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소크라테스이다. 2500년 뒤의 사람들은 친숙하게 테스 형이라고도 부르기도 할 것이다. 오늘 나는 아테네 법정이 내린 독배형을 받으러 간다. 죄명은 아테네가 성립해 놓은 신(神)을 믿지 않고, 젊은 청년들을 유혹해 타락에 빠트렸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제자들이 눈물로 탈출을 권했지만 나는 기꺼이 독배를 들기로 했다. 내가 독배를 들고자 한 이유는 결코 악법도 법이라 지켜야 한다는 천박한 주장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죽음으로써 무지한 아테네 시민들에게 경고하고 역사의 교훈으로 삼고자 함이다. 나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라는 아테네와 스파르타와의 전쟁에 참여해 아테네를 지키는 데 나름의 일조를 한 건강한 아테네 시민이었다. 군인을 은퇴하고 노후를 보내기 위해 평생을 바쳐 수호한 고향 아테네에 돌아왔건만 놀랍게도 아테네는 너무도 변화..
지금도 안방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미드(미국에서 제작된 TV 연속 드라마) 중에는 생사가 오가는 긴박한 병원에서 의사들의 인간적 고뇌를 다룬 내용이 꽤 있다. 그런 드라마에서 종종 등장하는 것이 우리라면 너무도 간단한 부탁이나 청탁에 접한 의사가 의사의 기본 윤리를 언급하면서 면허 취소를 걱정하는 장면이다. 개인 권리를 존중하지만,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해 공적 역할이나 책임을 중요시 여기는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인 미다졸람과 전신마취제 등을 섞어 불법 투여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고, 더욱이 그 시신을 유기한 의사에게 취소된 면허를 되찾아 준 최근 판결이 논란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비록 중대한 과오를 범했지만 개전의 정이 뚜렷한 의료인에게 한 번 더 재기의 기회를 줘 자신의 의료기술이 필요한 현장에..
선(線)은 점(點)이 모여 흘러가는 강이다. 점과 점을 딛고 걸어가는 길이다. 앞선 점의 어깨와 다음 점의 이마를 밟을 때 흘러나오는 신음소리다. 그런 이유로, 흘러가는 것들은 죄다 서럽다. 끌려가는 것들은 고달프고 밀려나는 것들은 안쓰럽다. 도시의 뒷골목은 둥둥 떠내려가는 것들의 비명으로 한낮에도 먹먹하다. 먹먹하든 막막하든 도시는 멈춤을 허락하지 않는다. 신호등에 있는 빨간불이 세상살이에는 없다. 멈추면 죽고 흘러야 산다. 깨지든 말든 멈추지 마라. 침 발라가며 돈을 세는 손가락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전염병이 별을 삼켰다. 입과 코에서 뱉은 작은 점들이 집과 마을과 도시로 흘러들었다. 강처럼 바람처럼 흘러드는 바이러스의 점들 앞에 사람이 쳐놓은 방어선은 속수무책이었다. 점이 서고 선이 자빠졌다. 총구를 겨누는 군대도 힘으로 무장한 권력도..
지루하고 답답했던 선거도 끝났다. 현수막 피로감에서도 벗어나게 되었다. 여름이 오고 가면 가을이다. 모두가 역사 속으로 스며들 것이다. 이제 맨 정신으로 스스로를 찾아 나서 자신을 위한 진정한 행복의 길은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해 볼 때다. 내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힘으로 학교를 다니기 위하여 집집마다 신문 배달하는 것을 지금의 아르바이트하듯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문 밖에서 던지는 신문이 집 안으로 툭 떨어지는 소리가 싫지 않다. 이어서 일찍 배달된 신문에서 풍기는 활자의 잉크 냄새가 아침 공기와 함께 신선하게 느껴진다. 나는 개인적으로 신문과 인연이 깊다. 아니 문학을 하나의 업으로 생각하며 노력하는 길에서 신문은 나에게 정신적으로 신선한 영양소를 제공했다. 사회적 정보와 함께 어떻게 살며 세상을 읽어나가야 할 것인가를 깨우쳐주는 산..
