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눈이 내린 날 아침에 보이는 풍경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 같다. 욕심껏 눈을 지고 어깨가 축 늘어진 소나무로 가득한 산은 일 년 내내 입는 검푸른 옷을 버리고 모처럼 하얀 옷으로 갈아입는다. 좁다란 들길에 강아지풀이나 쑥부쟁이 같은 이미 말라 죽은 잡초의 초라한 몰골에 이르기까지 눈꽃이 핀다. 선인들도 눈을 아름다운 꽃이라 여겨 육출화(六出花)라 불렀다고 한다. 예전에 숫눈을 밟고 걸을 때마다 뽀드득 거리는 소리가 신기해서 몇 번을 멈춰 서서 유심히 보기도 하고 일부러 발에 힘을 주고 꼭 눌러 밟기도 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손가락 끝으로 바둑이 발자국을 만들고 울음소리를 흉내 내기도 하고, 두 주먹을 쥐고 소발자국을 만들면 소처럼 네 발로 걸어 다니는 소처럼 걷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도 싫증이 나면 발꿈치를 꼭 붙이고 깡충깡충 뛰면 파란 바탕에 흰색으로 그린 유엔 깃발에서 본 적이 있는 월계수 잎이 생겨나기도 하고 한쪽 발로 동그랗게 발자국을 새기면 국화꽃이 탐스럽게 피었다. 그 자리에 벌러덩 드러누워 몸의 윤곽이 새겨지면 눈 사진 찍었다고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눈싸움을 하다가 신발이고 옷이고 눈 투성이가 되어 뭉친 눈을 한 덩이씩 먹으면 왜 그
글로벌 경제사회의 어려움 속에 젊은이들이 취업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적은 일자리에 취업 희망자들이 몰려들어 경쟁이 심각하다. 100대 1이 넘는 공무원과 대기업의 경쟁률은 취업자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된다. 경영자는 치열한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긍정적인 노동조건을 우선시한다. 임금, 노동자의식, 기업지원정책 등이 원만할 때에 국내외 기업가들이 투자하게 된다. 지나친 노동파업과 임금인상 등으로 인해 노사갈등이 심각한 우리의 현실은 기업가들이 투자를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등지로 돌리고 있다. 기업구조 변화와 고학력에 따른 적응력 부족과 사회 환경의 부적응도 문제다. 33만명의 청년실업자들은 오늘도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정부는 고용률 목표달성을 위해 11조원을 투여했지만 청년 고용률은 39.7%에 불과하다. 새로운 일자리보다 사라지는 일자리가 많은 빠른 사회변동은 고용시간조정과 가정근무 등 다양한 일터 확장을 요구하고 있다. 날로 늘어나는 고령자들이 젊은이들과 취업경쟁을 벌이고 있음도 커다란 부담이다.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공무원을 비롯한 대기업과 공기업, 금융권 등 비교적 안정적이고 높은 연봉의 일자리 선호에서 탈피해 개성과 적성에 맞는 분야의…
언제부터 설날에 떡국을 먹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조선 후기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 등 문헌에 따르면 정조차례와 세찬에 없어서는 안 될 음식으로 기록된 것으로 보아 적어도 조선시대부터라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흰 떡국을 먹는 의미에 대해선 경건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으며 무병장수와 풍요를 기원하는 데 있다고 한다. 이런 떡국을 끓이는 육수의 종류는 따로 정해진 게 없다. 시대와 계층,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시대부터 ‘맑은 장국’을 쓰는 게 기본이라는 점만은 분명했던 것 같다. 맑은 장국은 ‘육수를 맑게 우려내 간장으로 간을 한 국물’을 의미한다. 그 재료로는 조선왕조 이전부터 고급으로 쳤던 꿩고기를 최상으로 여겨졌다. 옛날 사람들은 꿩을 ‘하늘닭’이라 해서 상서로운 새로 여겼기 때문이다. <원행을묘정리의궤>에도 정조 때 혜경궁 홍씨에게 올린 떡국의 육수가 꿩고기를 끓여낸 것이라고 기록돼 있을 정도다. 그러나 꿩은 야생동물로 잡기가 힘들고 가격이 높았기 때문에 닭고기로 국물을 내기도 했다. ‘꿩 대신 닭
