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상속세 상담을 한 적이 있었다. 돌아가신 분은 교수로 정년퇴직한 후, 오랫동안 은퇴생활을 했는데 강남에 위치한 시가 40억 원 상당의 아파트 한 채를 유산으로 남겨 놓았다. 재산 분배비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배우자·아들·딸 3인이 상속 할 때 상속세만 7~10억 원으로 계산됐다. 남은 가족들은 상속세 낼 돈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많고, 돌아가신 분은 고가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었지만 유동자산이 부족하여 풍족하게 살아보지 못한 점이 안타깝게 생각됐다. 배우자와 자식들에게 부분적으로라도 사전 증여하였더라면, 상속재산을 줄여서 상속세도 줄이고, 성년자녀들의 보다 활발한 경제활동을 지원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우리경제 고도 성장기에 활발한 경제활동을 해 재산을 축적한 베이비부머 및 그 이전 세대의 재산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다. 60세 이상 노년층 재산의 90%이상이 부동산 비중으로 조사되고 있다. 부동산 재산은 처분이 쉽지 않고, 세금부담도 많으며, 투자용도로도 활용하기 어려운 점이 문제이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집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보다 작은 집으로 옮기고 재산을 금융자산화 해 유연하…
요즘 청년들은 우리나라를 ‘헬(hell)조선’이라고들 한다. 직역하자면 ‘지옥 같은 조선’이다. 그런데 조선은 어디인가? 일제 강점기 이전의 우리나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정식 명칭인 북한? 그럴 리가 없다. 우리는 이 말이 우리 사회현실을 비꼬는 말임을 잘 알고 있다. 그나마 ‘헬코리아’나 ‘헬한국’이 아니라 다행이다. 외국 친구에게 적당히 둘러댈 여지가 있으니 말이다. 왜 우리나라를 지옥 같다고 느낄까? 입시지옥을 뚫고 보니 취업지옥이 기다리고 있는 청년들에게 왜냐고 묻는 것 자체가 민망하다. 청년실업자가 41만 명, 청년실업률이 9.5%라는 것은 통계일 뿐 실제로 대부분의 청년이 취업을 걱정한다. 더구나 취업을 한다고 해도 대부분 비정규직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현실은 ‘88만원세대’라는 말도 만들어냈다. 내 집 마련에 서울은 15년, 경기도는 8년이 걸린다는데, 월급을 한 푼도 안 쓸 때 얘기다. 현실적으로는 30년이 걸린다. 청년들은 이때쯤 이미 정년을 걱정할 나이가 되어 있다. 그러니 ‘88만원세대’는 연애&middo…
나는 춤추는 중 /허수경 기쁨은 흐릿하게 오고 슬픔은 명랑하게 온다 바람의 혀가 투명한 빛 속에 산다, 산다, 산다, 할 때 나 혼자 노는 날 나의 머리칼과 숨이 온 담장을 허물면서 세계에 다가왔다 나는 춤추는 중 얼굴을 어느 낯선 들판의 어깨에 기대고 낯선 별에 유괴당한 것처럼 - 허수경 시집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허수경 시인은 지난 해 10월 3일 54세를 일기로 독일에서 타계했다. 이국에서 쉬지 않고 모국어로 시를 발표했지만 그곳에서 느낀 시인의 외로움과 허무와 두려움이 이 시에서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시집 맨 마지막에 수록된 이 시에서 ‘어느 낯선 들판’과 ‘낯선 별’에 유괴당한 것처럼 시인은 철저히 혼자 놀면서 혼자 춤추면서 고국의 흙냄새를 공기와 햇살을 그리워했으리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땅, 이 풍경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곳이 얼마나 소중한지 잊고 살지만 이 땅, 이 풍경을 떠나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수구초심(여우가 죽을 때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머리를 두고 죽는다)은 아니어도 시인이 얼마나 이 땅과 이곳의 사람들을 그리워했는지 느껴져…
우리 경제가 갈수록 어려움에 빠지고 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8.2% 감소한 471억1천만 달러에 그쳤다. 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산업부는 반도체가격 하락, 중국경기 둔화, 조업일 하루 감소,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3월 수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산업 활동 지표도 안 좋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월 전체 산업생산지수는 전달보다 1.9% 떨어졌다. 이 하락 폭은 2013년 3월(-2.1%) 이후 5년 11개월 만에 최대라고 한다. 소매판매액은 전월보다 1.1% 줄었고 설비투자는 10.4%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생산, 소비, 투자, 수출 등 지표가 동반 하락한 것이다.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현재 경기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11개월째, 앞으로의 경기를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9개월째 하향곡선을 그렸다. 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9개월 이상 동반 하락한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동행지수가 6개월 연속 내려오면 경기하강 신호라고 하는데, 이미 우리 경제가 하강국면에 깊숙이 들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이런 현상은…
