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 전이다. 한 산모가 증상이 너무 심해 입덧이 심한 시기인 산후 9주-11주 사이 거의 음식을 못 먹고 힘들어서 내원했다. 인터넷 검색으로 자가요법을 하던 중 다른 것은 효과가 없고 맘까페에서 추천받아 해외직구로 구입한 것이 조금 효과가 있었다고 가지고 왔는데 바로 내관혈 자극기라고 부르는 손목밴드였다. 손목에 시계처럼 찰 수 있게 되었는데 내관이라는 손목 내측에 있는 혈자리 부위에는 볼록하게 요철이 있어서 그 요철을 압박하면 혈 근처를 자극을 할 수 있게 만들어진 단순한 장치였다. 내관혈이 소화기 질환 등에 효과적인 혈자리인지라 입덧에도 효과가 있기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오늘 언급하려는 EFT도 한의학의 경락의 경혈을 자극하는 법만 달리했고 외국에서 만들어졌다는 큰 맥락에서 내관혈 자극기와 비슷하다. EFT는 한의학에 관심..
음악의 치유효과를 수없이 경험했다. 노라 존스의 목소리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2000년대 초반, 어느 날의 이야기. 가을밤, 예고 없는 비에 젖은 생쥐꼴로 귀가하던 중 아파트 밖 자전거를 들이다 발목을 삐었다. 절룩대며 집안에 들어섰는데 열어놓은 베란다 사이로 들이친 비에 책들이 흠뻑 젖어있었다. 으악, 비명이 올라오는데 울리는 전화벨. 반가울 리 없다. 더군다나 ‘죽이는 목소리가 있어 들려주려고’라는 말에 짜증이 더해졌다. 지금 음악 따위 들을 분위기 아니라고! 냅다 지르려는 소리를 전화선을 타고 넘어온 목소리가 덮는다. 수화기를 든 채 커피포트 스위치를 올렸다. 커피 향이 번지는 창가 소파에 몸을 기댔다. 구질구질한 비에 젖은 시가가 천천히 영화 속 풍경으로 바뀐다. 친구의 표현은 적확했다. 죽이는 ‘음악’이 아니라 ‘목. 소. 리’였다. 대체..
정치인들과 그 지지자들의 말과 글이 살풍경하다. 그 어느 것에 비할 수 없을 정도이다. 더이상 들을 수 없고, 읽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당 전유물이 모든 당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즈음이다.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 귀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부 대선 후보의 말과 글은 옮겨 적는 것조차 주저하게 된다. 상스러워도 너무 상스럽기 때문이다. 시민으로서, 유권자로서 모멸감이 인다.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말과 글도 그 후보의 것 못지 않게 폭력적이다. 유튜브나 포털 뉴스 댓글, 페이스북, 누리집 익명 게시판 등 아무 것이나 딱 10초만 들여다봐도 폭언이 튀어나온다. 피해가는 것이 더 어려운 실정이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에 말과 글을 흉기처럼 휘두르나? 그런 후보에게 도대체..
1. “이 자들은 너무 적게 일하고 너무 많이 받으려 한다.” 산업혁명이 개시된 18세기 중반부터 250여 년 동안 고용주들이 유행가처럼 흥얼거리던 말이다. 뼈가 부서지는 초과 노동 아래 신음해온 노동자들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에게 해당되는 말을. 특히 1830년대는 상상을 초월하는 가혹한 노동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이 시기조차도 영국 노동자 1일 평균 노동시간은 12시간에서 최대 16시간이었다. 일주일에 하루도 안 쉰다고 가정하면 112시간, 일요일 하루는 쉬는 것으로 계산해도 96시간이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수용자 사망 확률이 85%였던, ‘강제노동을 통한 절멸을 목표로 했던’ 아우슈비츠에서조차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98시간이었다. 나치가 인간적이어서가 아니었다. 실제로 한계 이상의 노동이 강제되면 몸이 견디지 못..
