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독서 /김왕노 서로의 상처를 더듬거나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누구에게나 오래된 독서네. 일터에서 돌아와 곤히 잠든 남편의 가슴에 맺힌 땀을 늙은 아내가 야윈 손으로 가만히 닦아 주는 것도 햇살 속에 앉아 먼저 간 할아버지를 기다려 보는 할머니의 그 잔주름 주름을 조용히 바라보는 것도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한 독서 중 독서이기도 하네. 하루를 마치고 새색시와 새신랑이 부드러운 문자 같은 서로의 몸을 더듬다가 불길처럼 활활 타오르는 것도 독서 중 독서이네. 아내의 아픈 몸을 안마해 주면서 백 년 독서를 맹세하다 병든 문장으로 씌여진 아내여서 눈물 왈칵 쏟아지네. - 김왕노 시집 ‘그리운 파란만장’ / 시작시인선 “난 말미잘의 예민한 촉수가 하늘거릴 때 말미잘이 바다를 읽는다는 것을 안다. 양지바른 곳에 햇살이 가득 고여 출렁일 때 햇살이 오래 양지를 읽는다는 것을 안다. 나무나 풀의 가지런한 잎맥과 그물맥을 쓰다듬다 가는 달빛도 달빛의 독서인 것이다.” ‘e 수원뉴스’에 올라온 〈시인의 말〉 中 첫머리다. 시인의 시선 앞에서는 모두 한 편의 시가 되고 문장이 되어, 사랑도 그러할 것이다.
6월7일 미성년자에게 140차례 성매매시킨 대학생들 ‘집유’에 대한 기사가 올라왔다. 이런 기사는 내가 활동하는 현장에서 무한 반복해서 보고 있지만 사건을 접할 때마다 화가 나고 속이 상하는 감정을 속일 수가 없다. 언제까지 이런 사건을 접해야 하는지 너무 맘이 아프다. 아픈 것은 판사의 판결이다. 판결을 내릴 때 언제나 피해자는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살펴보면 가해자들은 스마트폰 채팅 앱을 이용하여 성매수 남을 모집하여 10대여성 2명을 직접 모텔로 데려다 주면서 성매매 알선을 한 것이다. 더 나아가 10대 2명이 성매매를 하지 않으려고 잠적을 하자 10대여성들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절도범으로 거짓 신고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판사는 ‘범행 수범과 기간 등을 고려해볼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했지만 ‘피의자들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양형의 이유로 이야기 했다. ‘반성과 초범’ 과연 객관적으로 판결을 내렸다고 자신을 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아직도 여성폭력 특히 성매매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한지 판결을 통해서 엿볼
야생 닭이 언제부터 사육되었는지는 정확치 않다. 전문가들은 대략 6∼7 세기경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시조와 설화가 근거다. 예부터 이런 닭을 동서양 모두 신성시 했다. 여명(黎明)을 노래한다고 해서다. 중국에선 태양을 불러내는 신비의 새라 여겼고 페르시아에서도 아침을 알린다며 빛의 심벌로 삼았다. 그러나 ‘닭’하면 역시 세계인이 모두 즐기는 최고의 ‘단백질원’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힌두교와 이슬람교등 종교적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어느 문화권, 어떤 국경도 초월할 정도로 그 위치가 확고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중 우리의 닭은 맛과 영양, 외모에서 그 명성이 매우 높았다. 중국의 후한서에는 마한의 장미계(長尾鷄)는 꼬리가 5척이나 돼 아름답고, 맛 또한 좋다며 극찬한 기록이 있다. 특히 중국의 의학서인 초본류(草本類) 에는 약용으로선 백제 닭이 최고라 적고 있다. 덕분에 사시사철 보양 음식재료로도 많이 사용됐다. 찜, 적, 탕등 종류도 다양하다. 어린 닭의 뱃속에 여러 가지 고명과 향신료를 채우고 백숙한 후 기름을 넣고 다시 삶아 낸 ‘연계찜’을 비롯 궁중음식 ‘승기아탕(
성장 /이시영 바다가 가까워지자 어린 강물은 엄마 손을 더욱 꼭 그러쥔 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거대한 파도의 뱃속으로 뛰어드는 꿈을 꾸다 엄마 손을 아득히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래 잘 가거라 내 아들아. 이제부터는 크고 다른 삶을 살아야 된단다. 엄마 강물은 새벽 강에 시린 몸을 한번 뒤채고는 오리처럼 곧 순한 머리를 돌려 반짝이는 은어들의 길을 따라 산골로 조용히 돌아왔습니다. 요즘은 자녀들에게 과잉보호의 시대라고 합니다. 자식을 하나 둘 밖에 낳지 않으니 지나친 관심과 사랑이라는 허울로 아이들을 점점 나약하게 키우고 있는 현실입니다. 주도적이지 못한 삶, 그러다 보니 어른이 되서도 의존하는 삶의 형태가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동물의 세계에서 보듯이 어미독수리는 새끼독수리에게 먹이를 직접 입에 넣어주지 않고 절벽아래 땅바닥에 놓아두고 다시 하늘로 올라갑니다 새끼들이 날기 위한 훈련을 가르치기 위해서 12번이나 반복했으나 새끼 독수리들은 겁을 먹고 날아오르지를 못하자 어미독수리는 찢어질 듯한 날카로운 소리로 새끼 독수리를 둥지 밖으로 몰아냅니다. 