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에서 아주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해서 주말 늦은 시간에 박물관을 찾았다. 바로 ‘세조’ 특별전이다. 80년 전에 그려졌던 세조임금의 어진 초본을 중심으로 세조의 생애와 업적을 조명하는 전시다. 세조 임금께서 승하하신 지 약 550여 년 만에 등장한 세조 임금의 초상화, 즉 어진 초본이다. 오늘은 수양대군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세조임금을 만나러 여행을 떠나보자. 세조 특별전은 국립고궁박물관 지하층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관으로 들어서면 왼쪽으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한 면 가득 차 있는 ‘세조 임금’의 어진이다. 세조 어진 초본의 크기는 가로 131.8cm, 세로 186.5cm이다. 초본이라 색이 입혀지지 않고 흰 종이에 먹 선으로만 그려졌다. 초본의 장점을 살려 벽면 가득 채워진 어진 초본에 사람들이 색을 입힐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붉은색을 입히기도 하고, 검은색을 입히기도, 때론 진녹색을 입히기도 한다. 어떤 색을 입히느냐에 따라 세조임금의 이미지가 조금씩 변화되기도 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이미지가 등장하기도 한다. 세조 임금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비정한 임금이라는 생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에서 불이 나 대규모 유·무선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불은 10시간이 지나서야 완전히 꺼졌으나, 통신장애 복구율은 25일 오전 현재 50%를 조금 넘기는 데 그쳤다. 임시 우회망을 설치해 통신을 재개하는 가복구에는 1∼2일, 완전복구에는 일주일이 걸린다고 한다. 이번 화재로 서울 중구·용산구·서대문구·마포구 일대와 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에서 KT 유·무선 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서비스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아 대혼란이 일어났다. 초연결 시대에 대규모 통신장애가 발생하면 일상생활이 엉망이 되고 비즈니스가 무너진다.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물건을 살 수도 없고, 인터넷이 단절돼 TV를 볼 수도 없다. 티켓 예약도 불가능하고 친구나 가족과 통화할 수도 없다. 유·무선 통신으로 연결된 세상과 단절될 수밖에 없다. ‘먹통 세상’이 되면서 커피점, 편의점, 식당 등 상점의 영업 차질이나 일반 KT 고객들의 피해는 막심했다. 신속한 통신장애 복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훼손된 통신회선 완전복구에 시간이 걸린다면 임시 우회망을 최대한 빨리 깔아 가동해야 한다. 소방당국과 협조해 화인을 명확히 규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10월 취업자는 2천709만 명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해보면 고작 6만4천명만 늘어난 것이다. 취업자 수는 4개월 연속 10만 명 이하에 머물러 있다. 고용율은 인구 대비 취업자 수를 뜻하는데 이것도 9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취업자 수는 2천708만3천명으로 1년 전보다 5천명 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2010년 1월 이후 8년 6개월 만에 가장 저조한 수치다. 취업자 둔화는 고용률 하락을 뜻한다. 10월 고용률은 61.2%로 전년 동월대비 0.2%포인트(p) 하락했다. 실업자는 97만3천명으로 1년 전보다 7만9천명 증가했다. 전체 실업률은 3.5%다. 이 가운데 15~29세 청년 실업률은 우리나라 평균 실업률을 훨씬 뛰어넘는 8.4%였다. 이보다 앞선 지난 5월엔 청년실업률이 10.5%까지 올라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청년 실업률이 높은 것은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취약 계층인 청년층의 상황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장·노년 일자리도 그렇지만 나라의 미래인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한다. 청년들이 받는 경제고통지수가 계속 악화된다면 문재인 정부의 지지기반도
