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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터지면 ‘안전 호들갑’… 시간 지나도 ‘대책 제자리’

지하철 공사장 폭발… 철거 중 건물 무너지고…크레인 부러지고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후진국형 인재 사고 잇따라 사망 사고 여전
취약시설 점검 구호만 요란…지진 대비 설비도 제대로 구축 못해

 

대한민국 ‘안전 불감증’ 현재 진행형

‘세월호’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꿈꾸는 5천만 국민의 염원이 담긴 범사회적 대명사가 된지 오래다.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로부터 정확히 1157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무책임한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 해경의 무력한 대처, 대통령의 부재 등 일부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부덕의 소치로 인해 수백여 명의 무고한 국민이 안타까운 희생을 치러야만 했다.

대한민국 안전 관리의 총제적 부실을 여실히 보여준 그날 이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잇따라 국가적 차원의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3년여의 시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국민들은 여전히 국가를 신뢰하지 못하고, 대한민국의 안전 불감증은 현재 진행형으로 머물러 있다.

이에 대한민국이 잊지 말아야 할 그날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미래의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새로운 제도적 장치와 이에 따른 시민 의식의 변화를 살펴본다.



■ ‘4·16 세월호 참사’…1157일을 돌아보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인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맹골수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사고 당시 일부 방송사들의 ‘전원 구조’ 오보를 접하고 안도를 토하던 국민들에게 곧이어 전해진 수백여 명의 인명 피해 사실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사고로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만이 생존, 304명의 사망자 및 실종자가 발생했다.

더욱이 세월호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4명이 함께 탑승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후 일곱 달 동안 수색 작업이 진행됐지만 미수습자 9명은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어둡고 차가운 바닷속에서 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2015년 8월 세월호 인양 준비 작업을 개시한 이래 1년 8개월 만이자 참사 당일로부터 1092일이 지난 4월 11일 국내 최대 규모의 여객선인 세월호가 성공적으로 인양되면서 단원고 고창석 교사와 조은화·허다윤 양, 이영숙 씨 등 미수습자 4명은 마침내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단원고 남현철·박영인 군과 양승진 교사, 권재근·혁규 부자 등 미수습자 5명은 여전히 차갑고 어두운 바닷속에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


 

 

 


■ 세월호 참사 이후 계속되는 인재 사고…‘참담’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후진국형 인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안전불감증으로 들끓기 시작한다.

지난해 6월 남양주시 진접선 지하철 공사 도중 지하 15m 현장에서 강력한 폭발과 함께 대형 붕괴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4명이 숨지고 1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데 이어 지난달 22일에는 다산 신도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크레인이 부러져 근로자 3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치는 등 총체적 안전 관리 부실이 빚어낸 참사가 발생했다.

또 올해 1월에는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져 인부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다음 달인 2월 화성 동탄 신도시 메타폴리스 부속 상가 3층 뽀로로 파크가 있던 점포에서 화재가 일어나 철거업체 소장 등 4명이 목숨을 잃고 47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어진 3월에는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누전으로 인한 대형 화재가 발생, 260여 개의 좌판과 점포를 태우기도 했다.

안전불감증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깊이 뿌리박혀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새로워진 안전 관리 대책…‘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분산된 재난대응 체계를 통합하고자 국민안전처를 신설하고 안전 관리 제도를 대폭 개선하는 등 국가적 차원의 재난 대응에 나섰다.

먼저 재난 안전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지자체 재난관리 전담조직을 신설(17개 시·도)하고, 자연재해·화재·교통사고 등 7대 분야별 안전등급을 공개하는 지역 안전지수와 재난·교통·맞춤 안전 등 8대 분야 생활주변 안전정보를 지도로 표출하는 생활안전지도 공개를 통해 각 지자체의 안전 관리 책임성을 강화했다.

이어 국민들이 생활 속 위해 요소를 직접 신고할 수 있는 안전신문고 앱과 포털을 구축하는 등 안전신고 활성화를 통해 안전문화 의식 확산에 기여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또 매년 2~4월에 민관합동으로 안전 관리 시설을 점검하는 국가 안전 대진단을 실시하고, 평상시에는 지하철이나 요양병원 등 21개 분야의 안전 관리 취약시설을 대상으로 표본 점검과 안전감찰관 제도를 운영하는 등 안전점검 체계 확립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중앙대책안전본부와 지역대책본부, 종합상황실 등 지진을 감지하고 대응해야 할 기관들이 내진 설계나 지진 대비 설비조차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는 등 실제 재난 관리 업무에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난 5일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조직개편안에 따라 국민안전처를 폐지, 기존 안전처의 기능을 행정자치부로 통합하고 명칭 또한 ‘행정안전부’로 변경될 전망이다.

이로써 새 정부는 차관급 기관인 재난안전관리본부를 별도로 설치해 인사와 예산의 독립성을 부여하는 한편, 재난 관련 기관 간 원활한 협의를 위해 재난안전조정관직 제도를 신설하기로 하는 등 안전 국가 실현을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해 귀추가 주목된다.



■ 안전불감증 만연… ‘안전국가 실현은 정부의 몫?’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연안여객선 안전 관리 혁신대책’을 발표하는 등 안전 관리의 지도 감독 체계를 개편하고 나섰지만 현재까지도 안전불감증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선박에 탑승할 수 있는 최대 인원 수용치를 넘어선 상태로 무리하게 운항을 개시한 화물선 7척과 승선 초과 운항을 상습적으로 지시한 선박회사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입건된데 이어, 최근 해경이 선박 화물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전국 항만에서 무자격 화물 적재 검수·검량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른 25개 업체 101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안전불감증 사례가 만연하면서 일각에서는 국민 체감 안전도가 차라리 절망에 가깝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안산에 거주하는 장모(33)씨는 “최근 어수선한 국가 분위기 속에 재난 수준의 안전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세월호 이후 정부에서 다양한 안전 대책을 내놨다지만 개인으로서는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국민 생활과 근접한 실효적 안전 장치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안전한 사회는 국가 혼자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 모두가 안전 의식을 제고해 함께 만들어가야만 진정한 안전 국가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홍민기자 wal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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