스스로 날아올라 생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강인함을 가르치려는 것입니다. 먹이를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에 반발해 야당이 일제히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후보자의 국회청문보고서 채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국민의당마저 국회 파행에 동조하고 있다.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추 대표의 이같은 발언에 섭섭함을 토로하고 있다.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지만 너무 심했다는 것이다. 추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제보조작 의혹사건과 관련해 박지원 전 대표와 안철수 전 의원이 사전에 몰랐다는 것은 ‘머리자르기’라 규정하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형사 책임은 반드시 수사가 돼야 하고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국민의당은 이와 같은 발언에 추 대표의 사퇴와 민주당의 사과를 계속 요구했다. 또 추 대표 발언의 배후에 청와대의 ‘야당 죽이기’ 음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면서 야 3당 가운데 유일하게 추가경정예산(추경) 심사에 참여했던 국민의당도 국회 보이콧에 동참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추 대표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도 국민의당과는 전략적으로 같이 가야 하는 상황인데 감정을 앞세우면서 전략의 부재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경기도가 서울대 보건대학원과 함께 ‘경기도 인구정책 연구용역 중간보고’를 발표한 바 있었다. 대학졸업 이상의 학력자와 고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자간 혼인과 출산율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진다는 조사결과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세간에는 ‘결혼을 잘하려면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말이 정설처럼 퍼져 있었다.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에 취업을 하고 이른 바 ‘격에 맞는 상대’와 혼인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공부했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이었다. 학력 격차가 그대로 혼인과 출산율 격차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통계로 확인된 것이다. 전기한 도-서울대의 교육 정도에 따른 혼인율과 출산율 조사는 국내 최초로 실시된 것으로써 통계청의 자료 중 2008년~2014년 사이 경기도 내 혼인신고 53만2천206건과 출생신고 82만5천910건을 분석한 것이다. 조사결과 같은 기간 내 남성 혼인건수는 대졸 이상 33만1천475건, 고졸 이하 19만7천804건으로 대졸 이상이 1.67배나 많았다. 여성도 마찬가지여서 대졸 이상이 32만2천871건으로 고졸 이하 20만5천496건보다 1.57배 많았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살펴보면 남녀모두 학력 간 격차는 더 컸다
19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초반에 태어난 700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였다. 베이비붐 세대는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산업화, 민주화의 주역으로서 고속 성장에 힘입어 물질적인 혜택을 누렸던 반면에 세대내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많은 가족을 부양하는 고단한 삶을 감수했다. 이들은 구습(舊習)의 전통을 유지하였던 이전 세대와 글로벌세대로 대변되는 이후 세대 사이에서 위로는 유교적 가치관에 따라 봉양(奉養)하고 아래로는 가진 것을 아낌없이 주면서 위아래 모든 세대를 위하여 희생했던 ‘끼인’ 세대이다. 이전 세대에 비해 결혼과 출산이 늦어진 탓에 퇴직 이후에도 자녀 교육의 부담이 계속되는 것도 베이비붐 세대의 특징이다. 경기연구원의 보고서 ‘新노년층, 신세대인가 신빈곤층인가’에 의하면 베이비붐 세대는 ‘경제적으로는 풍요를 경험한 세대이지만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으로 정작 자신의 노후 준비에는 소홀했던 세대’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은퇴자의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1988년 10인 이상이 근무하는 사업장을 시작으로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하였고, 이후 가입대상을 점차 확대하였다. 국민연금 제도는 18세 이상의 국민이 젊은 시절에 가입하여…