수원시가 화성 성안 행궁동에 ‘왕의 골목’ 탐방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대가 크다. 수원관광의 저변이 확장되는 것이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수원은 ‘통과형 관광지’였다. 관광객들은 화성 일부와 화성행궁 정도만 보고 서울로 돌아가거나 경주, 전주로 빠져나갔다. ‘체류형 관광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관광객이 원했던 것은 먹을거리와 볼거리, 숙박시설, 즐길거리였다. 그 후 수원갈비에 이어 통닭거리, 순대타운이 유명세를 타고 행궁동이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뜨면서 먹을거리는 어느 정도 충족됐다. 호텔과 유스호스텔, 민박집이 늘어나면서 숙박시설도 그런대로 갖춰졌다. 화성행궁과 연무대~화홍문~장안공원~화서문을 연결하는 화성어차와 성내를 관광시켜주는 자전거택시, 그리고 창룡문 밖에서 기구를 타고..
동일한 상태에 머물기 위해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바로 자기 생산의 핵심이다. 이는 세포뿐만 아니라 생물권에도 적용된다. 종에 적용되면 진화가 일어난다. 그렇다면,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느리게 밀려오는 기묘한 파도처럼 물질 위에 나타나 파도타기를 하는 물질적인 과정이다. 그것은 통제된 예술적 혼돈이며 기절할 만큼 복잡한 일련의 화학 반응으로, 8,000만 년보다 더 전에 표유류의 뇌를 만들었고, 이제 인간의 모습으로 연애 편지를 쓰고, 컴퓨터를 이용하여 우주 탄생 당시 물질의 온도를 계산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생명은 바야흐로 가차없이 진화하는 우주에서 자신의 낯설지만 진정한 위치를 처음으로 자각하려는 듯하다. 지구 표면의 국지적인 현상인 생명은 사실상 우주 환경을 함께 생각할 때에만 비로소 이해될 수 있다. 46억 년 전 초신성 폭발의 잔재가 응축하여 지구를 탄생시킨 지 얼마 되지 않아 생명은 별의 구성 물질로부터 생겨났다. 생명은 대기 자원의 감소와 태양으로부터 오는 열의 증가로 인해 지국의 온도 조절 시스템이 마침내 붕괴하여 단 1억 년 안에 끝날지도 모른다. 아니면 생명은, 생태계에 둘러싸인 채 탈출하여 안전한 피난처에서 약 50억 년 후 수소 연료를 다 써버린 태양이 적색 거성으로 폭발하면서 지구의 바닷물을 증발시켜버리는 것을 지켜볼 지도 모른다. / '생명이란 무엇인가?'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김영 옮김. 리수. 2021. 49쪽
1. 드라마 극 중 어떤 성씨 남자가 진상 캐릭터라면 문중에서 반발하고, 깜깜이 코로나 확산이라는 발표에 대해 장애인단체가 혐오표현이라 비판한다. 참 예민한 시대를 살고 있다. 방송통신 심의위에 접수된 민원내용을 보면 “시청하기 불편해서”가 상당수다. 내가 싫고 불편하면 다 민원의 대상인 것이다. 단골 민원인도 있다. 민원이 능사다. 민원으로 접수되면 그것이 비상식적 특정인의 문제라 하더라도 처리기준에 의하여 불필요한 행정력이 낭비된다. 앞으로 구성될 방심위는 시청자 민원에 대한 확고한 처리기준을 설정하기 바란다. 민원에 휘둘리지 말고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상식으로 판단하자. 2. 심의 의결 사례를 보면 방송보다 통신이 100 여배에 달하지만 위반에 대한 징벌 수준은 방송보다 약하다. 방송은 양식 있는 내부종사자에 의한 자체심의가 있..
“쥐약을 지급하라. 쥐 때문에 못 살겠다.” 광주교도소 특별사동 10번 방. 나는 식구통에 대고 크게 외쳤다. 밥그릇으로 교도소 창살을 득득 긁었다. ‘드르륵 드르륵’ 소리가 특사를 지나 기결사동까지 퍼져갔다. 방바닥에 드러누워서 발로 문짝을 ‘쾅 쾅’ 찼다. “페스트 걸리면 교도소가 책임져라.” 나는 1시간 동안 쉼 없이 외치고 두드리고 찼다. 보안과 직원이 한번 들여다보고 갔다. 잠시 후 보안과장 호출이 있었다. “야, 고형권! 어떻게 쥐약을 주냐? 네가 먹고 죽으면 누가 책임지냐?” “그럼 쥐를 전부 잡아 없애던가.” 보안과장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귀찮은 듯 나를 사동으로 돌려보냈다. 교도소에는 살찐 쥐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밤에 뺑기통(화장실) 조그마한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면 포동포동 살 오른 쥐들이 교도소 감시탑 조명 아래로 기어가는..
