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태국 여성 B씨와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만나 2018년 결혼했지만, B씨가 작년부터 연락 두절됨에 따라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B씨가 지난달 태국으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하고 소송 서류를 B씨 태국 집으로 송달하려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태국행 국제우편물 접수가 중지된 상황이다.
이혼 서류가 상대방에게 송달되지 않아 A씨는 당분간 이혼 절차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
양말 수출 사업을 하는 C씨는 베트남 유통업자 D씨에게 양말 납품 대금 5천만원을 받지 못하자 서울중앙지법에 반환 소송을 내 승소했다.
C씨는 승소 판결을 근거로 D씨의 한국 내 건물을 경매로 넘겨 물품대금을 되돌려 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판결도 양측 당사자에게 모두 송달돼 확정돼야만 강제 집행 효력이 발생한다. 때문에 C씨도 베트남으로의 국제 우편물 배송이 정상화될 때까지 마음을 졸이며 판결문 송달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국제 소송 서류의 송달이 지연·중단됨에 따라 국제민사사법 공조도 타격을 받고 있다.
소송 당사자가 해외에 거주할 경우 법원은 ‘국제민사사법공조 등에 관한 예규’에 따라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실을 통해 해외로 소송 서류를 송달한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항공편 축소 영향 등으로 우정사업본부 국제우편물 접수 금지·지연이 속출하면서 법원행정처에서 수신·발신하는 국제 소송 서류가 잇따라 보류되고 있다.
기본적인 절차인 서류 송달이 사실상 마비되며 국제 소송 소요 시간도 평소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실은 지난 12일 법원 내부 게시판인 ‘코트넷’에 “국제민사사법 공조 업무 지연이 초래되고 있으며 코로나19 확산 여하에 따라 이 같은 지연 상황은 더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각 재판부는 이런 상황을 참작해 기일 지정 등에 있어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둬달라”고 요청했다.
여러 시도에도 불구하고 외국으로의 송달이 불가할 경우 공시송달(소송 서류 등을 법원 게시판 등에 게시하면 소송 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 등을 활용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은 각 재판부에 있다.
코로나19는 민사 재판뿐 아니라 국제 수사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캄보이다 마약왕’으로 불리는 50대 한국인 마약 판매상은 작년 말 태국에서 체포됐지만 태국 당국이 수용자들의 국경 이동을 금지하면서 국내로의 송환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송환되는 대로 인천지검에서 수사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때문에 국내에 송환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철기자 jc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