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신축 매입 등의 방안을 내놨다. 미분양 증가로 역시 혹독한 몸살을 앓고 있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사정도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다. 정부의 지방에 대한 미분양 해소를 위한 지원책에 대해 수도권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가 몰려 있는 수도권의 미분양을 방치하면 자칫 전국 부동산 시장 모두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정부는 19일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하며 LH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직접 매입,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구입 시 디딤돌 대출 우대금리 신설, 지방은행의 가계대출 경영계획 수립 시 경상성장률(3.8%) 초과 허용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동시에 7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확대 시행도 지방 건설경기 상황을 고려해 오는 4~5월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비율을 정하기로 했다.
또 빌라 등 비아파트에 한해 허용 중인 매입형 등록임대 사업을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까지 대상을 넓히기로 했다. 정부가 설정한 LH의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직접 매입 물량은 3000호 수준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분양 주택 2000여 호를 매입했던 LH가 이번에도 해결사로 나서게 됐다.
현재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면 취득세·재산세뿐만 아니라 양도세·종합부동산세까지 감면받을 수 있도록 세제 지원이 대폭 강화됐다. 반면, 수도권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수도권의 실정을 도외시한 정부의 대책으로는 여전히 지방의 경기침체에 따른 부동산 시장 약세라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칫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이 될 수 있고, 매입 할인율을 둘러싼 논란마저 확산할 우려가 높아 지역 건설경기 보완책으로써 효과를 보기 힘들 것이란 혹평마저 제기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4251채로 전월 대비 10% 증가했다. 특히 경기도(2072채)와 인천(1546채)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크게 늘면서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미분양 증가가 단순한 부동산 시장 침체를 넘어 금융시장 전반으로 위기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수도권 미분양이 장기화하면 건설사의 자금 부담이 커지고 은행권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도 지방보다는 수도권에서 진행되는 건설 프로젝트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수도권 미분양이 늘어나면 PF 대출 부실화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주택 미분양의 발생 원인은 복잡하다. 경기침체·금리 인상 등 경제적 요인, 과도한 신규 공급·부동산 개발 계획의 오류 등에 의한 주택 공급 과잉, 불리한 위치·환경 문제 등 위치 및 환경적 요인, 부동산 규제 강화·세금 정책 등 정책적 요인, 부정적인 시장 전망·가격 하락 우려 등 소비자의 심리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동한다.
부동산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도권 미분양 해소를 위해 과거 성공했던 정책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3년 정부가 발표한 ‘4·1 부동산 종합대책’이다. 당시 정부는 신축 및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양도소득세를 5년간 전액 면제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다. 그 결과 수도권 미분양 해소에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사실상 부동산 문제는 이제 수도권이냐 비수도권이냐를 가리는 일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비수도권 미분양 문제를 다스리는 해법과 동시에 수도권 미분양 대책도 추구돼야 한다. 단순히 역차별만의 문제가 아니라, 비수도권을 위한 대책만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해법이 안 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