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100세 인생’이란 노래가 마치 국민가요처럼 인기를 모으고 있다. 노래 가사가 자못 흥미롭다. 팔십 세도, 구십 세도 아직 쓸 만하여 떠날 때가 아니니, 못 떠난다고 ‘전하라’ 한다. 100세에 이르러 데리러 온다면 내 알아서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하라’고 한다. 150세에 데리러 온다면 이미 극락세계에 와 있다고 ‘전하라’ 한다. 100세 시대를 넘어 가히 150세 시대의 구가가 눈 앞에 다가온 듯 인생의 ‘넉넉함’과 ‘배포’가 배어난다. 얼마 전 뉴스에서 70·80대 할머니 3인방이 모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신다는 소식을 접했다. 학위수여식에서 ‘시니어리더상’까지 받으신단다. 손자뻘 되는 학생들과 함께 ‘늦깎이’ 공부를 하시며, 학점은행제로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이번에는 단숨에 석사학위를 거머쥐시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단 한 번 결석도 없이 매 학기 성적우수 장학금까지 받으며 공부하셨단다. 침침한 눈에 돋보기를 쓰고, 일구어내신 만학 할머니들의…
우리의 대표적 전통술 하면 역시 탁주, 즉 막걸리다. 약주와 소주도 있으나 탁주에서 재(滓. 찌꺼기)를 제거해 약주를 만들었고 이를 증류해 소주를 얻었기 때문이다. 셋 중 역사도 가장 오래다. 삼국유사(三國遺事) 가락국기(駕洛國記)에 수로왕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요례( 禮)를 빚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요는 탁주를 의미해서 그렇다. 탁주류의 술은 예부터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렸다. 곡식으로 빚은 술이라서 곡주(穀酒), 우유처럼 흰 술이라서 백주(白酒)라 했다. 그런가 하면 찌꺼기가 남는 술이라서 재주(滓酒), 알코올 도수가 낮아 술 맛이 연하고 술기운이 박하다 하여 박주(薄酒), 집집마다 담가먹는 술이라서 가주(佳酒), 제사 때에 제상에 올리는 술이라서 제주(祭酒), 농사지을 때에 먹는 술이라서 농주(農酒), 시골에서 마시는 술이라서 촌주(村酒), 백성이 가장 많이 즐겨 마시는 술이라서 향주(鄕酒),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라서 국주(國酒) 등으로 불렸다. 지역별 방언도 다양하다. 함경도 감지, 제주 다박주·탁바리, 경남 막걸래, 평안도 막고래, 전남 빡주, 부산 탁주배기등이 대표적이다. 막걸리가 이같은 탁주류를 대표하는 명칭이 된 것은 지난 2010년이다. 막걸
시시한 말 /윤수천 나이 들어 보니 중요한 말보다는 시시한 말이 자꾸 좋아져 차 한 잔 할까? 얼굴 한 번 봐야지? 특별히 무슨 용무가 있지도 않은 그냥 지나는 말처럼 들리는 그런 말들 내일은 뭐해? 글 좀 쓰나? 굳이 궁금할 것도 없는 그냥 한번 해보는 말처럼 들리는 그런 말들 시인의 시를 읽고 나면 가슴 속 어디선가로 부터 더운 김이 올라온다. 누군가에게 서운함을 느낀 날은 더욱 공감이 간다. 해석할 필요가 없이, 읽으면 그 순간 알게 되는 시인의 마음. 시시한 말이 자꾸 좋아진다고 하신다. 차 한 잔 하기, 얼굴 한 번 보기, 내일 뭐하는지 궁금해 하고 글은 좀 쓰는 지 묻는 그런 말들. 가만히 그 말의 대상을 생각해보면 친한 사람일 것이다. 얼굴을 보고 싶어 하고 차를 한 잔 하거나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밥 한 그릇을 비우자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채워 주고 싶다는 것이라고, 밥은 곧 마음이라고 하신다. 필요에 의해 하는 말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하게 되는 말들. 시시한 말은 바로 무한 사랑의 말이 아닐까? 조금 더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건네는 말 시시한 말. /권월자 수원문학 수필분과위원장
50대 후반의 가정주부 이모씨는 수개월 전부터 소변을 참지 못하고 조금씩 지리는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시도 때도 소변이 흘러 나와서, 대인 관계는 물론 바깥 외출에도 꺼려진다. 최근에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들어짐에 따라 ‘우울증’까지 찾아와 하루하루가 견디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최근 요실금으로 인한 중년 여성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요실금이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갑자기 소변이 흘러나와 속옷을 적시기 때문에 매우 당황스럽고 곤란한 증상이다. 