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집은 詩다 /이성이 시 붙잡고 끙끙대고 있는데 뭐가 움직인다 신경 쓰여 돋보기를 끼고 보니 개미다 제 몸보다 몇 십 배 큰 과자부스러기를 짊어진 건지 미는 건지 끙- 끙- 내 눈 속으로 들어온다 순간, 아팠던가 신경이 개미집 가는 미로처럼 느껴졌던가 갑자기 쿵! 소리가 난다 개미가 짐을 부리며 하는 말 - 어쩔라고, 이 양반 오늘도 공쳤군 가슴이 뜨끔한데 새끼들이 식탁에 둘러앉으며 마악 웃는 중이다 참 아득한 풍경이었다 그 詩의 집 - 이성이 시집 ‘갈비뼈가 부러진 포옹’/ 손과손 수많은 생각의 조각조각들이 모여서 한 편의 시를 이룬다. 깨알같이 작은 개미 같은 생각의 조각들이 미로 같은 신경 줄을 지나서 끙끙대며 완성을 향해 가는 것이다. 그것은 때로는 무거운 짐을 배겨내지도 못하면서 일단 짊어지고부터 보는 詩作의 시간이다. 깨알 같은 생각들과 과자 부스러기 같은 달콤한 문장들이 미로를 헤매다가 시 한 편을 짓게 되고, 그 빚어놓음에 젖어서 스스로 아득해 있을 때 새끼들이 식탁에 둘러앉으며 하루의 완성을 알린다. 詩의 집에서 따끈따끈한 詩가 김을 올리며 차려지고 있는 것이다. 시인이 꿈꾸는 풍경, 시인이 참 아득하다고 하는, 새끼들
경기 연정(聯政)의 주요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 산하기관의 통폐합 및 구조조정이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9월 6일 ‘경기도 출연기관의 통폐합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도 이미 의결했다. 당시 조례안은 경기도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가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을,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 경기영어마을을 각각 흡수 통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의 관리권한을 수원시에 넘기고 대신 경기도문화의전당 부지의 수원시 소유지분을 경기도로 넘겨받는 조건도 담겨 있다. 이들 5개 기관이 통폐합되면 도 산하기관은 24개에서 21개로 줄어든다. 당초 15~17개로 줄이려던 목표치였지만 해당기관의 반발로 상당히 후퇴한 것이다. 연정(聯政)의 주요과제였다지만 남경필 지사의 새누리당 탈당으로 이 자체가 시들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데다 통합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진통이 뒤따르고 있다. 경기도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을 통합해 내년 1월 출범할 경기경제과학진흥원도 통합절차나 방법 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오히려 통합 전보다 인력과 예산이 더 비대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양 기관의 성격상 애초부터 통
경기도 무상급식 조례가 지난 16일 도의회에서 통과됐다. 발의된 지 무려 2년10개월 여 만이다. 상정된 조례안 명칭은 ‘경기도 친환경 학교급식 등 지원 조례안’이다. ‘무상급식’ 대신 ‘학교급식’으로 용어가 바뀌긴 했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 조례가 통과됨으로써 앞으로 매년 도지사가 친환경학교급식 지원계획을 수립, 초·중학교 급식경비를 교육감이나 시장·군수에게 지원하게 된다. 아울러 친환경학교급식 실태조사 등을 위해 교육감과 협력해 경기도 통합급식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친환경학교급식지원심의위원회도 구성·운영하게 된다. 이 조례가 상정돼 통과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2011년부터 ‘학교 무상급식’ 예산항목의 신설을 놓고 도의회 다수당인 민주당과 도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당시 민주당 고영인 대표는 “무상급식은 시대의 흐름이다. 재정이 어려운 시ㆍ군에서도 50~70%를 지원한다”며 당시 도지사의 결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김문수 지사는 “학교급식은 교육청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기본 생각”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지난 2014년 2월에도 도의회 민주당은 같은 내용의 ‘경기도 친환경무상급식 등 학교급식 지원 조례안’을 발의했지만 새누
