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신질환 환자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한 기사를 보았다. 예를 들면, 병원에 입원한 아들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퇴원 시켜달라”고 애원하며 협박했다. 아들은 취한 상태로 난동을 피우다가도 술만 깨면 ‘자신은 정상’이라고 주장하는 알코올중독자이다. 그리고 퇴원한 아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가족을 위협하고 해코지를 한다. 그 후 아들은 한 달이 채 안 돼 정신병원을 무사 퇴원했다. 2017년 5월 30일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 때문이다. 환자의 의사를 존중해 강제입원을 어렵게 만든 법이다. 이 법에 따라 환자 본인이 원치 않을 경우 입원요건이 까다로운 탓에 의료기관에서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을 수도 없다. 병원을 나온 정신질환자들이 돌아온 사회는 치료 전과 다를 바 없다. 지역사회 내에 재활이나 치료를 돕는 시스템은 여전히 미비하고, 이들의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인프라도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법 개정으로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이 무방비 상태에서 퇴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회적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대낮에 행인을 칼로 찔러 중태에…
고아 /정우신 단칸방에 생일상을 차려 두고 사람들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잿빛 창문을 바라보며 좁아지는 바깥에 대해 생각했다 외부가 내게 닿기도 전에 넘쳐흐르는 것이 많았다 파란 페인트를 뒤집어 쓴 고독이 새벽 네 시를 남겨 두고 떠난다 고아가 아닌데도 고아처럼 세상에 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람살이의 방식에 대한 이해와 해석에 있어서 타인들의 일반적인 생각과 나의 생각이 현격한 차이를 보일 때에는, 창 바깥이 급격히 좁아지듯이, 내 자리는 외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도 된다. 세계를 바라보는 내 고유의 시각이 타인들에게 거부당할 때에는,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감당해야 할 것들이 넘쳐흐르듯 많아서, 파란 페인트를 뒤집어 쓴 것처럼 몸과 마음이 뻑뻑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 내 곁에 남아 있는 건 고독뿐. 그런데 유일하게 내 곁에 남아있던 고독마저 새벽 네 시에 떠나버리고 만다. 고독조차 사라진 고아의식은 처절하면서도 담대한 강인함을 느끼게 한다. /김명철 시인…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택배 기사, 대리운전기사 등 특수형태근로 종사자, 즉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국민연금의 직장 가입자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24일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 국민연금 개편 정부안인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에 특수고용직의 사업장 가입 전환을 담은 내용이 들어갔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타인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이지만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상의 임금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고용 안정성이 가장 취약하다고 할 수 있는 직업군인데도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서 빠져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며, 국민연금에 가입하려면 지역가입자가 돼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정확한 규모도 파악되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5년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최대 220만명으로 추산한 바 있다. 수백만 명에 이르는 근로자들이 고용불안과 사회안전망 배제라는 이중의 고통을 겪는 것은 사회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고용노동부는 국제노동기구(ILO)와 국가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이들을 노동법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보건
