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6 (토)

  • 구름많음동두천 22.0℃
  • 구름많음강릉 27.0℃
  • 구름많음서울 23.3℃
  • 흐림대전 24.2℃
  • 구름많음대구 26.9℃
  • 흐림울산 27.0℃
  • 구름조금광주 26.2℃
  • 맑음부산 22.4℃
  • 구름많음고창 26.2℃
  • 맑음제주 26.1℃
  • 흐림강화 20.2℃
  • 흐림보은 21.6℃
  • 흐림금산 23.3℃
  • 맑음강진군 25.0℃
  • 구름많음경주시 25.1℃
  • 구름많음거제 23.4℃
기상청 제공

[우희종의 '생명이 답이다']생명 잃은 진보, 보수가 되다

 

생명은 살아있다는 것이고, 살아있다는 것은 고통을 느끼며, 주변과의 열린 관계를 통해 자신을 유지하고 또한 쉬임없이 진화하는 존재를 의미한다. 고통에 대한 감수성과 더불어 자기만의 가치에 닫혀 진화하지 않는 개체나 단체, 사회는 생명을 다한 것이며, 이는 사상과 이념, 가치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

 

현실에서 크고 작은 개선을 통해 기존 체제를 강화하고 안정시킴으로써 사회 발전을 꾀하는 보수와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지향점을 향해 기존 체제의 해체도 마다하지 않으며 진화해가는 진보라는 두 날개는 살아있는 사회를 위해 모두 필요하다.

 

촛불의 무혈 혁명 이후 문재인 정부와 지난 21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에 기대했던 진보 인사들은 노동 문제를 포함해 빠른 사회 개혁이 진행되지 않다 보니 실망을 표시한다. 이들은 민주당 주류를 이루고 있는 70-80년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이제 기득권이 되어 사회 개혁보다는 정치 권력 놀음이라는 구태 정치를 한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친일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일제 점령 이후 100여년에 걸쳐 형성된 친일 기득권 세력이 만든 사회 구조는 물론, 그런 조직 문화에 길들여진 ‘늘공’들의 저항을 선출이나 임명직인 ‘어공’에 불과한 청와대나 고위 공직자들이 단 2-3년 만에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기대이자 착각이다.

 

또한 국내 진보 인사들의 결정적인 착각은 친일과 군사독재의 후예인 정당을 보수정당으로, 여당인 민주당을 진보정당으로 생각하는 데에 있다. ‘국민의힘당’으로 거론되는 전자는 보수당이 아니며, 단지 자신들의 100여년 기득권 유지를 위한 정당 형태의 민족 착취집단이다. 반면 민주당은 그 주장과 행보를 볼 때 사회 기본 가치에 치중하는 합리적 보수정당에 가깝다. ‘국민의힘’당은 역사에서 사라져야 할 집단이지, 보수정당이 아니기에 그들을 보수정당이라고 인정하는 순간 상대적으로 민주당이 진보정당으로 자리 잡게 되어 사회 현안을 진보적으로 해결할 진보정당의 자리는 사라진다. 정작 보수의 민주당과 서로 견제하며 때로 도와가면서 사회 발전에 기여할 건강한 진보정당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셈이다.

 

구로공단 여성 노동자와 해외 파견 노동자에 의지하던 시절에서부터 OECD 국가이자 올해 6월 있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초청국이 된 지금, 우리 사회를 한 걸음 더 도약할 수 있는 가치를 제시하면서 사회를 이끌 진보정당은 어디 있는가? 21세기 우리 사회의 비극은 다양해진 우리 사회를 이끌 진보정당이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과거 군사독재 시절 구로 여공이나 전태일 열사로 상징되던 70-80년대의 절실했던 노동만이 여전히 유일한 진보적 가치인가? 그것이 과연 많은 이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 부동산 폭등이나 사교육과 학력 세습 문제보다 더 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사안인가? 자본주의가 빚어낸 인류세로 인한 생태계 문제나 사회 성평등 문제에 있어서 국내 진보는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 노동이라 하더라도 진보가 말하는 노동은 외국인 노동자도 품는가? 요즘 노동을 말하는 진보는 이미 현장의 노동력이 아니라 관념화된 노동에 빠진 듯하다.

 

노동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되, 사회 변화에 따른 다양한 분야의 진보 가치를 품고 내부 모순을 되돌아보지 않는다면 70-80년대 가치와 틀 속에 갇힌 꼴통 진보이자, 요즘 젊은이들 표현에 따르면 ‘틀딱’ 진보다. 변화된 사회보다는 자신들의 관심사에 집중하는, 진보의 허울을 쓴 또 다른 보수집단이다.

 

국민들과 함께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낼 당당한 진보정당 구축은 커녕 여당에 불평불만이나 하소연이나 하는 집단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합리적 보수와 함께 할 진화된 국내 진보정당이 절실하다, 사회를 위해 열려있는 생명 정치가 필요한 이유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