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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의 예술엿보기] 팝아트의 완결자, 키스해링

경쾌하고 발직한 키스해링, 거침없지만 그만의 깊은 사색과 철학 돋보여
순수함과 젊음, 에너지와 능력, 약함으로부터의 자유를 표현한 작품 세계

키스 해링이 누구야?

 

사실 키스 해링의 이름은 모르더라도 그의 작품은 팬시용품, 데커레이션용품 등에 많이 활용되어 친근할 것이다.

 

그의 그림을 보면 "이게 유명한 그림이야? 아이들 낙서 같아. 나도 그리겠다."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많이 봤다. 그렇다. 그의 그림은 가볍고 경쾌하고 즐겁고 만화 같다. 그러나 꽤 많은 그의 작품들을 보고 나면 그가 왜 그토록 유명한지, 왜 그를 팝아트의 완결자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커다란 한 장르의 세계를 창조한다는 것은 작가에게 있어서도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키스 해링의 굵고 짧은 31년 인생

 

그는 1958년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났고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1974년 감수성이 예민한 10대에 워싱턴 허시혼 미술관에서 앤디 워홀의 마를린 먼로 연작을 보고 평생 예술가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다.

 

1976년 펜실베니아 피츠버그 아이비 전문 미술학교 광고 그래픽 과정에 입학하지만 1977년 상업미술가가 되지 않겠다고 결심하여 학교를 그만둔다. (결국 가장 상업적인 미술가가 되는  그가....)

 

1983년 뉴욕 펀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면서 앤디 워홀을 처음 만났으며 앤디 워홀은 그의 예술가의 삶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 된다. 마약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벽화 "마약은 독약이다.(Crack is Wack)"을 제작 지역의 랜드마크가 된다. 1990년 31세라는 젊은 나이에 에이즈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팝아트를 완성한 천재 화가, 키스 해링

 

 

앤디 워홀이 팝아트를 시작했다면 키스 해링은 팝아트를 완결시켰다고 일컬을 만큼 그의 작품은 간결한 선과 원색으로 그려진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다.

 

팝아트 이전의 미술이 다소 무겁고 진지한 예술가 중심의 작품이었다면 팝아트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료와 주제를 대중적으로 표현한 장르이다.

 

키스 해링의 어린이 낙서 같은 작품들을 대하고 있으면 그의 단단하고도 미려한 선과 흔들흔들거리는 느낌을 주는 동작선에 매료되고, 환하고 화려한 원색들이 서로 반발하면서 이루어지는 조화의 묘한 색감에 몽롱해지는 기분이 된다.

 

팝 아티스트 중에서 앤디워홀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할 만큼 그의 영향력은 대단했지만 특히 키스 해링과 쟝 미셀 바스키아는 앤디 워홀로부터 결정적인 영향을 받은 양대 산맥의 인물이다.

 

바스키아 역시 낙서화가로 유명하지만 그의 낙서와 키스 해링의 낙서 사이에는 분명히 다른 작가 특유의 선과 색이 존재하기에 두 작가의 작품을 비교하여 감상하는 것도 묘미가 될 것이다.

 

키스 해링의 그림이 경쾌하고 발칙하고 거침없다면, 바스키아의 그림은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도발적인 본능의 표현에 가깝다고 할까?

 

 

키스 해링의 작품이 알려진 것은 낙서 때문이다. 뉴욕 지하철 벽면, 아직 광고가 올라가지 않아 검은색으로 덮여 있는 광고 영역을 본 키스 해링은 어느 날  그 검은색의 빈 광고판을 캔버스 삼아 사랑과 평화, 공존을 나타내는 그림을 그렸다. 지하철 벽면, 뉴욕의 길거리, 건물의 벽면..... 그는 그릴 수 있는 면을 만나면 거침없이 그림을 그려나갔다.

 

어떻게 저렇게 거침없이, 빠르게, 선들을 그려나갈 수 있는지 그는  초대형 작품을 그릴 때에도 어떤 기획이나 밑그림 없이 그냥 즉흥적으로 붓이나 매직 펜을 움직여 면을 빼곡히 채워나갔다.

 

 

예술과 외설, 삶과 죽음이 혼재되어 있는 그의 작품들

 

그의 어떤 작품들은 외설적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쳐다보는 것이 낯 뜨겁지가 않다. 왜냐하면 그는 무겁고 다루기 힘든 큰 주제도 만화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만화의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없다. 그는 만화적 철학에 기초하여 밝은 색채와 만화적 라인을 사용다.

