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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으로 장학금 돌려막기… 신입생 모시기 전쟁

[존폐 기로 수도권 대학 ②] 학과 통폐합 등 눈물의 생존기
정시 면접 모범답안 쥐어주고 학교 통폐합 등 자구책 다채
“학교별 주먹구구식 대안은 부작용 커… 재정지원 기반한 정부차원 대책 필요”

 

학령인구 감소에 코로나19 장기화까지 겹쳐 사실상 폐교 수순을 밟고 있는 지방대들은 “수도권 대학 정원을 줄여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교육부의 각종 지원 정책에도 입시생들은 소위 ‘인 서울’만 바라보며 수도권으로 몰린다는 것이다. 정말일까. 수도권 대학들의 실상을 경기신문이 자세히 들여다 봤다. [편집자 주]

 

지난 1월 루터대학교 홈페이지엔 2021학년도 신입생 정시모집 요강과 함께 같은 날 올라온 게시글이 하나 더 있다. 정시모집 면접고사 예상 질문과 모범답안이다. 학교 측은 “우리 대학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면접에 부담을 느낄까 싶어 샘플 답안을 제작해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루터대학교의 지난해 정시 등록률은 56.7%, 2019년엔 63.6%였다.

 

서울캠퍼스를 하나 더 가진 경기대학교는 코로나19 사태에도 아랑곳없이 서울 고등학교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입시 설명회를 열고 있다. 설명회를 신청하지 않은 학교에는 홍보책자와 설명자료를 배포하는 등 학교를 알리는데 주력 중이다. 학교 관계자는 “재작년, 지난해에 비해 입학생이 계속 줄고 있어, 코로나19 시국이긴해도 홍보활동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립 한경대와 한국복지대는 아예 통합하기로 했다. 두 대학은 지난 1월 ‘대학 통합 합의서’를 교육부에 제출하고 오는 27일, 5월 초 현장평가 등을 기다리고 있다. 통합 합의안이 성사되면 두 곳은 1 대학 2 캠퍼스 18개 학부로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과가 한경대로 편입되는 등 학부개편도 이뤄진다. 대학 관계자는 “모두가 어려운 때에 학교 경쟁력을 높이고, 고등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본지 취재 결과 수도권 대학들의 신입생 유치 사투는 여느 지방대 못지않았다. 학교 관계자들은 “특히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 대학들은 학생 수가 그나마 많은 서울지역 수험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은 지방대보다 오히려 심한 편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눈물겨운 대학별 자구책은 때때로 부작용을 초래한다. 학교 통·폐합 등은 교직원 고용불안으로 이어진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2018년 발간한 ‘대학구조개편에 따른 문제와 입법적 대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재정적 압박 속에서 대학 간 경쟁 심화와 신입생 유치 경쟁에 내몰린 각 대학은 학과 통폐합 등에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직원들은 일방적 임금삭감이나 체불, 전공과 관련 없는 학과 배치, 실직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

 

이 밖에 학과 통합 등 구조조정을 놓고도 학과를 지키려는 학생, 교수들의 반발도 존재한다.

 

등록금으로 받은 돈을 대부분 다시 장학금으로 학생들에게 돌려주기도 한다. 전 학기 등록금을 다음 학기 장학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신입생 등록을 유지하기에, 학교 재정난이 나아지지 않는 악순환을 겪는 것이다.

 

대학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떠안고도 온갖 방법을 강구해 신입생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3년마다 열리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 평가’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신입생 충원율 등은 대학 역량평가에서 지원 대학과 부실 대학을 가르는 항목이다. 대학은 신입생 모집에 목숨 걸 수밖에 없다.

 

(사)대학교육연구소는 이와 관련해 “전체 대학 정원 감축이 해결책”이라며 “지방대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학도 필요하다. 법정 기준에도 못 미치는 교육여건으로 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수도권 대학이 상당수며, 이들 대학에는 세칭 ‘일류대학’이라 불리는 서울 대규모 대학도 포함되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학생 수 감소가 대학 재정 수입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체 대학의 정원 감축을 유도하고, 재정지원 확대를 통한 교육여건 개선도 도모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 경기신문 = 노해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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