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마중하는 당신의 배려’ 지하철 어떤 좌석의 글, 시(詩) 구절 같은 비유다. 멋진가? 말과 글(다루는 일)이 직업인 사람도 갸우뚱하는 말이라면 보편성은, ‘꽝’일 터. 주위의 몇 사람에게 물었다. 미래를 마중한다?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아기 밴 여성을 위한 자리이니 앉지 마시오.’라야 했다. 공공(公共)의 언어에서 가장 보기 싫은, 저질스런 대목이 바로 저런 있는 체, 유식한 체다. 당신의 높은 교양과 일반의 수준을 착각하지 말 것. 말글은 뜻을 전하려고 있다. 혼자 ‘잘 썼다’며 자위하려는 따위의 글은 우리의 세금 낭비다. 실례되는 짐작이지만 십중팔구, 그 이상은 베낀 글이다. 표절 절도이니 정직성도 ‘꽝’일러라. ‘인문학’이란 단어 자주 본다. ‘인문학의 홍수’인가. 허나 인문학의 첫 계단인 문자(文字)와 문장(文章)을 밝고 확실하게 사용하는 대목은 ‘글쎄요’다. 옆에는 임신한 여성을 나타낸 듯한 추상적인 도안(디자인)이 그려져 있다. 제목은 ‘임신부 배려석’이다. 그런데 열(10)에 넷(4) 이상은 ‘임산부 배려석’이다. 물었다. 임신부와 임산부는 같은가요? 글쎄요, 같겠지요, 몰라요, 오마 참 이상하다. 효과 얻으려면 임신부도 ‘아기 밴…
낙엽이 질 때 가을이 깊어가는구나! 싶었다. 독감예방주사를 맞고 매일 하던 운동들 접은 뒤 산길을 걸었다. 어느 덧 바람은 겨울바람 되어 피부를 자극했다. 세상이 좋아져 옛날 같이 쌀과 연탄걱정이야 덜었다고 하지만, 추위가 닥치면 습관처럼 자본주의에 허기진 서민층과 홀로 사는 사람, 고아원과 양로원 사람들 걱정이 앞선다. 젊은 시절, 태 자리를 뒤로하고 개척정신으로 이곳저곳 헤매며 죽지 않을 만큼 고생을 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피멍이 든 것은 젊은 영혼의 자존심이었다. 그때 만난 책이 『인생의 선용(善用)』이다. 이 책에서 읽은 한 문장 「행실이 사람을 성공시킨다.」는 것. 이것이 내 가슴 근육을 굳건하게 해 주었다. 홀로 살아가며 어찌 서러움이 없었겠는가? 그러나 내가 당하고 겪은 만큼 정신의 면역력이 생기고, 내적으로 강인한 실천력과 지혜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였을까 지금 살고 있는 고장에서 아이들 낳아 교육시키며, 평생 우러를 스승을 만나 인문학적으로 보람 있는 삶을 일궈왔다. 덕분에 평생교육원이나 인재육성개발원에서 강의할 때는 ‘인생의 삼대(三大) 만남’을 유머 있게 말하면서 생각의 눈을 달리하도록 한다. 만남의 첫 번째는 부모와의…
살다 보면 이러 저러한 이유로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주거나 또는 빌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부모 형제 간에도 그럴 수 있고, 친구나 사업상 관계로 금전 거래를 하기도 한다. 이자를 받기도 하고 사정상 무이자로 빌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금전거래도 엄연한 경제적 거래이고 이 과정에서 이자라는 소득이 발생하므로 세금 이슈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오늘은 금전 거래와 관련된 세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금전 거래는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여러 종류의 세금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여기서는 개인간의 거래에 국한하여 소득세와 증여세 부분만 살펴보겠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대외적으로 대금업을 표방하지 아니한(사업으로 금전대여업을 영위하지 않는) 거주자가 금전대여로 얻은 이익을 ‘비영업대금이익’이라고 하며, 빌려간 사람으로부터 원본을 초과하여 지급받는 금액을 이자소득으로 정의한다. 회수한 금액은 이자 · 원금의 순서로 회수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소득의 귀속 시기와 관련하여서는 약정서상의 지급일로 하고 있고, 약정이 없거나 그 이전에 지급하는 경우 수입시기는 실제 지급일로 한다. 이러한 비영업대금이익은 2천만원까지 분리과세가 적용되는 은행 등으로부터 지급받는 금융소득
1990년대 초 탈냉전 이후 미국 일극의 시대가 되자 미국은 세계화를 추진하였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와 자유무역을 전 세계로 확장함으로써 세계를 단일 시장으로 통합하고 미국이 그 중심에 서고자 하였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자 세계화에 역행하는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다. 9.11 사태, 세계 금융위기, 중국의 부상,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 전쟁 등. 왜 세상은 미국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가? 21세기는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시대라고 한다. 