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필자가 속한 한미친선 민간단체 행사의 일환으로 평택 미군부대와 오산 미 공군부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미군 측에서는 미 7공군 사령부의 장성이 직접 나와서 한반도를 지키기 위한 전략과 작전을 설명하였고, 한국측 민간방문단은 북한과 한미연합군 군사력 비교, 북핵 대응방안 등에 대해 질의하였다. 미군측은 한미 합동으로 북한의 미사일, 핵무기 등의 상황을 24시간 감시하고 있으며, 위험이 현실화 되는 경우 원점타격 등 선제공격을 감행하며, 북한에게 도발은 바로 죽음이라는 신호를 끊임없이 주어 도발을 사전봉쇄 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유사시 세계최강의 미 공군력은 한반도의 하늘을 완전 장악하여, 북한의 전략 기지를 단시간 내 모두 파괴하며, 북한 핵무기는 남한에 쏘기도 전에 거의 파괴된다고 했다. 민간방문단은 미 공군의 주력기인 A10과 F16기에 장착된 미사일과 레이다교란장치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직접 전투기를 만져보면서 감동에 젖기도 하였다. 우리에게 한미동맹과 미군의 주둔은 큰 행운으로,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에 세계 유래 없는 발전을 이룬 데는 굳건한 한미 동맹이 있었기 때문이며, 이를 가능하게 한 선배들의 업적은 인정받아야 한다고…
‘김영란법’은 살아남을 것인가? 아마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정확히 표현해서, 명목이야 유지되겠지만 ‘지금 그대로’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정식 명칭인데,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 28일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9월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아직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법률 자체의 개정 주장이 있는가 하면, 일단 시행령에서 식사접대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비 10만원의 상한기준을 더 높이자는 주장도 있다. 특히 농수축산물의 경우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대로 시행되면 엄청난 경제적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난무하고 있다. 목적이 정당해도 문제가 있다면 불완전한 법 이 법은 2010년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과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을 계기로 제안되었다. 이들 사건에서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자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금품을 받으면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다. 2
태극기의 효시는 1882년 박영효가 일본에 수신사로 가면서 태극도안을 사용한 기(旗)다. 그리고 태극도안의 태극기가 국기로서 공식화된 것은 이듬해인 1883년 1월이다. 그 과정을 보면, 1876년 일본과의 강화도조약 체결 이후 국기 제정문제가 논의되다가, 태극무늬의 기를 고종이 ‘태극 주위에 4괘(四卦)를 배(配)한다’고 공포함으로써 정식 국기로 채택된 것이다. 공포 당시 태극기의 규격이나 형태에 관한 정확한 명시가 없었다. 따라서 각양각색의 형태로 사용되었다. 그러던 것이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인 1949년 2월 국기시정위원회의 결정으로 규격과 문양의 통일이 이루어졌으며, 이것이 현재 쓰고 있는 태극기다. 태극기의 존재감이 가장 빛나는 곳은 군이다. 매일 태극기 앞에서 충성을 다짐하고 나라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있어서다. 해외 파병 길에 오르는 군인들의 어깨에 태극마크를 붙이는 이유도 내 조국 대한민국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함이다. 작년 8월부터는 국내 모든 군인의 어깨에도 태극마크를 붙이도록 의무화 했다. 이 또한 군복무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함은 다르지 않다. 태극기의 존재감은 국제 스포츠대회에 참가하는…