수원문화원은 명실상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으뜸문화원이다. 지역 고유문화와 향토사의 발굴·조사·연구·보존·전승 사업을 비롯, 지역 문화행사 개최, 사회교육 등 활동 폭이 넓고 다양하다. 향토사료 조사 수집발간사업과 정월대보름 민속놀이 한마당, 수원화성문화제, 국내외 역사탐방, 인문학 포럼은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문화학교에는 15개 강좌가 운영되고 있고, 9개 동아리가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따라서 수원문화원엔 사계절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가장 모범적인 문화원이란 찬사를 들을 만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장애인이나 노년층의 접근이 어렵다. 팔달산 중턱에 있어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눈이라도 오는 날엔 겨울산 등산 기분이 난다. 또 주차장이 매우 작아 늘 주차 전쟁이 벌어진다. 게다가 1971년에 개관, 노후화된 시민회관을 수원시로 부터 빌려 사용하고 있어 공간이 협소하고 비가 새는 등 125만 수원시민의 문화공간이라기엔 문제가 많다. 인구수 6만 명이 채 안 되는 과천시의 경우 4천293m²나 되는 번듯한 원사를 자랑하고 있으며 15만여명의 의왕시와 10여만명의 동두천 시 또한 훌륭한 원사를 보유하고 있다. 수원시는 내년부터 특례시가 된다.…
미국의 에드워드 스노든은 CIA(중앙정보국)와 NSA(국가 안보국)의 정보분석 요원이었다.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할 정도로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2001년 9·11테러를 계기로 국가안보에 몸바치겠다고 결심하며 애국심을 키웠다. 그 후 뛰어난 정보분석 능력을 인정받아 미국 CIA와 NSA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근무하던 중, 이곳에서 국내외 사람들의 일상을 비밀리에 사찰하는 것을 목격하고 이를 언론에 제보했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가장 고귀한 가치로 신봉하고 있는, ‘가장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라고 불리는 미국의 추악한 민낯을 용기 있게 폭로한 것이다. 그는 미국정부의 수사망을 피해 현재 러시아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 한 조직에서 벌어지는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행위는 조직 내 직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내부 직원의 도움 없이는 그것들을 제대로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 역사적으로 볼 때 커다란 비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배경에는 대부분 내부자의 제보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내부 제보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제보 내용이 대부분 사실(fact)이라는 점이다. 그 내용이 사실이라도 신분상의 불이익이 따를 수 있는데, 하물며 거짓이라면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 매달 로그인하는 사용자 수는 19억명이다.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다. 일정 기준을 달성한 유튜브 영상에는 광고가 붙고, 영상 조회 수에 따라 광고 수익이 발생한다. 이를 제작하고 운영하는 유명 유튜버들이 억대 수익을 올리는 배경이다. 이런 유튜버가 요즘 세대를 초월한 인기 직업중 하나됐다. 직장을 관두고 아예 유튜버로 전업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중·장·노년층도 예외는 아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유튜브를 보는 장·노년층의 모습은 이젠 새롭지 않다. 메신저를 통해 유튜브 링크를 공유하거나 직접 유튜브 제작에 나서는 장·노년층도 적지 않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주제로 가볍게 시작할 수 있고, 혹시라도 인기를 얻으면 큰 수입도 얻을 수 있다는 점, 외모가 잘생기거나 예쁘지 않아도, 뛰어난 재능은 없어도, 데뷔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일단 부담없이 ‘스타 되기’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10대와 20대에게 유튜버는 이미 연예인이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유튜버를 직업으로 삼으려는 개인 창작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아마추어들이 재미로 시작했던 1인 창작이 직업화, 산업화하
