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해당 연령층은 말 할 것도 없고 고령자들 또한 듣기 거북한 호칭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예부터 용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찍이 고민을 시작한 나라는 미국이다. 1960년대 ‘올드 피플(old people)’ 또는 ‘디 에이지드(the aged)’라고 하던 것을 ‘영 엘덜리(young elderly)’로 바꿈으로써 단순히 나이 많은 사람 또는 늙은이라는 이미지를 지워냇기 때문이다. 그러다 오늘날에는 ‘시니어 시티즌(senior citizens)’ 또는 연장자라는 의미의 ‘디 엘덜리(the elderly)’라는 호칭을 널리 사용하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예부터 노인이란 호칭을 바꿔 부르는 지혜를 발휘한 나라다. 나이 드신 분들께 순수 우리말 ‘어르신’이라는 표현을 써와서다. 이런 역사를반영이라도 하듯 요즘은 국내에서도 ‘노인’ 대신 ‘어르신’이란 호칭을 사용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두 호칭에는 다른 뉘앙스 차이가 있다. 먼저, 노인을 가리키는 ‘늙을 로(老)’자의 갑골문을 보면, 머리(毛)를 산발하고 허리가 굽은 사람(人)이 지팡이(匕)를 짚고 있는 상형문자다. ‘늙은이’라는 의미가 담겨 부정적이다. 반면 그에 비해 ‘어르신’은,…
가야로 부는 바람 /박권숙 박물관 뜰을 채운 적막을 베틀 삼아 그리움도 열다섯 새 날실로 짜다 보면 사라진 왕국 하나가 펄럭이는 바람결 그 바람 몸을 맡긴 오동꽃 등불 아래 가야금 한 채씩을 품고 선 나무들은 천년을 흐느껴 우는 한 사내를 닮았다 그 울음 휘감고도 남은 바람 한 자락 순장의 와질토기 금 사이로 얼비치는 캄캄한 아니 찬란한 신화 쪽으로 출렁인다 박권숙의 ‘가야로 부는 바람’에는 사라진 역사에 대한 애상이 술회되어 있다. 화자는 가야 박물관의 뜰에서 쓸쓸함을 느낀다. ‘적막을 베틀 삼아’ 짜면서 가야왕국이 바람결에 휘날리는 상상을 한다. 이어서 ‘오동꽃’이 등장하는데, 오동나무는 가야금 울림통의 재료라는 것은 두루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우륵과 연결이 된다. 우륵은 대가야 가실왕과 신라 진흥왕 당시 악사로 특히 음악과 춤을 통합 발전시켰다고 한다. 문명의 흥망성쇠는 세월 앞에 무력한 것을, 시인은 찬란하게 빛났던 인물과 시절을 떠올리며 복원하고 있다. ‘순장의 와질토기 금 사이로 얼비치는’ 표현에서 파악이 가능하다. 그러고 보면 거대한 돌널무덤 아…
자녀의 결혼을 앞둔 부모들은 자녀가 결혼 후 살 집을 마련해주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아파트 값이 급등하고, 전세금 마저 올라 젊은 세대가 돈을 벌어 집을 마련하기는 힘든 세상이 되었다. 부모가 경제적 능력이 있어 집을 사주고자 해도 증여세가 부담이 되고, 자금출처조사가 걱정이다. 직업 또는 연령에 비추어 지나치게 큰 집을 사게 되면 취득자금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가 진행된다. 가뜩이나 취업이 힘든 상황에서 자녀의 그간 받은 소득이 취득한 집 가격에 훨씬 못 미치어 소명이 되지 못하면 꼼짝없이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세금 부담을 가급적 줄이면서 자녀들의 집을 마련하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 자녀와 그 배우자가 각각 급여소득이 있다면 그간 받은 두 사람의 연봉을 바탕으로 공동명의로 한다면 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급여소득의 경우에는 전체 받은 금액에서 납부한 세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모두 자금 출처로 인정받을 수 있다. 취득가액의 20%에 해당하는 금액과 2억원 중 적은 금액에 미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명하지 못하더라도 증여로 추정되지 않는다. 대출금과 전세금도 자금출처로 인정받을 수 있다. 자녀의 그간 받은 소득이 충분하지 않다면 취
