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 송나라와 초나라가 전쟁을 벌였다. 막강한 초나라 군대가 송나라를 향해 강을 건너는 중이었다. 송나라의 참모가 주군인 양공에게 건의했다. “적이 강을 반쯤 건너왔을 때 공격하면 이길 수 있습니다.” 양공은 “그건 의로운 싸움이 아니다. 정정당당히 싸워야 참된 패자가 될 수 있다.”라며 거절했다. 강을 건넌 초나라가 채 진용을 갖추려 하는 순간 다시 건의했다. “마지막 기회입니다. 진용을 미처 가다듬기 전에 치면 적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양공은 “군자는 남이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괴롭히지 않는 법이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거절했고 전쟁의 결과는 송나라의 패배와 송양공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후세사람들은 이를 ‘송양지인’이라 하여 제 분수를 모르고 명분만을 내세워 상대방을 동정하는 어리석은 행위를 일컫는 말이 되었다. 영웅 안중근 의사에게도 비슷한 일화가 있었다. 1908년 안중근은 대한의군 참모중장으로 함경북도 경흥과 신아산 부근에서 국내 진공작전을 수행하면서 5명의 일본군을 포로로 잡는 등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그러나 포로 처리를 두고 안중근은 주위의 반대에 국제공법을 들어 처벌치 않고 석방해 주었다. 포로의 정보로 일본군은 독립
지난 3월 10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중국의 중재로 베이징에서 극적으로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였다. 이로써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을 지렛대로 멀어져가는 미국의 주의를 환기하고, 총력을 다하여 추진하고 있는 경제 개혁의 장애물인 안보 위협을 현저히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이란은 최근의 시위로 불안한 국내 정치 상황을 안정시키고 서방의 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타파할 계기를 마련하였다. 예멘,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파키스탄 등에서도 양국이 관여하였던 내전이 종료되거나 갈등이 완화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과거 수십 년 동안 보아 왔던 미국의 역할을 중국이 대신 수행하였다는 사실이다. 평화 중재자로서 역할을 완수한 이 사건은 중국의 외교 역사상 최초로 성공한 사례다. 향후 중국의 일대일로는 이란-페르시아만-사우디아라비아-홍해-아프리카 통로와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지중해 통로를 통하여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3월 29일 상하이협력기구에 ‘대화 파트너’로서 참여를 결정하였고, 올해 2월 이라크가 허용한 원유 거래의 위안화 결제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이 보여준 새로운 외교 모델, 즉 ‘공정 중재 모델’은…
돈하고 권력이 대단히 닮아있는데요. 이것들은 암만 많아도 물리지를 않아요. 많을수록 더 매력이 있고 더 마력이 생깁니다. 출세하라는 말은 남을 다 찍어누르고 너 다 가져라' 소리거든. 권력이나 돈이나 똑같지. 늙으면 뻔뻔해진다. 꼰대가 되지 말아라. 자기 자식들한테도 갑질하는 게 돈 가진 아버지 하는 짓 아니에요? 기회만 있으면 마음대로 횡포하는 걸 예사롭게 하는 아주 비문명적인 야만적 사태죠. 1등 해라, 1등 해라 하다 보면 그 꼴 됩니다. 그렇게 길들여온 거예요. 독재같이 하여 지배하기 쉽게 하려고 이승만, 박정희 독재하기 위해서 길들여놓은 거니까. 해답이 있을 뿐이지 정답이라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거죠.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그때그때의 해답이 있을 뿐이지 정답이라는 발상은 아주 잘못된 발상이죠. 그게 독재가 만들어낸 사고방식이죠. 여성과 남성, 가진 자와 안 가진 자, 세대, 나이 드신 분과 젊은 세대. 토론은 있어야 하고 건강한 페어플레이는 있어야 하지만 혐오는 아니다. 학교(學校)는 배우는 데지 가르치는 데가 아닙니다. 배우게끔 하는 거고 배우고 싶게끔 하는 곳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뭘 배우고 함께 사는 걸 가르치는 게 아니라 경쟁부터 가르치고 있