최근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한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이 유엔 안보리 이사국의 압도적 찬성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무기력한 대응에 이어 이번 북한의 유엔 결의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제재를 하지 못함에 따라 ‘무용론’과 함께 상임이사국 비토권 거부 등 안보리 의사결정 변화 요구가 강하게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문제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보여준 입장은 북한의 안전 우려에 미국 등 상대국가가 적절한 고려와 상응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북한 도발에 따른 동북아 지역과 세계인들의 불안은 등한시한 체 같은 진영의 북한만 감싸고 도는 ‘편파적 입장’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
3·9 대선에 이어 6·1 지방선거가 국민의힘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7개 가운데 서울·인천 시장을 포함해 12곳에서 이겼고, 더불어민주당은 막판 대역전에 성공한 경기지사를 비롯한 5곳을 차지했다. 4년 전인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대구·경북·제주를 제외한 14곳을 싹쓸이했던 결과와 정반대의 상황이 나타났다. 대선 3개월여 만에 실시된 이번 선거는 국정안정론과 견제론이 맞섰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새정부 국정동력’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0.73%의 초접전으로 끝난 지난 대선은 야권 일각을 중심으로 미완의 정권교체라는 시각이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계기를 여권은 명실상부한 중앙·지방 정권교체를 이루게 됐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지방선거가 중앙프레임 성격을 띠면서..
6.1지방선거가 끝났다. 당선자에겐 축하의 박수를, 아쉽게 낙선한 출마자들에겐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이번 선거 역시 이전투구(泥田鬪狗)라고 할 만큼 흑색선전과 비방이 난무했다. 각 정당 수뇌부는 전국을 누비며 자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당력을 총동원했다. 특히 수도권 등 격전지에서는 당의 사활을 걸고 지원에 나섰다. 지방 선거는 분명 지역을 위한 일꾼을 뽑는 선거임에도 말이다. 출마자들도 선거 전부터 당의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공천을 받기 위해 이 당에서 저 당으로 둥지를 옮기는 이른바 ‘철새’들도 있었다. 상당수 유권자들도 후보의 능력이나 경험, 인격보다는 정당만 보고 찍었을 것이다.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철저하게 예속된 것이다. 권영화 평택시의원은 지난 5월 평택 한 지역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그동안 중앙정치와 지역의 국회의..
지난 뉴스의 몇 대목이다. - 정호영 장관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40년 지기라는 말은 잘못된 말이며, “(윤 당선인이) 대구로 발령을 받고 1년에 두어 번씩 만났다.”고 밝혔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 ‘40년 지기란 표현은 잘못 알려진, 잘못된 사실’이라며 선을 그었다. - ... “정 후보자도 ‘지기’라는 표현이 민망하다고 언론에 말한 걸로 안다.” 지기(知己)냐, 아니냐의 거북한 논란인가. ‘그다지 가까운 사이의 친구는 아니다.’라는 얘기를 저런 식으로 표현하게 된 상황이 이채롭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내내 ‘나는 당당하다.’고 강변했던 정호영 장관 후보자는 결국 낙마하고 말았다. ‘자기를 아는 친구’ 지기지우(知己之友)의 준말 知己. 사전에는 친우(親友), 벗과 함께 지음, 심우(心友) 등이 ‘비슷한 말’로 열거돼 있다. 어떤..
