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슬로브, 그러니까 우리의 “카추샤”는 살인혐의 재판에서 독살의 죄를 온통 뒤집어 쓴다. 그녀가 일하던 유곽(遊廓)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정작 진범들은 3백루불이나 받은 변호사의 엉터리 변호로 빠져나갔다. 당시 화대(花代)는 3루불에서 많으면 5루불이었다. 이 변호사는 다른 사건에서 자신에게 1만 루불을 지급하기로 한 사업가, 사실은 사기꾼에게 10만 루불의 승소를 이끌어내고 이 자의 사기에 걸려 전 재산을 털린 어느 노부인을 절망의 지경에 빠뜨린 바 있다. 법은 이들에게 “밥그릇”이었다. 유곽이라고 그 정체를 얼버무리게 표현한 창녀촌은 “남성의 행복까지 염려해주는 정부의 허가와 비호 아래” 존재하고 있었다. 톨스토이가 쓴 《부활》은 이렇게 펼쳐진다. 한때 카추샤를 사랑하다 겁간까지 해 죄의식을 가지고 있던 네흘류도프는 이 재판상황을 우연히 목격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진력을 다한다. 법정의 검사는 어땠는가? “타고 나길 좀 둔한 데다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대학에서 로마법상의 지역권에 대한 논문으로 우수 논문상까지 받은 것이 오히려 불행을 초래했다. 그 바람에 자부심과 자만이 하늘을 찔렀고 (성공적인 여성 편력도 여기에 일조했다) 그 결과 그는 정말 바보
철지난 바인더를 뒤지다 발견한 글을 재활용하자 한다. 20년 전에 적어둔 글인데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자는 내용이다. 글을 읽으며 살아오면서 남을 위해 무엇이라도 행하였나 반성해 보게 된다. 그 글의 일부를 소개한다. “올 가을에는 먼저 온 겨울 때문에 대부분의 은행나무들이 푸른 잎을 회색 보도위에 뿌리며 아주 짧은 생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은행나무는 그 잎새들과 약속도 안한 것 같은데 순서도 없는 것 같은데 겨울날 눈 내리는 모습을 미리 배워왔는지 차례차례 내려와 차곡차곡 쌓입니다.” 이어서 날씨가 추워지는데 가로의 은행잎보다 복지시설 울타리 나뭇잎은 더 빨리 떨어지고 그 안에 사는 이들은 이 겨울이 더 추울 것이라는 걱정을 한다. “여름은 가난한 자의 계절이요 겨울은 부자들이 기다리는 절기라고 했던가요. 날씨가 추워지면 빈자들은 여름보다 비싼 겨울옷 값이며 연료비를 부담해야 하고 빙판길을 헤치며 돈벌이를 해야 하는 고통을 걱정하기 때문이겠지요. 고아원, 양노원 주변의 나무들은 도심의 은행나무보다 일찍 낙엽을 떨구니 울타리속 우리의 이웃들은 더더욱 추울 것입니다.” 당시에 어느 도시의 환경미화원들은 떨어진 은행잎을 자루에 담아 제약회사에 팔아서 받은…
노래를 듣다 가사가 쏜 살에 심장에 명중돼 숨 못 쉬는 체험을 한 적이 있는지. 월드뮤직 중에 노랫말이 기가 막힌 곡이 적지 않다. 오늘 소개할 아르헨티나 가수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의 ‘그라시스 아 라 비다(Grasias A la Vida)’ 도 그 중 하나다. 월드뮤직과 친해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언어다. 월드뮤직은 지구상 200개 넘는 나라의 7천개가 넘는다는 언어와 만나는 일이기도 해서 가사해석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월드뮤직과의 첫 만남의 호불호는 음률, 가수의 목소리, 노래 분위기같은 것에서 비롯된다. 그건 가수와 음률이 마음에 안들면 바로 내쳐진다(?)는 얘기기도 하다. 월드뮤직에 빠지기 시작한 20여년 전 내 모습이기도 하고 그 초자의 거름망에 걸려 빠져나갈 뻔했던 위대한 곡이 있었으니 바로 앞에 언급한 소사의 노래다. 귀에 익은 듯한 음률도 살짝 씩씩한 목소리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패스. 그런데 나보다 앞서 월드뮤직에 빠져 전문가가 된 분들의 책을 보니 그녀의 노래에 대한 상찬이 빠지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찾아 듣게 됐고 가사도 알게 됐다. 기억난다. 청춘을 막차에 태워 보내고 사랑도 일도 다 실패