기업들의 신입사원 교육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는데, 지식은 전달할 수 있어도 타고난 열정을 키워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축소경제에서 기업환경이 나빠지고 또 모방추격형(fast follower) 경영에서 창조혁신형(fast mover) 경영으로 전환하여야 할 시점에서 기업들은 모든 직원에게 각자의 위치에서 창의성과 열정을 발휘하기를 기대하게 되었다. 그런데 성인이 된 이후에 교육을 통해서 느끼는 외적 동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래서 기업들은 애초부터 원래 내적인 동기를 많이 가진 사원들을 뽑는 방식으로 입사제도를 바꾸었고, 기업들의 이런 방식은 대학입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기업과 대학의 면접관들은 짧은 대화나 지원자들의 눈빛에서 바로 내적인 열정을 발견한다. 의외로 사람들은 타인의 열정을 매우 쉽게 간파한다. 미국 다트머스대학의 총장을 지낸 ‘김용(현 세계은행 총재)’은 당시 입학사정관으로 참석했다. 그리고 그가 학생들의 면접을 보던 얘기를 인터뷰에 남겼다. 그는 분명히 백지연 씨가 쓴 책 ‘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에서 말했다. “그런 건 우리 눈에 아주 잘 보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은 저마다 무언가와 씨름을 하고 있다. 성장 중심 교육은 양적인 성장을 가져왔지만, 성숙한 개인으로 나아가는 데는 부족했다. 예전에는 한 아이가 태어나면 온 마을이 함께 키웠다. 가까이 조부모가 양육을 도왔고 수많은 육아전문가가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알려주었다. 또 다자녀를 키우다 보니 형이 아우를 돌보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 부모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결혼을 기피하거나, 자녀를 낳지 않아 저출산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자녀를 키우는 일은 큰 냉장고를 엄마 혼자 메고 계단 위를 오르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서로 친구가 되어 협력하여 성숙한 개인, 지속가능한 성숙한 미래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래교육의 두 축은 창의성과 인성교육이다. 우리교육은 너무 경직되어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워주지 못하고 있다. 언어를 통해서도, 너무 기다려 주지 못하는 성급함과 잘하고 못하는 것에 너무 민감해 쉽게 주눅 들게 하는 어른들의 ‘잘못 병’으로 더욱 그렇다. 우리 사회는 다양성에서도 너무 인색하다. 또 동일한 잣대가 아닌 이중 잣대도 문제이다. 좀 더 공정한 교육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주말
5년밖에 살 수 없다고 한다면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든 하고 싶은 5가지를 지금 당장 시도하라! 인간의 선택에서 실수를 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인생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이라는 환상 때문에 긴장감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다음에, 다음에, 다음에 하다가 시기를 놓치기 쉽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인식하게 되면 좋아하지 않는 일에 마냥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수는 없다. 먼저 가슴에게 물어보라. “나는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 “무엇을 위해 그 일을 하려고 하는가?”,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찾도록 도와줄 것이다. 지구가 46억 전에 탄생되었다고 한다. 우리의 인생은 고작 100여 년이다. 지구의 역사와 비교하면 우리 인생은 유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순간만 빛나는 불꽃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한순간의 불꽃을 적어도 아름답고 환하게 하고 싶을 것이다. 별것 아닌 일에 시간을 허비하는 일도 없을 뿐 아니라 인생을 최고로 즐기지 않은 게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나의 최대의
