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로 활동하는 친구가 있어서 먼 길을 오가며 연극관람도 여러번 했고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는 모습도 긴 세월 지켜봤다. 친구의 연기를 바라보면서 연기자들의 놀라운 변신 능력에 대해 감탄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악역을 맡아서 연기할 때는 한없이 증오의 대상이 되고, 선한 역할을 할 때는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존재로 보인다. 또한 그 사람들은 노인, 중년, 청년 등 다양한 연령대를 넘나들면서 선생님, 경찰관, 운전기사, 강도, 사기꾼, 사극에서의 장군 혹은 머슴 등 매우 많은 배역을 소화한다. 각각의 역할을 잘 연기하기 위해 맡은 배역에 몰입하여야 하며 배역과 관련해 사전에 많은 공부도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신약성서에 예수의 설교 중에 탤런트의 비유가 등장한다. 주인이 세 명의 종에게 각각 한 탤런트, 세 탤런트, 다섯 탤런트를 맡기고 나중에 정산하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탤런트는 그 당시에는 금액이 매우 큰 화폐의 단위였다고 한다. 탤런트(talent)의 고전적인 의미는 재능, 인재의 의미였으나 현재에는 TV 드라마에서 연기하는 배우의 의미로 다가온다. 그들은 대본에 주어진 역할에 따라 연기를 하면서 작품마다 맡겨지는 역할이 달라진다
바이든 새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외교·안보 수장이 지난 17~18일 한국을 방문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하고 5년만에 외무·국방 장관회담(2+2)을 가졌다. 양국은 이번 외교·국방 장관 방한을 통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북한 핵’을 비롯한 한반도 현안, 한미일 공조, 전시작전권 전환 등 양국의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번 외교·국방 장관 동시 방한은 국제질서에 대한 중국의 도전과 인권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대중포위 전략이 우선 순위에 있다. 바이든 정부는 2019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동한 인도, 일본, 호주와의 이른바 ‘쿼드(4개국 안보협의체)’를 본격적으로 궤도위에 올려놓기 위해 지난 12일 쿼드 정상회의를 가졌다. 이어 외교·국방 장관이 일본을 방문하고 곧바로 한국을 찾은 동선에서도 그 의미가 읽혀진다. 미국은 이번 방한에서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국 등이 포함되는 ‘확대된 쿼드(쿼드+)’ 구상을 실현함으로써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겠다는 전략을 내비쳤다. 우리 입장에서는 중국에 대한 경제의 의존도가 높은데다,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영향력 등을
요즘 ‘미나리’영화가 인기몰이다. 지극히 평범한 이 영화는 미국으로 이주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비교되는 인기몰이를 하며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코로나로 텅 빈 영화관을 독차지하고 ‘미나리’ 영화를 보면서 나는 정이삭 감독이 ‘미나리’를 호명하여 어떻게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려고 했는지를 스크린을 통해 보았다. ‘네 얼굴은 왜 그렇게 납작하니?’ 데이빗(엘런 김)에게 건네오는 낮선 곳에서 친구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다. 한국의 화투를 배우고 가지런히 칫솔을 하며 서로를 닮아가는 척박하지만 인간미 있는 그곳,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울컥했던 것은 모니카(한예리)가 한국에서 온 어머니를 눈물로 포옹하는 장면이다. 가족의 재회는 얼마나 감동적인 설정인가? 그리고 어머니가 꺼내 놓는 멸치를 받고 또다시 울컥해하는 모니카(한예리), 고향의 언어는 잊혀진 것을 기억하게 하는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미나리의 약효인지 손자의 병은 기적적으로 호전되고 대신 할머니가 병을 얻고 그의 실수로 그동안 일궈온 모든 것을 태워버린다. 손자의 안내를 받으며 집으로 되돌아가는 할머니, 그곳은 피할 수 없는 숙명처
대통령책임제 아래서 대통령은 명실상부한 최고 권력이다. 그러나 이 시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는 여러 걸림돌들이 가로막고 있어 이를 제대로 행사할 힘이 부족해 보인다. 대부분의 권력은 여전히 특권 세력의 손 안에 놓여 있고 ‘선출되지 않은 세습권력’이 권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세습권력, 그들은 누구인가? 자본과 언론권력, 검찰, 사학, 종교권력 등으로, 이들이 흔들리지 않는 기득권을 쥐고 있다. 이 가운데 재벌과 검찰, 언론은 가장 막강한 세습권력이다. 경영을 광고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언론사는 재벌의, 사실상 수직계열화된 하부구조에 불과하고 따라서 재벌을 상전으로 모시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동시에 대기업의 범죄행위와 일부 공직자들의 비리 일탈은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의 좋은 먹잇감이다. 범죄와 비리로 얼룩진 재벌, 그 오래된 부패 구조와 관행은 되레 검찰과 언론, 이 두개의 축에게 가장 최적화된 수익형 모델이 된 지 오래다. 먹고 먹히는 고리인 셈이다. 재벌에 대한 수사결과는 우리나라 재벌들이 정치권력에 줄을 대서 얼마나 많은 범죄와 비리를 저질러 왔으며 또 재벌 총수들에 대한 검찰 수사 때마다 법률시장이 얼마나…
