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헌협상이 여전히 교착상태다. 최근 원내교섭단체들이 회동을 하고, 개헌 문제와 4월 국회 일정 등을 협의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회동에서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직접 여야 원내대표와 개헌협상에 나설 필요성을 제기했고, 민주당은 불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요구한 데 반해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을 우선 처리하자고 맞서 4월 임시국회 정상화 논의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은 지난 3일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의원내각제적 요소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자체 개헌안을 발표했다. 한국당 개헌안은 대통령이 외교·안보·국방 등 외치(外治)를 담당하고, 국회가 선출하는 총리가 내치(內治)를 맡는 ‘분권 대통령, 책임총리제’를 권력구조로 제시했다. 대신 대통령에게는 국회를 해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한국당 개헌안은 권력구조 면에서 사실상 의원내각제에 가깝다. ‘대통령 4년 연임제와 총리제 현행 유지’를골자로 하는 대통령 발의 개헌안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개헌의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와 개헌안 국민투표 시기에 있어 여야의 입장차가 워낙 커서 국회 차원의 개헌안 마련이…
출장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다. 아내에게 전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쁜 일정이었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 아내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준비했다. 포장된 선물을 보면서 기뻐할 아내의 얼굴을 떠올린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내에게 선물을 보여준다. 그런데 반응이 예상과 전혀 다르다. 고민해서 준비한 선물은 테이블 위에 던져지고 시큰둥한 반응만 돌아온다. 그리고 이런 말이 돌아온다. “누가 선물 사달래? 전화 한 통 하는 게 그렇게 힘들어?”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르겠다. 내가 알지 못하는 외국어로 상대가 이야기하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 그 사람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랑도 마찬가지다. 부부에게 있어서 누군가에게 ‘선물’과 ‘전화 한 통’은 마치 외국어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서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 속에 ‘사랑 그릇’을 갖고 있고, 그것을 채우려는 기본적 욕구를 느낀다. 그 그릇을 누가 채워야 할까? 반드시 배우자가 해야 한다. 만약, 배우자가 내 사랑 그릇을 채워주지 못 한다고 느끼면 그것을 채워줄…
담쟁이의 발 /송은숙 스크럼 짜고 담장을 오르는 와와 푸르게 함성 지르며 기어이 담장을 넘는 간밤 비바람에도 아랑곳없이 더욱 윤기 흐르는 담쟁이들 사이에서 담장을 놓치고 스크럼을 놓치고 뒤집힌 담쟁이를 보았다 치마처럼 펼쳐진 그늘 아래 담쟁이의 발바닥이 보인다 퉁퉁 부어 있다 가만히 만져주고 싶은 저 글썽거리는 멍 - 송은숙 시집 ‘얼음의 역사’ 중에서 담쟁이의 상징은 억척같은 삶과 희망 그리고 생명력이다. 화자는 어느 날 담장을 넘어가는 담쟁이덩굴을 보았다. 최악의 조건인 직벽을 힘겹게 오르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악착같이 기어오르는 담쟁이덩굴 속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우리의 민초들을 본 것이다. 하루 최저 임금을 벌기 위해 물류창고, 미화용역, 공사장 잡부, 식당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하루 연명하는 담쟁이 같이 살아가는 민초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면서 심줄이 툭 튀어나오는 하지정맥증을 보이는 증상에도 일당을 벌기 위해 오늘도 지친 몸 이끌고 작업장으로 나서는 어머니 아버지, 멍든 다리를 가만히 만져주고 싶다. /정겸 시인