그는 플라톤 이후 2천 년 서양철학을 본질주의에 입각한 “동일성 철학”이라고 비판하고, 본질 뒤에 감춰진 현실 세계의 참모습을 긍정하는 “차이의 철학”을 주장하였다. 동일성 철학은 뿌리를 중심으로 줄기, 가지, 잎으로 분화하는 “수목형” 사유를 기반으로 한다. 수목형 사유는 모든 존재하는 것들에 수직적 위계적 질서를 부여한다. 그 중심은 뿌리, 즉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보편적 진리인 본질, 실체, 이념 등이다, 줄기, 가지, 잎 등 차이는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 차이의 철학은 뿌리, 즉 중심이 없이 수평으로 접속, 연결하는 “리좀형” 사유를 토대로 한다. 리좀이란 감자처럼 줄기가 땅속에서 뻗어나가는 땅속줄기 식물을 말
함흥시는 동해안에 위치한 평양 다음으로 큰 지방도시이다. 해방 후 함흥의 자연 지리적 환경과 화학산업 특성으로 주목을 받아 성장한 도시이다. 함흥 동쪽에 위치한 흥남은 일제시기 생겨난 당시 세계적 규모의 흥남비료공장이 있다. 식의주 문제가 급했기에 김일성은 함흥을 ‘노동계급’의 도시로 만들려 했다. 1990년 이전까지 특별한 주목을 받았고, 지금도 여전히 함흥은 식의주 문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소도시를 지향하는 체제의 특성상 함흥-흥남이 백만이 넘는 대도시로 된 것은 이례적이다. 함경남도 소재지이며 크고 작은 공장 기업소가 몰려 있다. 함흥시 중심에서 조금 벗어나면 벼와 강냉이 밭이 무연하고, 나지막한 곳에는 사과 배를 심은 과수원이 있다. 과수원에는 특히 사과나무가 많다. 수확한 국광사과는 껍질이 두꺼워 움에 저장한다. 봄에 먹으면 사과 향기의 아삭한 맛은 표현할 길 없이 좋다. 홍옥은 껍질이 얇기 때문에 가을에 수확해 저장하지 않고 바로 소비해야 한다. 남쪽처럼 알알이 종이를 씌우는 수고는 없다. 수확하는 시기가 있기 때문에 종사자 아닌 사람들이 일손을 돕는다. 크고 작은 사과들이 가득히 쌓여 있는 곳에서 분류해 차에 실어 식품회사나 과일가게에 가져
시월의 의미 이맘때 쯤이면 라디오에서 자주 흘러나오는 노래가 있다. ‘잊혀진 계절’과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이다. 유행처럼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것이 대중가요인데 10월이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이렇게 ‘잊혀진 계절’은 시작한다. 헤어진 연인의 애절한 노래이다. 10월은 수확과 추수의 계절이고, 나뭇잎도 붉게 물드는 자연의 시간이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넉넉해지기도 하고 감상에 젖고 애잔해 지기도 하는 계절이다. 이 푸르른 가을 아침에 올해 아니 지난 몇 달 사이에 벌어진 일들도 잊히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우리는 공동체에 살고 있다 삶은 공동체적 생활이다. 이곳에는 사람이 있고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며 살아가는 공간이다. 타인의 삶이 곧 나의 삶이다. 타인의 불행과 사고가 곧 나의 불행과 사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인생의 경험칙이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애처롭게 여기는 마음인 측은지심(惻隱之心)과 서로의 처지와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태도는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들의 정서적 공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상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ie
‘스몸비’는 2015년 독일에서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를 합친 말인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흡사 좀비처럼 보인다 해서 만들어졌다. 실제로 스마트폰은 삶의 일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해 줄 뿐 만 아니라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서도 스마트폰만 한 제품이 없다. 스마트폰은 식당에서 가족들이 편안한 식사를 즐기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다. 식사를 하고 있는 어른들 곁에는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가 있고 그 덕에 어른들은 마음 놓고 식사를 한다. 이러한 모습은 인종과 국경을 초월해서 똑같다. 예전에 외국의 한 휴양지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주문을 한 후 기다리고 있었는데 모든 좌석의 손님들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그들은 가족, 부부, 또는 연인임에 틀림없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고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이 걷거나 의자에 앉아 있을 때만 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개인적으로 억울한 경우가 있었는데, 운전 중 신호대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주의해서 살펴보면, 짧은 신호대기 시간에도…
