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8월, 새벽부터 세차게 내리는 비 소리가 잠을 깨워 곤히 자고 있는 마누라를 뒤로 하고 거실로 향했다.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보고는 멍해졌다. ’이00 본인상‘이란 알림장이 카톡으로 날아와 있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아 동명이인으로 착각했지만, 이내 고위급 탈북자였던 이00임을 알았다. 어!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1년 전에 만나고 매월 초면 이모티콘으로 나마 안부를 주고받았기에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생각으로 살았다. ”한 번 연락해야지“ 하는 찰나에 부고장이 마지막 소식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고인과 필자 간에 ‘마음의 접촉지대’가 만들어진 계기는 모대학원 박사과정이었다. 군 출신답게 직선적이고 소탈한 편이어서 북한 현안에 관해 물어보면 성실하게 대답해준다. 실감 있게 북한 상황과 특질을 이해하게 해준 사람이다. 그러기에 경제적으로 도움 주지 못하더라도 정신적으로 나마 남한 생활 중 겪는 고민의 일단이라도 해결해주려 노력했다. 부산지역에 특강 같은 것을 가는 것을 좋아했다. 재북 시절, 인민군이 부산까지 완전히 점령하지 못한 이유가 몹시 궁금했었단다. ”어떻게 생긴 도시인데 우리 인민군이 점령하지 못 했을까?“는 재북시절 풀지 못한 화두였다
북한 핵문제가 대두된 ‘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30여년의 핵 역사를 통찰해 보면 북한 핵문제 해결의 열쇠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그 간 북·미간에는 3차례의 북한 핵 관련 합의가 있었다. 1994년의 제네바 합의, 2005년의 9.19공동성명, 2018년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이 바로 그것이다. 첫 번째 제네바합의 내용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그 대가로 경수로발전소를 북한에 지어 주며, 완공 시 까지 매년 중유 50만 톤을 지원한다는 내용. 미국이 고농축우라늄 추출 의혹제기로 합의를 파기한 2002년은 공사 완료를 약속한 해 인데, 그 때까지의 공사 진척은 36% 정도였다. 두 번째 합의는 9.19공동성명으로 통칭되는 6자회담의 결과물이다. 내용은 북한은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미·북 수교, 경제협력과 대북 에너지 지원, 평화체제 협상 그리고 ‘행동 대 행동 원칙’등을 약속한 것으로, 지금도 합의 약속이 지켜진다면 북한 핵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아주 잘된 합의였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 날 미국 재무부는 마카오의 BDA 은행을 북한 위폐의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하면서 북한 돈 2400만 불이 지불 정지되는 사태를 발생시켰다. 당연히 북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수원화성 안의 한옥이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다. 이는 수원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단법인 화성연구회(이사장 최호운)가 실시한 성내 한옥 전수조사 결과 드러난 것이다. (사)화성연구회는 지난 8월 중순 기존 한옥의 보존을 위해 성내 모든 한옥을 대상으로 현장 방문 모니터링을 실시한 바 있다. 회원들이 조를 짜서 행정동인 행궁동 내의 법정동 마을인 장안동·북수동·매향동·신풍동·남창동·팔달로1·2가·남수동 등 성안 전 지역을 샅샅이 살펴본 결과 상당수의 한옥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수원시 화성사업소는 2009년 수원화성 내 한옥 현황조사를 실시, 보고서를 발행한 바 있다. 당시 현황조사에는 화성 성안에 총 66채의 한옥(양호상태 21채)이 있었다. 그러나 14년이 흐른 2023년 8월 현재는 총 43채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무려 23채, 35%가 사라졌다. 그나마 ‘양호한 상태’의 건물은 13채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한옥들이 철거된 이유는 ‘공공시설을 만들기 위해서’, ‘현대식 일반 건물로 재건축하기 위해서’, ‘헐고 신한옥으로 다시 짓기 위해서’ 등 다양하다. 현재 남아 있는 기존 한옥의 경우 일부는 리모델링해 지속 사용하는 예도 있었
남양주시 하수처리과에서 본지 8월 31일 자 보도(남양주시, 백억 대 하수처리 위탁 “문제없나?”)와 관련, “정확한 사실을 알려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지난 5일 자로 배포했다. 이와 관련, 본지는 그동안 취재 과정에 가졌던 의문이 있는 부분이 있어 묻고자 한다. 시는 “2023년 공공하수처리시설 관리대행 추진 당시 남양주도시공사(이하 공사)는 민간사업자 운영이 끝나는 별내·가운·지금 공공하수처리시설에 이전 배치할 수 있는 운영인력조차 구성돼 있지 않아 관리대행을 맡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지난해 4월 28일 당시 시 상하수도관리센터 소장이 시의회에서 “화도 현대화사업 이후 기존 공사 직원들은 현재 E사에서 관리대행 중인 진접 등 하수처리장 운영이 종료되는 시점에 배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분명히 밝힌 이유는 무엇인가? 만약 시 상하수도관리센터 소장이 시의회에서 이같이 공언할 때 공사의 운영인력 구성 등도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의회에 보고를 했다면, 대행을 맡긴 공사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도 하지 않고 시의회에 보고했다는 지적을 받아야 할 것이다. 반면, 시에서 시의회에 보고한 대로 공사에 맡길 뜻이 있었다면 공사와 협의
올 초부터 금융시장에서는 9월 경제위기설이 거론됐다. 미국의 역대급 금리인상, 좀처럼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는 중국시장의 부진 등 글로벌 경제 상황이 배경이었고, 팬데믹 이후 급증했던 자영업자 대출과 부동산 PF댜출의 만기가 9월에 집중된 것이 직접적인 우려의 출발이었다. 정부는 자영업자 대출의 92%에 대해 2025년 9월까지 만기연장 조치를 했고, 부동산 PF 시장에 대해서도 브릿지론과 PF대출 만기연장을 검토하면서 위기설 진화에 나서고 있다. 적어도 올해 당장 금융위기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제당국은 설명하고 있지만 시장의 우려는 좀체로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출만기 연장 등의 정부 조치는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고 위기의 이월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획재정부는 역대급 세수추계 오류를 범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당국은 그간 2023년도 세수결손액이 40~60조원 대에 이를 것이라 예상했지만, 1∼7월 국세 수입이 217조 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조4000억원이나 덜 들어왔고, 남은 5개월간 상황을 유추해 볼 때 역대급 결손 사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감세정책과 경제회복