우리나라에는 외국인주민이 171만1천13명인데 그 가운데 54만9천503명이 경기도에 살고 있다고 한다. 무려 32.1%나 된다. 이는 작년 11월14일 행정자치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 조사결과로서 가장 최근의 자료다. 2015년 1월1일 집계된 55만4천160명보다 4천657(0.8%)명이 감소했는데 이는 조사방식 변경 때문이라는 것이다. 외국인주민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은 안산시로 13.8%인 7만5천965명이나 됐다. 이밖에 수원시 5만1천258명(9.3%), 화성시 4만6천136명(8.4%), 시흥시 4만3천295명(7.87%), 부천시 3만2천475명(5.0%) 등이다. 이들에 대한 내국인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경제적으로 기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문화를 가져온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범죄율이 증가한다, 일자리를 빼앗긴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취중 고성방가를 일삼는다’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늘고 있다. 실제로 한국사회과학자료원 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외국인 이주자들이 한국경제에 도움을 준다’는 응답은 2003년에 53.9%였지만 2015년엔 44.9%로 떨어졌다. 또 ‘새로운 아이디어와 문화를 가져
1997년 우리나라 광역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설립한 경기문화재단이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7월3일이 경기문화재단은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를 하고 이어서 경기도민과 예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기념사업을 벌인다. 경기문화재단 창립은 경기도의 문화를 한층 올린 획기적인 일이었다. 해방 이후 분단과 한국전쟁으로 한반도의 역사는 혼란 그 자체였다. 419혁명 이후 5·16쿠데타로 민주주의 발전은 멈추었고, 박정희 정권 시절 산업화가 한반도의 국정기조였다. 경제발전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화로 인하여 당시 문화를 향유하는 것은 사치와도 같았다. 하지만 문화는 경제성장만을 위하여 희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도 문화는 발전할 수 있고 누구든 공유되어야 한다. 20년 전 당시 이인제 경기도지사의 결단으로 만들어진 경기문화재단은 이제 전국 최고의 문화재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창립을 시작으로 전국의 문화재단이 창립되었고, 광역자치단체만이 아니라 기초자치단체 문화재단도 창립될 때 경기문화재단을 벤치마킹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문화예술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온 경기문화재단은 어떤 칭찬을 해도 아깝지가 않다.
운명의 사전적 의미는 숙명과 같은 뜻으로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이 원래부터 정해져 있는 것을 말한다. 세월이 흐르니 말의 뜻이 이해가 된다. 100세에 가까운 노철학자는 50세까지는 삶의 준비이고 청춘은 60세부터 75세까지니까 계속 사고하고 일하며 성장해 나가라고 조언을 한다. 젊은날에는 주어진 환경에 적응을 못하고 좌충우돌하고 분노하며 그속에서 빠져 나오고자 밤잠을 설쳐가며 모든 노력을 다한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로 어느날 갑자기 내려온 수원에서 국제무대로 진출하기까지 개인적인 삶의 소소한 기쁨을 갖을 여유도 없이 오로지 한국전통염색에 대한 연구와 작품활동이 전부였다. 2017년 수원은 이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국제도시를 표방하며 외국에서 방문하고 싶어 하는 도시가 되었다. 국제섬유예술계는 나라별 생활철학을 배경으로 한 문화활동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미술현장이다. 대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가장 멋진 작품 하나로 모든 것을 함축하는 의미를 제공한다. 따라서 멋진 작품은 하나는 그 나라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DMZ과 IT 강국으로 활기찬 대한민국은 치명적 매력을 가진 나라로 보여지기에 창의적인 예술가들에게는 유혹의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