정부가 어제 공공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내놨다. 국민이면 어디에 살든 필수의료 서비스를 차별 없이 받도록 공공의료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전국을 70여개 진료권으로 나누고, 진료권마다 필수의료를 책임질 병원을 지정한다. 의료취약지에서 사명감을 갖고 장기간 근무할 공공보건의료 핵심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4년제 국립 공공보건의료대학원도 2022년에 문을 연다. 생명이 걸린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3시간 이내에 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하는 시스템도 갖춘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골든타임을 놓쳐 목숨까지 잃어야 했던 의료취약지역 거주자 입장에서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응급·외상·감염·분만 등 필수의료 서비스는 국민이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기본권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우리는 전 국민 건강보험이 시행되면서 전반적인 의료수준은 높아졌지만, 의료체계가 민간 주도로 흘러가면서 수익성이 낮은 필수의료 서비스는 제대로 공급되지 못했다. 지역 간 의료격차도 심하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때 받았다면 사망을 피할 수 있었던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치료 가능 사망률을 보면 서울(인구 10만명당 45명)보다 충북(57명)이 31%나 높다. 이 격차를 2025년까지…
오는 10일부터 14일까지 제주도에서 국제관함식이 열린다. 이 행사는 우방국 함정과 함께 바다에서 이뤄지는 해상 사열식으로 올해는 14개 국가 12척의 함정이 참가한다. 그런데 이 행사를 앞두고 문제가 생겼다.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욱일승천기(이하 욱일기)를 달고 들어오겠다는 것이다. 욱일기를 단 군함이 국제 관함식에 참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선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엔 욱일기 게양을 막아야 한다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욱일기라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사용했던 깃발이다. 침략전쟁의 상징인 것이다. 일제 침략을 당한 우리나라와 아시아 국가들은 욱일기를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여긴다. 이에 우리나라 외교부와 해군은 우리 외교부는 일본 정부에 욱일기에 대한 한국 국민의 좋지 않은 정서를 감안해 욱일기 대신 자국기인 일장기를 게양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관함식에 욱일기를 달고 참가하겠다는 뜻을 꺾지 않고 있다. 일본 방위상은 “자위함 깃발 게양은 일본 국내법상 의무화돼 있어 당연히 거는 것”이라며 “유엔해양법조약에서도 군대 소속 선박의 국적을 표시하는 외부 표식에 해당한다. 제주관함식에 갈…
최근 청소년들의 자해 인증샷이 SNS상에 넘쳐 관계 당국과 일선 학교는 비상에 걸렸다. 더욱 문제가 심각한 점은 모방을 통한 청소년 자해 인증이 SNS를 타고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자해를 시도해본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추가적으로 자해를 시도하는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지난 7월 18일부터 31일까지 총 2주간 집중적으로 국민참여 자살유해정보 클리닝 활동을 벌인 결과, 총 1만7천338건의 자살유해정보를 신고(전년 대비 43% 증가), 그 중 5천957건(34%)를 삭제 조치하였고 4건의 자살암시글 게시자에 대해 경찰에서 구호조치를 하였다. 발견된 자살유해정보의 내용은 자살 관련 사진·동영상 게재(46.4%), 자살방법 안내(26.3%), 기타 자살조장(14.3%), 동반자살자 모집(8.4%), 독극물 판매(4.6%) 등이었다. 특히, 자살유해정보의 대부분은 SNS(1만 3416건, 77.3%)로 유통되고 있었으며, 자살관련 사진·동영상 게재(8천39건, 46.4%)가 작년(210건)에 비해 무려 3,7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자해사진은 84%(6천808건)로 압도적이었으며, SNS의…
당초 육·해·공군의 날이 따로 있었다. 육군은 국방경비대가 창설된 1946년 1월 15일을, 공군은 육군항공부대에서 공군이 독립한 1949년 10월 1일을, 해군은 초대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손원일 제독 등이 주축이 돼 만든 해방병단( 海防兵團) 결단일인 1945년 11월 11일을 각각 창설기념일로 삼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 마다 기념행사도 달리 치렀다. 그러던 것을 1956년 정부가 하나로 통합했다. 지금의 10월1일을 국군의 날 이다. 한국전쟁 때 낙동강까지 후퇴했던 아군이 반격하며 북진하던 중, 육군 3사단 23연대 3대대가 10월 1일 새벽 양양 부근에서 최초로 38선을 돌파한 것 을 기념한 것이다. 사실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국군의 날 행사는 정권의 권위를 과시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정치적으로 활용된 측면도 강했다. 수천명의 병력이 미사일과탱크 등을 앞세우고 옛 여의도광장에서 열병·분열을 하면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충성을 외치는 모습은 가위 위압적이었다. 또 기념식과 열병식이 끝나면 서울 남대문에서 동대문까지 도보·기계화부대의 퍼레이드가 펼쳐졌는데 행사규모가 클 때는 3만명이 넘는 병력이 동 원돼 한달 이상 야영하면서 훈련을 했다
