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는 황금을 만들어내는 연금술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사람들을 끊임없이 ‘가짜 돈’을 만들어내려는 유혹에 빠지게 한다. 덩달아 화폐를 위조하려는 기술도 진화하고 이를 가려낼 수 있는 감식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위조지폐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슈퍼노트(supernote)다. 진짜 화폐와 다름없을 정도로 극히 정밀하게 만들어진 미화 10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지칭하는 말이다. 슈퍼달러(superdollar)라고도 하며, 1989년 필리핀 마닐라의 은행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진짜 화폐와 똑같은 용지를 사용하는가 하면 특히 지폐 안에 숨겨진 비밀 코드까지 구현하고 있으며 일련번호 마저 각각 다를 정도의 초정밀 수준에 이르러 전문가들조차 감별이 어렵다. 따라서 적외선 감별기나 특수확대경을 사용해야만 감식할 수 있다. 때문에 개인이나 범죄집단의 소행이 아니라 국가가 개입하였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북한이 그 출처로 의심받고 있다. 슈퍼노트는 2008년 국내 부산에서도 9천900여장이 발견된 적이 있다. 미국은 1996년 슈퍼노트로 인한 피해가 늘자 68년만에 100달러짜리 화폐의 도안을 바꾸기도 했다. 국제적 위조지폐사건은 간혹 국가가 개입하기도 한다. 2차 세계대전
커다란 양푼이에 흰 밥을 쏟아 넣고, 이맘 때 추석이면 제 맛을 낼 줄 아는 여린 조선배추 북북 찢어 갖은 양념으로 쓱쓱 비벼 낸 비빔밥. 앞 접시마다 한 주걱씩 퍼 나르면 금세 동이 난다. 대청마루 그득히 차 앉은 집안 대소가, 대가족이 함께 하는 식사시간이다. 간이 짜니, 참기름을 더 넣자는 등의 훈수를 들어가며 여자들, 사촌지간 여덟 동서들이 양푼이 째 숟가락 들락거리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주방은 또 다른 세상. 물론 처음엔 어색하고 생소한 분위기에 적응하기 어려워한 동서들도 있었지만 밥상머리에서 정이 피어오를 거라던 작은 아버님의 말씀대로 여덟 동서들과 가족들은 벌써 몇 년 째 화기애애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한 자리에 가족 친지들이 모두 모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이른 봄 가장 먼저 노랗게 피어 숱한 사람들 불러들이는 고향 산수유마을의 산수유축제도 불러들이지 못한 친인척. 그저 뿔뿔이 흩어져 내 어머니 만나러 한 번씩 들어왔다 나가면 그만이라, 길 가다 만나면 5촌도 몰라보는 건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 지 오래. 수십 년째 제자리 지키는 벽걸이 흑백 사진 속 주인공처럼 서서히 색이 바래지고 있는 친인척의 의미, 그 그림
세월호 유가족 대표단 중 일부가 연루된 폭행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이 문제의 발단은 대리운전 기사를 30분 정도 기다리게 한 점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이 있었으니 기가 막히다. 물론 김현 의원이 폭력에 직접 연루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김현 의원 본인이 “나는 사건 당시에 다른 사람하고 대화를 나누고 있어서 현장상황을 목격하지는 못했다”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폭력사태 이전의, 사태의 단초에는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는 데 있다. 여기서 SBS가 보도한 김현 의원과 대리기사의 말을 비교해 보자. 먼저 대리기사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한 25분에서 30분 정도 지체가 됐기에... 제가 손님한테 가서 키를 주면서 저는 시간이 너무 지체돼서 이동을 못하니까 ‘다른 기사님 불러서 가세요’하고서는 키를 다시 돌려주고 왔습니다... 그러니까 소속 회사가 어디냐, 얼마나 기다렸다고 그렇게 가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그런 식으로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대리기사들한테도 인격적으로 좀 대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오래 기다렸으면 죄송하다는 얘기를 하든가 뭔가 얘기를 해야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효력이 항소심 판결선고 때까지 정지됐다. 지난 6월 19일 법원이 전교조가 제기한 ‘법외노조 취소소송’에서 전교조 패소를 선언한 이후 꼭 석달만이다. 이에 따라 전교조가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합법노조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결정은 지난해 11월에도 있었다. 