매주 토요일 광화문광장이 촛불로 뒤덮인다. 사상 최초로 청와대 100m 앞인 효자치안센터까지 집회행진이 허용되었다. ‘어디까지 집회행진이 허용되는가’라는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효자동 주민센터와 효자치안센터는 커다란 관심의 대상이다. 이 두 곳은 경복궁의 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이 일대는 우리에게 ‘서촌’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오늘은 겨울의 추위도 날려버릴 촛불집회의 현장인 서촌으로 기행을 떠나보자. 서촌에는 조선시대부터 많은 문학인과 예술인들이 거주했던 곳이다.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서촌기행은 경복궁역에서 마을버스 9번을 타고 종점까지 이동해 수성동계곡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종점에 다다르면 커피와 생수를 하나 사들고 수성동 계곡을 오른다. 수성동계곡은 조선시대에도 여름에 선비들이 즐겨 찾았던 곳으로, 선비들은 이곳에서 탁족회(濯足會)를 하면서 휴양을 즐겼다. 그렇지만 수성동계곡은 무엇보다도 겸재 정선의 산수화 ‘수성동’에 등장해 더 유명하다. 시대가 변하고 주변에 주택이 들어서면서 정선의 그림 속 풍경과는 동일하지는 않지만 장대석을 두 개 맞댄 돌다리는 정선의 그림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8차 촛불집회가 지난 17일 서울 도심과 전국 곳곳에서 또 열렸다. 이에 맞서 보수단체들은 탄핵 반대집회를 열었다. 이른바 ‘맞불집회’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공범처벌·적폐청산의 날 집회를 열었다. 헌재에 신속한 탄핵안 처리를 요구하고, 황교안 권한대행 퇴진도 요구했다. 이에 맞서 해병대전우회 등 50여 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소속 회원은 같은 날 오전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앞 삼일대로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탄핵심판 청구기각”을 주장했다. 마치 진보와 보수 진영이 충돌하는 느낌이다. 각자의 입장에서 주장할 얘기가 다르다고 하지만 지금 우리가 이러고 있을 때인가를 생각하면 정말 답답하다 못해 화가 치민다. 지금처럼 어려운 난국에서 해묵은 보수 대 진보의 이념싸움을 한다면 국익에 이로울 게 없다. 이미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특검이 시작됐고, 국회에서 통과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가 주말에도 헌법재판관들은 자료를 검토하는 중이다. 신속한 탄핵안 처리를 요구하고, 한쪽에서는 탄핵기각을 요구한다. 이는
고(故) 오주석은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단원 김홍도-조선적인, 너무나 조선적인 화가’ 등의 책을 펴내 100만 독자들에게 옛 그림의 풍미를 알게해 준 대표적인 미술사학자다. 특히 1999년 초판을 인쇄한 불세출의 명저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은 대중이 읽기 쉽도록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을 고아한 문체로 기술해 아직도 책을 찾는 이들의 손길이 끊이지 않는다. 또 ‘단원 김홍도-조선적인, 너무나 조선적인 화가’와 같은 책은 학문적으로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의 저작들은 한국의 그림을 이해하려는 외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되고 있다. 그는 생전에 ‘옛 그림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것도 옛 선인들의 마음가짐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우방 전 경주박물관장이 “오주석은 그림도 알고 한문도 알고 역사도 아는 몇 안 되는 미술사학자였다”고 평가했듯이 그는 단원 김홍도와 조선 시대 그림을 가장 잘 이해한 미술사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오주석 만큼 김홍도 연구에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은 드물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그는 2005년 만 49세, 한창 연구와 저술에 힘쓸 아까운 나이로 세
