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책임제 아래서 대통령은 명실상부한 최고 권력이다. 그러나 이 시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는 여러 걸림돌들이 가로막고 있어 이를 제대로 행사할 힘이 부족해 보인다. 대부분의 권력은 여전히 특권 세력의 손 안에 놓여 있고 ‘선출되지 않은 세습권력’이 권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세습권력, 그들은 누구인가? 자본과 언론권력, 검찰, 사학, 종교권력 등으로, 이들이 흔들리지 않는 기득권을 쥐고 있다. 이 가운데 재벌과 검찰, 언론은 가장 막강한 세습권력이다. 경영을 광고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언론사는 재벌의, 사실상 수직계열화된 하부구조에 불과하고 따라서 재벌을 상전으로 모시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동시에 대기업의 범죄행위와 일부 공직자들의 비리 일탈은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의 좋은 먹잇감이다. 범죄와 비리로 얼룩진 재벌, 그 오래된 부패 구조와 관행은 되레 검찰과 언론, 이 두개의 축에게 가장 최적화된 수익형 모델이 된 지 오래다. 먹고 먹히는 고리인 셈이다. 재벌에 대한 수사결과는 우리나라 재벌들이 정치권력에 줄을 대서 얼마나 많은 범죄와 비리를 저질러 왔으며 또 재벌 총수들에 대한 검찰 수사 때마다 법률시장이 얼마나…
요즘 ‘미나리’영화가 인기몰이다. 지극히 평범한 이 영화는 미국으로 이주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비교되는 인기몰이를 하며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코로나로 텅 빈 영화관을 독차지하고 ‘미나리’ 영화를 보면서 나는 정이삭 감독이 ‘미나리’를 호명하여 어떻게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려고 했는지를 스크린을 통해 보았다. ‘네 얼굴은 왜 그렇게 납작하니?’ 데이빗(엘런 김)에게 건네오는 낮선 곳에서 친구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다. 한국의 화투를 배우고 가지런히 칫솔을 하며 서로를 닮아가는 척박하지만 인간미 있는 그곳,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울컥했던 것은 모니카(한예리)가 한국에서 온 어머니를 눈물로 포옹하는 장면이다. 가족의 재회는 얼마나 감동적인 설정인가? 그리고 어머니가 꺼내 놓는 멸치를 받고 또다시 울컥해하는 모니카(한예리), 고향의 언어는 잊혀진 것을 기억하게 하는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미나리의 약효인지 손자의 병은 기적적으로 호전되고 대신 할머니가 병을 얻고 그의 실수로 그동안 일궈온 모든 것을 태워버린다. 손자의 안내를 받으며 집으로 되돌아가는 할머니, 그곳은 피할 수 없는 숙명처
화성시가 연달아 발표하고 있는 교통정책들이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청소년 무상교통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대상은 만 7세~18세 이하(약 14만명)로써 청소년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7월부터는 만 65세 이상(약 25만명), 10월에는 만 23세 이하까지 확대된다. 화성시는 2022년 이후에는 전 시민을 대상으로 무상교통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화성시는 무상교통 시행으로 인해 의·식·주와 함께 시민 기본권 중의 하나가 된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실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통해 교통 혼잡 비용을 줄이고, 에너지 소비와 대기오염 문제 해소 등 환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실제로 한사람이 일주일에 한 번 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어린 소나무 159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동일한 저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사회·경제적 편익 증대 효과도 크다고 한다. 기존의 교통 인프라를 최대한으로 활용함으로써 도로 건설 및 유지보수비, 주차장 확충 및 운영 비용, 교통 혼잡비 등 각종 사회적 비용 감소 등 연간 최소 100억원 이상의 경제효과까지도 누릴 수 있다는 게 화성
내 인생의 또 다른 아침이다. 산으로 가던 발길을 강으로 돌렸다. 기찻길 건너 테니스장을 지나니 00중학교다. 손녀딸이 다니는 학교다. 이 학교는 오래전부터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를 하면 꿈을 이룬다.’는 글귀를 교문 위에 걸어 놓고 있다. 중학생이 된 손녀는 속이 야무지다.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교사가 되겠다고 작정한 뒤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어젯밤에는 그 녀석 생일이라고 가족과 함께 식사했다. 나는 작은 용돈과 함께 정성 들여 황금빛 색지에 축하의 덕담을 적어 봉투에 넣어 주었다. 손녀딸은 집에 가서 보겠다며 엄마의 가방에 넣어두라고 한다. ‘녀석은 용돈 액수가 궁금할 뿐 내가 쓴 문장과 그 의미는 뒷전일 것이다. 하지만 ‘책 읽고 글 쓰시던 할아버지로 기억할 수도 있겠지-’ 싶기도 했다. 학교를 지나 어느 교회를 뒤로하고 높직한 강 언덕에 올랐다. 청양 한 공기가 숨길을 새롭게 하였다. 산과 하늘과 태양 빛이 달라 보였다. 자연스럽게 곡선을 이룬 길과 강의 흐름이 조화로웠다. 큼직큼직한 디딤돌을 재미있게 딛고 강의 중심에 이르렀다. 며칠 전 비가 내렸다고 강물은 넉넉한 품세로 흘러가고 있었다. 대표에세이 동인들과 ‘흐르는 것이 물뿐이