하늘은 이른 시간부터 연회색 파스텔을 칠하고 있다. 다른 때 같으면 잠시 머물러 사진으로 담고 싶지만 마음이 급하다. 며칠 전 우연한 기회에 존경하는 선생님 안부를 전해 듣게 되었다. 여러 가지로 어렵던 문협에서 마음으로 많이 의지하고 가르침을 받던 선생님께서 병원에 계시다는 소식은 마음 한쪽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교단에서 평생을 바치시고 전원생활을 위해 제자의 주선으로 시골에 오가피 밭이 달린 조그만 집을 장만하셔서 꽃도 키우시고 좋아하는 동물을 기르시며 노후를 자연 속에서 사시고자 솔안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시골 마을로 오셨다. 제자들이 있어 낯설지 않으셨고 또 선생님 내외분께서 워낙 인품이 좋으셔서 금방 적응하시고 동네에서 존경 받으시며 재미있게 지내셨다. 봄이면 냉이를 캐어 국을 끓여도 사진을 올리시고 쑥을 뜯으시며 행복해하셨다. 시골엔 들에 반찬이 가득하다하고 하시며 소녀처럼 좋아하시며 시골살이의 소회를 글로 올리시고 사진을 보내주시며 틈틈이 우리를 지도해 주셨다. 황반변성이라는 안과 질환이 발견되어 서울 집에 머무시며 치료에 전념하시게 되어 자연히 발길이 멀어지셨다. 그래도 이쪽으로 걸음하실 때면 꼭 찾아주시며 정을 주시던 선생님께 전화도 점
품질(品質)이란 제품이 가지고 제공되어야 할 기본적인 기능인 성능을 말한다. 또한 서비스 제공시 고객 요구사항의 충족 수준을 말한다. 제품의 경우 스마트 폰은 통화가 잘되는 것이 품질이 좋을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서비스의 경우는 영화나 음악공연에서 좋은 환경에서 친절한 설명과 안내를 받으면 품질이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품질은 고객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제품에 대한 품질이나 서비스에 대한 품질이외에 인간의 됨됨이를 나타내는 품질이란 용어가 있다. 인간을 평가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지만 우리는 각종 입사시험이나 진급 기준에서 인간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인성을 꼽는다. 즉 인간을 평가 기준이 바로 인품, 인성, 인간의 품질 수준인 것이다. 이는 인간의 품성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으며 인간다움의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이며 바른 품성을 나타내는 인간의 품질인 인품(人品)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도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이 있었다. 이는 ‘몸가짐’, ‘말씨’, ‘글’, ‘판단력’을 말하는 것으로 태도, 품행, 지식,
삼월 /박완호 고양이가 봄을 할퀴자 허공에서 핏물이 흘렀다 꽃이라는 이름의, 붉은 혀를 내밀며 가늘고 긴 모가지들이 천천히 봄을 조율하고 손톱에 찢긴 하늘에서는 나비들이 쏟아져 나왔다 - 박완호 시집 ‘기억을 만난 적 있나요?’ 중에서 이 시를 읽고 있으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깊이 파이는 상처와 거기에서 흐르는 핏물을 감내해야 하겠구나, 식물도 그렇고 동물도 그렇겠구나,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겠구나,’ 라는 말들이 허언(虛言)처럼 느껴진다. ‘차가운 바람과 눈비를 맞지 않고 사람이 어떻게 ‘나’라는 꽃을 피울 수 있겠는가, 라는 말들도 별무소용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이 시에서는, 고리타분한 그딴 허식(虛飾)들은, 꽃과 나비의 생생한 이미지에 흠집만 낼 것 같다. 차라리, 고양이가 할 퀸 봄의 허공에서 흐르는 핏물, 핏물에서 피어나는 꽃! 손톱에 찢긴 하늘에서 쏟아져 나오는 나비들! 이 아름다운 그림들 속에만 머물고 싶어진다. 그저 황홀한 생명에 빠져 잠시나마 감옥 같은 시간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 /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