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 게시판에 ‘지록위마’라는 고사성어가 등장했다고 한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자, 모 부장판사가 이를 두고 ‘지록위마’의 판결이다, 법치주의가 훼손되었다는 내용의 글을 법원 게시판에 올려 논란이 되었다고 한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의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는 중국 진나라의 환관 조고가 국정을 농단했던 사례에서 유래한다. 춘추전국 시대 이후 중국을 통일했던 진시황이 죽자 큰 아들을 밀어내고 어린 아들 호해를 2대 황제로 옹립하고 환관 조고가 실권을 쥐게 된다. 승상의 자리에 오른 조고가 사냥에서 사슴을 잡아다 놓고 말이라고 하자 그 위세에 눌린 신하들이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슴을 사슴이라고 하지 못하는 그 위압적인 분위기가 잘 짐작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누군가 말도 안 되는 것을 우기면서 억지를 부릴 경우에 ‘지록위마’라는 고사성어를 사용한다. 동물의 세계에서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는 일이 벌어진 것처럼, 식물의 세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상사화가 아닌데 상사화라고 우기는 꽃무
정부가 담뱃세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세금의 인상안이 발표되고 있다. 자동차세의 100~200% 단계적 인상과 각종 지방세 인상 계획이 그것이다. 지난 12일 안전행정부가 발표한 지방세 개편방향에는 주민세와 자동차세 등 지방세를 2~3년에 걸쳐 현행보다 2배로 올리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1만원 이내에서 걷도록 돼 있는 주민세를 2년에 걸쳐 ‘1만원 이상 2만원’ 이내로 높이고 영업용 승용차와 버스 등에 부과되는 자동차세는 2017년까지 지금의 2배로 올린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에게 세금부담을 늘리지 않고 공짜로 복지를 해줄 것처럼 공약했었지만 이게 다 空約(공약)이 되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증세는 없다’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무상보육 무상급식 노령연금 등의 부담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아우성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고육지책은 불가피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차라리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현재 실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 국민들을 기만하는 우회적인 방법으로의 세금인상은 자칫하면 조세저항을 불러올 상황이다. 이번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 등은 사실상 손쉬운 증세를 통해 서민들에게 세금 폭탄을 퍼부은 것이나 다름없다. 부
한국 최초의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가 창단 3년 만에 전격 해체됐다. 비록 프로구단처럼 열광적이고 많은 팬들은 없었지만 한국 야구사의 한 획을 그은 구단이었다. ‘열정에게 기회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2011년 9월15일 창단한 고양 원더스는 프로선수를 꿈꾸는 많은 무명 선수들이나, 프로선수가 되긴 했지만 높은 벽을 넘지 못해 방출돼 좌절했던 선수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마련해준 야구계의 오아시스, 또는 대안학교 같은 존재였다. 따라서 선수들은 원더스에 들어와 백척간두에 선 심정으로 매일같이 고된 훈련을 견뎌냈다. 희망이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 창단을 발표하면서 허민 구단주는 “한 명의 선수만이라도 프로에 갔으면 좋겠다”라는 소박한 소망을 내비친바 있다. 서울대 야구부 출신으로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허 구단주는 창단 당시 “기회를 잃고 좌절했던 선수가 불굴의 의지로 재기하고 화려한 1군 무대에서 스타로 발돋움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들에게 이보다 더 멋진 희망의 선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허 구단주는 수익창출이 안되는 구단에 매년 30억원이라는 운영비를 지출, ‘부의 사회환원’을 실천해 왔다. 이후 놀라운 일이 벌어