넷플릭스는 2016년 국내에 상륙한지 10년도 안돼 게임체인저가 되었다.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OTT는 이미 지상파를 비롯한 전통적 방송의 대체재로 자리매김 했다. 더글로리나 오징어게임을 보며 우리는 K콘텐츠에 환호하고 자부심을 느낀다. 190개국 글로벌 시청자를 대상으로 K콘텐츠는 대한민국과 우리 기업의 신인도를 상승시켰다. CNN에 따르면 한국의 여권(패스포트)파워는 전세계2위라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를 산업내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막대해지는 영향력에 이젠 무서움마저 생긴다. 넷플릭스로 말미암아 한국 드라마는 정형화된 패턴을 깼다.광고를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지상파의 드라마 작법에서 벗어나 드라마가 자유로와졌다. 정해진 시간에 최대 노출을 꾀하는 지상파와는 달리 넷플릭스는 화제성 높은 드라마로 신규가입자를 확보해야한다. 소재가 제약에서 벗어나 오징어게임 같은 생존 서바이벌이나 좀비물도 제작되었다. 광고를 의식안해도 되자 16부작의 틀이 무너지며 스토리에 따라 가장 적절한 횟수로 제작되었다. 킹덤은 6회,스위트홈 10회,수리남 6회 등. 광고운행에 따라 80분 편성에 72분 제작이라는 어쩔수 없는 회당 길이도 그 회의 특성에 맞게 변했다. 드라마의 블록버스터화
한 강의에서 강사가 물었다. “수용한다는 것과 포기한다는 것이 마음의 상태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어느 수강생이 답한다. “수용은 끌어안고 품는 것이고 포기는 밀쳐내는 느낌이에요.” “그렇죠. 수용은 상황이 어떠하든지 간에 나는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의 상태예요. 포기는, 아 모르겠다. 신경 안 쓸란다. 그런 느낌이고요. 수용과 포기는 의식의 상태가 매우 달라요. 수용은 수행을 통해서 의식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상태예요.” 머릿속으로는 익숙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 수용이라는 개념. 실제로는, 수용했다고 용서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포기했던 건 아닐까. 강사가 말을 잇는다. “저희 클리닉을 방문하는 여성의 70%가 크고 작은 성폭력을 경험했어요. 오랫동안 아버지나 친척 등에게 어렸을 때부터 당했던 내담자들도 있고요. 그들에게 수용하라고 하면 잘 되겠어요. 어떻게 이야기해도 공감이 안 되고. 치유를 위한 철저한 수용은 수용하려고 끊임없는 수행하는 노력하는 과정이에요. 할 수 있는 가능한 것들을 다 해봤을 때 그래도 잘 안될 때 그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철저한 수용’의 개념을 대중화한 타라 브랙은 이 개념을 두 개 날개로 설명한다. 한쪽 날개는 마
지역마다 가을 행사 한마당이다. 경기도에서도 수원, 포천, 연천, 파주, 남양주, 용인, 안산 가릴 것 없이 문화축제가 소복하게 열렸다. 해 저문 때, 레이저 불빛과 불꽃놀이를 보다보면 가을 밤하늘은 멋스럽다. 여름 내내 지쳐있던 감성이 살포시 살아난다. 음악, 미술, 공연, 특산물 축제는 이념 논쟁으로 불편했던 심기에 활력제로 작용했다. 불경기라고 난리지만, 문화축제기간 만큼은 행복하다. 시민들에겐 무형의 보물과 같은 존재다. 더욱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빛나는 수원의 ‘2023 힐링폴링 수원화성’ ‘수원화성미디어아트’ ‘수원문화제’ ‘정조대왕 능행차’ 4개 행사는 경기도민의 힐링에 압권이다. 우리 조상의 지적(知的) 활동에 따른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성문과 성곽의 조형물에 레이저로 구현하는 미디어 쇼는 시민에게 파토스를 제공했다. 아쉬운 건, 청각적 연출이다. 귀로 듣는 울림은 그다지 강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옥에 티다. 흥으로 치면 한국인의 신바람은 세계 제일이 아니던가. 케이팝 위상에 비해 지역축제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변변치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11월 중에 개최되는 화성시의 ‘생생우리음악축제’는 그나마 음악을 좋아하고 청각적 언어가 발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