서해에서 /김부회 펄의 알몸 뒤로 스란 한 폭 붉다 풍경이 풍경을 덧칠하는 동안 우리 무미한 안부는 커피처럼 식고 낮의 건조를 밀어내다 지쳐 어둠이 무뎌질 때쯤 웃자란 약속이 약속의 정형과 이별했다 그물 지지대 밖 밀물이 바닥을 되돌려 주고 디딘 만삭의 섬들이 제 높이를 키운다 켜켜이 올려놓은 모닥불 속 있어도 없는 사람이 사그락 불꽃이 된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불쏘시개를 던진다 이따금 다려지는 어둠의 주름 갯벌에 스며들다 미처 못 지운 취기의 분장 데워진 몸을 갯바람이 식힌다 동그란 얼굴 입 밖으로 나온 이명의 솔깃한 부름에 소스라친 귀가 쑤욱 자란다 멀리 갈매기들만 귀항지에 뱃소리가 울린 것 같다 청각의 바깥에 도착해 있을지도 모를 신호 뚜~뚜 약속은 믿음이다. 너에 대한 신뢰의 정도를 가늠하게 하는 척도다. 지는 해가 붉은스란 한 폭으로 펼쳐진 저녁이다.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바라본 풍경이 풍경을 덧칠하는 동안 안부는 커피처럼 식었다. 꼭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틀이 깨졌다. 그래도 오지 않는 너에 대한 아쉬움이 커서 너의 모습이 모닥불 속 불꽃이 되어 피어오른다. 모르는 사람들이 위로의 말로 던지는 불쏘시개에 마음속 어둠을 펴고 취기의 몸
오는 15일은 광복 71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일제 잔재를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매년 삼일절과 광복절, 또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일본군 위안부 망언 등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일제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매번 그 뿐이다. 게다가 일본이 아닌 국내에서도 일본의 강제 식민 통치행위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친일 집단과 일본 극우파의 주장에 동조하는 얼빠진 인물들도 있다. 일본에 맞서 국가를 지키느라 재산과 생명을 아낌없이 바친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 1천115명 가운데 75%가 월소득 200만원 미만이라는 조사가 얼마 전에 나온 적이 있다. ‘독립운동을 하면 삼대가 망한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반면에 친일파 후손들은 당시 조상들의 축재를 바탕으로 정·재계와 심지어는 학계까지 진출해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따라서 이런 현실에서 일제 잔재 청산이 쉬울 리 없다. 하지만 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해방이다. 현재 일제 잔재는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건축 현장에서부터 지식인들의 집단인 언론·출판계까지, 학교 현장에서부터 군대까지, 심지어는 장례식장에까지 뿌리 내리고 있다. 모두 뿌리를 뽑아
지리적으로 접근성이 높고 역사 사회문화적 요인과 한·중FTA 등으로 중국교류가 확대되어가고 있다. 이에 중국인 유학생들이 중국과의 관계 확대와 내실화에 중요한 인적자원이 된다. 양국학생들은 미래사회개척의 주역으로 활동해가기 때문이다. 한중간의 교류확대와 발전을 위해서 유학생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인천발전연구원은 인천 중국인 유학생 지원 사업 내실화 방안 보고서에서 인천의 가치재창조 사업과 연계해 중국인 유학생 지원 사업의 효과성을 제고와 내실화를 제안했다. 2015년 기준 인천의 중국인 유학생 수는 956명으로 인천 해외유학생의 54.5%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인천시를 비롯한 많은 지자체들이 지역 소재학교에 재학하는 중국인 유학생의 생활적응을 위한 정보와 인프라 지원, 지역사회 참여네트워크 구축, 취업정보 제공 등 다각적인 지원 사업을 시행한다. 인천시도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중국유학생지원 사업을 추진해가야 한다. 유형별로는 생활정보와 인프라 지원이 8건으로 전체 50%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지역사회네트워크 6건, 취업지원 3건 등이다. 이같이 인천시의 주요 사업은 상대적으로 지역정보 안내 사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지역탐방 및
