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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노동에 예의를 갖추어라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모든 금품을 말한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5호). 근로의 대가로 받는 돈이다. “근로”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말한다(동조 제3호). 그렇다면 임금은 노동의 대가다. 노동(勞動)은 힘들여 일하는 것이다. 노동자는 돈을 받고 “힘들여 일함”을 판다. 사용자는 돈을 주고 “힘들여 일함”을 산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시간을 들여 일한다는 것은 삶의 한 부분을 내어주는 것이다. 노동자는 자신의 삶을 임금과 교환한다. 인간의 삶이 시장에서 상품으로 거래되는 것이다.

 

상품으로써의 노동은 산업화의 산물이다. 물론 농경사회에도 노동과 임금은 존재했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이 정해진 가격(임금)과 규격(시간)에 따라 하나의 상품으로써 거래되는 노동은 존재하지 않았다. 노동이 상품이라는 주장은 사실이지만 불편하다. 인간의 삶이 조각조각 나뉘어 상품으로 거래된다는 것이 편할 수는 없다. 애초 성립할 수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는 상품일 수 없음에도 상품이 되어버린 노동에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다. 덤핑으로 팔려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최저임금을 만들었다. 과도하게 팔려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근로시간을 규정했다. 노동은 최소한의 양(근로시간)이 최소의 금액(최저임금) 이상으로 거래 되어야 한다. 이것이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이다.

 

50년 전 전태일은 불길에 휩싸이며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쳤다. 노동자는 상품이 되어버린 노동에 대한 예의를 갖추라 외친다. 노동법을 준수하라 외친다. 일생을 걸쳐 자신의 삶을 조각내어 매일 조금씩 팔아가며 삶을 이어가야 하는 노동자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외침이다. 노동이 소진되면 산업이 유지될 수 없다. 그렇기에 노동에 대한 예의는 노동자만이 아닌 사용자에게도 중요하다. 국가에게도 중요하다. 노동에 대한 예의는 노동자, 사용자 그리고 국가 모두, 즉 우리 사회가 존속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에 국가는 노동이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9620원으로 확정되었다. 5% 인상이다. 물가는 전년동월대비 5.4%가 올랐다. 사실상 최저임금은 삭감된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과도한 임금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를 더욱 확대해 중소기업, 근로취약계층의 상대적 박탈감도 키운다”며 임금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국가가 나서 노동의 최저 가격을 낮추고 민간에게 임금을 올리지 말라고 요청한 것이다.

 

오늘도 내 삶의 일부를 떼어내어 시장에 내다 팔아 살아가는 노동자에게 국가가 취할 예의는 아니다. 국가가 나서 임금을 낮추는 사회에서 사용자에게 노동에 대한 예의를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임금은 노동자 삶의 일부를 떼어 사용한 대가다. 노동자의 삶이 대우받지 못하는 사회는 지속할 수 없다. 노동은 착취할 수 없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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