경기도는 얼마 전 ‘경기도 교통안전 증진 조례’를 일부 개정 공포했다. 운전면허 자진 반납자에게 교통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다. 이에 따라 도는 면허 자진 반납자에게 10만 원 선의 교통비를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운전면허 자진 반납자에게 교통비 등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사업은 부산시가 먼저 시작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7월부터 65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증을 반납하면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어르신 교통사랑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카드를 소지한 사람은 의료기관, 음식점, 이·미용업소, 목욕탕, 안경점 등에서 일정액 할인혜택도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한 협력업체에게도 부산 광안대교 통행료를 면제해주고 시내 공영주차장 50% 할인 등의 혜택을 준다. 서울시 양천구도 지난해에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지원관련 조례’를 마련해 올 초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 같은 조례가 통과됐거나 준비 중이다. 일본은 이미 1998년부터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는 고령자에게 교통승차권과 상업시설 이용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운전면허증 자주반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운전면허증 반납 고령 운전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이유는 고령 운전자에 의한…
수원화성의 동쪽 산성(山城)을 풍수 상 일자문성(一字文星)이라 하는데 산봉우리가 붓처럼 뾰쪽하지 않고 수평적인 일(一)자 모양이기 때문이다. 이 산이 바로 팔달산의 안산(案山)이 된다. 일자문성의 북쪽 끝은 동일치(東一雉)이고 남쪽 끝은 동남각루가 되며 거리는 666보(약 800m)가 된다. 동남각루의 준공일은 1796년 7월 25일이고 서북각루는 16일 이전인 7월 9일에 끝났다. 당시의 공사 기간을 감안하면 충분히 동남각루의 공사를 진행할 정도의 공사기간이 된다. 화성성역의궤의 권수(卷首)에 의하면 동남각루는 서북각루와 규모, 크기 및 높이가 같다고 되어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이번에는 이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두 건물의 목수는 서울출신으로 서북각루는 권성문(權成文), 동남각루는 김성인(金成仁)이다. 권성문은 640일 동안 팔달문과 행궁 등의 중요건물을 세웠고 김성인은 323일 동안 동장대 등 주로 동성(東城) 쪽 일을 맡아 했다. 두 목수는 1795년 9월부터 10월 사이 창룡문에서 같이 일한 적이 있다. 동남각루를 지은 김성인의 실력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기록을 분석하면 뛰어난 목수였던 것 같다. 의궤에서는…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살 것인가? 요즘 들어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쉰을 넘긴지 이미 오래인데 이룬 것 없이 세월만 헛되이 보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후반생을 생각하면 다산 정약용과 강진이 떠오른다. 꽃샘추위가 유난했던 지난 주말 강진을 여행했다. 지난해 가을, 다산 정약용 해배 200주년을 기념해 강진에서 남양주까지 해배길 걷기행사에 참여했던 인연으로 강진군문화관광재단의 초대를 받았던 것이다. ‘2019 올해의 관광도시’에 선정된 강진은 ‘남도답사1번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행지로서 갖출 것을 두루 갖추고 있다. 강진만과 월출산의 아름다운 풍광, 무위사와 백련사를 비롯한 즐비한 문화유적, 결코 잊을 수 없는 남도의 맛이 어우러진 곳이기에 강진에 들어서면 늘 가슴이 설렌다. 1박2일의 일정은 강진만 생태공원을 걷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강진만을 뒤덮은 갈대숲은 철이 지났지만 여전히 장관이다. 