아시아권 주요 도시들에서는 최근 들어 사람중심 도시 만들기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진보도시론’이 빠르게 대두하고 있다. 이는 그간의 경제적 가치 중심의 외형적 도시성장에 대한 반성으로 ‘사람중심의 도시가치’를 찾기 위한 노력으로 간주된다. 커뮤니티, 공공공간, 사회경제, 토속문화, 인권과 정의, 참여 거버넌스, 도시권리 등이 진보도시론을 구성하는 키워드들이다. 현재 싱가포르 국립대를 중심으로 진보도시 네트워크 만들기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서울 등 한국의 몇몇 도시들이 추진하고 있는 사람중심 도시 만들기가 모범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작년 10월 아시아권 도시학자들이 서울시를 방문해 진보도시론을 확산시키는 데 서울시가 앞장 서줄 것을 요청했다. 중남미권에선 이미 2년 전에 브라질 상파로울가 ‘도시포럼’을 개최해 진보적 도시에 관한 담론을 확산시키는 데 앞장선 바 있다. 한국에서는 2010년 무상급식 논쟁을 계기로 진보적 성향의 단체장 주도로 ‘사람중심 도시만들기’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시장후보로 출마했을 때, 한명숙 전총리는 서울을 &lsq
지구에 최초의 생명체인 박테리아(bacteria)가 출현한 것은 38억년 전이다. 지구의 나이가 46억살로 알려져 있으니 지구 탄생 후 8억년 뒤의 일이다. 당시 박테리아들은 산소도 없고 빛도 닿지 않는 바다 속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박테리아의 광합성 활동으로 지구에 산소가 만들어지자 더욱 많은 종류가 탄생했고, 각각의 생명체들은 시간의 흐름과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진화를 거듭했다. 인간의 탄생도 여기서 비롯됐다는 설이 등장하는 이유다. 인체에 기생하는 박테리아 중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박테리아는 1%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화와 영양의 흡수를 돕는 장속 박테리아와 마찬가지로 신체 기능에 유익한 역할을 하는 박테리아 혹은 무해한 박테리아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에 해를 끼치는 박테리아의 비율이 극단적으로 낮은 반면 박테리아 감염으로 질병에 걸리는 일은 생각보다 빈번하게 일어난다. 외부로부터 침입하는 박테리아를 죽이기 위해 항생제를 자주 사용하다 보면 병원균이 항생제에 스스로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된다. 그리고 점점 더 내성이 강해지고, 그러다 결국은 어떤 강력한 항생제에도 저항할 수 있는 박테리아가 생겨나기도 한다. 바로 ‘슈
입만 열면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말을 달고 사는 여자가 있었다. 하도 입버릇처럼 말을 하기에 그러면 본인은 믿을 사람이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 말이 거북했던지 평소보다 한 옥타브 높아진 목소리로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눈빛 또한 강렬했다. 마치 내 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탐색 하는듯한 눈길이 부담스럽고 머쓱했다. 그랬던 사람이 갑자기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찾아왔다. 사실 자기는 계를 하는데 조건이 좋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만 끼어주는데 한 사람이 빠져서 그런다며 자신의 신용과 높은 이자를 강조하며 남자 모르게 목돈 만드는 방법으로 최고라고 간곡하게 권했다. 나는 원래 사금융의 폐단이나 그로 인한 후유증을 보아온 터라 적당한 이유를 대며 거절 했다. 그날 이후 몇 차례 연락이 왔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며 끝을 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나고 그 일을 잊을 즈음 차를 바꾸고 외모가 눈에 띄게 달라진 여자의 모습을 전해 들었다. 그 뿐 아니라 자녀들을 호주로 유학 보낼 예정이라는 말과 언덕배기 허름한 집에서 평수가 넓은 신축 건물로 이사할 계획이라는 말도 들렸다. 나는 내심 남편에게 미안했고 괜히 주눅이 드는 것만 같았다. 아니 그래야 마땅할
70~80년대 담뱃값을 올릴 때면 으례 새 담배가 나오는게 공식이었다. 그리고 고급화시킨 양 생색을 냈다. 새 브랜드가 나온다는 뉴스가 나오면 사람들은 바로 담뱃값이 오른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이런 담배조차 연초소매상에서는 사기가 힘들었다. 출시되기 무섭게 다방이나 술집에서 단골손님을 위해 매점매석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담배 판매 역사는 1897년부터다. 청나라 상인들은 주로 영국에서 수입한 궐련을 팔았고 일본인들은 본국에서 가져다 팔았다. 해방 이후엔 ‘전매청’이 만들어지고 담배를 국가독점 사업으로 운영했다. 광복 되던해 9월, 전매청에서 만든 ‘승리’ 담배가 처음 출시됐다. 우리 기술진이 만든 최초 담배였다. 가격은 3원으로 고가의 사치품이었다. 당시 쌀 한 말 가격이 45원이었으니 짐작이 간다. 그 다음해엔 ‘백두산’과 ‘무궁화’라는 이름의 담배가 출시됐고 1949년 국군 창설 기념으로 최초의 군용 담배인 ‘화랑’이 나왔다. 화랑은 1981년까지 무려 32년 9개월이나 장수했다. 그 무렵 농민담배인 ‘풍년초’도 나왔다. 가격은 권련형태로 100g에 30환이었다. 1958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급 필터 담배인 ‘아리랑’이 나왔고 1960년대에는 22가