장미가 아름다운 유월이다.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가열차게 달아올랐던 지방선거도 끝났다. 심판할 국민이 있고 공정한 규칙이 있다면 전쟁같은 선거라도 지면 어떻고 이기면 어떠하리. 경험을 얻고 다시 도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무력을 사용해 동족끼리 죽고 죽이면서 파괴한 전쟁에 비기겠는가. 유월은 한갓 풀대의 생리보다도 못한 인간의 무모한 장난으로 헤아리기 어려운 고통을 가져온 달이다. 어떠한 규칙도,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의 기억은 살아있는 사람을 괴롭힌다. 무엇을 망각하고 무엇을 기억해야할 까. 뇌는 모든 기억을 담도록 하지 않는다. 적당히 망각하고 적당히 기억하면 될 텐데 잊지도 않고 찾아오는 유월이 있어 아름다운 장미조차 핏빛으로 보일 때가 있다. 유해를 발굴하여 산화된 뼛조각을 찾아 그날의 고통을 돌아보고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를 묻는 작업은 간단하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시간은 평행이동을 한다. 가해자가 있어 피해자가 있고, 그래서 용서받고 싶은 사람과 용서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남북은 오랜 세월지난 지금도 동족이 피투성이 되도록 싸웠던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와 조국의 이름으로 ‘한국전쟁’, ‘조국해방전쟁’은 다른 기억법으로 대화함으로써 이념이 개입되고 그래서 아직도 전쟁 중이다. 남쪽의 유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다. 대통령이 당선되면 처음으로 현충원을 찾는다. 국민의 뽑아준 대통령이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사람들의 묘소를 찾는 것은 당연하다. 국기앞에서 호국영령을 기리는 순간만큼은 숭엄한 감정에 들기도 한다. 역사를 묻는다면 그것은 과거와 현재일 것이고, 망각하지 말아야할 기억이 있다면 산자와 죽은자와의 대화일 것이다. 잠깐의 묵념에 모든 고통을 담을 수는 없겠지만 순간만이라도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소환해 본다. 전쟁기념관과 현충원에 다녀온 경험은 충분히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기억의 경계인으로 차마 한쪽으로 치우치지 못하고 희생된 모든 이들에게 하늘의 평안을 구한다. 북쪽은 정전협정에 도장을 찍은 7월 27일을 휴일로 정하고 있다. 전쟁승리로 자축하고 기념하는 뒤틀린 역사에 무덤만 가득한 무지의 유월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얼떠름하다. 북쪽의 6월 6일은 초등학교 2학년이면 누구나 정치조직에 참여하는 ‘조선소년단창립일’이다. 남쪽에서는 이날에 호국영령을 기리는 각종 행사가 진행하는데, 북쪽에서는 어린이날로 음식을 싸들고 소풍을 간다. 전쟁은 미국 때문이고, 수만명이 학살되었다는 참상의 직관물 기록은 생생하게도 복원해 놓았다. 대량학살이 이루어진 황해도 신천 박물관은 남쪽의 양민학살사건만큼이나 처절하다. 무덤과의 대화가 가능하다면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묻고 싶다. 혼란스러운 유월 초엽의 장미는 넘을 수 없는 경계의 울타리를 감고서 붉게도 피었다. 가시를 가지고 스스로 방어하면서도 먼저 찌르지 않는, 그러면서도 누구나 좋아하는 사랑의 징표 장미처럼 아름다운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한다.
매클루언은 또한 ‘미디어는 마사지다’라고 했다.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말의 연장이다. “사회는 커뮤니케이션의 내용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되는 미디어의 특성에 의해 형성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따끔하게 지적한다. “미디어 연구자들은 미련하게도 미디어의 ‘본질’보다는 미디어 수단이나 과정에만 관심을 둔다.” 다음으로는 정보의 비판적 수용과 주체적 수용이다. 미디어를 통해 무수히 쏟아지는 허위조작정보를 어떻게 가려내 유용한 지식으로 삼느냐 하는 문제다. 『청소년과 미디어』 교재에서는 다양한 사례 분석을 해놓았다. 이런 식이면 누군가가 일일이 추적해서 가짜뉴스에 대한 팩트체크를 해주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교재에서 ‘허위조작정보와 팩트체크’ 단원을 보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야 한다면서 “사실은 보는 사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