백련사 동백숲을 걸으며 바닥을 붉게 물들인 동백꽃에 취해 있을 때 비바람이 몰아쳤다. 비를 피해 다산초당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우박까지 쏟아졌다. 매년 찾아오지만 꽃샘추위야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루 이틀만 지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외유성 출장 및 ‘해적 학술단체’ 관련 학회 참석 의혹, 아들의 호화 유학 논란 등이 제기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별도로 다주택 보유와 꼼수증여 논란 등이 제기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후보자도 전격 사퇴했다. 결국 ‘3·8 개각’으로 지명된 장관후보자 7명 가운데 2명이 동시에 낙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조 후보자의 경우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고, 논의 끝에 후보지명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최 후보자의 경우에도 “청문회에서 제기된 부동산 관련 문제 등을 무겁게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장관후보자들의 청문회에서는 도덕성과 자질과 관련한 다양한 의혹이 여러 후보들에게 제기됐다. 여당 원내대표조차 “국민 눈높이나 정서에 맞지 않는 분들도 있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조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와 최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국민 눈높이와 정서를 고려한, 더 늦지 않은 시기에 이뤄진 합당한 조치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우선 청와대 인사 검증라인의…
우리나라가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자원은 아마도 사람, 즉 인재일 것이다. 그 인재들은 합당한 교육을 통해 육성된다. 한 분야만 잘하면 된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은 아니지만 거기에 튼튼한 기초교육을 통한 기본 소양이 갖춰진다면 전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일등 인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교육을 매우 중시했다. 자신은 못 먹고 못 입어도 자식만큼은 좋은 학교에서 공부시켜 훌륭한 인재로 키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논밭 팔고 소까지 팔아 대학을 보냈기에 한때 상아탑 대신 ‘우골탑(牛骨塔)’이란 말도 유행했었다. 이런 교육열이 있었기에 그나마 우리나라가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한국인의 교육열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도 인상 깊었던가 보다. 그는 재임 중 몇 차례 한국 교육을 언급했다. 2009년 취임 첫해부터 한국의 교육열과 교육제도를 본받아야 한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15년엔 “한국, 핀란드와 같은 곳은 교육제도가 정말 잘 되어 있다” “한국의 교사는 의사나 기술자가 받는 수준에서 봉급을 받고 있으며 존경 받는 직업”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물론 한국의 교사가 의사만큼 급여를 받지
영국의 시인 T. S. 엘리엇은 그의 시 ‘황무지’에서 “4월은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꽃을 피우며 / 추억에 욕망을 뒤섞으며 / 봄비로 잠든 뿌리를 일깨운다”라고 읊으면서 “겨울은 오히려 /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 주었었다. /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다”라고 봄을 이야기했다. 시인이 생명이 움트는 봄의 기운을 잔인함에 비유한 것은 아마도 엄동의 겨울을 지내온 인내의 고통을 표현하고자 한 의미였으리라. 봄만큼 인간의 감성을 풍성하게 하는 것도 없다. 그래서 예부터 많은 사람들이 한결같은 목소리와 각종 미사여구를 동원해 봄을 노래했다. 이런 봄의 화신(花信)이 20여일이나 일찍 왔다. 덕분에 시야가 머무는 산마다 들마다 울긋불긋 하다. 홀로 단아하게 봄을 맞이하던 목련은 벌써 하얀 옷깃을 여미듯 꽃잎을 떨구고 있다. 따라서 올 것 같지 않던 봄도 어느덧 여름을 향해 성큼 달아난 느낌이다. 예년 같지 않은 계절 탓에 울상인 곳도 생겨났다. 벚꽃 축제를 계획했던 지자체들이다. 이런 사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일찍 꽃망울 터트린 벚나무의 자태는 아름답고 화사하기만 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봄이 희망과 부활의 계절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