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클루언의 통찰 가운데 어쩌면 가장 논쟁적이고 수용하기 어려운 것은 핫 미디어와 쿨 미디어의 구분일 것이다. 미디어 연구자들은 미디어를 핫(Hot)과 쿨(Cool)로 구분하는 발상에 대해 아무런 근거도 없는 엉뚱한 발상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럴까? 국제학술지 《유럽공중보건저널》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39개 나라 10대 청소년들의 음주량이 부모 세대의 젊은 시절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스웨덴의 연구진은 여러 나라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뷰를 토대로 청소년 음주 감소에 영향을 준 4가지 요인을 확인했다.(한겨레신문 2021년 12월 27일자) 그중 하나로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람들과 교제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을 꼽았다.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교제하기보다는 소셜 미디어 등 인..
처음으로 오피니언의 필자로 원고의 한 지면을 맡았을 때 새해에도 이어서 지속적으로 글을 쓰게 될 줄 몰랐다. 감사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쓰려했으나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2021년을 돌아보며 우선 경기신문에 감사드리며 2022년에는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다는 것을 다짐한다. 그동안 겪었던 좌절을 여기에 모두 적을 수 없지만 2021년은 특별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포기하고 절망했을 때, 원하는 길은 아니었으나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주어진 상황에 따라 행동에 옮기였을 뿐이다. 그런데 그 어떤 해보다 값지고 보람 있는 것들을 얻었다. 귀한 경험을 얻었고 그것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가 있고,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물론 쉽게 얻어진 것은 아니다. 생업을 포기해야 했고 그만큼 가난해질 용기가 있어야 했다. 반듯한 길을 가면 좋지만..
새해 잇따라 나온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앞서고 있다. 그럼에도 판세를 예측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관측들이 많다. 대선이 6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주요 후보 누구도 40%를 넘어 50%대에 접근하는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윤 후보가 하락‧주춤하는 사이 지지율이 10% 안팎까지 오르는 조사가 나오고 있다. 또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3~5% 수준의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 지지 후보를 바꾼다거나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적지않은 유동층을 감안하면 이번 대선은 마지막 순간까지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대선정국은 정책대결이 거의 실종된 채 네거티브 공방 중심으로 흘러왔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투표율..
상반신의 여인 모나리자. 그녀의 살짝 머금은 미소는 백만 불을 주고도 살 수 없다. 그 미소를 찾아 파리 루브르 박물관으로 모여드는 세계인은 하루 평균 2만 명이 넘는다. 500살이 넘는 그녀. 하지만 여전히 젊고 찬란하다. 이 신비의 여인을 탄생시킨 장본인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Léonard De Vinci). 다 빈치는 프랑세스코 델 지오콩도(Francesco del Giocondo)의 부인 플로랑틴 리자 게라르디니(Florentine Lisa Gherardini)를 보고 이 유화를 그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불어 이름은 모나리자가 아니고 조콩드(Joconde)다. 이 조콩드를 프랑수아 1세는 매우 사랑했다. 예술의 왕 프랑수아 1세에게 스카우트된 다빈치. 조국 이탈리아를 떠나 프랑스 뚜렌느(Touraine)로 왔다. 그는 여기서 말년을 보내며 왕의 수석 화가이자 기술자·건축가로 명성을 날렸다. 그의 직업은 이 밖에도 과학자, 발명가, 해부학자, 조각가, 도시계획가, 식물학자, 음악가, 시인, 철학자, 작가 등 어마어마하다. 인간이라기보다 신에 가까웠던 다 빈치. 그의 수많은 예술작품과 발명품은 혁명 그 자체였다. 그가 살았던 르네상스 시대는 물론 지금까지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우리의 테크놀로지 세상은 다 빈치가 없었다면 존재하기 어렵다. 이러한 다 빈치와 뚜렌느는 불가분의 관계다. 파리 남서쪽 250킬로 지점에 있는 뚜렌느. 이 도시는 프랑스 왕국의 중심지로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 들여온 예술과 건축술을 최초로 발전시켰다. 문화와 예술에 심취했던 프랑수아 1세는 제위 32년 중 절반을 여기서 보냈다. 그 위력은 뚜렌느의 성들로 나타났다. 수많은 성들로 가득 찬 뚜렌느. 프랑스 최대의 성 집성촌이다. 이 중 샹보르(Chambord) 성은 가장 유명하다. 유럽에서 가장 큰 산림공원 한가운데 있는 이 성은 규모도 크고 아주 우아하다. 게다가 이 성에는 이중의 나선형 계단이 설치돼 있다. 다빈치가 바로 이 신비한 계단을 만들었다. 샹보르 성 외에 다른 성들도 물론 빼어나다. 그중 슈농소(Chenonceau) 성은 정말 기발하다. 강 물 위에 성이 둥둥 떠 있고 그 아래로 조각배가 다닌다. 정말 아름다워 탄성이 절로 나온다. 여성이 건축하고 여성들에 의해 다듬어진 성이어서인지 더욱 섬세하고 아름답다. 이 성에는 루이 14세를 비롯한 왕들과 왕비들의 방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하지만 뚜렌느의 성들이 늘씬한 실루엣을 뽐낼 수 있게 뒷받침해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자연환경이다. 반짝이는 강물들, 거대하고 우아한 돌들, 사방팔방으로 펼쳐진 특이한 경치와 풀 냄새, 잘 보존된 동물들의 서식지. 그리고 확 트인 자전거길과 산책길, 거리의 생기 넘치는 예쁜 꽃들. 거기에 “프랑스를 여전히 꽃피게 한다”는 뚜렌느의 사명까지. 이 모든 조화는 뚜렌느를 성의 도시이자 꽃의 도시로 만들었다. 2016년 프랑스는 뚜렌느를 꽃의 도시로 라벨링 했다. 이처럼 조상과 후손이 함께 공존하고 노력해 가는 뚜렌느. 이 도시의 경이로움을 어느 봄날 구경할 수 있다면 그 인생은 얼마나 향긋할까.