해 뜨는 아침 산책길에서 올해의 진달래꽃을 본다. 활짝 핀 연분홍 꽃과 아가씨 유두 같이 붉은빛으로 맺혀 있는 꽃봉오리가 볼품이다. 만개한 꽃에는 작가의 느낌을 수신하는 안테나 같은 수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진달래꽃은 언제 보아도 수수하다. 그리고 겸손하다. 조선 땅에서 알게 모르게 피어나 농부의 가슴을 파고들어 안기고 때로는 힘겨운 농부를 위로하는 꽃이다. 꽃을 보면 어머니와 아내 생각이 난다. 외국으로 가서 공부하던 아들들의 모습도 떠오른다. ‘함께 보면 좋을 텐데…’싶은 마음이다. 좋은 아침 가라앉은 마음으로 가족을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마음이 우러날 때 나는 ‘행복으로 가는 길’ 임을 깨닫게 된다. ‘멋있는 사람은 가난하여도 궁상맞지 않고 인색하지 않다. 작은 사치를 사랑한다.’ 고 했던 피천득의 문장도 생각난다. 얼마 전, 우연히 TV에서 MBC ‘PD 수첩’을 시청하게 되었다. 내용은 무슨 부장 검사인가를 하다 변호사로 있다는 사람의 아들이 어느 고등학교에서 동급생을 괴롭히고 왕따 시켜 피해 학생의 인생이 망가져 가는 사건 취재였다. 반면 가해 학생은 갑질 노릇하며 학교 폭력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제 아비의 힘으로 법 앞에 아무 문제없는 일로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의 본(本) 하나가 일본에서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동여도(東輿圖)의 요소를 품은 대동여지도’라고 뜻을 더한다. 설렐 만한 일이다. 여(輿)와 여지(輿地)라는 말이 눈에 띈다. 지도(地圖)는 땅의 여러 사물을 그린 그림이다. 에두르지 않는, 보편적 이름이다. 동양학에는 비유적인 이름이 또 있었다. 輿地다. 輿는, 車를 보듬은, 수레(車·거 또는 차)의 다른 이름이다. 동여도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처럼 옛 지도나 지리지(地理志)에 약방의 감초 격(格)이다. 지도는 원래 암각화(岩刻畵)나 갑골문의 (그림)문자처럼 인간이 제 생각을 표시하는 도구적 이미지다. ‘그림’의 하나이며 이런 그림은 나중에 문자(상형문자)로도 진화한다. 輿는 바퀴 달린 마차 그림인 車보다 상징적인 그림이다. 바탕글자인 舁(여)는 ‘마주 (힘 합쳐) 든다’는 뜻이다. 輿地(여지)의 뜻은 그 상징의 바탕에서 짐작하자. ‘세상을 (모두) 실은 수레’라고 푼다. 수레는, 마차처럼 움직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여론(輿論·public opinion)의 輿이기도 하다. 세상(사람들)의 뜻(마음) 실은 마차, 이 또한 한 곳에 멈추지 않는다. 그것을 들을 수 있는 (귀를
난 사실 블랙핑크가 어떤 친구들인지, 그들의 노래가 어떤 경향성을 지니는지 잘 모른다. 근데 아마도 그건, 내 나이 대의 사람들 대다수가 그럴 것이다. 그냥 BTS급의 세계적 인기를 지니고 있는 팝 그룹쯤으로만 알고 있으며 국내만큼, 아니 국내 이상으로 인기가 높다는 것을 바람풍으로 들은 정도일 것이다. 레이디 가가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레이디 가가가 브래들리 쿠퍼와 나온 2018년 영화 ‘스타 이즈 본’보다는 바브라스트라이잰드와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 나왔던 1976년 영화 ‘스타 탄생’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스타 이즈 본’은 ‘스타 탄생’을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블랙 핑크와 레이기 가가는 뮤지션들이다. 이쪽 방면의 아티스트들은, 영화인들보다 더, 대통령이 됐든 대통령 할아버지가 됐든, 아무리 그들이 부탁한다 한들 자기가 싫으면 안 하는 성향의 인물들이다.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블랙 핑크는 그 좋다는, 아니 단박에 세계적 명성을 얻는다는 UN공연도 마다했다고 한다. 그들의 스타성은 실로 하늘을 찌른다. 오랜 기간 이쪽 업계를 관찰해 온 사람으로서 한미 정상회담에 블랙 핑크 – 레이디 가가 공연이 ‘주요 의제’처럼 됐다는 사실이 놀랍지는 않다. 지금의…
-할매요, 강아지 사셨네요? -하도 적적해서 똥개 두 마리 키울라고. -한 마리구만요? -집에 한 마리 더 있어. -본래 개 안 키우셨잖아요? -영감탱이. -아이고, 할아버지를 똥개라고 하시면... ㅋㅋㅋㅋ -두 마리 다 내가 밥 안 차리주만 안 먹고 굶응께.
