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下弦) /이현서 밤이면 내 몸속에 풀여치 한 마리 산다 층계 밑 구석진 곳에서 여린 날개 비비는 소리 가늘고 고운 울림으로 방 한 칸을 들이는 모양이다 긴 더듬이로 달빛을 찍어 문풍지를 바르고 외풍이 스미는 틈 사이엔 여문 추억을 꼭꼭 채워 넣는다 슬픔이 저장된 시린 악보를 타고 뼛속까지 스미는 한기 네게 닿을 듯 닿지 않는 긴 울음이 휘적휘적 밤의 허리를 휘감는다 참을 수 없는 허공의 무게를 견딘 날개가 풀섶에 내린 이슬에 젖곤 했다 찌- 찌르르 풀여치 울음소리 어둠을 타전하고 몇 번의 안부를 묻던 꽃향기 짙은 기억들 맨몸으로 이별의 하중을 가까스로 견딜 무렵 오래 함구하던 슬픔 위로 달이 무너진다 긴 기도처럼 저물어가는 가을 밤, 삭막한 도시 아파트 화단 풀밭에서도 풀벌레 소리가 무성하다. 사위어 가는 모든 것들을 돌아보며 자신을 성찰하기도 하고, 삶의 길목마다 만났던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끝내 닿을 수 없었던 사랑이나 낙엽냄새처럼 되살아나는 기억들이 더 선명해 지는, 슬픈 영혼을 가진 모든 존재들에게 따뜻한 눈 맞춤을 하고 싶어지는, 가을이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국민건강에 잠재적 위험이 있는 건물에 대한 철저한 사전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사건발생시 커다란 재산피해는 물론 소중한 인명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사전에 안전관리에 따른 대안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우리나라 지진 발생 빈도를 보면 수도권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분당, 평촌 등 1기 신도시의 안전성 문제가 수면위로 제기되고 있다. 당시 파격적인 주택 보급 정책에 따라 바닷모래를 사용해 건축했기에 철근의 부식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도내 지자체와 한국시설안전공단 등에 따르면 1기 신도시는 당시 주택 200만호 건설의 일환으로 조성된 성남 분당, 안양 평촌, 고양 일산, 부천 중동, 군포 산본 등 경기도내 5개 지역이다. 갑작스런 대규모 주택 건설정책으로 건물을 많이 지으면서 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한 강모래가 부족해서 해외로부터 수입하였으나 이 또한 부족했다. 건축물의 기둥을 세우는 과정에서 철근을 심고 콘크리트를 타설하게 되는데 당시 콘크리트에는 염분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바닷모래를 혼합해 타설하여 철근이 부식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위험성 있는 건물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위한 안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가야 할 때이다. 최근 잇
지난주(10월9~11일) 우크라이나 키예프대학 한국어문학과가 주최한 행사에 참여했다. 9일에는 한글날을 맞아 키예프대 한국어문학과에서 자체로 실시한 한국어말하기대회 수상자를 위한 시상식이 키예프 시내 한국식당에서 열렸고, 10일과 11일에는 키예프대 인문대 강당에서 ‘‘동유럽의 한국학 현황과 전망’ 한-우크라이나 국제학술회의’와 ‘한국 문학의 날’ 행사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문화교류센터의 지원으로 개최되었다. 한국어말하기대회 행사는 해외 대학의 한국어/학과에서 일상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드라마 중심의 한류1.0, K-Pop이 주도한 한류2.0에 이어 전통문화를 포함한 한국문화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한류3.0시대가 열렸다고 한다면, 한류4.0 내지 한류5.0시대의 도래는 해외에서의 한국어 및 한국학 교육이 주도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9일 키예프에서 목도한 한국어말하기대회 시상식 행사는 필자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K-pop이 계속 흘러나오는 한국식당에서 가진 만찬을 겸한 시상식에서 이번 행사에 참여한 신경림 시인과 현기영 작가가 상장과 상품