해가 짧아지고 하루하루 수은주가 떨어지면서 겨울이 왔다. 첫눈이 탐스럽게 내려 온 세상을 설국으로 바꾸어 놓더니 동지팥죽과 손수 따온 도토리로 만든 귀한 묵까지 집으로 왔다. 우리 집은 겨울이면 노인 회관만큼 어르신들로 북적인다. 그런데 며칠을 두고 드나드시는 분들은 많은데 갑자기 몇 시간째 잠잠하게 방이 비워진다. 지난 장날 조그만 전단지를 들고 다니는 아주머니들이 보이고 우리 집에도 발길이 뜸하던 신발이 보이고 한 동안 들리지 않던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두런거리는 소리와 함께 방문 여닫는 소리가 연달아 들리고 대문소리가 요란하다. 이쯤 되면 짐작 가는 일이 있다. 올 것이 온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집에서 가까운 상가에 합기도 도장이 이사를 가고 비어 있는 건물이 있다. 그 쪽으로 어르신들 행렬이 이어지고 일정한 시간이 되면 삼삼오오 무리를 이루며 지나가신다. 손에는 다 같이 알록달록한 상자가 들려 있다. 속칭 약장사라고 하는 장사꾼들이 온갖 감언이설과 노래와 춤으로 질이 떨어지는 상품을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팔면서 어르신들 쌈짓돈을 노리고 찾아 온 것이다. 익숙한 인기척을 신호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리고 잠시 머뭇거리시며 가…
또 한 해의 마침표를 찍는다. 무술년 개띠의 해가 저문다. 마지막 잎새 같은 달력이 일 년 동안 쌓인 고통을 하얀 눈 속에 묻어 두는 세밑이다. 사람마다 감회가 다를 것이다. 세밑은 그저 하루가 지나가는 게 아니다. 혹자는 별 탈 없이 보낸 1년이 다행스럽다고 애기할 것이다. 다른 이들은 죽을 고비를 넘긴 최악의 해였다고 화를 낼지 모른다. 희비는 늘 엇갈리는 법이다. 시린 계절 탓인지 끝이라는 세밑 탓인지 사람들의 마음도 보폭도 빨라진다. 한 해의 끝자락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다. 나라안팎으로 부딪친 일들이 걱정을 더한다. ‘더’하는 것보다 ‘덜’한 게 좋으련만 우리를 에워싼 정황은 녹록치 못하다. 촛불의 힘으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는 촛불에 담긴 소망대로 무언가 변화하고 새로워져 나라다운 나라로 가는 듯 하드니 여기저기서 엇박자가 나고 있다. 인사가 만사(萬事)인데 망사(亡事)이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 인사가 그렇고 경제가 그렇고 안전이 그렇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성, 노동, 교육 분야에서도 삐걱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고공(高空)행진하던 지지도도 내리막이다. 물론 어느 정책이고 잘해보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겠지만 국민 눈높이와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은 그
경쾌한 노래 /폴 에뤼아르 나는 앞을 바라보았네 군중 속에서 그대를 보았고 밀밭 사이에서 그대를 보았고 나무 밑에서 그대를 보았네. 내 모든 여정의 끝에서 내 모든 고통의 밑바닥에서 물과 불에서 나와 내 모든 웃음소리가 굽이치는 곳에서 여름과 겨울에 그대를 보았고 내 집에서 그대를 보았고 내 두 팔 사이에서 그대를 보았고 내 꿈 속에서 그대를 보았네. 나 이제 그대를 떠나지 않으리. 폴 엘뤼아르는 전쟁을 치룬 폐허에서도 시를 쓰고, 두 아내를 잃은 시간 속에서도 시를 쓴 시인이다. 사회적인 개인적인 폭격을 체험한 주체가 비로소, 보인다는 것이다. 마음이 다시 가동 되고, 마음의 끝까지 시간이 흘러온 것이다. 그의 시선(示線)이 시작되었다는 것, 이것은 불가능의 끝에서 가능의 열림이다. 폴 엘뤼아르의 시각(視覺)을 사로잡는 것은, ‘모든 고통의 밑바닥에서’ 발견되는 리듬이다. 그러니 ‘경쾌한 리듬’은 죽음과 소멸을 증유한 리듬이다. 스페인 내전 당시, 그의 절친이었던 피카소가 전쟁의 참담함을 화폭에 그대로 묘사하여 ‘게르니카’를 완성하여 전시(展示)를 하듯, 1937년 게르니카가 폭격되었을 때,…
정부가 24일 국무회의에서 최저임금 산정기준을 담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심의를 보류했다. 대신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주 40시간 근무하면 하루가 나오는 법정 주휴 시간(유급으로 처리되는 휴무시간)은 포함하고, 기업과 노조가 협약하는 약정 주휴 시간은 근로시간과 임금에서 모두 제외하는 수정안을 31일 재심의한다. 노사 단체협약으로 유급휴일을 이틀까지 인정하기도 하는 대기업에서 최저임금 기준을 맞추지 못하자 마련한 봉합책이다.경영계는 최저임금 계산 때 주휴 시간을 근로시간인 분모에만 넣으면 최저임금이 20% 이상 올라 1만원을 넘고 대기업조차 최저임금을 위반하게 된다고 주장해왔다. 대법원은 주휴 시간을 주당 근로시간에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고 수차례 판결했다. 이런 미해결 쟁점이 있는데도 정부는 법정·약정 주휴 시간을 모두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하는 시행령 개정을 강행했다. 그 결과 벼락치기 수정안을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재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올해 마지막 날 다시 심의하게 됐다. 개정 시행령 적용이 당장 내년 1월 1일이다. 그간 정부가 한것이라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원안을 강행할 때 “주휴 시간을 최저임금 산정에 사용해온 그간의 행정 해석을 명문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