요실금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올 수 있으며 소아 야뇨증, 남성 전립선비대증, 신경질환 등의 병적 상황에서 발생하거나 건강한 상태에서도 흔하게 발생하는데 주로 중년 이후의 여성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통계를 보면, 전체 성인 여성인구의 40% 가량이 요실금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노령인구가 늘어나면서 그 수는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 여성의 요실금은 그 증상과 원인에 따라 복압성 요실금과 절박성 요실금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먼저 복압성 요실금은 주로 임신과 출산, 노화 등의 원인에 의해 방광 및 요도를 지지하고 있는 골반근육이 약화되고, 결국은 요도 및 방광경부의 지지력이 약해진…
최근 과천 옛 이야기 동화들을 재미있게 읽었다. 지역 문화 콘텐츠로서 이야기 원천을 찾으면서 다양한 과천의 소재들을 찾아보고 있다. ‘서울 가려면 과천에서부터 긴다’는 당시 과천 권세가들에 대한 얘기, 그래서 술집들이 많이 들어서 새술막에 명칭이 생겨난 얘기, 소금장수가 말이 되어서 겪는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이야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옛 선현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얘기들은 기존에 잘 알려진 관악산과 청계산의 과천 땔나무 장수 얘기를 다룬 ‘과천나무꾼놀이’, 정조대왕 수원을 가는 과천 길 능행차때부터 전승되어온 ‘과천무등답교놀이’와 함께 무궁무진한 지역의 이야기들로 자리잡고 있다. 모두 지역의 이야기 원천을 어떻게 현재 시점에서 풀어가면 좋을까 하는 지역 문화 콘텐츠로서 흥미로운 이야기꺼리들이다. 마음을 사로잡을 현재 진행형 이야기를 다듬는 것을 ‘스토리텔링’이라고 한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이라는 문화 콘텐츠 개념이 있다. 고유한 문화를 소유하지 않는 사회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문화 콘텐츠의 글로벌 콘텐츠와 지역 콘텐츠의 웅합을 고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듯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시인 김종길이 ‘설날 아침에’란 시에서 읊은 것처럼 아무리 힘들고 각박해도 세상은 살만하다. 흩어진 가족을 모으는 명절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함께 모여 차례를 지내고 가족과 친지를 만나는 동안 결코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설날에 고향과 가족에 대한 보람과 감동으로 다시 1년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래서 어떻든 찾아갈 곳 있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큰 위안이다. 고단한 몸, 시름겨운 마음으로 고향집 문을 밀고 들어서면 반갑게 맞이하는 어른들의 환한 얼굴을 보며 더 없는 푸근함도 느낀다. 고향에서, 오는 가족을 기다리는 마음 또한 다르지 않다. 김남주 시인은 이런 마음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까치야 까치야 뭣 하러 왔냐/ 때때옷도…
순대 아줌마 /김선희 순대 실은 용달차에 손님이 뜸할 때면 도마 위에 책을 펴는 필리핀 애기엄마 흐릿한 불빛 너머로 고향땅을 그린다 함지박에 쌓인 순대 뚜걱뚜걱 썰어 가며 어눌한 한국어로 건네는 인사말이 비탈길 바람을 몰아 골목 가득 따스하다 - 시조집 ‘숲에 관한 기억’/ 동학사·2015 이주민 백만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단일 민족을 내세우며 우리가 남인가를 외치는 일은 이제 유치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열린사회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필리핀에서 온 순대 아줌마는 몸만 이 땅에 온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 어머니의 모습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철학자 레비나스는 ‘타자(他者)’에 대해 지녀야할 윤리적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어렵지만 우리말로 인사를 건네는 이주민의 얼굴 속에서 우리가 읽어야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익숙한 ‘비탈길 바람’을 위무할 뿐만 아니라 ‘따스함’을 건네도록 성숙한 우리의 얼굴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이민호 시인