아프리카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해상 수송로를 수호하는 국군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 승조원 301명 중 82%인 247명이 코로나19에 감염 확진된 참사는 부끄럽고 부끄러운 비보다. 세계 해군사에서도 유례가 드문 이번 사태를 국제사회가 어떻게 볼 것인가를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모범적 K-방역을 자랑하면서 문명국을 자처해온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미개한 인재(人災) 참변이 벌어지는가. 문무대왕함은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아덴만 인근 기항지에 접안, 물자를 보급받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지난 2일 첫 증상자가 나왔지만 감기약을 처방한 뒤 합참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망망대해에 뜬 함정에서 설마 바이러스가 퍼지겠느냐는 안이한 판단이 대참사의 화근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국방부는 뒤늦게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 2대를 해당 지역으로 급파해 승조원 전원을 철수시켰다. 지난 4월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의 승조원 38명이 집단감염되는 유사 사건을 겪고도 무대책으로 일관했던 국방부의 개념 없는 방역대처에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군부대 장병들에게 백신을 맞힌다면 그들이야말로 최우선으로 접종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은 상식 아닌가. 최전방에 배치된 장병에게 이런 대접이라니 도대체 말이 되나. 대형 사건이 터질 적마다 목격하는 바이지만, 국방부와 질병관리청(질병청)이 서로 책임을 떠밀며 딴소리를 하고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군 당국은 백신 반출을 위해 질병청과 협의했으나 계약할 당시 제조사가 국외반출을 금지했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파병 당시인 지난 2월엔 군 장병은 우선 접종 대상자가 아니었고 함정 내에서 백신 보관기준을 맞추기가 어려운 점까지 있었다고 구구한 변명을 늘어놨다. 그러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정례브리핑에서 다른 말을 했다. 정 청장은 “합참의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아직 국외반출에 대해 세부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결국 20일 청해부대 장병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해 대국민 사과했다. 서 장관은 “군은 해외파병군을 포함해 모든 군에 대한 백신 접종을 추진해왔으나 2월에 출항한 청해부대 장병에 대한 접종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시인하고 고개를 숙였다.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은 “정부와 군이 우리 장병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군 당국은 안일한 부분이 없었는지 철저히 규명하고, 해외 파병부대 전반에 대한 점검과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판과 미흡, 소홀이 겹쳤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된 상황이다. 미개국에서도 웬만하면 발생하지 않을 수치스러운 이 같은 참사가 또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 위험한 지역에 파견된 장병들은 최전선에 투입된 전투 요원이다. 잠시라도 그들의 안위를 잊어버리는 일은 정상적인 국가가 절대로 저질러서는 안 되는 금기사항이다. 과정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따져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마땅하다. 건듯하면 대국민 사과에 나서야만 하는 국방부 장관의 처지가 차라리 딱해 보인다.
불과 10년 뒤면 50대 이상 인구가 나라 전체의 절반을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네요. 일찌감치 벌어진 잠룡들의 혈전 속에 흘려넘기고 있지만, 예사로 여길 문제가 아닙니다. 고령화 현상이 이런 속도로 가파르게 심화하면 경제인구가 대폭 줄어들게 되고, 머지않아 국가소멸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이니까요. 인류의 삶을 피폐화시키고 있는 코로나 펜데믹 그 끝에 필경 닥쳐올 생존의 위협은 가늠조차 쉽지 않은 요즘 아닙니까? 행정안전부 발표에 등장하는 올 6월 30일 현재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 통계가 아찔합니다. 40대 이하는 큰 폭으로 감소하고, 50대 이상은 대폭 증가하는 추세예요. 50대는 모두 859만314명으로 전체 인구의 16.6%를 차지하고 있어요. 40~50대는 다 합치면 32.5%로서 비중이 가장 높네요. 이어서 20~30대가 26.2%,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