥 발바닥 검은 발바닥 박준영 1940년 진주출생, 1998년 김규동 시인 추천으로 한국문학 등단. 단시집 ‘하루는 쿠키와 아메리카노다’ 외 시집 다수. 한국문협의 한국문학백년상, 시와세계 작품상 외 다수 수상, 만화영화 주제가 40여 편 작사, TBC, KBSTV 제작본부장, KBS미디어 사장, SBS전무 편성 제작 본부장,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국악방송 사장
그대 그 자리에서 그렇게 - 국회에서 - 이 승 하 그대 다만 그 자리에서 침묵하고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다운데 말 속에 때가 묻어 있고 피가 얼핏 보인다 구설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파랗게 질린 하늘 하늘도 그대 구해줄 수가 없다는데 왜 마이크를 잡고서 감히 놓지 않고 약력 1960년 경북 의성출생.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 ‘예수ㆍ폭력’ 등. 평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마지막 선비 최익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등. 들소리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등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