1. 영화 ‘왓 위민 원트’는 할리우드가 허용할 수 있는 페미니즘의 최대치가 아닐까. 주인공인 멜 깁슨은 여자를 아주 우습게 아는 남성우월주의자인데, 새로 온 여성 상사에게 밀려난다. 어쩌다 초능력이 생겨서 여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이 초능력으로 승승장구하는데, 자기에게 늘 쌀쌀맞게 굴던 식당 종업원을 홀려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꿈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그 뒤로 연락도 않던 퇴근길, 그에게 바람맞았다고 생각한 마리사 토메이가 길을 막아서고 묻는다. 너 게이지? 게이가 아니라면 그렇게 멋진 밤을 보내고 어떻게 이렇게 연락 두절하고 잠수 탈 수 있어? 게이 맞지? 그녀의 마음을 더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 멜 깁슨은 그렇다, 나는 게이라고 말한다. 여자 마음을 읽게 된 뒤로 그가 변했다는 유쾌한 증거로 웃어넘기면 그만이다만, 사실 양성평등은 그런 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변혁은 가진 자의 자각과 양보로 이뤄진 적이 없다. 변화는 언제나 제도가 바뀌고, 법으로 보장되며, 지키지 않으면 처벌당하는 강제 규정이 마련된 뒤에야 더디게 온다. 2. 코로나 시국 이후로 우리나라가 알고 보니 세계적인 모범국가이고 선진국이더란 보도가 잇따른다. 아닌…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철따라 고운 옷 갈아 입는 산/이름도 아름다워 금강이라네 금강이라네’,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배운 노래, 20여년전 처음 금강산을 방문했을 때 노래가사의 의미가 그렇게 적확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던 기억, 철따라 금강, 봉래, 풍악, 개골산이라 불리어지는 의미를 만끽했던 그 추억들을 그리며 이제 내 가족 친구들과 함께 소풍가길 소망하며 그 가능한 방안을 생각해 본다. 단순하게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한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텐데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UN 안보리와 미국의 제재가 지속되어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탓이라는 생각은 너무 유치한 생각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근본 국익을 평가하고 우리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을 생각한다면 북한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재개가 그리 어려운 과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먼저 당사자인 우리와 북한의 국익을 생각해 보자. 북한의 속내는 이제까지의 북미, 남북협상내용과 그들의 주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체제와 정권의 확실한 담보가 없는 한 먼저 핵포기는 할 수가 없다는 것이 일관된 주장이다. 2018년의 북미 싱가포르공동선언만 실질적으로 행동에 옮긴다면
인류 사회의 진보와 향상을 위한 진지한 첫걸음마다, 거기에는 반드시 그 주된 원인으로서 신앙의 역할이 있었다. 그러므로 신앙에 기초하지 않은 모든 가르침은 사회의 개선에 언제나 무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가르침이 훌륭한 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러한 방식에는 프로메테우스가 하늘에서 훔친 불꽃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니)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자연스럽고 건강한 사회 기구를 위한 첫걸음은 언제나, 땅에 대한 당연하고 평등하며 빼앗을 수 없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있다. 물론 그것이 전부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럼으로써 그 밖의 모든 것이 한결 수월해진다. 그 보장이 없는 한 다른 모든 것은 아무런 이익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다. (헨리 조지) 사회는 공통의 신앙과 공통의 목적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사회적인 활동은 종교에 의해서 성립된 원칙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이다. (마치니) 사람들이 그리스도교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책임이다. 어쩌면 “옛 성인들에게서 배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
도를 넘는 학교폭력 사건이 언론에 언급될 때마다 소년범에 대한 처벌 강화 및 소년법 개정에 대한 여론이 쏟아지곤 한다. 최근 유명 운동선수의 과거 학교폭력 사건을 시작으로 유명인에서 일반인까지 ‘학교폭력 미투’ 의 대상자가 점차 확대되는 실정이다. 기존의 가해 학생에 대해서는 형사 절차 이외에 학교폭력위원회 절차를 통한 학급교체, 강제 전학, 퇴학 등 응보적인 조치를 해왔으나, 이는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는 일시적 조치에 불과할 뿐이다. 가해 학생을 학교폭력에 대한 조치로 다른 반, 다른 학교로 옮겨 가더라도 자신의 행위를 반성할 기회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피해 학생은 학교폭력에 대한 상처를 평생 안고 가는 등 다양한 부작용으로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다. 이렇게 또 다른 위기에 처할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사회는 이러한 응보적인 방법이 청소년 선도에 알맞은 방법인지 고민해야 한다. 학교폭력은 단순히 학생 개인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회복적 경찰 활동’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회복적 경찰 활동이란 기존의 가해자 처벌에만 초점을 둔 응보적 정의에서 벗어나 갈등 당사자 간의 관계개선과 피해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