1. 광고를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티브이와 잡지와 온라인에서 네온사인처럼 번쩍이는 메시지들. 그 현란한 세 치 혀에 설득되어 필요도 없는 물건에 돈을 쓸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취급을 받아도 싸기는 하다. 멀쩡히 잘 사용하던 기존제품에 싫증을 느끼게 만들고 새 물건을 구입하도록 부추기는 일종의 요물이니까. 밤을 낮 삼아 아이디어 짜내는 광고인들이 이런 평가를 들으면 억울할지 모른다. 하지만 광고사에 아로새겨진 업보가 분명하다. 특히 2차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차처럼 질주하던 19세기 중엽 이후가 그랬다. 미국과 유럽의 광고산업 규모가 커지고 광고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사회적 부작용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허위와 과장을 써서라도 물건만 팔고 보자는 판매지상주의가 도를 넘은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이 광고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을 불러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예를 들어 1850년대 미국 대중신문은 수익의 3분의 1 이상을 광고수익으로 벌어들였다. 이런 재정적 기여에도 불구하고 광고는 신문발행인들에게조차 일종의 ‘필요악(必要惡)’ 취급을 받았다. 광고의 이러한 처지는 순수 예술과 명백한 대조를 이루는 것이었다. 음악,…
뉴스가치의 요소들 기자는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취재하고 뉴스화한다. 그렇다고 세상만사 모든 일이 뉴스가 되지는 않는다. 기자의 눈에 뉴스감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건은 뉴스가 되지만 어떤 일들은 전혀 보도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뉴스화 결정에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뉴스가치론(news value)’이다. 대중들이 알 만한 가치가 있고 또 기자가 알릴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어떤 일이 뉴스로 알려지는 데에는 공중과의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해당 사건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거나 관련된 인물이 유명하며 자주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면 뉴스화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뉴스가치’에는 영향성, 저명성, 희귀성, 인간적 흥미 등의 요소가 있다. 그러니까 뉴스에는 이런 뉴스가치 요소가 최소한 하나는 있는 것이다. 최근 유명 쇼핑호스트가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고 있다. 홈쇼핑방송을 진행하면서 음식을 먹기도 하고, 생방송 중에 비속어를 사용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보도에는 어떤 뉴스가치적 요소가 있는 것인가. 쇼핑호스트의 공인성(公人性) 우선 영향성이다. 쇼호스트라고도 불리는 쇼핑호스트는 홈쇼핑방송에 출
우리가 정치를 접하는 것은 미디어를 통해서다.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대통령, 국회의원의 메시지가 정치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미디어는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당의 대변인을 통한 메시지를 주로 전달한다. 1994년 성수대교가 붕괴되어 5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였으나 못내 억울함에 부실기업을 떠맡은 기분이라 말했다. 당시 민주당 박지원 대변인은 “경복궁이 무너지면 대원군이 책임져야 하나”라고 비판하였다. 한 줄의 논평이 정확하게 폐부를 찔러 상황이 정리되었다. 2000년 총선 패배로 자민련이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한 후 이인제가 JP를 향해 “서산에 지는 해”라 비난하자 JP는 “지기 전 서쪽하늘을 붉게 물들이겠다”라고 답했다. 날 선 비판에 대한 멋진 화답이다. 정치논평 중 생활언어로 정착한 말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내로남불, 정치 9단, 총체적 난국을 들 수 있다. 헌정사상최장수(4년 3개월) 대변인을 지낸 박희태 전국회의장이 그 주인공이다. Naeronambul은 뉴욕타임스 2021년 4월 한국정치 뉴스에 영어단어로 표기되었다. 1996년 국회본회의장에서 한 말이 언론을 통해 회자되면서 생활언어로 정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