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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칭찬의 덫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찍어주던 칭찬 도장이 생각난다. ‘참 잘했어요’라는 원 모양의 스탬프 도장이다. 숙제를 해도 일기를 꼬박꼬박 써 내도 도장을 찍어줬다. 이 도장을 받으려고 선생님이 내 주는 과제물을 열심히 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이 점점 시들해졌다. 이 도장이 내 노력을 칭찬하는 느낌이 없었다. 요즘 말로 영혼 없이 찍어주는 도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요즘도 주변 선생님들 중에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 칭찬 도장으로 보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모양도 내용도 그 옛날 도장과 똑같다. 하지만 내가 경험 했던 것처럼, 아이들은 선생님의 칭찬 도장은 진정성이 없다고 느낀다.

학생들에게 칭찬을 해 주는 것은 중요한 교육 수단이다. 칭찬이 능력을 발휘하는 힘이 된다. 특히 학생들은 또래끼리 경쟁하면서 많이 지쳐있다. 힘겨운 입시의 관문도 지나야 하고, 먼 미래에 취업을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까지 받고 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은 위축되어 있고, 사회적 시스템에 적응을 못해 방황하게 된다. 심지어 경쟁에서 일찍 밀리는 아이들은 낙담해서 일탈을 하게 된다. 그나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칭찬이나 격려다. 이것이 있어야 지치지 않고 함께 갈 수 있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칭찬을 하며 독려한다.

칭찬은 자신의 긍정적인 면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도 도전 의지를 갖게 한다. 이로 인해 문제 해결 능력을 증진 시키는 효과도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엄청난 성과를 창출하는 경우도 칭찬의 힘으로 된다. 칭찬을 받게 되면, 자신이 하는 일에 더 몰두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결과도 탁월해진다.

문제는 잘한 것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칭찬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이 당연히 해야 할 몫에 칭찬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잘 한 것은 맞지만, 그것은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이런 일에 칭찬을 받는다면 나중에 당연히 해야 할 일도 소홀히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그러다보면 사람들은 나태하고 이기적으로 변한다.

칭찬의 교육적 효과를 기대한다면 노력한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가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한 편의 글을 썼을 때, 글의 논거를 적절히 썼다거나, 구성이 좋았다라고 말한다. 토론을 할 때도 예상되는 반론을 차단했다는 구체적인 칭찬을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감을 얻고 자기 성장에 대한 기대를 갖는다. 막연하게 결과만을 칭찬하는 것은 평가자의 위치에서 내린 결정처럼 느껴진다. 이 판단 과정은 오직 긴장감만 가중시키기 때문에 학생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생들을 자극하고 동기를 부여하고 싶다면 자기 가치에 대해 적절한 인정을 해주는 칭찬을 해야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진술이 대중에게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이끌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아이들에게 칭찬하는 교육을 많이 한다. 좋은 현상이다. 칭찬을 받고 자란 아이는 용기를 갖고 높은 자존감을 유지한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이 칭찬만 받는다면 무리한 도전을 하지 않는다. 그저 얌전한 노력으로 지금보다 나은 결과만 얻으려고 한다. 칭찬만 받겠다는 마음가짐은 새로운 문제를 만나 변화하는 것보다 안정을 취하겠다는 욕심의 밭을 일구는 꼴이다. 이런 사람은 더 이상의 발전이 없고, 점점 쇠퇴의 길로 가게 된다.

성장기 학생들에게는 칭찬 대신에 결점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결점은 비난이 아니다.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디딤돌이다. 배우는 사람이라면 결점을 만났을 때 능숙하게 맞서는 열정을 품어야 한다. 결점을 알았다는 것은 자신을 통찰할 수 있는 선물이 온 것이다. 결점을 극복하려고 노력할 때 삶의 주체로서의 자기를 확립하게 된다. 위대한 영혼으로 역사에 길이 남는 예술가도 학자도 결점을 났을 때 가슴이 뛰었다. 그들은 결점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진취적 기상을 품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기억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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