우리는 지금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반으로 한 우리의 민주주의적 대응 모델은 미국의 자유방임적 모델, 중국의 전체주의적 모델, 일본의 관료주의적 모델, 그 어느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친인간적인 방식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의 민주주의가 아직 너무 어리다고 평가한다. 70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수많은 굴곡을 겪어 제도적으로는 완비했지만 정당 민주주의도, 책임정치도, 정책선거도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시민의식은 성숙한 민주주의라 일컬어지는 유럽 여러 나라들의 행태보다 훨씬 더 훌륭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휘하는 시민의식의 근간은 무엇일까? 아마도 불편을 감수하면서 기꺼이 마스크를 쓰는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사회경제적 영역에서만큼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우리 모두를 위해 ‘동참’할 수 있는 성숙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지만 이러한 마인드는 후보자를 평가하고 투표권을 행사하는 선거과정을 제외한 일상적인 정치영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위에서
◇흉노에게 공격당하는 한나라 중국에는 하서주랑(河西走廊)이라는 곳이 있다. 하서(河西)라는 약칭으로도 불리는데 주랑(走廊)은 복도, 또는 회랑 등을 뜻한다. 중국 감숙성(甘肅省)은 성도(省都:성의 수도) 난주(蘭州)에서 돈황(燉煌)까지 서북쪽으로 좁고 길게 이어져 있는데 이 하서주랑 때문이다. 황하 서쪽 감숙성(甘肅省) 서북부의 기련산(祁連山)이 북쪽을 가로막고 있고, 합려산(合黎山)이 남쪽을 가로 막고 있는데, 난주에서 신강(新疆) 가까운 돈황까지 1천여 1천여 km의 긴 회랑이다. 하서주랑은 황하의 서쪽 지류가 흐르는 복도라는 뜻인데, 북쪽은 산맥 아니면 내몽골 몽케 텐그리(騰格里“Monke Tengri)사막이 펼쳐져 있고, 남쪽으로는 청해성 주랑남산(走廊南山) 등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하서주랑을 통하지 않고는 서역(西域)으로 갈 수 없었다. 서기전 2세기 경 이 하서주랑을 장악하고 있던 인물이 기락 김씨의 조상이라는 김일제(金日磾)의 부친 휴도왕(休屠王)이었다. 흉노는 황제인 선우(單于) 아래 좌현왕과 우현왕이 있었는데, 휴도왕은 우현왕이었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쪘다는 뜻의 ‘천고마비(天高馬肥)’를 우리는 ‘독서의 계절 가을’을 뜻하는 말로 사용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개혁 입법 추진과정에서 미뤄두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의 12월 임시국회 상임위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민주당은 중대재해법 정기국회 처리를 미룬 일로 정의당 등으로부터 모진 비난을 받아왔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페이스북에 “중대 재해를 예방하고 그 책임을 강화하는 법을 최대한 이른 시기에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늦은 만큼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부작용을 철저히 차단한 이상적인 입법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와 산업재해 유가족은 지난 11일부터 국회 본청에서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해 있다. 정의당과 중대재해법 제정 운동본부는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향해 연내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 CJ E&M에서 사망한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씨 등 유가족도 단식에 들어갔다. 중대재해법 제정의 당위성은 차고 넘친다. 우리나라의 산재 사망사고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무려 23년간이나 부동의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산재 사망자는 연평균 2천400명에 달
