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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색] 집단주의(集團主義)와 개인주의(個人主義)

 

 

과거 남북 간 교류가 활발해지기 시작하던 시절(2001년), 남북장관급 회담에 참여했던 북한 통전부(노동당 대남사업 기구) 인사와의 대화에서 내가 깨달았던 한 가지 사실은 내 인식의 틀을 바꾸지 않고는 북한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

 

서울 도착 첫날밤, 북에서 채널이 하나밖에 없는 TV를 대하다 수십 개 채널의 남한 TV를 대하면서 쉬이 잠을 이룰 수 없었던 북측 R선생은 다음 날 아침에 충혈된 눈을 비비며 나에게 말을 건다. 주제가 은행털이 강도 얘기인 오락영화를 보았는가본데, “야! 긴데, 혼자 다 갖겠다고 끝내는 친구도 죽이누만! 사람 욕심이란 참...”.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가 보다.

 

비록 영화지만 말로만 듣던 자본주의 현실을 직접 대하다 보니 앞에 있는 남조선 사람인 나도 인간으로 잘 보이지 않는 듯하다. 국가와 사회를 위한 희생봉사, 친구와의 의리를 생명처럼 여기는 집단주의적 가치관이 체화된 그에게, “영화 덴 뭘 그래!” 나의 쉬운 대답이 수긍될 리 없다. 그의 흥분한 모습을 통해 나도 회담 기간 내내 잠을 설치며 북에 대한 내 그릇된 선입관을 생각하게 했고 이후 나의 사고체계는 근본적으로 변하게 된다. 역지사지의 사고 나아가 우리보다 저들이 더 인간적이고 풍부한 삶을 누리는 측면도 없지 않다는 사실의 인정이었다.

 

모든 주의(主義)라는 이데올로기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갖고 있다. 우리는 북한사회의 집단주의적 가치를 체제대결 상황 속에서 상대방을 비판하기 위한 방편으로, 독재를 위한 수단으로써의 동원 문화, 개인의 기본 인권이 무시되는 사회의 전범(典範)으로 북한을 지칭하는데 너무 익숙해져 집단주의는 나쁘다는 단순논리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인간은 집단적 존재(사회적 동물)로서 사회 안에서만 자신의 가치를 실현해 나갈 수 있는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다. 우리 한민족의 반만년 역사 속의 수많은 외침 속에서도 민족의 명맥을 유지해온 동력 중 하나는 두레, 향약, 품앗이 같은 집단적 가치를 존중한 민족 전통이었다고 필자는 믿고 있다.

 

집단성은 존중해야 할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또한 천부인권(天賦人權) 사상이 의미하는 대로 개인의 인권 가치를 중히 여기는 개인주의 역시 보호되어야 할 중요한 가치다. 다만 개인성의 지나친 강조가 이기주의로 흘러 사회를 타락시키는 일은 방지해야 할 것이다.

 

6·25 전쟁 후 그 어렵던 시절에도 가정생활이나 이웃 간의 풋풋한 사랑 속에 웃음이 넘쳤던 시절과 지금의 풍요 속에서도 이기적 욕심 탓에 존비속 살해라는 상상하기도 싫은 일들이 비일비재해 가는 현실을 비교해 보면 개인주의라는 가치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 마지막 남은 10개월, 남북 간 만남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할 것이다. 꼭 다시 만남의 자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남북 간 교류협력의 확대 속에 북한의 집단적 가치의 본질을 이해하면서 남한의 개인적 가치, 인권과 행복추구권이 폭넓게 보장되는, 두 가치의 조화로운 연합속에 아름다운 남북사회 공동체가 이루어져 세계문화를 선도하는 한민족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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