사실 풍천(風川)은 지도에 없다. 특정 지명이 아니라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강 하구’를 통칭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민물장어’하면 전북 고창의 ‘풍천장어’를 떠올린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인천강을 끼고 있는 고창이 브랜드를 선점한 덕분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요즘은 어린 실뱀장어를 강에 풀어 키운 양식장어 길러서 판다. 자연산장어는 씨가 말라 잡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워낙 가격이 비싸서다. 풍천에 조차 풍천장어가 없는 요즘이지만 선운사 입구 인천강변에는 식당들이 줄지어 있고, 집집마다 장어 굽는 연기가 여전히 고소히 번진다. 복분자와의 찰떡궁합으로 미식가와 애주가의 사랑을 받고 있는 민물장어에는 비타민A가 소고기의 200배나 들어 있다. 단백질 함량과 칼로리가 높고 불포화지방산이어서 성인병 예방, 허약 체질의 원기회복에도 좋아 찾는 사람이 많아 더욱 그렇다. 여기에는 보신을 갈망하는 마니아들도 포함된다. 바닷장어인 먹장어(곰장어), 붕장어(아나고), 갯장어(하모)도 영양이 풍부하지만 민물장어를 따르지 못한다. 큰 것은 살이 탄탄해서 씹는 맛이 있고 작은 것은 부드러워 좋다. 수요가 많다보니 민물장어는 귀한 몸값을 자랑한다. 완전한 양식이 되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인천시 이관을 둘러싸고 인천시서구발전협의회 등 매립지 주변 주민과 공사 노조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정당 간, 인천시장 출마예정자들 간의 갈등마저 증폭돼 자칫 이번 6.13 지방선거의 쟁점으로도 떠오를 전망이다. 서구발전협의회는 지난달 말 공사의 인천시 이관을 촉구하는 ‘100만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인천시와 서울시·경기도·환경부 등 ‘수도권매립지 4자 협의체’에서 지난 2015년 6월 합의한 공사의 시 이관이 3년이 다 되도록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다. 당시 매립지 사용기한을 사실상 10년 이상 연장하는 대신 시에 매립지 소유권과 공사 관할권을 넘기기로 4개 기관이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현재 매립지 전체 면적의 약 41%에 달하는 665만㎡의 소유권을 서울시·환경부로부터 이양받았다. 나머지는 18%는 공사 이관 시점과 매립지 사용 종료 시점으로 나누어 각각 단계적으로 넘겨받기로 합의했다. 인천시와 서구 주민들이 조속한 이관을 바라는 이유는 이곳에 복합유통시설과 테마파크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사업 예정지를 환경부로부터 넘겨받지 못해 사업에 진척이 없다는 것이다. 매립지 소유권이 속히 인천시에 이관돼야 원
미세먼지만 아니라면 등산하기 좋은 계절이다. 따라서 날씨가 좋은 주말이 되면 광교산이나 관악산 등 수도권 인근 산에는 울긋불긋 봄꽃보다 화려한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로 그야말로 ‘인산(人山)’을 이룬다. 등산은 누구나 큰 돈 들이지 않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국민 스포츠이자 레저로 각광 받고 있다. 게다가 등산을 함으로써 얻게 되는 건강상의 효과도 크다. 신체 근육과 심폐기능이 향상되고 혈액순환을 돕는 유산소 운동으로서 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 성인병을 막아주거나 치료해 준다. 특히 도시 근로자들의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정신건강에 더없이 이롭다. 전문가들은 산이 주는 음이온, 깨끗하고 풍부한 산소와 피톤치드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를 증강시켜 천연 항암제와 자연 항생제의 역할을 한다며 산행을 적극 권장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신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로 ‘정상주’를 꼽는 사람들이 많아 졌다. ‘정상주’는 정상에 오른 걸 기념하는 술 한 잔인데 이제는 등산 관행으로까지 자리 잡았다. 산 정상에서 마시는 한 잔 술은 호연지기,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찬 대자연의 정기(精氣)를 느낄 수 있겠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딱 한잔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주운전처럼