하늘 가득 날아 내리는 첫눈을 보고서야 베란다 화분을 불러들이기로 했다. 여름내 훌쩍 키를 키운 파키라 넓은 잎, 산세베리아 두툼한 허리, 벤자민 고무나무 자잘한 이파리까지. 여린 화분 겨울준비를 하고 마주한 따끈한 꽃차에서 마당 한쪽 흐드러지게 피고 지던 어린 날 그 꽃밭, 향기가 났다. 울퉁불퉁한 돌 몇 개로 나누어진 화단과 마당의 경계선 사이로 속살거리는 채송화, 까만 씨앗이 도톰했던 봉선화, 혼자서도 예쁜 백일홍까지. 봄 꽃에 이어 여름 꽃, 가을 꽃으로 터져 오르던 향긋한 기억. 그렇게 철따라 꽃은 달라졌고 향기도 느낌도 많이 달랐었다. 마치 사람의 꽃처럼 말이다. 어린 날의 꿈 많은 봄꽃을 거쳐 혈기왕성한 청년기의 여름 꽃에 이어 결과물 풍성한 가을 장년기를 거쳐 마침내 슬며시 욕심을 내려놓을 줄 아는 절절이 가슴 따스해져야 피우는 노년기의 그 겨울 꽃까지 말이다. 사람의 겨울 꽃, 그 꽃을 나는 ‘고령화(花)’라 칭하고 싶다. 숱한 봄, 여름, 가을의 뜨거운 시간들 다 가슴에 품은 채 뭉긋한 향기 피울 줄 아는 그 말없음의 꽃. 그 어떤 꽃보다 사랑이라는 거름이 필요한, 그래서 함께 피우면 더 좋은 꽃. 마지막 생의 열정을…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13.1%로 고령화 사회이며, 2017년이면 14%이상의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 속도의 심각성은 저출산 현상과 맞물려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로 떨어지면 초저출산 사회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는 2001년 1.3명 이하로 떨어진 뒤 15년째 초저출산 사회를 유지중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대책으로 80조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이미 만성적 저출산 국가가 돼버린 상황에서 반등이 쉽지 않다. 이렇게 아이를 낳게 하기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시선으로 인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미혼모들의 이야기이다. 한국에서 미혼모 지원의 기반을 마련한 것은 리차드 보아스 박사로, 그는 한국에서 딸을 입양하였다. 딸을 키우면서 입양재단을 설립하고 국제입양을 원하는 미국의 가정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등 국제입양의 옹호자가 되었다. 하지만 2006년 10월 딸의 모국인…
로마인들이 세계최고 ’목욕광‘ 이었다. 얼마나 목욕을 좋아했는지, 당시 로마제국의 최전선이었던 영국에도 대형 목욕탕을 짓고 전쟁 중인 군인들이 목욕을 즐겼을 정도다. 로마에는 아직도 크고 작은 목욕장은 물론 미술관, 도서관, 분수, 수영장까지 갖췄었다는 호화 ‘카라칼라’ 목욕장이 지금도 남아있다. 이곳에서 귀족들은 호사의 극치를 이루는 목욕을 했고, 정치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로마는 목욕탕 때문에 망했다”는 그 유명한 교훈을 남겼다. 목욕하면 일본도 빠지지 않는다. 예부터 온천이 많은 까닭이다. 일본의 목욕 문화는 로마와 달리 국민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몸을 덥혀 땀을 내고 노폐물을 걸러내는 건식 목욕을 즐겼던 우리나라도 결코 이에 뒤지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한증막(汗蒸幕)’ 이란 것이 있다. 장작으로 뜨겁게 데운 황토온돌방 위에 솔잎을 깔고 그 위에서 땀을 빼는 공간인 한증막은 요즘으로 치면 건식 사우나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서민들의 건강을 챙기는데 기여해 왔다. 특히 황토에서 좋은 효능이 나온다는 것을 간파한 세종은 궁중에 한증소를 설치해 고혈압 등 난치병 환자들이 이용토록 했다. 이후 지방 곳곳에 한증막을 세우고 농
우포 여자 /권갑하 설렘도 미련도 없이 질펀하게 드러누운 그렇게 오지랖 넓은 여자는 본적이 없다 비취빛 그리움마저 개구리밥에 묻어버린 본 적이 없다 그토록 숲이 우거진 여자 일억 오천만년 단 하루도 마르지 않은 마음도 어쩌지 못할 원시의 촉촉함이여 생살 찢고 솟아오르는 가시연 붉은 꽃대 나이마저 잊어버린 침잠의 세월이래도 말조개 뽀글거리고 장구애비 헐떡인다 누가 알리 저 늪 속 같은 여자의 마음 물옥잠 생이가래 물풀 마름 드렁허리 제 안을 정화시켜온 눈물 보기나 했으리 칠십만 평 우포 여자는 오늘도 순산이다 쇠물닭 홰 친 자리 물병아리 쏟아지고 안개빛 자궁 속에는 삿대 젓는 목선 한 척 우포는 경남 창녕에 있는 늪지이다. 시인은 우포를 질펀하면서 오지랖 넓은 여자로 그려내고 있다. 그녀는 ‘단 하루도 마르지 않은’ 촉촉함을 간직한 여자다. 그 속을 알 수 없지만 세상의 모든 걱정과 근심들을 말없이 안아줄 수도 있는 그런 여자. 꼭 우리네 어머니 같은, 그러니 범인의 눈으로는 그 몸속에 품고 있는 눈물을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