이쪽은 노무현 때고, 저쪽은 고이즈미 때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일본은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유하고 있다'는 주장을 과하게 하여 모든 언론이 이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그 어느 날, "고이즈미에게 편지나 한 통 써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답장은 없었다. 최근 한일관계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80%다. 이는 정부여당에 대한 심정적 탄핵을 뜻한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가 결정타지만,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사과와 보상,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군사협력 관계 등 핵심사안들이 상식과 여망을 지나치게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독도에 대해서도 그간 결코 흔들리지 않았던 '단호함과 당연함'이 변질될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취임 이후, 윤석열 정부의 친일 저자세가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20년 가까이 지난 편지 한통을 꺼내 읽으면서, 등장인물들만 바뀌었을 뿐, 한일간의 정치외교는 단 1센티미터도 발전이 없음을 확인하게 된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곱절로 악화되고 퇴보하였다. 고이즈미 총리께! 저는 한국의 서울에 사는 40대 중반의 가장입니다. 제가 선생께 편지를 쓰는 것은 특별한 일입니다. 물론 금지된 일도 아닙니다. 이는
한국의 저출산 및 육아 문제는 심각한 수준의 사회이슈가 된 지 오래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많은 정책을 내놓고 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경제적 지원, 여성의 권리와 사회적 인식개선, 사회적 처우 개선, 가족친화적 정책, 공동육아 시설 확대, 커뮤니티 지원, 신혼부부 주택 특례대출 및 지역 벤처금융 활성화로 저성장·저출산 해소 등 많은 대응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기업 또한 육아 지원을 위해 육아 휴직, 출산지원금, 직장 어린이집 운영 등을 시행하고 있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도록 업무시간을 조정하거나 육아 관련 행사를 지원하는 등 가족친화적인 기업 문화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한 명의 아이가 잘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와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저출산 육아 문제 해결을 위해서 건강지원, 근무환경 개선, 정신건강 지원 등 기업 문화 개선 노력뿐만 아니라 지속적·체계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의 출산율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23년 3월 정부는 저출산 대책을 중요한 국가 의제(議題)로 삼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한국의 젊은 부모들 가운데 많은 수가 육아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다.…
어떤 직업의 좋고 나쁨을 아는 방법은 간단하다. 부모가 직업을 하고 있을 때 자식이 나와 같은 직업이길 바라고 직업을 물려주려고 노력하면 좋은 직업이다. 반대로 자식이 내가 하는 일만큼은 피하기를 바라면 좋지 않은 직업이다. 교사는 어느 축에 속할까.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교사 부모님 밑에서 교사 자녀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교육대학교 동기 중에는 부모님이 선생님이신 분들이 많았다. 나 또한 그렇다. 부모님 세대 때는 교사가 괜찮은 직업군에 속했다. 금전적인 부분은 아닐지라도, 사회적으로 명예로운 직업임에는 분명했다. 교사를 뒤에서는 욕하는 분위기가 있을지언정, 앞에서는 존경하는 척이라도 했었다.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이야기와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공존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어떨까. 교사인 학부모님들 중에 자기 자녀를 교사시키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다. 이런 열악한 직업은 내 대에서 끝내고 싶지, 자식이 나와 같은 일을 하며 고생하는 걸 보고 싶은 사람이 많지는 않을 듯하다. 공부는 꽤 잘해야 하고, 월급은 적게 받으면서, 정신적 스트레스는 많이 받는다. 그나마 참고 버티게 해줬던 연금도 줄어들어서 일
우리 아파트 단지 앞에 또 카페가 들어선다. 크고 작은 게 여러 개 있는데도 몇 평 되지 않는 작은 카페가 들어서니 의아할 따름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동네는 카페 천국이다. 휴일 날 이 카페 저 카페 앞을 지나치다보면 깜짝 놀란다.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동네만의 특징은 아니다. 우리나라 도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건물마다 카페가 하나씩 있고, 그 카페마다 사람들로 꽉 차 있는 모습은 진기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카페 공화국인 셈이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것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농촌 공동체 사회가 붕괴되고 급격하게 산업화·도시화 되면서 삶 자체가 파편화·원자화한 게 큰 이유일 것이다. 이를 테면 상실한 공동체 사회의 서사에 대한 희구가 카페 천국으로 나타난 게 아닌가 한다. 사람들은 카페에서 세상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스스로 서사적 존재임을 새삼 확인하고 안심할 것이다. 공동체 일원으로서 균형 감각을 찾아 이를 삶의 가늠자로 삼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카페는 인문학적으로 매우 소중한 공간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사회화하는 존재인 인간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카페 천국의 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