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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외로움 보듬는 위로…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외톨이 소년 ‘에반 핸슨’의 거짓말로 일어나는 사건들과 진정한 위로
6월 2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를 해주고 싶었어요”.

외톨이 소년 에반이 모든 것이 꾸며낸 이야기임을 밝히면서 한 말이다. 그의 작은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결국 자신이 아끼던 가족들에게 생채기를 내고 만다. 포기할 수 없는 인정과 거짓말이 밝혀졌을 때 받을 비난에 사실을 숨기지만 주변인들은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외로움’에 대해 얘기하는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2017년 제 71회 토니 어워즈, 2018년 그래미 어워즈 등 15개 시상식에서 26개 부문을 석권한 뮤지컬로, 아시아 초연이다.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소년 ‘에반 핸슨’은 학교에서 외톨이로 지낸다. 친구들은 핸슨이 깁스를 해도 놀리기 일쑤고,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다. 상담 선생님은 그런 핸슨에게 ‘자신을 격려하는 편지 쓰기’를 숙제로 내주고 이 편지는 인쇄 되는 중 또 다른 외톨이 소년 코너 머피 손에 들어가게 된다.

 

곧 이어 핸슨에게 들린 소식은 코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 코너가 죽을 때 에반의 편지가 발견돼 코너의 가족들은 핸슨을 코너의 절친한 친구로 오해하고, 이들을 위로하고 싶었던 에반은 과수원에서의 추억을 지어내며 그들과 가까워진다. 학교에선 코너를 기억하는 ‘코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온라인상에서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핸슨의 거짓말은 점점 커져간다.

 

 

외로웠던 한 소년이 거짓말을 하고 가족이 또 다른 상처를 받을 때까지의 과정은 개인화된 현대인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핸슨의 친구들도 외로움을 감추려 쾌활한 척 하거나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코너를 추모한다. 코너의 가족들은 책임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는 등 위태롭다. 파편화된 개인들은 진정한 대화 없이 위로받지 못한다.

 

그에 반해 핸슨이 살고 있는 컴퓨터 속 온라인은 24시간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코너를 추모하는 대중들은 '좋아요'를 누르며 코너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핸슨은 대중의 관심이 떨어지자 더 큰 거짓말을 하게 되고 결국 코너의 가족에게 비난이 향한다. 가벼운 대화와 더 큰 이슈를 향하는 미디어 시대의 소통 방식이 문제를 더욱 키우는 오늘날의 현실을 보여준다.

 

 

“언젠가 이 일이 아주 작게 느껴질거야“. 모든 것을 망친 핸슨에게 어머니가 한 말처럼 외로움을 보듬는 건 그럼에도 사람 간의 진정한 대화였다. 코너의 동생이 핸슨에게 과수원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며 함께 느껴보는 시간을 갖는 결말은 인간적인 위로가 된다.

 

핸슨이 코너의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고자 했던 마음들은 ‘For Forever’, ‘If I Could Tell Her’, ‘So Big/ So Small’ 등 15개의 넘버로 전달되며 친구들과 가족들과의 갈등은 진정성 있는 대화들로 채워진다.

 

핸슨이 주로 시간을 보내는 가상의 세계가 무대 전면에 내세워져 미디어 시대의 단상을 보여준다. 핸슨과 코너 가족의 집은 외로운 개인과 갈등하는 가족, 서로 보듬어가는 흐름이 위로를 준다. 극 후반부 커다란 사과나무가 무대 중앙에 내려오는데 한 차례 폭풍우가 지나간 다음의 위안과 평온을 전한다.

 

현대인의 외로움과 이를 감싸는 사람들이 오늘날 관계에 대해 질문하고 대안을 찾는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은 6월 2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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