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희의 청강을 거부하는 스에마쓰 야스카즈 쓰다 소키치와 이케우치 히로시는 이병도가 와세다대를 졸업한 후에도 자신들의 저서와 논문을 보내주었다. 이병도는 남한 강단사학계의 이른바 태두가 된 후에도 이 일본인 학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고 자랑하면서 “매우 존경할만한 인격자였다”고 높였다(본 연재 7월 20일자 참조) 또한 경성제대 교수이자 조선사편수회 간사였던 스에마쓰 야스카즈(末松保和)는 해방 후에도 한국을 들락거리면서 서울대 교수들을 지도했으며(27일자 참조) 한국인 제자들에게 이렇게 친절했던 식민사학자지만 재일 사학자 이진희(李進熙:1929~2012) 교수가 자서전 ‘해협’에서 말하는 이들의 모습은 아주 다르다. 이진희는 1950년 메이지(明治)대학 문학부 사학과에 입학했는데, 6·25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른 1953년 도쿄예술대학 교수인 후지타 료사쿠(藤田亮策)가 케이오대학(慶應大學)에서 ‘조선고고학’을 강의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또 학습원대학(學習院大學)의 스에마쓰 야스카즈가 도쿄대학에서 ‘여말선초(麗末鮮初:고려말 조선초)’라는 제목으로 강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진희는 후지타 료사쿠의 ‘조선고고학’을 듣기 위해서 후지타의 친구인 고토 슈이
코로나19로 인해 배달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영위하는 계층을 홈(Home)족 이라 부른다. 코로나19 창궐도 이유지만 스스로 집에서 삶을 즐긴다. 사회생활에 부적응으로 집밖을 두려워하는 ‘방콕족’과는 구별된다. 집을 일상의 생활공간으로 꾸미는 ‘홈스케이프(Home+Escape)’,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홈캉스(Home+Vacance)’, 카페처럼 집을 만드는 ‘홈카페’, 예능인이 방송에서 보여준 ‘나래바’ 그리고 코로나19 침체속 급성장한 출장 청소.세탁.방문수거 서비스도 이들 홈족이 주도한다. 여기에 홈트레이닝도 그 중 하나다. 여러 사람이 밀집해서 체취와 체액이 곳곳에 묻어있고 밀폐된 공간인 헬스장을 피하려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모 스타트업 온라인 PT 프로그램은 수강 신청이 급증한 것은 안전하게 운동하고 싶은 단면을 보여준다. 이처럼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공포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지내는 ‘홈족’이 증가하고 있다. 반면 이들 중 상당수가 은둔형 외톨이로 진행된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때 슬기로운 홈족 생활로, 그리고 홈족 생활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으며 가파른 확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가슴기 살균제 피해 규모가 당초 발표된 것보다 훨씬 크다는 소식에 충격에 휩싸인 하루였다. 뉴스를 듣는 순간 가슴기 살균제 사건이 터졌던 그때 나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볼 수밖에 없었다. 가습기는 쓰고 있었으나 다행히 살균제를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무실이나 공공공간에서 가습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으니 나 또한 그 피해자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몇 년 새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는 사람은 필자 뿐 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예측하지 못했던 재난이 너무나 자주 우리 삶에 찾아오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만으로도 충분히 무거운 나날인데 홍수 피해나 가습기 살균제 소식은 어느 때보다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 같다. 세상은 빨리 변하고 생활의 편리를 도모하는 상품들은 즐비하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하고자 만든 장치와 물건들이 오히려 우리들의 삶을 위협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오늘은 손때 묻은 할머니의 장롱과 같이 우리들의 마음을 위로해 줄 작품 두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조혜진의 개인전 ‘한 겹 Blurry layer’은 올해 초 통인보안여관에서 열렸다. 그는 자개농의 문짝을…
나, 거기에 있었다 박 남 주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책장 한구석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다 점점 색이 바래고 먼지가 켜켜이 앉아 본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는지 기억조차 없고 이제 그만 바깥세상으로 나가야 하나 마음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사이 해와 달은 수없이 떴다 지고 바람은 제멋대로 들락날락하고 문득 코끝 간지럽히는 초록향기에 몸은 허공에 둥실~ 나, 그만 마음을 활짝 열어버렸다. 박남주 1955년 서울 출생.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단오부채』, 『중심은 사랑이다』가 있다. 시랑 동인.