초등학교와 중학교 무상급식으로 무상교육의 화두를 던진 경기도교육청이 이번에는 중학생에게 체육복을 무상으로 지급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교육청은 보편적 교육복지를 선도하기 위해 올해 3월 중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 11만5천명에 대한 체육복 구입비 23억원을 책정했다. 한벌당 2만원씩을 기준으로 학교기본운영비에 포괄 편성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오는 6월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나온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체육복 무상지급에 대한 찬성 입장은 학부모의 부담 완화다. 무상교육 실현의 단계로서 어려운 가계 형편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반대 의견은 가뜩이나 열악한 학교재정의 여건 속에서 체육복까지 무상으로 지급하는 게 과연 타당하냐는 것이다. 23억원이라는 돈이 경기도교육청 예산 규모에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할지라도 학교운영 경비가 절대적으로 모자라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체육복을 무상으로 구입해 주는 예산은 해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어 재정부담의 요인이 될 전망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재정이 허락하는 선에서 모든 교육과정의 무상교육을 실시하도록 규정한 조례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
서울시내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작은 즐거움이 있다. 전철을 기다리는 동안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에 게시된 시를 읽는 즐거움이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지하철에 시를 접목시켰다. 현재 시내 280여개 지하철역의 승강장 안전문 4천600여 곳에서 시를 읽을 수 있다. 바쁜 일상에서 전철을 기다리는 시간에 승객들은 짧은 시 한편을 읽으며 잠시만의 여유를 즐기며 메말라가는 감성의 불꽃을 되살릴 수 있다. 지난해엔 공모를 통해 선정한 시민 작품 200편과 문학(시인)단체의 추천을 받은 신규 작품을 선보였다. 그런데 서울시뿐만 아니라 수원시에서도 시민들이 시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26일부터 수원시 관내 버스정류장에서 시를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수원시내 버스정류장에는 지난해 수원으로 이사해 온 세계적인 시인 고은 선생과 유안진 신달자 시인을 비롯, 수원지역의 임병호 윤수천 김우영 정수자 유선 진순분 안희두 임애월 시인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문인 30여명이 원고료를 받지 않고 시를 ‘재능기부’했다. 인문학의 도시를 지향하는 수원시는 시가 게재된 글판을 관내 버스정류장 120개소에 설치했다. 이에 앞서 지난
컨벤션센터는 각종 행사와 회의를 주최하는 데 필요한 시설을 갖춘 대형 건물, 또는 단지를 말한다. 부가가치가 높아 ‘서비스산업의 꽃’, 또는 ‘굴뚝 없이도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불린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다. 이곳은 예전엔 카지노와 환락가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컨벤션회의장으로, 그리고 쇼핑센터로 이름이 났다. 카지노 등 기타 시설들은 컨벤션의 부대시설이라고 해도 좋다. 컨벤션센터를 위한 완벽한 종합엔터테인먼트 구조를 갖추고 있어서 외화획득은 물론 많은 국제행사들이 열린다. 국내에서 잘 알려진 컨벤션센터는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 한국종합전시관(COEX), 대구전시컨벤션센터(EXCO), 광주김대중컨벤션센터, 창원컨벤션센터,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 등이다. 세계 각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컨벤션센터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컨벤션 산업은 직접적인 경제효과 외에도 개최 국가나 도시를 세계에 널리 알려 도시의 이미지를 상승시킨다. 또 도로 확충, 숙박·쇼핑시설 등이 최첨단 기술과 디자인으로 건설돼 도시 정비가 이뤄지고 도시 발전,…