아이들에게 ‘소두증(小頭症)’을 유발시킨다는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심이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일 경기도내에서 첫 지카바이러스 의심환자가 발생해 놀라게 했다. 도내 여성 3명은 중남미 등 감염국가로 여행을 다녀온 뒤 발열, 근육통 등 지카바이러스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자 2일 오전 스스로 보건소를 방문해 신고했다. 이들의 증상이 심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받고 싶은 것이다. 이에 이들의 검체를 채취해 국립보건원에 검사를 의뢰했는데 다행히도 이들 3명을 포함한 7명의 의심환자 모두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지카바이러스 감염자가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지카바이러스 발생국으로부터 입국하는 여행자들에 대한 검역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감염자가 발생한 브라질·멕시코 등 중남미국가와 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인원은 연 214만명이나 된다. 방역당국은 지카바이러스 환자 발생 국가를 방문할 경우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고 37.5도 이상의 발열·발진, 관절통, 결막염, 근육통, 두통 등의 증상이 생기면 의료기관에 진료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임신부의 경우…
값싼 수입품을 국산으로 둔갑시킨 판매가 구정을 앞두고 기승을 부린다. 농수산물의 유통구조와 판매형태가 구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농산물수입개방과 비싼 국산품의 원산지표시는 악덕상인에 의해서 근절되지 않는다. 재래시장 원산지 표시 단속현장에서 상인과 단속반의 눈속임과 대처는 일시적이다. 당국의 일시적인 단속은 정착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일선자치단체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지방사무소의 제수용품과 농축산물 등에 대한 원산지 표시위반 업체 단속은 연중무휴로 이뤄져야한다. 상인과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을 실시하여 정착시켜가는 일이 시급하다. 상인들은 바쁜 와중에 대체적으로 협조적이지만 일부 상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잘못된 상인들의 의식변화가 시급하다. 올바른 상도덕윤리를 위한 자원봉사단체의 활동을 강화시켜 가야한다. 단속요원들은 진열상품은 물론 거래명세표, 냉장고 심지어 쓰레기통까지 확인하는 등 철저한 단속을 하고 있으나 효과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오랫동안 잘못된 관행처럼 이어온 실태와 경미한 처벌을 강화시켜 가야한다. 한 식육점에서는 칠레산으로 표시된 LA갈비가 조사결과 멕시코산으로 확인되자 점원은 당황할 뿐이다. 근본적으로 수입산 물품의 관리시스
지금은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하면서 겨울이 춥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그 옛날의 설은 왜 그리도 추웠던지. 못 입고, 못 먹고 주위 환경이 녹록지 않은 탓이었을 게다. 영하 20도는 보통이었던 추위도 추위거니와 변변한 옷이나 신발도 없었다. 한 여름엔 ‘타이아표’ 검정 고무신 하나면 족했다. 국민학교(초등학교) 정문 앞에 뽑기 상품 중 최고는 새로 나온 15원짜리 라면이었다. 끓여 먹을 줄도 잘 몰라 스프를 뿌려 그냥 과자처럼 깨물어 먹었다. 세뱃돈으로 받은 10원짜리 지폐를 흔들며 가슴 뿌듯해했던 유년시절이 문득 생각난다. 어머니께서 방앗간에서 줄을 서 기다리다 금세 뽑아주신 가래떡은 왜 그리도 맛있었는지. 지금도 앉은 자리에서 서너 개는 거뜬히 해치운다. 화성시 매송면 송라리 시골을 떠나 선생님이셨던 아버지를 따라 소사(부천)에 살던 시절이다. 방학이라서 설 전날에는 시골엘 갔다. 먹고 살기 위해 인천으로, 수원으로, 소사로 뿔뿔이 흩어졌던 큰 아버님과 사촌형들이 한 데 모인다. 소사에서 수원으로 갈아타지 않고 오는 방법은 인천~영등포~수원을 오가는 태화버스였다. 1971년 실미도 군특수부대원들이 탈취했던 그 버스다. 지금도 생각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