지난달 5일 경기도의회 여야 대표가 합의한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정책협의회의 합의문’에 따른 후속 조치로 경기도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시작됐다. 올해 처음 마련된 인사청문회는 지난 4~5일 도덕성 검증에 이어 11~12일 능력 및 정책 검증에 돌입했다. 도의회 인사청문회는 6개 기관장 중 새로 임명받은 최금식 경기도시공사 사장 후보자와 조창희 경기문화재단 대표 후보자, 최동규 경기중소기업진흥센터 대표 후보자, 임해규 경기개발연구원 원장 후보자 등 4명이다. 이 청문회는 일단 새로운 상생의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 4명에 대한 이번 2차 청문회는 1차와 달리 지역방송 등 언론에 공개된다. 검증 과정을 여과 없이 볼 수 있는 것이다. 1차 검증 때는 재산 증식, 주소 이전 문제(최금식 도시공사 사장 후보, 조창희 문화재단 대표이사 후보), 정치적 행보(최동규 중기센터 대표이사 후보, 임해규 경기연 원장 후보) 등이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청문회는 남 지사의 새로운 도전인 야당과의 연정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지를 지켜볼 수 있는 기회라서 흥미롭다. 공개되는 2차 청문회는 후보자 신상에 대한 도덕성 검증을 벌인 1차 청문회와는 달리 기관의 수장으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 팔당상수도보호구역등 수도권정비계획법 규제에 묶여있는 강화도를 비롯한 양주, 포천지역에 대한 규제해제가 절실하다. 격변하는 글로벌시대에 경쟁력강화를 위해서도 지역의 이해관계로 이뤄진 규제를 조속히 풀어 가야한다. 경기도는 이번에 기업투자를 막거나 주민생활에 불편을 주는 도시주택분야 20개 규제를 개선하여 15조1천억 원의 투자와 3천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도는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법, 시행령, 지침 등 기업과 지역주민의 생활불편 규제개선을 정부에 건의하여 이 중 20개 규제가 법령 개정 등을 통해 풀렸다. 그동안 규제법에 의해서 개발이 정체되었던 공간개발이 가능해졌다. 앞으로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과감하게 풀어서 기업유치를 통한 경제성장에 기여하도록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해가야 할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산업·물류단지의 공원녹지 범위 확대, 보전지역 내 기존 공장 증설 시 건폐율을 20%에서 40%로 상향할 수 있다. 도시첨단산업단지 중복지정 환경영향평가 생략 등이 대표적인 규제개선이다. 이로 인해서 경기도지역의 기업경쟁력이 강화되어 수익을 높여갈 수 있게 됐다. 규제개선에 따라서 그동안 규
수필이란 대체 어떤 것인가? 허공을 향해 질문해 본다. 그러나 답변은 돌아오지 않는다. 매우 어려운 것 같다. 그러나 어렵게 생각할 것이 없는 것 같다. 수필이란 자고로 필이 가는 대로 쓰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마음 가는 대로 쓰는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니까 필이 가는 대로, 또 마음이 가는 대로 쓰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그리 쉽게 될까? 그렇다. 글의 초보자가 제 마음대로 제 멋대로 쓴다면 글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수필도 다른 영역의 문학 장르처럼 시사되는 바가 있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 는 것이다. 어느 정도 그 ‘많이’가 이뤄졌을 때 그 마음대로, 필이 가는 대로, 써도 괜찮을 것이다. 그 다음은 정직하고 성실하게 써야 한다고 옛 선배들은 가르친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글은 인간의 본연의 모습과 같다고 말한다. 사람은 정직해야 한다. 그리고 성실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답다고 말한다. 글도 마찬가지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쓰지 않으면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한다. 말하자면 감동을 주지 못한다는 말이다. 독자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글은 글이 아니다. 수필이 아닌 것이다. 이상은 총체적인 이야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