지금 어떤 음악을 듣고 있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여러 가지 대답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본인의 취향이 매우 확고하여 한 장르의 음악만 고수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고, 또 누군가는 조금 더 큰 카테고리 안에서 유연하게 음악을 즐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몇 해 전까지는 힙합 음악이 그리고 요즘처럼 트로트 음악이 사정없이 울릴 때면,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당시 유행하는 음악을 저항 없이 듣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 본다. 몇 해 전 무한도전의 ‘토토가’ 열풍이 불었다. 연일 그 프로그램에 관한 기사의 링크와 시청 소감 그리고 추억담을 이야기하느라, 사람들의 SNS 타임라인은 꽤 분주했다. 한 세대 전의 음악이 전국의 거리에 흘러나왔고, 나이로 볼 때, 그 당시의 문화를 향유하지 못했을 법한 연령대의 친구들이 그 노래들을 흥얼거렸다. 이 현상은 프로그램의 기획력과 파급력만으로 치부하기에는 상당히 강력했으며, 드라마나 가요의 복고 혹은 레트로의 열풍이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 예견했던 당시의 분위기에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얼마 전 음원 발매와 함께 차트를 점령한 ‘싹쓰리’ 역시 결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는데, ‘토토가’의 킬링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과거의 모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청와대가 국가정보원과 검찰·경찰 등 권력기관의 권한을 대폭 조정하는 권력기관 개편안을 내놓았다. 개혁안은 검찰의 수사 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경찰의 역할과 권한을 크게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문자 그대로 ‘공룡 수사기관’으로 탈바꿈될 경찰을 바라보는 시각은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 중립성 담보를 위한 제대로 된 장치도 안 보이고, 역량에 대한 의심도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개편안에 따르면, 검사의 1차 직접수사 개시 범위는 부패·경제·공직자 등 6대 범죄로 축소된다. 공직자 수사의 경우도 5급 이하는 경찰이, 3급 이상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맡게 돼 검찰은 사실상 4급만 수사하게 된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도 폐지된다. 축소된 권한들은 모두 경찰로 이관된다. 수사 개시 및 종결권을 갖게 되는 경찰은 명실공히 수사·정보·보안업무를 총망라하는 슈퍼 수사기관이 된다는 얘기다. 진작부터 전문가들의 걱정이 쏟아지고 있다. 단일 규모의 최대 조직(약 12만 명)인 거대 경찰조직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단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한다. 마땅한 통제장치가 없는 권력기관이 확장되는 것은 치명적인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오는 17일부터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실시된다. 정부는 예년보다 대폭 축소된 규모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축소 이유는 미국 본토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대규모 미군병력이 한국으로 들어오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전반기 한미연합훈련도 연기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기도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취소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코로나19 확산방지와 남북관계 신뢰회복을 위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취소돼야 한다며 통일부에 건의문을 보냈다. 코로나19 방역은 정부의 제1국정과제이자, 경기도의 최우선순위 도정 과제인데 한미연합군사훈련으로 인해 코로나19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도의 주장은 근거가 있다. 지난 7월 30일까지 평택시에서 발생한 코로나 확진 환자가 총 146명인데 이 가운데 71.9%가 주한 미군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 주한미군 확진자 121명이 발생했는데 이 중 107명이 경기도에 주둔 중인 미군과 가족 등 관련자들이었다. 더욱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미국 현지에서 의심 증상이 확인됐는데도 한국행 비행기를 타게 한 미국 측의 무책임한 자세다. 따라서 이 평화부지사는 “미군의 대응을 신뢰
토사구팽(兎死狗烹). “사냥하러 가서 토끼를 잡으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어 삶아먹는다”는 말이다. 얼마 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필자의 눈길을 끄는 글이 올라왔다. “포천파출소에 사는 왕방이·왕순이를 지켜주세요.” 포천시의 포천파출소에서 약 3년 전부터 키우던 강아지 왕방이·왕순이를 필요할 때는 계급장까지 달아주며 홍보하더니 이제는 파출소측이 이 강아지들을 파양한다는 내용이며, 심지어 입양당시 ‘동물등록’을 편의상 파출소가 아닌 이웃주민 명의로 했기에 소유권 자체도 부인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아마도 파출소측은 길 잃은 유기견을 돌봐주고 양육함으로 어렵고 힘든 시민을 돌봐주고 도와준다는 경찰에 대한 ‘이미지 제고’와 별반 다른 파출소와 차이점이 없는 시골 파출소에 ‘신규 홍보컨텐츠 창출’ 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 소위 ‘대박’을 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결과는 어떠한가? 말 그대로 토사구팽으로 파출소 입장에서는 안하니만 못한 격이 되어 버렸다. 인간은 본디 이기적이다. 그렇기에 유발하라리의 초 베스트 소설 ‘사피엔스(Sapiens)’를 보면, 인간은 인간의 이기심을 채우고 죄책감을 덜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인간을 제외한
봄 빛 김 정 원 바위산 하나가 가슴 열고 강둑 지나 드센 바람 비켜 마을에 다가선다 ‘立春大吉’ 기둥에 붙어 조을고 있던 빛살이 누워 앓는 사람의 손등에 한웅큼 기운 실어 무릎을 세운다 덤불 속 죽은 듯 풀싹들이 다투어 봄빛 끄집어 당겨 얼굴 내미네 한결 개운해진 걸음걸음 내 얼음 발바닥에도 새싹 돋나봐! 김정원 1932년 경북 포항출생. 1985년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 시집 ‘허(虛)의 자리’, ‘삶의 지느러미’, ‘분신’. 율목문학상, 민족문학상, 소월문학상, 세계시문학대상 수상. 여성문학인회 이사, 미래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학교 때 특별 활동반에서 연극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주인공 역은 남학생이었다. 그 상대편 역으로 필자가 뽑혀서 발표회를 앞두고 몇 주를 맹연습했다. 그런데 문제는 주인공인 남자애가 뜨거운 눈빛을 내게 보내는 것이었다. 연극을 하면서도 나는 그 상대편의 남자 주인공 애를 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눈길을 피하며 연극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에도 그 애가 이상하게 나에게 관심 두고 행동했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나는 딴청을 피우던 일이 생각난다. 그즈음 나는 국어 선생님을 몹시 짝사랑하였다. 아주 젊으신 남자 선생님이셨는데, 그분의 행동 하나하나를 주시하며 왜 그렇게 마음이 설렜는지 모른다. 특히나 글짓기 시간이면 잘 보이려고 열심히 글을 썼다. 그러면 그 선생님께서 잘 썼다고 칭찬해 주실 때 얼마나 기뻤던지, 그날은 온종일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도 선생님과 눈을 맞추려고 애를 썼다.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토록 좋아했던 국어 선생님을 바라볼 때의 내 눈빛은 어떠했을까?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호감 어린 촉촉한 눈빛이었으리라.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임의 손에/ 자시는 창밖에 심어두고 보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