미국 정치학자 스티븐 헤스는 ‘위대한 정치 가문’을 어떻게 가려내는가를 고민한 끝에 일종의 지수를 개발했다. 그는 3가지 항목에 따라 각 가문을 평가했는데, 공직을 차지한 세대 수, 공직을 차지한 인원, 그리고 공직의 중요성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나 대법원장 1명당 10점, 부통령·대법관·하원의장은 각 4점, 그리고 상원의원·주지사는 각 3점 등을 부여했고 추가 인원당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15년 ‘미국의 대표 정치 가문’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에 따르면 대통령 1명, 상원의원 3명, 하원의원 4명, 각료 1명을 배출한 ‘케네디가문’과 아버지(41대)와 아들(43대)이 대통령을 지낸 ‘부시가문’을 제치고 ‘루즈벨트 가문’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되어 있다. 미국처럼 대다수 민주국가에서 정치 가문이 존재한다. 그러나 ‘정치 가문의 형성을 막는 법’을 시행하는 나라도 꽤 있다. 프랑스에서는 나폴레옹 3세 이후 보나파르트 가문의 사람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필리핀은 1987년 ‘국가는 공직에 대한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법으로 규정된 정치 가문의 형성을 막아야 한다’는 조항을 헌법에 명시했다.…
봄꽃 터지는 소리로 거리가 수런하다. 산수유를 시작으로 벚꽃 목련 담벼락 개나리까지 문밖에 나서면 즐거운 비명이 절로 터진다. 방지턱을 비집고 올라온 민들레는 노란 꽃으로 수신호를 보내고 달빛을 받아 더 곱게 빛나는 벚꽃은 깊어진 봄을 더 환하게 밝히고 있다. 꽃놀이를 나섰다. 휘영청 밝은 달빛아래 개화를 시작한 꽃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삼삼오오 꽃놀이를 나선 이들은 순간순간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여념이 없다. 꽃처럼 예쁜 미소와 환한 몸짓과 그리고 사랑의 말들이 꽃과 어우러져 봄을 빚어내고 있다. 꽃 중의 가장 예쁜 꽃은 사람 꽃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아이 셋을 데리고 산책 나온 젊은 부부의 모습이 정겹다. 한 명은 멜빵으로 안고 한 명은 유모차에 태우고 또 한 명은 손잡고 정말이지 고만고만한 아이들이다. 하는 짓이 얼마나 귀엽고 앙증맞은지 노는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요즘은 결혼도 미루고 자식도 하나 낳거나 아니면 자식은 포기하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도 많은데 다둥이 젊은 부부를 보니 믿음이 간다. 부부가 외롭게 커서 힘닿는 만큼 자식을 낳고 싶다고 한다. 여러 자녀들 속에서 자라면 정서적이나 인성적인 면에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자랄…
구름 노블텍스* /고종목 구름을 해체한다 폭 72인치 길이 108인치 크기로 자른 구름 노블텍스 한 장 재단대 위에다 펼친다 옷본을 구름 위에 놓고 각을 뜬다 싹둑싹둑 해체된 구름 노블텍스 위로 바늘이 걸어간다 □각 ▷각 모양으로 불가사리 진달래 분홍 꽃잎 모양을 八자 뜨기 별 뜨기를 한다 풀로 붙이고 시치고 박고 햇살 한 가닥에 조각들을 죽 꿰어 뒤집는다 햇살다리미로 주름 살을 편다 황조롱이 눈알 같은 ◎ 단추를 단다 욱신거리는 구름옷 한 벌 툭툭 털고 일어선다 거울 앞에 입고 서서 단추를 끼운다 망초꽃 피는 여름 길을 줄무늬, 별무늬, 체크무늬 구름이 걸어간다 * 1960~70년대 생산된 양복천의 이름 - 고종목 시집 ‘바늘의 언어’ / 글나무 그에게 있어 바느질이 시를 쓰는 일이고, 시 쓰는 일이 바느질이다. 바늘이 그이고 그가 바늘이다. (오혜정 시인의 시 해설 中 ) 제목을 왜 ‘구름 노블텍스’라고 했을까 생각해봤다. 그냥 양복 천 이름이었겠지만, <노블/‘귀족의, 당당한, 불활성의’. 텍스/섬유나 실의 굵기> 뜻이 그러했다. 시인은 자신이 평생 해온 바느질에 대한 긍지로써,
자사고 외고 탈락자들이 갈 곳을 잃게 돼 점차 이들 학교의 설 자리가 없어질 전망이다. 경기도교육청과 각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부터 이들 학교들이 일반고와의 동시에 선발시험을 치르게 돼 탈락 학생들이 같은 지역 고교에 배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종전 방식처럼 평준화지역 고교로의 배정이 불가능해져 추가모집에 재지원하거나 비평준화 지역 일반고로 가야 한다. 이에 대해 경기도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와 외고들은 평등권 침해와 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자사고 등이 8∼12월 초 입학생을 먼저 뽑은 뒤 일반고와 자율형공립고가 12월부터 이듬해 2월 초까지 입학 전형을 치렀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전문계고교를 제외한 모든 고교들이 후기고교로 분류돼 동시에 입학시험을 치르게 됨으로써 자사고·외고·국제고에 지원한 학생은 일반고와 자율형공립고 지원이 아예 금지된다. 자사고 외고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하면 마땅히 갈 곳을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른바 우선선발권을 폐지시켜 합격 여부가 불확실하다면 아예 일반고를 지원하라는 것이어서 사실상 ‘자사고 죽이기’나 다름없다는 불만이다.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한 일부 시도교육청의 이같은 방침은 정부는 고교 서열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