미세먼지의 확산은 국민건강에 부담을 주고 있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환경문제는 인위적인 노력에 한계가 있으므로 자연환경을 보존하며 관리하는 총체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국내의 매연방지보다도 중국과 내몽골 쿠부치 사막화 방지를 위한 조림사업에도 박차를 가하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기도는 올해 녹색복지실현을 위해 27개 사업에 1천72억원을 투입한다. 산림조성을 통한 기후변화대응을 강화하며 산림바이오매스 연료화사업과 목재펠릿보일러를 보급한다. 청결한 환경은 중국과 몽골 등 주변국가의 적극적인 협조와 노력을 통해서 추진해 갈 때에 효과가 있다. 친자연환경적인 산업육성을 추진하며 공해유발분야의 강력한 규제와 단속이 필요하다. 도는 금년부터 기후변화에 대응한 탄소흡수원으로 산림자원의 가치를 높여간다. 이를 위해 산림시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가기 위한 적극적인 산림육성정책을 모색해 가야한다. 전 국토의 63.7%가 산림인 우리나라는 산림을 가꾸고 보호하여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가야한다. 전 국민이 풀 한 포기와 나무 한 그루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정성껏 가꿔 갈 때에 녹색복지시대는 구현될 수 있다. 자연향기가 묻어나는 살기 좋은 청결한 환
우리 동네 헬스장에는 새해 첫 날에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겼다. 헬스장의 운동기구에 차례를 기다릴 정도로 회원들로 가득 차 버린 것이다. 이내 투덜거리는 회원들 때문에 운영자는 운동기구를 좀 더 갖다놓았다. 이것도 몇 주가 지나지 않아서 헬스장은 예전처럼 넉넉해진다. 마음에 와 닿는 ‘작심삼일’의 좋은 예다. 새해 첫 달이기에 운동하면서도 받은 SNS 새해인사가 스마트폰에 쏟아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받은 인사는 ‘청마 띠에 대박을 기원’하는 메시지였다. 물론 말의 그림을 보내는 이미지 메시지도 적지 않다. 아마도 이번 설날에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 기대하면서 어떤 답장 문구를 준비해야할지 고민스럽다. 왜 하필이면 이번 새해를 ‘청마 띠’라고 하였을까? 문헌에서 12띠의 기원 동아시아에서는 출생년도의 십이지를 ‘띠’로 구분한다. 띠는 12시간·12달처럼 즉, 시간의 개념에서부터 공간의 개념으로까지 발전한다. 즉 관상에서 인상 12부위, 국악에서 12음계, 평시조에서 12번 쉬면서 창을 하는 것, 무가나 판소리가 12마당으로 이루어지는 것 등이 모두 같은 사고
조선시대 학자 奇遵(기준)이라는 분은 여름 날 널리 쓰이는 부채를 소재로 세상인심의 변덕스러움을 재치 있는 글로 표현했다. 날씨가 더워서 나를 아끼고 좋아해 준다고 어찌 기뻐할 수 있으랴(炎而用何喜), 날씨가 추워지면 나를 버리는데 버려진다고 어찌 슬퍼하며 성낼 수 있으랴(凉而捨何怒), 내게 다가오는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마음을 평안하게 하리라(順所遇安厥分). 예나 지금이나 인간 세상 다를 바 없다. 필요할 때는 그것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고 안달하며 수선떨다가 필요치 않고 쓸모가 없어지면 가차 없이 내던지고 마는 세상의 모습들을 炎凉世態(염량세태)라 말하기도 한다. 중국 역사뿐 아니라 한국 역사 속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척박스러운지를 잘 보여 주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다. 아마 인류의 종말이 있기까지는 그럴 것이다. 요즘도 정가에서는 심심찮게 K씨, I씨 등이 회자되고 있고, 기업 속에서는 헤아릴 수 없는 숫자의 인재들이 조마조마하지 않는다고 어느 누가 말할 수 있나. 옳지 않은 일을 하거나 아부 떨며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인사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도 알아두어야 하지 않을까.…
축구선수 이영표에게는 몇가지 별명이 있다.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을 묘사해 흔히 사람들은 ‘초롱이’라는 별명을 붙여줬고, 빠른 스피드로 인해 ‘바람’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이영표는 안양초, 안양중, 안양공고를 졸업했다. 안양은 이영표가 축구의 기초를 닦은 텃밭이다. 이영표는 2000년 드래프트 1순위로 안양 LG 치타스에 입단, 프로로 데뷔해 그 해 K리그 우승과 2001년 K리그 준우승, 2002년 아시안 클럽 챔피언십 준우승에 큰 공헌을 했다. 2002년 FIFA 월드컵 이후 월드컵에서 감독을 맡았던 거스 히딩크를 따라 2003년 1월 네덜란드 에레디비시로 진출해 PSV 에인트호번에 6개월 임대된 후 완전 이적했다. 에인트호번에서 초반부터 좋은 활약을 펼쳤고 특유의 성실함까지 더해져 유럽에서도 인정받는 풀백으로 성장했다. 특히 2004∼2005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대한민국 선수 최초로 4강에 진출했고 그 과정에서 큰 공헌을 했다. 이후 유럽 빅리그의 러브콜이 이어졌고 결국 2005년 8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홋스퍼 FC로 이적했다. 이적 후 두 시즌 동안 팀내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