달빛 중에서도 산이나 들에 내리지 않고 빨랫줄에 내린 것은 광대다 줄이 능청거릴 때마다 몸을 휘청거리며 달에서 가지고 온 미친 기운으로 번쩍이며 보는 이의 가슴을 졸이게 한다 달빛이라도 어떤 것은 오동잎에 내려 멋을 부리고 어떤 것은 기와지붕에 내려 편안하다 또 어떤 것은 바다에 내려 이내 부서져 버리기도 한다 내가 달빛이라면 나는 어디에 내려 무엇을 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사는 일에 아슬아슬한 대목이 많았고 식구들을 가슴 졸이게 한 걸로 보면 나는 줄을 타는 광대임에 틀림없다 약력 ▶[한국일보]·[서울신문](1966) 신춘문예당선 ▶시집: [무령왕의 나무새] [계백의 칼] [별박이자나방] 등 15권 ▶정지용 문학상. 김삿갓 문학상. 한국시협상 등 ▶현재 계간 『미네르바』 대표
아이들은 글쓰기를 어려워 한다. 여러 학년을 가르쳐 봐도 글쓰기 만큼 격한 거부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수업이 없다. 교실 분위기가 활기로 가득 차 있으면 '글을 써 보세요' 한마디로 넘실 거리던 에너지를 다운 시킬 수 있다. 예고 없이 당장 수학 평가를 하겠다고 말해도 이보다 더 반응이 안 좋을 수는 없다.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할 때 아이들이 이목구비가 심하게 구겨지던 걸 떠올리면 가히 공포의 글쓰기다. 간혹 글로 막힘없이 술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런 아이들은 가뭄에 콩나듯 드물다. 어른들에게도 일정 분량 이상의 글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백지 앞에서 막막한 건 어른이나 어린이나 매한가지다. 투정 부리는 아이들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나도 가끔은 글이 너무 안 써져서 마감을 못할까봐 공포에 떨 때가 있다. 마음을 이해하는 것과 교육 해야 하는 상황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분투한다. 글쓰기를 시키면서 펜과 종이를 건넨 다음 막연하게 '자, 이제 써보세요'라고 말하진 않는다. 국어 시간에 설명문이나 설득하는 글의 구조를 배운다. 각 구조마다 어떤 내용을 써야 하고, 왜 그런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하나씩 익힌 다음 실전
화성시가 연달아 발표하고 있는 교통정책들이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청소년 무상교통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대상은 만 7세~18세 이하(약 14만명)로써 청소년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7월부터는 만 65세 이상(약 25만명), 10월에는 만 23세 이하까지 확대된다. 화성시는 2022년 이후에는 전 시민을 대상으로 무상교통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화성시는 무상교통 시행으로 인해 의·식·주와 함께 시민 기본권 중의 하나가 된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실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통해 교통 혼잡 비용을 줄이고, 에너지 소비와 대기오염 문제 해소 등 환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실제로 한사람이 일주일에 한 번 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어린 소나무 159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동일한 저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사회·경제적 편익 증대 효과도 크다고 한다. 기존의 교통 인프라를 최대한으로 활용함으로써 도로 건설 및 유지보수비, 주차장 확충 및 운영 비용, 교통 혼잡비 등 각종 사회적 비용 감소 등 연간 최소 100억원 이상의 경제효과까지도 누릴 수 있다는 게 화성
인류 사회의 진보와 향상을 위한 진지한 첫걸음마다, 거기에는 반드시 그 주된 원인으로서 신앙의 역할이 있었다. 그러므로 신앙에 기초하지 않은 모든 가르침은 사회의 개선에 언제나 무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가르침이 훌륭한 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러한 방식에는 프로메테우스가 하늘에서 훔친 불꽃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니)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자연스럽고 건강한 사회 기구를 위한 첫걸음은 언제나, 땅에 대한 당연하고 평등하며 빼앗을 수 없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있다. 물론 그것이 전부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럼으로써 그 밖의 모든 것이 한결 수월해진다. 그 보장이 없는 한 다른 모든 것은 아무런 이익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다. (헨리 조지) 사회는 공통의 신앙과 공통의 목적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사회적인 활동은 종교에 의해서 성립된 원칙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이다. (마치니) 사람들이 그리스도교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책임이다. 어쩌면 “옛 성인들에게서 배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