학교 내 폭력이 사회문제화 되면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반면 학교 밖 청소년의 폭력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남춘 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 남동갑)이 지난달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엔 2012년 2만3천877명이었던 학교폭력 검거자수가 2013년 1만7천385명, 2014년 1만3천268명, 2015년 1만2천495명으로 기록돼 있다. 3년 동안 절반가량 줄어든 것이다. 그런데 교내에서 감소한 폭력은 학교 밖에서 증가했다. 교사들의 관리가 어려운 학교 밖 청소년 폭력 검거자는 지난 2012년 2천55명에서 2015년엔 5천156명으로 같은 기간 2.5배 증가한 것이다. 특히 성폭력은 2012년 509명에서 2015년 1천253명으로 대폭 늘었다. 학교 내 폭력 근절 대책만으로는 학생폭력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폭력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17일 SNS에서 동급생에게 놀림을 당한 인천의 중학생이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그는 다니던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당해 올해 5월 27일 지금의 학교로 전학했는데 괴롭혔던 동급생이 페이스북에 과거 학교폭력을 당한 사실을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2016년 9월28일부터 우리는 그동안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법이 시행되고 있다. 언론에서 소위 말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벌써부터 위 법의 시행으로 고급음식점, 농수산물, 화예업체 등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느냐고 아우성이다. 이제 겨우 시행한지 한 달이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국회에 개정안이 여러 건 제출되어 있다. 아직까지는 법제정을 주도했던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법해석에 대한 이견이나 잡음이 있다. 위 법은 크게 부정청탁을 금지하는 부분과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하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는 그 대상을 공직자 등에 대하여 부정청탁을 금지하는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공직자 등에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학교교원, 언론사직원도 모두 포함된다. 금품 등의 수수 금지는 원칙적으로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두 부분에 모두 예외
경찰이 도박판을 덮치고, 사설 도박판을 운영하다 단속에 걸린 정마담(김혜수 분)은 “잠깐 (감옥에) 들어갔다 나오면 된다”는 형사의 말에 팔짱을 낀 채 턱을 치켜 올리고 “이거 왜 이래. 나 이대 나온 여자야. 어떻게 그런 델 들어가”라고 쏘아붙인다. 10년 전 개봉한 영화 ‘타짜’에서 김혜수가 한 이 대사는 당시 이화여대 출신을 은근히 비꼬는 말로 회자되며 유명세를 탔다. 130년 전통의 이대는 우리나라 여자 사립대학 중 가장 명문으로 자리매김 해 온, 자타가 공인하는 학교다.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력도 대단하다. 때문에 재학생은 물론이고 졸업생들의 자부심 또한 매우 높다. 그래서 집안도 좋고, 지적이고 도도한 인상의 이대 출신들을 ‘학벌주의’의 카르텔로 묶어 비하하거나 질투 시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김혜수의 멘트는 이 때문에 한동안 개그 소재로도 인기를 끌었다. 이대의 영향력은 그동안 우리사회에 포진해 있던 졸업생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쉽게 가늠된다. 우선 전직 대통령 부인들만 보아도 그렇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에 이르기까지 이 학교 동
메주를 광주리에 담은 사진이 옛날로부터 도착했다 늙은 새가 낳아놓은 알 같기도 한데 코끝을 스치는 아랫목 냄새 새벽부터 순한 말을 몰고 와 잔등을 쓸며 기다리는 할머니 정월 첫 말날에 장을 담가야 맛있다는 흘려보낸 말이 살아 돌아오고 독에 소금을 풀고 달걀을 띄우고 숯을 넣고 붉은 고추를 잠재운다 물보다 진한 피가 삼대를 돌아오는 동안 푸른 허공에 버캐를 문 말 떼들 얼마나 뽀얀 아이들이 태어나려는지 목련나무의 오줌보가 곧 터질 것 같다 엄마는 음력 정월 말날에 담근 장이 더 맛있다는 속설 때문에 이날을 기다렸다 장을 담그곤 하셨다. 가을에 수확한 콩으로 메주를 쑤어 소금 푼물에 넣고 홍고추와 숯 대추를 넣고 숙성에 들어간다. 말과 장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정확한 기원은 밝히기 어렵지만 풍속으로 떠도는 말은 비슷한 발음 대문이라는 설이 있다‘말있다’를 빠르게 반복하다 보면 ‘마있다’ 또는 ‘맛있다’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옛 문헌에 따르면 말은 12지신(12띠 동물)중 가장 피가 붉고 진하기 때문에 장도 그와 같이 곱고 진한 색을 내라고 말날에 장을 담근다는 것이다. 물보다 진한 피가 삼대를 돌아
