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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애인들과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일이 운명”…박성호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 지휘자

지난 3일 창단된 경기도장애인오케스트라 ‘리베라 오케스트라’ 초대 지휘자
7년간 장애인오케스트라 ‘하트하트오케스트라’ 지휘자 경험
운영에 음악적인 부분과 행정적이 부분의 긴밀한 협력관계 주문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 내년 4월 제1회 정기연주회 계획

 

“장애인오케스트라 지휘자는 비트를 주고, 음악을 해석하고 만드는 과정은 물론, 지휘자로서 그들에게 따뜻한 가족이 되어야 합니다. 때론 무서운 선생님이 되기도 해야 하고 때론 유치원 선생님처럼 친절해야 합니다. 같이 웃고 울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하나가 되는 리더가 돼야 합니다”

 

지난 18일 수원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성호 지휘자는 경기도 장애인으로 구성된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은 각오를 이같이 밝혔다.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는 지난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창단했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등 40명이 오디션을 거쳐 최종 선발됐다. 단원들은 2년 간 활동하며 매월 연습비, 교통비 등 연습수당과 별도의 공연 수당을 지급받고 음악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 전문 강사로부터 주 2회 집중 지도를 받는다. 장애인이 전문 예술인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인재양성형 오케스트라다.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 초대 지휘자를 맡은 박성호 지휘자는 성신여대 기악과 겸임 교수이자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2006년부터 2013년까지 7년간 발달장애인을 중심으로 모인 ‘하트하트오케스트라’의 초대 지휘자로 활동하며 이들을 국내 최정상 장애인 오케스트라로 이끈 경력자다.

 

 

박성호 지휘자는 경기도장애인오케스트라를 맡게된 강점을 ‘노련함’으로 꼽았다. ‘하트하트오케스트라’ 지휘자일 당시 멋모르고 시작했던 열정에 경험으로 쌓인 노련함을 더하겠다는 것이다.

 

32살의 물불 안 가리는 열정에 지금의 경험을 더해 끌려 다니거나 휩쓸리지 않고 오직 장애인을 돕는 지휘자로 남겠다는 다짐이다.

 

박 지휘자는 “오리엔테이션날 단원들을 처음 만나 악보를 나눠주고 처음 소리를 냈는데, 소리를 딱 듣자마자 느낀 부분은 ‘더 어려운 곡을 할 걸’이라는 것이었다”며 “단원들을 의자에 앉히면 엄마 본다고 뛰어 나가고 한 명이 울면 연쇄적으로 울기도 했지만 이 친구들을 통해 음악을 만드는 과정이 진짜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본인을 비롯해 단원 한 명 한 명 보면 지극히 평범하고 보잘 것 없지만 이들이 모여 장애인을 대표하고 비장애인들과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소통하는 일이 기적 같다는 것이다. 박 지휘자는 이들을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이라고 자부했다.

 

장애인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박 지휘자도 경기도장애인오케스트라를 맡기까지 무수한 고민이 있었다. ‘하트하트오케스트라’ 지휘자로 7년간 활동하며 장애인과 상관없는 수많은 문제에 직면하며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장애인 관련 일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고 경기도장애인오케스트라가 만들어 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돌린 건 한 장애인 학부모의 ‘너 아니면 누가 하냐’는 말 때문이었다. 머리로는 자꾸 지우고 싶은데 심장이 뛰고 잠을 못 이뤘다. 주변 지인들의 응원에 힘입어 경기도장애인오케스트라 지휘자에 지원했고 풍부한 경험과 실력으로 합격하게 됐다.

 

 

박 지휘자가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를 맡으며 당부하는 것은 음악적인 부분과 행정적인 부분의 ‘긴밀한 협력관계’다. 운영에 있어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두 분야가 조금씩 양보해야 장애인들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또 장애인들의 부모와 보호자와 정기적인 소통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

 

이런 태도로 박 지휘자가 지향하는 경기 리베라 오케스트라의 계획은 세계적인 롤 모델로 도약하는 것이다. 장애인 오케스트라의 창단이 단순한 음악적 도전이 아니라 장애인 연주자들의 음악적 잠재력을 끌어내는 중요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음악, 행정, 보호자와의 소통, 장애 전문가, 악기 구성, 인권 관리, 돌발 상황 등 운영에 부족함이 없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박 지휘자는 “장애인들과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일이 제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저의 목표는 단순히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넘어, 음악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연결하고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는 것이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해, 더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음악을 통해 장애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그들의 재능을 빛나게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우리 리베라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을 때에는 눈과 귀는 물론이며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며 “한 음 한 음을 연주하기 위해, 그 자리에 서기까지 부모님들의 노고와 자녀들의 피땀을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더욱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경기도장애인오케스트라는 내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1회 정기연주회를 시작으로 연 2회 정기연주회를 계획하고 있다. 또 다양한 초청 연주회에서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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