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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갑질사회 上] 욕설은 기본, 심부름에 폭행까지

사회적으로 만연한 갑질…근로관계에만 국한되지 않아
입주민 갑질로부터 경비원 보호하는 법안 오는 10월 시행
직장 내 괴롭힘 법안 개정…사주가 피해자인 경우 처벌 강화
노무사 "우리 사회에 자리잡은 위계관계가 갑질 행위에 영향"

 

갑질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나 사회적으로 팽배한 갑질 문화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이천시 부발읍 한 아파트에서 ‘택배가 없어졌다’는 이유로 40대 입주민이 70대 경비노동자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천경찰서는 24일 경비실에 자신의 택배 물품이 보관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70대 아파트 경비원을 때린 혐의로 입주민 A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 고(故) 최희석씨를 폭행해 지난해 5월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아파트 주민 심모씨가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았다. 심씨는 지난해 4월 21일 이 아파트 경비원인 최씨와 주차 문제로 다툰 뒤 최씨를 감금하고 구타, 사직을 종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부터 정부는 경비원들을 입주민 갑질로부터 보호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에 근무하는 경비원이 경비 업무 외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책’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오는 10월 중 시행된다.

 

아파트 주민이 경비원에게 차량 대리주차, 택배 배달 등 허드렛일을 시키면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또 관리사무소를 대신해 난방 점검이나 전구 교체 등 수리업무를 맡겨서는 안된다.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경비 업무 외 수행하는 일은 ▲청소 등 환경관리 ▲재활용품 분리배출 정리·단속 ▲위험·도난 발생 방지 목적을 전제한 주차관리 ▲택배 물품 보관 등으로 한정된다.

 

다만, 이 개정안은 모든 아파트에 적용되지 않는다. 승강기가 없거나 150세대 미만인 소규모 공동주택과 중앙난방방식이 아닌 300세대 미만 비의무관리대상은 경비업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경기도노동권익센터는 “지난해부터 입주민 등의 갑질로 고통을 겪는 도내 경비 노동자들을 돕기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근로관계에 한정하다보니, 입주민 갑질은 사실상 처벌 대상이 아니다. 폭행이나 형사법으로만 처벌돼 사전 예방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특수 업종의 직장 내 갑질도 만연

 

협성대학교 교직원 A씨는 지난 6월 29일 경찰에 제출한 고소장에서 같은 달 10일 화성시 봉담읍 협성대 내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중 박명래 협성대총장이 교직원 2명과 함께 찾아와 업무 문제로 자신을 질타하다가 인적이 드문 장소로 불러내 욕설을 하고 폭행·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피해자가 사주로부터 입은 갑질 피해를 신고할 수 있는 상담기구와 함께 신고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동단체 직장갑질119가 1~7월간 제보받은 1404건 중 직장 내 괴롭힘은 752건이다. 그러나 실제 신고에 이른 사례는 278건(37%)에 불과했다. 또 신고를 이유로 2차 가해나 보복을 당한 경우는 92건(33.1%)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2019년 7월부터 지난 5월31일까지 노동부에 접수된 사건 1만340건 중 1431건(13.8%)에 대해서만 개선 지도가 시행됐다. 정부는 피해자 입장에서 제대로 된 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오는 10월 중 시행하기로 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용자가 사건 조사,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등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된다. 여기에 사용자가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누설할 경우에도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은 “(대학 내 갑질은) 특수한 상황이지만, 보편적 갑질 행위로 볼 수 있다. 폐쇄적이지 않은 직장은 없다”며 “이번 개정안으로 사주를 처벌하는 직장 내 괴롭힘법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자문해주는 법인에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면 고양이에 생선 맡기는 격”이라며 “노사 추천에 따라 노무사나 법조인에 의뢰해 최대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외부 조사기관을 구성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지역의 한 노무사는 “(갑질 행위는) 우리 사회에 자리잡은 위계관계가 사회학적 측면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며 “과거 군사문화에 주류 흐름을 갖고 있다보니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사례가 많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김민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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