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탁구 리그 출범은 한국 탁구계의 염원이었다. 지난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수차례 프로화를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렇게 논의만 반복되다가 지난해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2023년까지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출범하게 됐다. 드디어 내일(28일) 수원시 경기대학교 광교씨름체육관에 마련된 탁구전용 경기장 ‘스튜디오T’에서 ‘2022 두나무 한국프로탁구리그(KTTL)’가 개막된다. 마침내 탁구계의 오랜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현재 프로탁구 리그를 먼저 도입한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1933년 탁구분데스리가를 출범시킨 후 지금까지 리그를 진행해오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중국(2000년)과 일본(2018년)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네 번째로 프로리그를 탄생시킨 것이다.
우리나라 탁구가 세계를 제패했던 시기가 있었다. 현정화 유남구 유승민 등은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탁구계를 휩쓸었다. 그러나 최근 침체기가 왔다. 국제무대 성적도 좋지 못했다. 올림픽에선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것이 마지막이다. 탁구 부활을 위한 계기가 필요했다. 이런 시기에 출범하는 프로리그에 대한 기대가 크다.
때마침 유망 신예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탁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11세 ‘탁구신동’ 이승수(성남 성수초)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승수는 21일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에서 실업 선수를 꺾어 화제의 중심에 섰다. ‘남자 차세대 에이스’ 조대성(삼성생명)이 수술 후 공백을 극복하고 올해 국가대표 최종선발전 1위에 오른 것도 좋은 소식이다. 지난해 한국 남자탁구 사상 첫 세계선수권 복식 은메달을 딴 장우진(국군체육부대)-임종훈(KGC인삼공사), 여자부의 신유빈(대한항공)과 전지희(포스코에너지)도 한국 탁구의 희망이다.
탁구 프로리그가 출범하면 선수 뿐 아니라 지도자들도 분발하지 않을 수 없다. 지도자들은 선수 발굴과 육성에 더욱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른바 ‘체육정치’에나 매달려 온 지도자는 도태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지 않는가? 이제부터는 성적에 따라 감독이 바뀌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될 것이다. 이 얘기는 곧 잘 알려지지 않은 지도자라도 능력이 있으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프로탁구리그가 개막되는 수원시는 국내 4대 프로스포츠인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리그를 모두 보유한 곳이다. 여기에 더해 프로탁구리그도 벌어진다. 국내 최초의 스튜디오형 탁구 전용경기장인 ‘스튜디오T’도 수원에 생겼다. 프로탁구의 본향이 된 것이다. 스튜디오T에 설치된 KTTL 전용 탁구대 ‘꽃가마’도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탁구용품사인 넥시가 제작한 것으로 한국의 전통가옥을 모티브로 삼아 단청, 창호문, 나무기둥 등을 형상화했다.
28일 개막식과 개막경기를 시작으로 94일 동안 222경기가 숨가쁘게 진행된다. 기업팀들이 속한 코리아리그, 시-군청이나 공단, 지역체육회 팀들이 참여하는 내셔널리그로 나뉘어 3개월간 정규리그를 이어간다. 이후엔 리그별 포스트시즌을 거쳐 남녀 챔피언팀이 결정된다. 모든 경기가 유튜브와 포털사이트로 생중계된다니 탁구중흥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