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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지휘봉을 놓치다

 

지휘봉을 놓치다

                                           /김연성

하루하루 흘러간다

저녁은 또 잘도 온다

흔들리는 것에도 이젠 익숙하다

눈에는 장미의 가시

가슴에는 잿빛 석양

흉곽을 뚫고 지나가는 패배감도 이젠 정겹다

내가 언제 무엇 하나 지시한 적 있었던가

단 한 번이라도

내가 누구에게 명령한 적 있었던가

잡지도 못한 지휘봉, 자꾸

마음 끝에서 미끄러진다

형체 없는 치욕이 내 안에 떠다니고 있다

생의 지휘봉을 놓쳤다

나는, 벌써!

- 시집 ‘발령났다’


 

시인은 자기 몫의 생을 살아가지만 그 생을 들추는 이, 또는 예견하며 아파하는 이,라 해야 하나? 우리는 주어진 삶을 그냥 터벅터벅 걸을 수밖에 없는 나그네인가? 엊그제 봄인가 했는데 어느새 가을이 깊고 있다. 아무 의미도 없이 그저 습관적으로 흘러간 날들이여. 눈 뜬 아침인가 하면 어느새 저녁이 되고 마는 하루하루여. 그러다 보니 눈에는 장미 가시가, 가슴에는 잿빛 석양이 깃들어 있는 이런 패배감은 인간의 보편적 감성일 것이다. 다만 시인은 떠밀려 가는 삶의 물살에서 간과한 자기 성찰의 요소를 재빨리 캐치한 것이다. 여기서 지휘봉은 주체적 삶을 살아내지 못한 회한의 매개체일 것이다. 직장인으로서 가장으로서 때로는 자식으로서의 도리로 한 번도 지휘봉을 잡아보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살아온 이 땅의 수많은 가장의 심경을 대변했다 할 것이다. 숙연하다. /이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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