 

얼핏 보면 그의 작품은 아주 가볍고 쉽지만 그의 생각을 조금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의 작품 속에 그만의 깊은 사색과 철학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통하는 열린 그림을 그린 키스 해링

 

그의 작품은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어린이들과 친근한 만화와 비슷하고 색상이 강렬하고 단순하기 때문에 쉽게 눈길이 가기 때문이다. 또한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층도 그의 작품을 선호한다. 산뜻하고 단순해서 팬시용품, 패션용품에 많이 활용되기 때문이다.

 

색깔과 디자인에 민감한 부류의 아트 지향적인 어른들도 그의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너무도 많은 상징과 기호들이 넘실대는 그의 작품이 기하학적이면서도 모던해서 어느 공간에 놓아도 어울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의 작품은 연령에 구애됨이 없이 사랑을 받아왔다.

 

 

또한 그의 작품은 작가의 손에 의하여 완성되어 존재하는 결과로서의 작품에 그치지 않고 그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작품이 되는, 그야말로 그리는 행위 자체가 퍼포먼스가 되는 작품이다. 때로는 그는 거대한 벽화 작품을 그리기 위해 라인을 그린 후 어린이들에게 색칠을 맡긴 적도 있다고 한다. 

 

함께 그리는 작품, 함께 누리는 작품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그의 생각이 반영된 그의 작품 중에는 서로가 하나가 되는, 서로 소통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을 아주 많이 볼 수 있다. 사람의 신체의 일부분이 연결되어 있거나 사람의 가슴을 뚫고 다른 사람의 손이나 몸이 들어가 엮여 있거나 동물과 사람, 식물과 사람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그림들이다.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초록 나무에서 빛나는 사람들이 자라나는 것과 그 아래 노란 사람들, 그리고 진분홍 배경 컬러까지 삶이 지루해지고 의욕이 없어질 때 이 그림을 보면 '그래, 다시 잘해 보자.'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특히 그의 작품에 나타난 상징과 같은 이미지들, 시(詩)와 기호들도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가 예상치 못한 메시지로 길거리의 관객들을 놀라게 만드는 것도 작품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서로의 소통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드러내는 부분이다.

 

인류의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그림들

 

키스 해링은 에이즈에 걸린 후에도 그 사실을 숨기지 않고 죽을 때까지 여러 가지 사회운동에 참여하며 마지막까지 키스 해링 재단을 만들어 사회에 기여하고자 했다.

 

미국의 예술가이자 사회운동가였던 그의 작품들이 편견 속에서 평가절하 되지 않고 전쟁 반대, 반핵운동, 마약 반대 운동, 에이즈 퇴치운동 등의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그 작품의 취지에 다름없이 어둡고 괴로운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오히려 거침없는 선과 색으로 드러내는 작품으로 인식돼 온 것도 바로 그의 인류의 평화와 인간의 존엄에 대한 깊은 사랑이 그림 속에 표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팝아트의 아이콘이 된 그의 아이콘들

 

아이콘 시리즈는 키스 해링이 만들어낸 이미지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널리 활용된 것들이다.

 

지하철 낙서 시절 가장 자주 사용했던 기어가는 아기는 시인 르네 리카르드가 '빛나는 아기'라고 칭하면서 이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빛나는 아기는 간결한 윤곽선에 아기의 형상을 단순화하고 빛나는 동작선을 통해 빛을 발산하는 모습을 그려서 힘없는 인간이나 어린이가 아닌 순수함과 젊음, 에너지와 능력, 힘과 인간의 약함으로부터의 자유 등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빛나는 동작선(키스해링작품의 특징 중 하나)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때로 초등학교 인테리어를 할 때 키스 해링 작품을 시트 커팅으로 벽면에 데코레이션 하는데 작업자들이 이 동작선 붙이는 것을 너무 번거로워하면서 "소시지 좀 빼면 안 되나요?" 하고 나에게 묻는다. (작업자들 눈에는 이 동작선이 비엔나 소시지로 보였던 모양이다. ㅋㅋㅋ) 작업을 번거로워하는 작업자들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안돼요"하고 대답한다. 왜냐? 그 이유는 위에서 설명했음(에너지....)

 

 

 

오늘 이 칼럼을 보시는 모든 분들이 밝은 에너지를 얻기를 바라며......

 

[ 글 = SG디자인그룹대표. 시인 권은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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