전교조는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직후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법외노조 통보 집행정지 신청을 낸 것을 법원이 신청을 인용함에 따라 전교조가 제기한 본안소송의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이 일단 정지됐었다. 당시 법원은 전교조가 지난 14년간 노조로 활동했고 조합원이 6만여 명에 이르는 점, 법외노조 통보를 둘러싼 분쟁이 확산돼 법적 안정성이 침해되는데다 교육환경에도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법외노조 통보의 적법성을 본격 심리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법원은 또 해직교사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법외노조 처분의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도 헌법재판소에 제청했다. 헌법재판소 결정 없이는 재판을 속행하지 못하기에 항소심은 결국 내년
‘한중 FTA 시대’를 목전에 둔 지금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차가 크다. 한중 FTA가 추진된다면 양국의 경제는 더욱 긴밀하게 연계되고 발전할 것이며, 원-위안화 직거래와 자본시장 개방 역시 양국의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주장이 있다. 반대로 국내 경제구조상 FTA가 피할 수 없는 대세이긴 하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분야, 즉 농업이나 어업, 섬유업계 등에 종사하는 국민들은 기반 붕괴로 인해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발전의 기회’라는 시각과 ‘직격탄 피해’의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평택항은 한중 FTA 시대를 맞게되면 더욱 발전할 것이란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남경필경기도지사도 지난 19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한중 FTA 시대와 국제 무역·물류 - FTA 시대 평택항 발전 방안’을 주제로 한 ‘2014 평택항 포럼’에서 “한중 랜드브리지이자 동북아 물류 중심 항만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평택항의 미래발전 방안을 모색한 이번 포럼엔 남 지사와 원유철 국회의원, 추궈홍 주한중국대사 등 한·중 양국의 산·관·학 전문가들이 참석,
무예는 문화의 산물이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 모습은 점차 변형되면서 당대 ‘신체 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래서 한 스승이나 단일한 조직에서 무예를 전수받는다 하더라도 제자에 따라 그 모양새나 기술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스승을 뛰어 넘는 청출어람형의 제자가 있다면 그 무예는 깊이를 더하며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무예에서 그러한 변화는 자연스러운 몸짓의 전환이며 몸 문화 발달의 초석이 된다. 무예 안에도 인문학이 담겨 있다. 인문학은 말 그대로 사람(人)과 그 사람들이 만든 문화(文)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혹자는 다른 동물과 다른 ‘인간다움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인간다움을 연구하는 것 안에는 반드시 바탕이 되는 것이 ‘인간’ 그 자체다. 그 중 무예는 인간의 생존본능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어쩌면 인문학의 출발점일 수도 있다. 보통 ‘무(武)’라는 한문 글자를 파자해서 ‘창(戈)을 그치게(止) 하는 것’이 무예의 본질이라고 설파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굉장히 정치적인 계산을 깔고 풀어낸…
말을 떠올려보면 말에 대한 속담이 무수히 많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로부터 시작하여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등 선인들은 무수한 속담과 격언을 통해 말의 중요성과 조심성을 강조해 왔다. 무심코 던진 한 마디의 말이 누구에게는 약이 되고 누구에게는 독이 된다. 특히 상대방을 보지 않고 전화로 대화를 할 때는 더 조심스럽다. 상대의 상황이나 표정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원치 않는 오해가 생길 수 있기에 언어예절을 꼭 지켜야함을 새삼 확인하는 날이다. 두어 해 전부터 매장의 벽에 물이 스미기 시작했다. 처음엔 벽이 젖어드는 정도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바닥까지 물이 고이더니 급기야는 사무실 벽까지 물이 타고 내려와 출근을 해 보면 사무실에 물이 흥건히 고인다. 건축한 지 40여년 정도 되다보니 건물이 노후되어 생기는 현상이라 생각하고 옥상이며 여기저기 누수가 될 만한 곳을 찾아 방수하고 2층에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물은 여전히 흘렀다. 궁리 끝에 벽이 맞닿아 있는 옆 건물에 양해를 구하고 올라가 보니 물이 흘러내리는 위치와 옆 건물의 화장실 위치가 일치했다. 조심스럽게 건물주에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해당 건물의 건물주는
