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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소설이란 무엇인가

 

느닷없이 소설이 여러 날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국회에서 한 의원의 발언을 듣던 한 장관이 ‘소설 쓰고’ 있다고 했다. 이 장관의 말에 대해 한 소설가 단체가 항의성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에 대해 네티즌들은 ‘소설이 너희들 것이냐’는 댓글을 달았다. 뒤이어 다른 한 의원이 그 장관을 향해 ‘소설 잘 읽었다’고 했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성명을 발표했던 소설가단체를 향해 이번에는 왜 성명을 발표하지 않느냐고 힐난했다.

 

소설을 둘러싼 이 느닷없는 소란은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소설이란 무엇인가?

 

그 의원으로서야 쓰기가 쉽지 않은 소설까지 한 편 썼다고 한 장관의 말에 불쾌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한 문학단체가 왜 발끈했을까. 소설이 아닌 것을 소설이라고 해서 소설가들의 명예를 손상시켰다고 여긴 것이다. 그 소설가 단체는 허구를 통해 진실을 추구하는 서사 장르가 소설인데 이 장관이 터무니없는 거짓말,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소설로 격상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소설가단체의 성명에 가장 발끈해야 할 사람은 ‘소설을 쓰고’ 있는 것으로 지목당한 의원이었을까, 아니면 그 의원을 향해 ‘소설을 쓰고’ 있다고 한 장관일까.

 

서사창작은 3단계에 걸쳐 이루어진다. 1단계는 이야기의 질서화다. 복잡하고 무질서한 이야기를 질서 있게 만드는 단계다. 2단계는 생략과 강조다. 작가가 생각하는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필요한 사실은 최대한 강조하고, 자신의 의도와 어긋나는 부분은 최대한 줄인다. 이렇게 진행되는 2단계까지는 소설과 논픽션이 다르지 않다.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도 같다. 논픽션과 다큐멘터리 작가들도 소설가나 드라마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자기가 하고 싶은 부분은 최대한 강조하고 자기가 하는 이야기에 불리한 부분은 축소하거나 생략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비윤리라고 할 수 없다.

 

문제는 서사창작의 3단계다. 자신의 목적에 따라 이야기를 질서화하고, 생략과 강조를 해도 부족할 느낄 때, 논픽션 작가와 다큐멘터리 작가는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기자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자신의 의도를 위해 생략과 강조를 넘어 허구까지 동원하면 명백한 비윤리가 되며 기레기가 된다.

 

러나 소설가와 드라마작가는 다르다. 그들은 논픽션작가나 기자와 달리 ‘허구’를 동원할 특권을 지니고 있다. 표면에 드러난 사실만 가지고 이면의 진실까지 보여주기 어렵고, 미학적 구조가 불완전하다고 여길 때, 작가들은 ‘허구’를 동원한다. 그러나 소설이나 드라마와 같은 서사예술에서 ‘허구’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이 아니라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여야 하고, 반드시 진실에 복무해야 한다. 이 소설가단체의 성명에 가장 얼굴이 달아올라야 할 사람은 사과를 요구받은 장관이 아닌 그 의원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장관의 사과를 요구하는 이유가 그 의원이 한 ‘터무니없는 거짓말,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감히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가공한 그럴법한 ‘소설’이라고 참칭한 데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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