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지용의 고향 충북 옥천에는 서울의 주류언론을 압도하는 '옥천신문'이 있다. 옥천은 한겨레신문 초대 사장을 지낸 청암 송건호 선생의 고향이기도 하다. 12월 21일 옥천우체국에서 옥천FM공동체라디오 개국식이 열렸다. 옥천FM은 송건호기념사업회와 '옥천신문' 그리고 지역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쏘아 올린 새로운 풀뿌리 미디어다. 공동체라디오란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를 방송 권역으로 하는 소출력(10W 이하) 비영리 방송이다. 전파 도달범위가 반경 5km 내외인 작은 미디어로 지역의 노인과 청소년, 장애인과 이주민 등 주류미디어에 잘 등장하지 않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누구나 참여하여 ‘우리동네이야기’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 국내 공동체라디오는 2004년 시범사업이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서울의 관악..
한 곡의 노래가 200명 가까운 사람을 죽게 했다. 1930년대 헝가리에서 일어난 일이다. 충격적이고 불가해한 사건은 소설로 쓰였고 소설은 영화를 탄생시켰다. 1988년, 독일 작가 닉 바로코프가 쓴 소설도 1999년 롤프 슈벨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도 노래와 제목이 같다.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 도대체 어떤 노래이길래 수많은 이들을 자살로 치닫게 했을까. 모두 나 같은 물음표를 달고 영화를 보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 내용보다 노래가 궁금했다. 영화 전반부는 삼각, 아니 사각 관계의 러브 스토리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작은 레스토랑을 무대로 펼쳐지는 숨 막히게 아름다운 여자와 그녀를 둘러싼 네 남자의 소리 없는 난투극. 레스토랑 사장 자보, 그곳에서 피아니스트로 고용된 안드라스, 고객 독일인 한스...... 모두 일생을 걸고 일로나를 사랑..
"한국 정부는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경제를 더욱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며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 '사회적경제 기본법', '사회적 가치법', '사회적경제 판로지원법' 등 사회적경제 3법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지난 1일 대통령이 밝힌 바 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19대 국회에서 최초 발의된 후, 20대까지 5차례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경제기본법과 함께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천을 촉진하는 사회적 가치 기본법”, “사회적경제 판로개척 및 공공조달지원법” 또한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는 “저성장,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역을 근간으로 사람 중심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경제가 활성화하기 위해선 법 제도 기반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정과제 중 하나인 사회적경제기..
‘수원화성 야간관광’이 ‘2021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됐다. 2012년 ‘수원화성’, 2015년 ‘무예 24기’에 이어 세 번째로 선정된 것이다. 한국관광의 별은 국내 관광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제정한 상이다. 한국관광 발전에 이바지한 관광지, 방송 프로그램 등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본상과 특별상으로 나뉘어 있는데 수원화성 야간관광은 본상으로 선정됐다. 수원화성 야간관광이 관광의 별 본상으로 뽑힌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동안 수원시의 노력이 인정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시는 과거 ‘경유형 관광지’에서 ‘체류형 관광지’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관광객들의 체류 시간이 늘어나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수원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 연간 60..
올 한 해가 일주일여 남았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았지만 ‘위드 코로나’가 다시 방역강화로 전환되면서 어느때보다 엄중한 상황이다. 하루에 7000명 안팎의 신규 확진, 1000명대의 위중증 환자, 수십명 이상의 사망자 발생에 밤 9시가 넘으면 거리는 적막이 흐른다. 누적 확진자가 60만명에 이르러 우리나라 총인구(5175만명)를 감안할 때 100명 가운데 한사람 이상(중복 감염 포함)이 코로나에 감염됐다. 생명에 대한 두려움은 물론 경제적‧정서적 고립으로 수많은 사람이 고통속에 신음하고 있다. 예전같은 연말이면 이웃을 살피는 각종 미담과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가 잠시나마 삶에 지치고 얼었던 마음을 녹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 2년째인 올해는 그마저도 눈과 귀에 잘 와닿지 않는 것 같다. 그만큼 세상을 보려는 우리의 생각이나 삶의 자세가 웅크려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든 어두운 곳을 찾아 보듬어야 할 사회지도층의 일그러진 모습과 그들의 세계관은 국민들을 더 절망속에 밀어 넣고 있다. 대선 후보와 가족리스크가 연일 뉴스 전면을 장식하고 그것도 모자라 측근들과 정부 고위 인사들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그 대열에 경쟁적으로 합류한다. 최근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아들이 취업을 위해 ‘아빠찬스’를 사용하려 했다는 논란 끝에 물러났다. 그런데 박범계 법무장관은 ‘김 수석은 투명하다’는 식으로 두둔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장남의 재산 문제를 해명하던 선대위 관계자는 ‘아르바이트를 해도 3000만 원은 벌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해, 코로나 장기화로 하루 3~4시간의 땜질형 ‘초단기 알바’에 내몰리는 청년세대의 공분을 낳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 선대위에 영입된 인사는 젊은 남성들의 성 역차별을 로스쿨 출신 아들의 군법무관 계급을 놓고 언급해 역시 취업절벽에 절규하는 일반 2030세대와는 이질적인 공감능력을 보였다. 이준석 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 사이의 갈등으로 촉발된 국민의힘 내홍은 국민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했다. 누구와 무엇을 위해 이렇게 내부에서 힘자랑을 하는 것인가. 