대한민국 국회가 식물국회의 늪에 갇혀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정상의 국회를 그간 하도 많이 봐왔기에 또 그런가 하고 넘어가기에는 우리가 처한 현실이 너무도 급박하다. 8월 말 현재 국회에 계류된 법률안이 무려 7천700여 건으로 말 그대로 처리해야 할 안건이 산적해 있는데도 국회는 문을 닫고 있다. 법안 중에는 하루가 다급한 민생, 경제 관련 법안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그 처리를 읍소하다시피 애걸하고 있는데도 봄부터 세월호에 발목 잡힌 정국과 국회가 언제 제자리로 돌아올지 가늠하기 어렵다. 몰상식과 비정상을 넘어 자력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한 중환에 빠진 국회를 보면서 일각에서 대통령이 헌법에 정한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소수의 주장이긴 하나 심정적으로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헌법 제76조는 ‘대통령은 내우, 외환, 천재, 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 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 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
고속도로를 운행하다보면 과속방지 목적으로 설치된 카메라들을 볼 수 있다. 또 도로변에 스피드건을 쏘는 경찰도 자주 본다. 그리고 규정속도 위반사항을 정확히 잡아낸다. 이런 측정기를 볼 때마다 신기한 생각이 든다. 다가오는 자동차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자동차의 속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보통 속도를 비교하기 위해선 정면보다는 옆에서 지켜봐야 속도의 차이를 보다 정확히 비교할 수 있어서 더욱 그렇다. 비밀은 과학에 숨어 있다. 바로 ‘도플러 효과’를 이용한 속도 측정방법이 그것이다. 도플러 효과란 1842년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인 도플러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소리를 내는 음원과 관측자의 상대적 운동에 따라 음파의 진동수가 다르게 관측되는 현상이다. 예를 들면 기차가 내 앞쪽으로 다가올 때는 기적 소리가 크게 들리다가 지나친 직후에는 갑자기 낮게 들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효과를 이용, 달리는 자동차의 속력을 측정하려면 초음파를 연속적으로 자동차에 발사하고 반사되어 돌아오는 초음파의 파장이나 진동수를 측정한다. 물론 물체가 정지해 있다면 반사된 초음파의 진동수는 변하지 않는다. 움직이는 물체의 속력은 이렇게 구해지는 것이다
주변에서 변호사인 필자에게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변호사들이 실제로 현란한 말솜씨를 보이며 드라마틱하게 변호를 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합니다. 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통상의 재판에서는 대부분 그렇지 않으나, 국민참여재판에서는 상당히 그렇다”는 것입니다. 필자가 국민참여재판 변호를 맡았던 사건은 A씨와 동거를 하던 B(여)씨가 A와의 사이가 틀어져 동거하던 집을 나오면서 A씨를 특수강간 등으로 고소를 한 사건이었고, 검찰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하여 기소까지 하였습니다. 검사의 공소장을 보니 A씨는 천하의 극악무도한 악인이었고, B씨가 수집하여 제출한 각종 사진, 진단서, 진술서 등도 이를 뒷받침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사건을 의뢰하고자 하는 A씨로부터 장시간에 걸쳐 사건의 전말을 듣고 나니 A씨의 말대로 B씨가 꾸민 자작극이라는 확신이 들게 되었습니다. A씨는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필자는 당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다고 조언하였으나, 결국은 A씨의 뜻대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 구성된 배심원을 설득해야 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