헌법상 제도의 안정적 정착과 발전에는 제도를 실현하는 법률의 정비가 필수적이고, 그 법률의 정비에는 법률뿐만 아니라 대통령령, 시행령 등 행정입법도 포함된다. 헌법상 제도인 지방자치의 출발이 제왕적 대통령제와 권위주의 청산이라는 국민적 합의에서 비롯된 만큼 입법권을 부여받은 국회는 지방자치 관련 법률을 제정함에 있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권력분립이 원활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특히 대통령령에 입법을 위임함에 있어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올 한해 지방자치 제도의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누리과정 예산’과 ‘지방재정개편안 추진’이다. 위 사건에는 대통령령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교육자치단체의 재원을 통제하는 중앙정부와 이에 반발하는 지자체, 그리고 그들 사이에 끼어 희생양이 된 국민들이 등장한다. 지방자치의 주체들이 지방자치제도를 구현하는 법률과 이를 시행하는 대통령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에 우리는 2가지 사건을 통해 지자체의 재원 배분에 관한 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방식이 지방자치제도의 안정성을 심히 훼손하는 갈등을 야기한다는 경험을…
지난 7월 1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국립경제서비스대학교에서 계명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 학생들과 블라디보스토크 국립경제서비스대학교 대학원 학생들이 러시아어로 제1차 한·러청년포럼(주제: 두 개의 나라, 성공적인 미래를 향한 하나의 길)을 개최했다. ‘러시아 극동지역 고려인의 발자취를 찾아서’를 주제로 학생들을 인솔하게 되었다는 정막래 교수의 연락을 받고 2013~2015년 블라디보스토크 한국총영사관이 공공외교사업으로 진행한 한·러지식포럼의 러시아측 공동기획자인 경제서비스대학교 라트킨 교수를 소개했는데, 두 사람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한·러청년포럼이 성사된 것이었다. 필자는 극동러시아 일정을 준비하고 있는 계명대 학생들에게 러시아의 ‘경제’ 수도인 블라디보스토크와 ‘러시아 속의 한국’과 다름 아닌 우수리스크, 그리고 극동러시아의 중심도시 하바롭스크를 주목하자고 강조했다. 한·러청년포럼도 2015년 한·러지식포럼의 핵심의제였던 ‘관광’을 중심으로 준비할 것을 조언했다. 러시아 현지 언론의 관심 속에 진행된 포럼에서 주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이 만들어진 것은 1928년이다. 그리고 인류는 이를 계기로 그 동안 지긋지긋하게 벌여온 세균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본격 상용화된 2차 대전 이후에는 희망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폐렴 매독 천연두 등 난치병에 대해 획기적 효과를 보였고 심지어 세균에 감염돼 패혈증으로 죽던 환자까지 거짓말처럼 완치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착각’이었음을 감지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키우면서 진화한 세균이 등장하기 시작해서다. 금속을 녹일 정도의 진한 황산 속에서만 살 수 있는 세균도 있고, 수심 11㎞나 되는 태평양 속에 살고 있는 세균도 있으며, 심지어 달 표면에 2년 동안 놓아두었던 카메라의 밀폐된 렌즈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박테리아의 끈질긴 생명력을 인류가 간과한 것이다. 곧바로 세균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1961년 영국에서 항생제 내성을 가진 세균이 세계 최초로 보고된 이후 지금까지 어떤 강력한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수없이 나타났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최근 미국에서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는 사람이 연간 200만 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2만3000명 이상이 매년 사망하는 것으로
雨中 /서정춘 내 몸의 잎사귀 뒤 귀때기 빗소리 얻으러 귀동냥 가고 있다 귓속으로 귓속으로 귀동냥 가고 있다 2 비오는 날은 떠돌이 빗소리를 아느냐 빗소리 따라다닌 슬픈 귀동냥 3 세상은 빗소리로 가득하고 문득 나만 없다 - 서정춘 시집‘죽편’ / 동학사 혼자만의 숨결 속에서 빗소리에 나를 온전히 맡기면 나는 비 맞는 잎사귀가 된다. 귀때기는 빗소리를 따라다니는 떠돌이가 된다. 들리는 것은 빗소리뿐, 세상천지에 빗소리 가득한데 내가 서 있는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비이며 잎사귀이며 빗소리를 따라 떠도는 쓸쓸함이다. 맑게 씻기는 나무처럼 투명해지는 내 몸의 잎사귀. 그 몸 잎사귀 뒤 귀때기도 빗소리 따라 슬픈 귀동냥 가는 것이다. 홀로 비 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 청량한 적막함. 지금 댓잎들 위에 솨솨 거리는 빗소리가 천지사방 가득 들리는 듯 하다. 내 마음 댓잎 위에 듣는 빗소리. /김은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