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성매매 계약을 통한 자발적 매춘부'라고 주장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을 두고 하버드대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하버드대 교내 신문인 '하버드 크림슨'(The Harvard Crimson)은 7일(현지시간)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국제적 논란이 일고 있으며, 학계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많은 역사학자와 법률학자는 그의 주장이 잘못됐고, 논문 역시 근거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카터 에커트 하버드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경험적, 역사적, 도덕적으로 엄청나게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동료인 앤드루 고든 하버드 역사학과 교수와 함께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비판할 저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1990년대 시카고 대학에서 램지어 교수의 수업을 들었다고 밝힌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교수도 "충격을 받았다"면서 "(해당 논문은) 근거 자료가 부실하고 학문적으로도 얼빠진 논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램지어 교수는 전후 사정이나 실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념적으로 잘못 이해한 채 쓰였다"고 덧붙였다.
노아 펠드먼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역시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펠드먼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보면 (일본군과 위안부 여성의) 경제적 관계는 우리가 보통 '노예제'라고 부르는 상황에 매우 가깝다"라며, 소작 계약과 비교하면서 "이러한 관계는 기관과 사람 사이에서 거대한 힘의 차이로 착취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위안부는 '매춘부'의 완곡한 일본식 번역이라면서 일본제국 육군의 '성 노예(sex slavery)'로 강요된 여성과 소녀들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 한인 학생들도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비판하며 탄원서를 통해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버드대 로스쿨 한인 학생회(KAHLS)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인권 침해·전쟁 범죄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 성명은 미국 전역의 법대 학생 800명의 서명을 받았다.
하버드대 학부 한인 유학생회(KISA)도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비판하고 그의 사과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대학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 같은 학생들의 반발에 램지어 교수는 "로스쿨 학생들의 책무"라며 "해당 논문에 대해 그들과 기꺼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는 (위안부) 관련 연구를 할 의도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램지어 교수는 조선·일본인 위안부가 모두 자발적 매춘부라고 규정한 논문을 공개해 파장이 일었다. 그는 논문을 통해 위안부 여성이 당시 '계약'을 맺었고, 납치돼 매춘을 강요받은 '성 노예'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 경기신문 = 배덕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