튐에 대하여 /박덕규 내 경쾌한 공의 운동, 실은 도약을 위해 근육을 모으는 때, 바로 그 순간, 이미 돌아올 것을 예감함, 태어나면서 죽음을 본 끔찍함. 끔찍함! 시집 『아름다운 사냥』은 1984년에 초판 되었으므로, 시 「튐에 대하여」의 시적 정서는 한국 현대사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주체는 질곡의 현대사 속에서 공의 ‘운동성’처럼 생의 한계와 절망 사이를 오갈 뿐, 삶의 체험과 휴식을 허락받지 못하는 존재이다. 시인의 목소리는 공포의 진실 앞에서 격앙되어 날카롭다. 경쾌함·끔찍함의 대비가 그렇고 태어남과 죽음의 대비가 그렇다. 내 안의 신이 너를 만나는 ‘삶’이 없다는 것, 이것은 너와 내가 행복할 순간 즉, 사랑의 역사를 구성할 수 없는 기회의 부재함(끔찍함!)을 고발하는 시선(觀)이다. 나는 ‘태어나면서·죽음을 본’ 자이다. 사면(四面)에 눈이 있고 귀가 달린 시대에, 주체는 불안의 순간마다 탄력성으로 존재를 증명한다. 하지만 매 순간 생과 죽음을 반복하는 운명에 갇힌 존재이다. 나는 극렬한 운동성을 통하여 나를 사로잡는데, 나의 사로잡힘이 생의 생성이 아…
고등 종교에서조차 교조를 신격화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대승불교에서도 당연하게 부처를 신격화한다. 그러나 초기불교 경전에서는 2천500년도 훨씬 전의 역사적 붓다를 인간적인 존재로 조명하고 있으며 현대에 이르러서 유럽의 불교학자들은 붓다를 인간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부처님 재세시와 초기불교 관점에서는 한 사람의 인간이라 부르지 않고 초월적이고 절대적 존재로 부각한다는 부분도 있지만, 한국 불교계에서도 인간 붓다라는 말은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그러한 주장의 연원은 멀리 유럽에서까지 소급한다. 유럽에서 불교학이 처음 형성될 때 주로 문헌 속에서 붓다의 모습을 찾아가면서 붓다를 인간적인 존재로 보고자 하였다. 일본에서도 ‘인간 붓다’론이 나오는데 대표적인 학자가 나카무라 하지메(中村元)이다. 부처님을 말할 때 ‘고타마’, ‘그대’, ‘선인(仙人, isi)’, ‘성자(聖者, muni)’라고 불렸으며 나중에 나오는 ‘초신(超神, atideva)’ 혹은 ‘신들의 신(devadeva)’으로 불리었다는 부분이 있다. 오래된 부분에서 붓다를 인간적으로 묘사하였고 후대에 성립된 부분에서 신격화 되었다는 것이다. ‘고타마’ ‘그대’ 등으로 불리는 형태와 ‘초신’,…
“견디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은 누구였습니까?” 질문을 받은 그가 말했다. “낙관주의자들입니다. 그들은 ‘크리스마스가 되면 이곳(포로수용소)에서 나가게 될 거야’라고 말하던 사람들입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부활절이 되면 나가게 될 거야’라고 말합니다. 다음은 추수감사절, 다시 크리스마스를 고대합니다. 그렇게 석방되기만을 기다리던 낙관적인 사람들은 수용소에서 나갈 수 없다는 사실에 크게 상심하고 죽어갔습니다” 미군 장교 스톡데일은 베트남 전쟁 당시 하노이 힐턴 포로수용소에서 수차례 고문을 받는 등 전쟁포로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8년이라는 시간을 죽지 않고 버텼다. 그에게는 정해진 석방 일자도 없었고, 살아남아 가족들을 다시 볼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했다. 그와 같은 고통 속에서 8년을 생존했고 그토록 보고 싶던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스톡데일의 역설(Stockdale Paradox)은 냉혹한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면서 한편으로 결과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중성’을 의미한다. 무조건 안 될 것으로 생각하는 비관주의나 대책 없이…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원하 혼자 살면서 저를 빼곡히 알게 되었어요 화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매일 큰 그림을 그리거든요 그래서 애인이 없나봐요 나의 정체는 끝이 없어요 제주에 온 많은 여행자들을 볼 때면 제 뒤에 놓인 물그릇이 자꾸 쏟아져요 이게 다 등껍질이 얇고 연약해서 그래요 그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사랑 같은 거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주에 부는 바람 때문에 깃털이 다 뽑혔어요, 발전에 끝이 없죠 매일 김포로 도망가는 상상을 해요 김포를 훔치는 상상을 해요 그렇다고 도망가진 않을 거예요 그렇다고 훔치진 않을 거예요 저는 제주에 사는 웃기고 이상한 사람입니다 남을 웃기기도 하고 혼자서 웃기도 많이 웃죠 제주에는 웃을 일이 참 많아요 현상 수배범이라면 살기 힘든 곳이죠 웃음소리 때문에 바로 눈에 뜨일 테니깐요 시를 읽다 보면 절로 시속의 여인이 그리워진다. 봄꽃이거나 혹은 산들 부는 사월의 연초록 바람 같아서 어느덧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지고 자꾸 사랑스러워진다. 시를 억지로 비틀거나 기교로 덧칠하지 않아서 편안하고 착하다. 어쩌다 조금 쓸쓸한 느낌이 들라치면 가볍게 감정의 겨드랑이를 살짝살짝 간질여서 웃음 짓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