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헌정사 최초로 현직대통령이 체포됐다. 이로써 본격 심리에 돌입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이어 법원의 형사적 절차도 시작 된 것이다.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지 43일 만이다. 지난 43일 동안 국민들은 한번도 접해보지 못했을 법한 억지와 궤변을 봐야만 했다. 윤 대통령은 체포되는 순간에도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공수처 출석에 응한다”며 궤변과 억지를 늘어놨다.
체포 직전 촬영한 영상메시지는 더 가관이다. 법원의 정당한 영장집행에 대해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된다”며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삼권분립 국가의 검찰총장,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발언이다. 최종적인 법적 판단은 법원이 하는 것이 아니라 ‘짐’(대통령)이 한다는 망상적 억지다. 비상계엄을 통해 수 백년 전 왕조국가를 다시 만들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체포당일 공개된 그의 자필 편지도 ‘억지의 억지의 억지’로 가득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가 적법하고 적절했다는 억지를 펴며 부정선거 음로론을 또 꺼냈다. 그는 당시 상황을 '전시나 사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주장했다. 헌법과 법률이 정한 계엄 선포 요건에 당시 상황이 들어맞는다는 궤변을 늘어 놓은 것이다. 더 나아가 “부정선거의 증거가 너무나 많다”며 국내 정치세력과 외부 주권침탈세력이 손잡고 벌인 합작품이라는 식의 증폭된 음모론까지 폈다. 망상의 정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체포 이후에도 그는 조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진술을 거부하고, 영상녹화도 반대하고, 어제는 출석 자체를 거부했다. 또 석동연 변호사를 통해 체포적부심 신청은 없을 것이라 하더니 돌연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을 신청했다. 법조계에서는 12.3 비상계엄 이후 그가 보여온 행적으로 봤을 때, 구속영장 발부는 필연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대법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구속은 윤 대통령이 자처했다”며 스스로 무덤을 파는 형국이 됐다고 혀를 찼다.
12.3 비상계엄 이후 이렇게 그가 궤변과 억지로 버티는 동안 민생과 경제는 만신창이가 됐다.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여야는 그에 대한 단죄는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맡기고 만싱창이 된 민생을 위해 비상한 결단을 해야 한다. 특히 민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통령이 사법심판대에 서게 되면서 권력의 추는 행정부에서 국회로 넘어갔고, 거대 의석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이 최대 권력을 쥐게 됐으며, 국민들은 이제 윤 대통령 보다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주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제 친명계의 좌장인 정성호 의원이 한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적이 않다. 정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에 국정 혼란을 수습할 책임이 있고, 민생과 경제가 굉장히 어렵다”면서 “그런 면에서 민주당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는 데 부족함이 있지 않았나. 당 지도부가 민생·경제 안정 대책을 더 강하게 내놨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민주당의 변화를 암시했기 때문이다.
12.3 내란으로 촉발된 원화가치 하락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기름 값은 나날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오래전부터 붕괴 위기에 직면한 자영업을 넘어 이제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고용절벽도 충격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작년 12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만 2000명 줄었다. 2021년 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 등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2곳이 “한국이 겪고 있는 정치적 혼란이 길어지면 국가 신용 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적어도 정치가 망가뜨린 만큼은 정치권이 해결해야 한다. 민생과 상관 없는 정쟁적 요소는 과감히 뒤로 미루기 바란다. 내란 관련 진상규명은 사법기관에 맡기고, 국회는 민생경제에 집중해야 한다. 더 이상 ‘단독처리-거부권’이라는 행태가 반복되서는 않된다. 국민이 밤잠 못 이루며 우려했던 내란사태는 끝났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고,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여야가 다시한번 대한민국의 위대한 회복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