시집을 발간한 후배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자 우체국을 들렀다. 창구 여직원이 반기면서 새해 캘린더를 선물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세월이 고개를 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세월은 모든 것 위에 있다. 작가로서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한 해의 삶이 어떠했는지? 자문하게 된다. 누군가는 ‘인간은 덧없는 이슬의 자식’이라고 했다. 나이 숫자가 불어날수록 삶이 두루마리 화장지같이 끝으로 갈수록 더욱 빨리 사라지는 것 같다. 지금은 살아 있는 자로서 누군가에게 감사드려야 할 때다. 그동안의 12월은 쉼 없이 달리는 고속열차의 뒷모습같이 속도감 속에서 정신없이 보냈다. 문학단체의 행사를 비롯하여 망년회, 향우회, 동창회, 직장 모임 등 술기운 속에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12월은 투명한 마음으로 보내야 한다. 정직한 시력으로 사람과 사회를 보면서 지금껏 어떻게 열두 달을 살아왔는지 성찰하며 참회하는 마음이어야겠다. 먼저 코로나 19라는 역병으로 생명을 잃은 영혼과 가족들을 생각할 일이다. 뒤이어 코로나라는 뿔 달린 바이러스의 침해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 수고한 방역 당국과 정부에 감사할 일이다. 또한 한국의 의료 수준을 세계에 알려 거의 존경에 가깝도록 우러름…
“말 그대로 믿을 건 국민의 힘 밖에 없다.” 요즘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오는 자조섞인 말이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톤) 등으로 저지를 해보려 하지만 174석을 가진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밀어붙이면 어쩔 수 없다. 공수처법도 그렇게 통과됐다. 공수처법 지뢰가 터진 포연속에 윤희숙 의원은 12시간47분이라는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가 아닐까 싶다. 국민의힘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서 위풍당당했던 모습들을 생각하면 좀 안됐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억울하면 출세하라 했던가. 국민의힘은, 좀 멀리는 1990년1년22일 3당 통합으로 공룡이 된 민주자유당(218석)으로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했다. 2004년 3월12일에는 한나라당 간판으로, 새천년민주당, 자유민주연합과 함께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경호권으로 묶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여야가 갑과 을의 위치만 바뀌지, 행태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현재 여야의 희비는 2017년 대선과 올 총선에서 갈렸다. 만약 국민의힘이 현상을 타파하려면 2022년 대선이나 다음 총선을 기약하는 수 밖에 없다. 시련에 대응하는 요령은 두가지다. 첫
“엄마 어디 가?” 자반고등어를 구워놓고 검찰청 앞으로 뛰어간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나를 보고 의아하게 묻는 아들은 항해사다. 코로나로 인해 일 년가량 배에서 내리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은 2주 동안 자가격리 생활하더니 아예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휴가 기간이라도 아들과 밥 먹으려는 계획이 어긋났다. 슬며시 짜증이 올라온다. 촛불정부가 들어섰어도 또 일인시위다. 대한민국 국민 노릇 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이제는 불의한 꼴을 더는 안 보겠구나’ 싶었다. 돌이켜보면 그 ‘불의한 꼴’의 대부분은 법을 집행하는 검찰의 소행이었다. 검찰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적이 있었던가? 내 기억에는 없다. 일제강점기에서 현재까지 검찰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존재했다. 항일독립군에서 민족주의자, 학생, 야당 인사, 진보단체 등 시기에 따라 사냥감만 바꾸어 권력에 충성했다. 간첩 조작은 물론 유서 대필로 몰아 한 사람의 삶을 파괴하기도 했다. 편파 수사와 여론몰이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악행도 똑똑히 보았다. 그런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에는 철저했다. 김학의 동영상에 맹인행세까지 하던 코미디도 기억한다. 그들의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