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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7

                                               /김명서



내가 사육하고 있는

아이콘 코드 7

0 또는 1 같은 기계어밖에 몰랐다


사랑이란 단어에 접속하고부터 꽃의 몸짓으로 말하게 되었고 애벌레의 말도 구름의 말도 알아듣게 되었다


그때 균열을 예측했어야 했다

단잠을 내려놓고 거리를 헤매다 돌아온 듯

밤이슬 젖은 발자국

모니터 바깥으로 흘러내린다


내가 쓰다 남긴 아날로그 사랑이라도 복사해주고 싶은데 그의 조급증이 먼 계단을 오르고 있다


혹시

직계조상이 자기 연민에 빠져 자멸한 최초의 사이보그 아니었을까

- 김명서 시집 ‘야만의 사육제’중에서

 



 

‘사랑해’라는 말이 먼저인가 사랑이라는 느낌이 먼저인가. 사랑한다는 고백을 한 순간 사랑이 시작되는 건 아니다. 사랑이라는 느낌은 고백 이전의 일이었고 꽃과 애벌레와 자연의 언어를 알아듣게 되는 신기한 마술이었다. 고백이란 형식을 갖추고 사랑받는 사람의 결정에 나를 온전히 맡길 수밖에 없었다. 사랑받는 사람이 승자이고 절대의 갑이었기 때문이다. 나와 너의 소통이 이뤄져야 비로소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아날로그 사랑을 잊은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랑을 사육할 수 있다. 최초의 사이보그, 복사해주고 싶은 사랑, 코드와 연결된 세계가 정말 오랜 된 우리의 조상일까. /김명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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