이번 대선에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후보에 대해 지지자들은 상대 후보의 흠집이 너무나 많고 치명적이라고 서로 공격하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지닌 흉터는 흠집이 아니라 상처를 입은 흔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상처는 흠이 생겨 온전치 못한 흠집과 다르다. 흠집은 결락을 지닌 하자다. 하지만 인간이 지닌 상처는 그가 무엇인가를 한 흔적이다. 일하거나 싸우지 않은 사람에게 상처는 없다. 상처가 많다는 것은 그가 그만큼 많은 일과 싸움을 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상처가 많다는 사실이 하자가 될 수는 없다. 그가 한 일과 싸움이 무엇이었느냐에 따라 오히려 그것은 영광일 수도 있다. 지금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13세기 페르시아 시인 루미는 이렇게 말했다. ‘상처는 빛이 인간에게 들어오는 통로다.’ 루미의 문장을 빌리면 상처..
2022년 새해가 밝았다. 모든 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빈다. 가슴에 품은 새해소망이 다 이루어지길 바란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가 종식돼 모두 마스크를 벗은 채 반가운 이들과의 모임도 갖고 여행도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음식점이고 노래방 할 것 없이 모든 영업장에 손님들이 꽉꽉 들어차 그 동안의 돈고생 마음고생이 씻겨나가면 좋겠다. 새해가 되면서 기대 되는 일들이 있다.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국가의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새 대통령 선출 등이다. 경기·인천지역에서도 누가 새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이 될 것인지 기대감을 갖게 된다. 특례시가 되는 수원시가 기대하는 것 중의 하나는 지난해 착공해 올해 마무리되는 ‘수원화성행궁 2단계 복원정비사업’이다. 행궁은 임금이 행차할 때 머물던 곳이다. 2단계 사업이..
"하루 여행 경비는 10달러를 넘지 않는다" ‘10달러 원칙’은 청년 시절 나만의 여행 방식이었다. 아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긴 여정 긴 시간 방랑생활의 규율이기도 했다. 숙박지는 대개 싸구려 도미토리였는데 침구는 때에 찌들어 불결했다. 게다가 벼룩과 빈대의 습격은 고역이었다. 적도의 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벌레에 물려 밤새 가려움에 박박 긁어댔다. 그러다 생각해낸 것이 김장용 비닐이었다. 침대 매트리스 위에 비닐을 깔아 해충이 침구를 뚫고 올라오는 걸 막았다. 바스락대는 촉감이 거슬렸지만 참을 수 없는 가려움에 시달리는 것보다 나았다. 대형 비닐은 내 장기 배낭여행 필수품이었다. 도시에서 도시로의 이동은 밤 버스를 이용했다. 경비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웅크린 채 앉아서 잠을 청해야 했지만 선선한 밤하늘 아름다운 별들 사이로 길을 만들며..
한 해가 저물고 새해를 맞는다. 개인이나 국가나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지난 1년간 걸어왔다. 코로나 3년차로 향하는 길목에는 고통과 신음의 외침만 공허하게 자리 잡고 있다. 과거를 딛고 희망과 설렘의 시간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2022년도 국내외적으로 놓인 여건들은 벌써부터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우선 먹고사는 문제다. 양질의 일자리 감소, 급증한 국가와 가계부채, 인구감소, 자산 양극화 등 곳곳에서 발목을 잡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증시 대표지수 가운데 18위에 그친 코스피 상승률이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물가 상승세도 새해에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이미 대선 직후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예고하는 등 물가 압력은 더욱 거세질 기세다. 나라밖 사정은 더욱 녹록지 않다. 미‧중 대치..