현 정부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감에 흠뻑 젖어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럴 수 없다. 선거에서 오만은 최대의 적이다.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지난해 4·15 총선과 올 4·7 재보선을 목도하지 않았나. 오만과 군림은 어느 순간 좌절과 패배로 돌변한다. 2000년 전 예수는 태어나 말구유에 뉘었고 천한 사마리아 여인에게 말을 건네며, 왕이 되면 한자리하겠다고 생각하는 제자들에게 발을 씻겨줬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낮아짐과 섬김으로 진정한 리더가 되는 길을 실천했다. 국민은 군림하는 왕이 아닌 섬김의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 겸손을 좇아 서민의 손과 발이 되어줄 참모들도 보고싶다. 내로남불로 치닫던 여야 정치권이 선거때가 되면 갑자기 ‘민심’에 눈높이를 맞추려 한다. 공감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야당 후보는 ‘극빈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른다', ’구직 앱‘ 발언 등으로 또 국민에게 상처를 안겼다. 평상시 겸손과 섬김, 소통이 몸에 익어야 한다. 성탄의 메시지를 다시 읽어보자.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끌려 나는 긴 여행을 떠났다. 낡은 외투를 입고 모든 것을 뒤로한 채....’ 터키의 옛 노래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노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먼 북소리’를 통해 알려졌다. 심신이 지쳐있던 하루키는 내면의 북소리에 펜을 던지고 유랑길에 올랐고 3년간의 유럽여행 후 그 책을 썼다. 북소리를 번역기로 돌리면 ‘ 힘들고 외롭고 지친 당신, 변화가 필요하다. 떠나라!’ 정도가 아닐는지. 내게는 노래가 먼 북소리다. 헝가리 가수 마르타 세베스첸(Marta Sebestyen)의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세베스첸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이슬람교의 아잔 소리가 떠올랐다. 신도들에게 예배시간을 알리기 위해 울리는 아잔은 인간만사, 희노애락에 오욕을 품어주면서 초탈로 이끈다. 폐부를 긁으면서 종내 세상 끝에 선 것처럼 쓸쓸하게 만..
우리 선조들은 해방이 되던 날 과연 감격에 겨워 마음 놓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기가 내려지고 태극기가 내걸려야 할 곳에 대신 새로운 점령국 미국의 성조기가 오른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직감하고 불길한 생각을 하게 됐을 것 같다. 이 땅에서 일본인들이 물러간다는 것이 한반도 상황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됐을 터이다. 이후 이 땅의 현실은 민족의 소망과는 점차 멀어져 갔다. 아직 광복은 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전범국 일본이 패전을 했을 뿐 조선은 미, 소에 의해 분할되어 자주독립국가로의 길도 더 험난해졌다. 조국은 남은 남대로, 북은 북대로 되돌아오지 못할 단절과 분열의 길로 들어섰고 급기야 전쟁이 발발하고 말았다. 조국은 해방된 지 불과 몇 년도 못돼 허리가 잘리고 재분단되는 비극적 운명에 빠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지난 16일, 이재명 후보의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유예 제안에 청와대가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에 대해 "혼란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재명 후보"라며 이재명 후보를 직접 겨냥했다. 윤 후보는 지난 15일에도 "하도 말을 자주 바꾸니 후보가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국민은 믿지 못할 것"이라고 이재명 후보를 직접 비판했다. 과거에 비해 이재명 후보를 직접 겨냥해 공격하는 빈도수가 잦아진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윤석열 후보의 주공격 대상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윤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판했던 이유는 대략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꼽을 수 있는 점은, 대통령을 직접 비판해야 본인의 위상이 확고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즉, 대통령을 직접 겨냥함으로써 문 대통령에 대항할 수..
지난 2019년 12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도내 수원·고양·용인·성남·부천·화성·안산·남양주·안양·광명·하남시 등 11개 도시 시장이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대규모점포 입지개선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이 체결된 이후 경기연구원 자문과 시·군 사례분석을 통해 ‘표준 조례개정안’이 마련됐다. 11개시는 이를 바탕으로 각 지역의 여건에 맞는 조례개정안을 만들었다. 조례는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도시계획 단계부터 대규모점포의 입지를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조례 개정에 각 시·군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도에 따르면 현재 수원시 등 28개 시‧군이 관련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했고, 화성시와 광주시 등 2개시는 입법예고 및 조례 규칙심의를 이미 완료해 내년 초 조례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과천시는 조례를 적용할 근린..
'양비론'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떤 명제나 사안을 두고 대립이 있을 때 A와 B 모두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을 일컫는다. SNS에서 이를 일명 '모두 까기'라고 하는데 단어 뜻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나는 듯하다. 하지만 양비론이라는 말에는 부정적 의미의 뉘앙스가 있다. A와 B를 비판함으로써 이익을 취하려는 기회주의적 태도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이 어떻게 쓰이는지 잠시 대선 국면으로 가보자. 지금 대선은 우리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양상을 띠고 있다. 민주당 후보는 예외 없이 수구정당 후보보다 도덕성이나 진보적 가치에서 조금이라도 앞서 있었다. 그런데 사상 최초로 두 가지 중요 요소가 엇비슷하거나 조금이라도 뒤쳐져 있는 상황이다. 비호감도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와 파렴치한 전과 전력, 부패사건 연루 정황 등이 이를 입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