국제통화기금(IMF)이 선진 주요국 경제의 장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했다. IMF는 지난 10월4일 ‘세계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데다 세계 주요국들이 보호무역주의 분위기에 휩쓸리게 된다면 향후 ‘저물가 및 저성장’으로 대표되는 장기침체 즉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것이다. IMF가 세계경제의 위험요인으로 꼽은 항목 가운데에는 현재 상호비방과 정책비전 실종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미국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표출된 정치 불안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가능성을 먼저 들고 있다. 두 번째 요인으로는 중국경제가 그동안 성장을 견인해온 투자와 수출촉진 정책에서 앞으로는 소비와 내수 중심의 경제성장정책으로 전환함에 따라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 등이다. 그러나 IMF는 신흥시장국과 개발도상국의 내년도 성장전망치를 4.2%로 상향조정하면서 이는 주로 인도와 러시아의 성장이 큰 몫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신흥국 역시 주요 제조업 수출국의 교역량이 둔화할 경우 각국 경제에 구조조정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고령화에 직면한 인구구조 변동과 노동시장의
대도시 시민들의 쾌적한 환경조성을 위해서 지자체는 최선을 다해가야 한다. 공공시설의 확충으로 충분한 휴식공간을 만들어간다. 특히 인천시는 항구도시로 국내외 관광방문객이 많아서 시민들의 각별한 친절과 봉사가 요구된다. 인천시는 올 해 안에 국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진 대도시가 된다. 2006년 처음으로 전체 면적 1천㎢를 추월한 후 송도·영종·청라 등 경제자유구역 매립으로 도시가 꾸준히 팽창되고 있다. 2016년 9월 말 현재 인천시 면적은 1천57㎢으로 2015년 대비 8㎢ 증가했다. 앞으로도 인천의 면적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도시생성이 가능한 연안이 많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중구 영종도 인천공항 잔여 공유수면 매립지 5.4㎢에 대한 측량작업이 마무리 돼 토지대장 등록을 마치게 되면 인천의 면적은 1천62.4㎢로 늘어나 된다. 또 서울시·환경부 소유의 수도권매립지15.9㎢가 인천으로 편입되면 그 면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시는 토지면적 증가가 시장규모 확장으로 이어지면서 시 자산 가치 증가, 세수 확충, 정부 교부금 확대 등의 직접적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경제인구와 시장규모가 동시에 커지면서 지역경제 발전에도 탄력을 받을 것
이 가을 전국 곳곳에서 참으로 많은 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그래서 10월은 축제의 달이라고 불린다.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열린 한국의 대표적인 축제 중 하나인 수원화성문화제로부터 농촌의 소박한 여러 축제에 이르기까지 흥겨운 축제가 이어진다. 일부에서는 축제가 쓸데없는 예산 낭비라고 폄하한다. 그러나 이번 수원화성문화제를 보면 그렇지 않다.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 인근 상점들은 호황을 누렸다. 특히 수원구간에서 정조대왕 능행차가 벌어진 9일 퍼레이드 구간과 야조가 열린 연무대 인근은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인근 상점과 음식점 등은 물건과 음식이 동나 일찍 문을 닫기도 했다. 축제는 이처럼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일상의 고단한 삶에 지친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위로와 삶의 의욕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공동체를 더 굳건하게 해주고 자부심을 갖게 해준다. 이것이 축제의 효과다. 단순한 돈 낭비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남들이 하니까 마지못해 따라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축제도 있다. 지역적인 특징도 없고 문화적 배경도 없는 그저 그런 축제들은 주민들의 외면을 받는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