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인 경우 보통 사람들보다 몸이 급격히 쇠약해진다. 아무리 건강해도 보통 사람들보다 10년은 먼저 늙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나는 지금 60세인데 신체 나이로는 70세쯤 생각해야 한다. 체력이 고갈될 때까지 휠체어를 안타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몇 년 전에 팔을 다쳐 정형외과를 찾았을 때 의사선생님은 이제 목발보다 휠체어를 타시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조언해주신다. 그 이유는 양쪽 팔 인대가 모두 달아 지속적으로 목발을 짚고 다닐 경우 그나마 거동도 못하게 될 상황이 올수도 있다고 한다. 그로 인하여 요즘은 멀지 않은 거리도 휠체어를 자주 이용하게 되고 목발을 짚고 다녔던 예전에 비해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20대 중반에는 계룡산과 용봉산을 오를 만큼 체력이 강했다. 친구들과 산에 올라가도 문제가 없었던 나였다. 쇠를 씹어 먹어도 될 정도로 힘이 넘치던 그때는 장애가 큰 벽이 되지 않았다. 이제 60대가 되고 보니 고관절, 무릎관절 등이 시원찮다. 고관절이 망가지면서 계단을 올라갈 때 힘들다. 고관절의 힘으로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관절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1~2계단만 올라가도 몸의 무리를 느낀다. 앞으로 남은 평생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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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 환자의 치료 체계를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중증도를 기준으로 증세가 가벼운 환자는 별도로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로 격리해 고위험 환자 치료에 집중한다는 방침이 주된 내용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그동안 검토했던 방역 전략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하루 수백명씩 늘어나는 대구·경북 등 전국의 확진자 증가세로 볼 때 불가피한 선택이다. 특히 아직 지역사회에 광범위하게 전파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른 대구·경북 외 지역은 전염병 유입을 차단하는 ‘봉쇄 전략’과 피해 최소화에 방점을 둔 대책이어서 만시지탄이지만 잘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완화 전략’을 일정 기간 더 병행하되 환자가 집중된 대구·경북 지역은 ‘완화 전략’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지역 맞춤형 대응이 가능해져 그나마 다행이다. 대구·경북에서는 확진을 받고도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환자가 자가 격리 중 사망하는 일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수의 확진자를 한 곳에 모아 놓고 관리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우한 거주 한국인을 아산과 진천에 수용했던 때와도 상황이 전혀 다르다. 당시는 인원이 수백명 규모였고, 대부분 환자도 아니었다. 더구나…
‘택시총량제’는 택시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200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택시총량제는 전국을 156개 사업구역으로 나눈 뒤 인구와 택시 대수 등을 고려해 택시 적정 대수를 산출, 이를 지키도록 한 제도다. 택시 감차가 목표인 것이다. 그런데 획일적인 감차정책엔 문제가 있었다. 신도시 등 인구급증 지역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았고, 택시 부족 지역에도 감차 위주의 획일적인 총량제 기준을 적용했다. 이에 지난 2017년 국토교통부가 ‘택시 사업구역별 총량제 지침’을 일부 개정했다. 감차 위주의 획일적인 택시총량제 지침을 지자체가 각자 사정에 맞게 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2019년 2월 택시총량제 산정 시 인구증가율을 적용토록 했던 지침 내용을 삭제했다. 이로 인해 택시 대폭 증차를 요구하는 하남·광주시 주민들의 소망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현실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국토부의 택시 총량 산식(算式)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20일에는 ‘하남-광주 지역 택시부족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으며, 지난달 26일엔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김진일의원(더불어민주당·하남1)이 제34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5분 자유
누군가에게 전화라도 걸고 싶은 저녁. 차에 앉아 휴대폰 연락처를 들여다본다.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 것이 여러 날. 만만하게 전화할만한 이름을 떠올려본다. 몇 명 되지 않는 중에서 퇴근시간이라 망설여지는 몇을 빼고 나면 한 둘 정도만 남는다.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건다. 신호음이 울어도 받지 않는다. 바쁜 시간이니 당연하다. 저무는 하늘 끝으로 시선을 돌린다. 나무가 보인다. 하늘로 뻗은 가지가 허공을 나눈다. 가지와 가지 사이 삼각이나 사각으로 분리된 허공. 그 사이에 걸린 저녁의 채도가 짙다. 이내 나뭇가지와 허공의 경계를 어둠이 흐려 놓는다. 경계가 모호해진다. 심리적인 경계는 보이지 않는다. 타인들이 암묵적으로 설정한 경계가 그렇다. 나만 모르는 경계를 타인들이 공유하면 ‘왕따’가 된다. 그 경계는 성벽처럼 견고하다. 빈틈 하나 없이. 어쩌면 그것은 내가 만든 경계선이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 만든 선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것. 일명 ‘자발적 왕따’라고 하지. 생각해보면 내가 먼저 뒤돌아서고 금을 그어놓은 경우도 있지 않았던가. 환했던 낮은 침몰하는 배처럼 조금씩 어둠에 잠긴다. 나무들도 검은 형상으로 굳어간다. 어느 누가 저 어둠을 말릴