다사다난했던 2021년을 보내는 이즈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지역에 대규모 군사력을 집결시키고 미국과 NATO에 사실상의 최후통첩장을 날리면서 일촉즉발 결전의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자국의 외교부 홈페이지에 요구조건을 공개하는 매우 이례적인 방식을 택함으로써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심지어 1997년 이전의 NATO로 되돌아가는 요구조건은 너무 과하여 미국과 NATO가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인다. 2008년 조지아 전쟁, 2014년 크리미아 병합 및 우크라이나 돈바스 반군 지원 사건 등 러시아의 과거 행동은 전쟁발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을 높인다. 과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까? 필자는 감히 예단컨대 대규모 침공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주된 이유는 푸틴의 대외 정책의 기조가 군사력을 앞세우는 ‘지정학 전략’보다 비용효율성을 중시하고 군사력을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지경학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와는 달리 푸틴은 비용효율성을 중시하는 지경학 전략을 영리하게 운용함으로써 상당한 대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것은 그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조지아와의 전쟁에서 성공한 요인은 세 가지이다. 첫째, 조지아가 NATO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NATO의 군사적 개입을 우려하지 않았고, 둘째, 조지아의 군사력 또한 매우 허약하여 손쉬운 승리를 예상하였기에 비용 대비 이익이 컸다. 셋째, 조지아가 먼저 남오세티야를 공격하였기에 거주하는 러시아 민족을 보호한다는 명분까지 갖추었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반군 지원 사례도 조지아와의 전쟁과 유사한 조건을 갖추었다. 우크라이나 또한 NATO 회원국이 아니었고, 크림반도에는 이미 러시아군이 주둔하고 있었으며, 크림반도의 주민 대부분과 우크라이나 돈바스지역 주민의 상당수가 러시아 민족이었다. 게다가 친러정권이었던 야누코비치 정권을 축출한 유로마이단 혁명이 명분을 제공하였다. 비록 사후에 서방국가로부터 경제제재를 받게되었지만 그로 인한 손실보다 이익이 훨씬 컸다. 러시아가 개입할만한데도 개입하지 않은 반대 사례에서도 러시아의 비용효율성 중시전략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2007년 에스토니아가 소련 청동군인 동상을 철거한 사건에 대하여 러시아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에스토니아는 당시 NATO 회원국이었다. 또 2010년 6월 키르기스스탄 남부지역에서 우즈베키스탄계 주민들과 종족충돌 사건이 일어났을 때 키르기스스탄이 러시아에 지원을 요청했음에도 러시아는 개입하지 않았다. 개입 비용에 비하여 이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상 살펴본 분석에 비추어 현재의 우크라이나 사태를 살펴보자.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NATO 회원국이 아니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2014년 이후 미국과 NATO의 군사적 지원 확대 덕분에 우크라이나군의 전력은 과거와 달리 매우 강화되었다. 또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강화된 국가정체성은 대러시아 응전 결의를 높여주고 있다. 현재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지 못한 사실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비록 NATO가 개입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거론되는 대러시아 경제제재의 수준은 매우 높다. 즉 국제무역결제스스템을 관장하는 스위프트(SWIFT)에서 축출, 루블화의 환전 금지, 최근 완성된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의 개통 보류 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더군다나 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과 같은 개입 명분도 찾기 어렵다. 러시아의 섣부른 군사행동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악몽을 다시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푸틴은 구소련이 붕괴한 주된 요인 중 하나였던 아프가니스탄 침공 실패의 교훈을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더욱이 러시아의 군사력을 포함한 종합국력은 아직 미국 및 NATO와 대적할만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푸틴은 지경학 전략 기조, 즉 보수적인 대외 군사력 운용 전략 하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선제적으로 돈바스 지역 반군과 대형 교전을 벌이지 않는 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푸틴이 이번 군사행동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우크라이나, 조지아를 비롯한 과거 구소련권에 속하였던 주변 국가들의 추가적 NATO 가입을 저지하는 것일 것이다. 부수적으로 친러국가인 벨라루스에 군사력을 배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행동 범위는 구소련 당시의 세력권내에서 제한적이고 신중하다. 러시아의 행위를 중국의 행위와 연계하여 신냉전의 도래를 말하는 것은 성급하다.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총장 당시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가 입에 달고 다녔던 말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법무부 장관 가족을 수사했다고 주장했고 이를 바탕으로 공정의 아이콘으로 떠올라 제1 야당 대선 후보까지 되었다. 하지만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는 ‘동양대 강사 휴게실 PC’라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기소했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시절 입에 달고 다녔던 “법과 원칙에 따라”는 도대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그런데 최근 윤 후보는 그 의심에 기름을 붓는 발언을 했다. “이런 확정적 중범죄, 다른 변명의 여지가 없는 후보”가 그것이다. 지난 28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칭해 한 말이다. “법원 원칙에 따라”를 입에 달고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