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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촉법소년’ 범죄대책…처벌만능주의에 갇히지 말길

지난해 ‘촉법소년’ 11% 폭증, 정밀분석과 환경개선 더 시급

  • 등록 2021.10.13 06:00:00
  • 13면

최근 살인과 성범죄 등 촉법소년범죄가 흉악해짐에 따라, 촉법소년 적용연령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학교폭력’은 감소한 대신 촉법소년은 상당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통계는 이 문제를 계속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심각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적용연령을 낮춘다든지 처벌수위를 높이는 쪽으로만 논의가 확장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시대에 맞게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 못지않게 아이들의 성장환경과 문화를 바꾸는 노력이 시급하고 절실하다.

 

최근 경찰청과 교육부가 정치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심의 건수는 8357건이다. 학교장이 자체 해결한 사건 총 1만7546건을 더한 지난해 학폭 발생 건수는 총 2만5903건으로서 전년 대비 1만6803건(39.3%)이나 감소했다. 그러나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은 지난해 모두 9606명으로서 전년 대비 무려 11.5%(991명)나 늘어났다.

 

문제는 10대 초·중반 청소년들의 범죄가 단순 절도 수준을 넘어서 성폭행과 폭력·사기 등 흉포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전 발생한 인천 중학생 집단폭행 추락사나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을 비롯한 최근의 소년범죄 사건들을 보면 악랄하고 야비하기가 웬만한 조폭 뺨친다. 말하자면 범죄 아동들의 행동 양식은 성인을 능가하도록 성숙했는데, 관련 법규와 제도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소년범죄가 증가하면서도 동시에 지능화·흉포화하는 것은 교육 환경의 변화와 모바일·인터넷의 발달로 아이들의 정신적·육체적 성장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라졌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범람하는 끔찍한 폭력 드라마나 게임물도 폭력을 일종의 게임으로 여길 만큼 죄의식도 없는 아이들을 늘리고 있다.

 

현행 촉법소년 연령은 69년 전인 1953년에 정해진 것이다. 수십 년간 빛의 속도로 진화해온 사회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심지어 촉법소년의 특권을 알고서 범죄를 태연히 저지르기도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하지만 현재의 제도가 소년범의 교화에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소년원을 거친 이후 재범률이 70%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는 현 제도에 교화와 교정 기능이 거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걸핏하면 발동되는 ‘처벌만능주의’로는 이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프랑스의 촉법소년 연령은 13세이고 미국은 주에 따라 6~10세까지 내렸다. 그러나 미국에서 소년범 처벌강화 이후 재범이 오히려 늘어났다는 야속한 통계가 있다. 훨씬 더 정밀하고 복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환경에서 아이들에게 범죄를 저지르도록 유혹하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 매를 때려서 엇나가는 아이를 바로잡으려는 육아법을 쓰는 부모는 이제 미개인 취급을 받는 세상이 됐다. 그 원리와 정서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촉법소년 문제도 적용연령을 낮추고 처벌을 강화하는 단세포적인 대응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새롭게 살 기회를 주는 것은 어른들의 가장 큰 책무이자 권리다. 그걸 포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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