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진 먹거리 가격 인상 등 서민들과 밀접하게 관련된 생활물가 상승이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 사이에서 국정 혼란에 따른 권력 공백기를 틈타 업체들이 가격을 기습적으로 올리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이 최우선 과제로까지 떠오르는 실정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라면, 맥주, 치킨, 햄버거 등 서민들이 즐겨 먹는 식품 가격이 줄줄이 올랐고, 대통령 선거 전날인 8일에도 사이다와 콜라 등 음료 가격이 뛰었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날 2년 4개월만에 칠성사이다, 펩시콜라, 밀키스, 레쓰비, 실론티, 솔의눈, 핫식스 등 7개 제품의 편의점 판매가격을 평균 7.5% 인상했다.
이번 인상은 편의점에 우선 적용됐으며, 향후 대형마트 등 다른 유통망에서도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칠성음료 측은 설탕, 과당, 캔 등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유류비, 물류비 등의 상승을 인상 요인으로 꼽았다.
앞서 지난해 11월 코카콜라는 코카콜라와 환타 출고가를 평균 5% 상향 조정했고, 오비맥주는 카스, 카프리 등 주요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6% 올렸다. 하이트진로도 하이트와 맥스 등 맥주 제품 출고가를 평균 6.33% 인상했다.
삼양식품는 지난 1일부터 삼양라면, 짜짜로니 등 주요 브랜드 제품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5.4% 인상했고, 농심도 지난해 12월 12개 브랜드의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5.5% 올렸다.
치킨전문점 브랜드 BBQ는 지난 1일 10개 품목의 가격을 품목별로 8.6~12.5% 인상했다.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들도 올 들어 가격을 올렸다.
차(茶) 음료 전문 브랜드 공차코리아, 커피전문점 탐앤탐스 등이 가격을 인상했으며, 패스트푸드로는 1월에 맥도날드가, 2월에는 버거킹이 가격을 올렸다.
그 외 자연별곡,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매드포갈릭 등 주요 패밀리 레스토랑들도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에 가격을 각각 인상했다.
공공재인 도시가스 요금도 천연가스 도입가격이 오름에 따라 지난 1일부터 1MJ(가스사용열량단위)당 14.69원에서 15.14원으로 3.1% 인상됐으며, 도시가스 요금 연동제를 적용하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열 사용요금도 2.4% 올랐다.
주부 이모(58·화성)씨는 “자주 먹는 제품 몇 개만 사도 1만원은 우습게 넘어버린다”며 “솔직히 수입은 변한 게 없는데, 물가만 올라 지출만 늘고 있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라고 토로했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올 초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생활물가 점검, 현장점검 강화 등을 통해 불합리한 인상을 억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항상 식언(食言)에 그쳤다”며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생활물가를 중심으로 한 물가안정 대책을 최우선 과제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