2009년 어느 가을 아침, 6학년 부장교사가 교장실로 뛰어들었다. “신종 플루 때문에 수학여행을 못 가게 됐습니다!” “저런!” “어떻게 하죠?” “아이들 실망이 크겠죠?” “그럼요!” “대책을 세웁시다!” “어떻게요?” “가라면 가고 말라면 말고, 그러면 누가 교육을 어렵다고 하겠어요?” 그날 교사들은 예전에 모스크바의 한 초등학교 아이들이 동유럽 나라를 ‘가상 탐사’하는 여정을 정해 그 나라의 지리와 역사, 문화, 언어, 일상생활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리포트를 작성했더라는 ‘학급여행’ 이야기를 읽고(유네스코 핸드북, 1981), 3일간의 ‘경주 가상여행’을 구상했다. 카페를 개설해서 자료를 모으고 토론회, 가장행렬, 보고서 작성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기로 한 것이다. 아이들은 여행이 취소됐다는 발표에 실망하면서도 이 대안에는 절대적인 지지를 보여주었고 더구나 적극적이었다. 첫째 날, 우선 경주에서 파는 달콤한 빵을 맛
이천시에는 다른 지자체에는 없는 특별한 나눔사업이 있다. 바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출발한 ‘행복한 동행’ 사업이다. 이 사업은 연말연시와 명절시기에 국한하지 않고 연중 수시로 재능기부와 성금품 기탁을 통해 지역사회의 훈훈한 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먼저 2013년 9월 출발한 재능기부에는 현재 493개소의 사업장이 참여해 저소득 주민과 노인, 장애인 등 복지혜택 및 사회활동 제약이 있는 소외계층을 위해 음식, 목욕, 이미용, 수리·수선, 기계·기구 제공, 체험이용 등 다양한 부문에서 정기적으로 재능을 기부하고 있으며, 수시로도 이웃들에게 인정을 기부하고 있다. 재능기부보다 2년이 늦은 2015년 2월 시동을 건 성금품 기탁은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위해 ‘1인 1나눔 계좌(1계좌 1천원)갖기’로 확장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현재까지 3천203명이 22억8천200만원을 기부했다. 이 모금액은 지난해까지 학자금, 교복, 난방비, 에어컨, 보행기, 휠체어 구입 등으로 7억3천700만원이 지원돼 시청의 복지행정시책과 함께 민간자율의 복지사업으로 ‘지역사회 복지 2륜구…
“어디선지 몰래 숨어들어 온/근심, 걱정 때문에/겨우내 몸살이 심했습니다/흰 눈이 채 녹지 않은/내 마음의 산기슭에도/꽃 한송이 피워 내려고/바람은 이토록 오래 부는 것입니까/3월의 바람 속에/보이지 않게 꽃을 피우는/당신이 계시기에/아직은 시린 햇볕으로/희망을 짜는/나의 오늘…/당신을 만나는 길엔/늘상/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살아 있기에 바람이 좋고/바람이 좋아 살아 있는 세상/혼자서 길을 가다 보면/보이지 않게 나를 흔드는/당신이 계시기에/나는 먼 데서도/잠들 수 없는 3월의 바람/어둠의 벼랑 끝에서도/노래로 일어서는 3월의 바람입니다.” 시인 이해인 수녀는 ‘3월의 바람’을 이렇게 노래했다. 아직은 쌀쌀함이 몸을 움추러 들게 하지만 봄을 알린다는 3월이 돌아온 것을 보니 가는 세월은 변함이 없는 모양이다. 며칠 전만 해도 심술을 부린 날씨도 제법 살랑거림을 느끼게 한다. 햇볕도 완연해 3월을 맞는 기분이 과거를 회상케 한다. 모레가 경칩이다. 대지가 아지랑이의 호위를 받으며 활갯짓을 시작하는 시기다. 이럴 때쯤이면 3월의 봄바람은 더욱 봄을 실감나게 해줄 것이다. 3월을 두고 흔히 ‘춘삼월 호시절’이라 말한다. 봄의 경치가 가장 좋은 철이란 얘기다.…
연필이 지우개에게 /신진호 처음 만났던 때가 생각나는군 뽀오얀 피부빛이 눈길을 끌었지 네모이면서 묘한 말랑말랑함도 매력이었어 더구나 그 특유의 풋풋한 향은 내 마음을 사로잡았지 널 만난 뒤로 좋지 않은 기억은 저장되지 않았어 온전한 것만 남도록 네 몸을 문질러 내 잘못을 지워버렸거든 때론 연필깎이 몸단장에 새신랑 같다며 환히 반겨주곤 했지 세월이 강물처럼 느껴지는 날 우리 둘 모두 점점 작아지는 서로의 모습에 너무 안타까워하지 말길 바래 조금씩 닳아져 간다는 것 너와 나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삶을 잘 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잖나 이 친구야 ■ 신진호 1964년 충남 공주 출생으로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졸업. ≪대한문학≫으로 〈억새〉 초회 추천(2017. 가을호), 〈젓가락이 숟가락에게〉 추천완료(2017. 겨울호). 시집: 《젓가락이 숟가락에게》 대한문학작가회, 지송문학회 회원.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세가 꺾일 줄 모르며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졸이게 하는 요즘이다. 필자는 유치원을 갓 졸업한 아이를 집에 데리고 있으면서 숨죽여 뉴스를 보곤 한다. 연일 새로 발표된 확진자 수와 이동 경로를 발표하는 관계자들과 언론인들, 바이러스 검사와 확진자 치료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의료진들을 바라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 와중에도 감동적인 소식을 접하였는데, 극심한 의료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대구로 많은 의료진들이 자원봉사하러 갔다는 것이었다. 또한 대구의 한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는 이들 자원봉사 의료진들을 위해 숙박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했다고 한다. 급박하고 정신없는 소식들이 넘쳐나는 요즘 이들이 시민사회에 베풀어준 따뜻한 마음씨에 감동 되어 필자는 마음이 뭉클해졌다. 문득 누군가에게 베푼 호의가 바이러스 못지않은 전파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미술작가들 중에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전파력을 가지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이들이 있다. 쿠바에서 성장하고 미국에서 활동했던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라는 작가는 79.3㎏ 만큼의 사탕을 전시 공간에 쌓아놓고 관객들에게 사탕을 가져가도록 했다. 전시를 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