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일부터 지번 주소가 사라지고 일제히 도로명 주소를 써야 한다. 불과 한 달 남짓인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혼란스럽다. 택배 등 배달업이 일반화됐지만 이들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조차 정착되지 않았다. 일반 시민들은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경기도와 경인지방우정청이 지난 9월 한 달간 우체국을 통한 우편물 4억3천여만통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이 가운데 16.5%에 가까운 7천만여통의 우편물만 도로명 주소가 표기됐다. 이러다가는 우편업무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번 도로명 주소 개편은 100여년 만에 이루어지는 큰 변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는 게 태반이다. 그만큼 앞으로 불편도 적지 않을 것이어서 걱정스럽다. 행정기관에서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주민들 대부분은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 한다는 것이 문제다. 이번에 바뀌는 주소체계는 단순 주소만 바뀌는 게 아니라 일제침략에 의해 강제적으로 바뀐 주소를 되찾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익숙하지 않아 도로명 주소 자체를 어려워하고 있다. 새 주소는 종전 지번 주소와 시·군·구, 읍·면까지는 같지만 리(里)와
용인시가 그동안 추진해왔던 주요 사업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투융자 심사 뒤 3년이 넘도록 사업 추진이 지연된 ‘백남준 디자인 거리’ 조성사업과 ‘상현초~이현초 터널 도로공사’ 등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가운데 백남준 디자인 거리 조성사업은 백남준아트센터와 경기도박물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등이 들어서 있는 상갈동 일대 1.3㎞ 구간(면적 153만㎡)을 문화·관광 특화거리로 꾸미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엔 37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시는 조성 구간을 절반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따라서 벽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갤러리 회랑, 미디어벽천, 피아노길, 소리영상 상자, 광장, 예술체험이 가능한 테마어린이공원 등의 시설계획 중 일부가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신갈~수지 간 도로 중 상현초~이현초 구간의 도로 개설사업도 사업비 증가와 예산확보계획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재검토에 들어갔다. 시의회가 교통성과 타당성부터 재검토하라며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용인시는 예산 확보 방안과 사업의 필요성 등을 충분히 반영해 계획을 조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심각한 재정난 때문이다. 용인시의 재정 상태는 최악이다.…
국가 공권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용될 경우에만 정당화된다. 그러나 한국의 현대사에는 정당화될 수 없는 국가 공권력의 사용이 확인되곤 한다. 2009년 1월20일 용산4구 남일당에서 철거민들을 진압한다는 목적으로 사용됐던 공력권 역시, ‘누구의 무엇을 지키기 위한 폭력’이었는지 의문투성이다. 2009년 서울지방경찰청장이던 김석기는 용산참사 진두지휘의 책임을 물어 7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공직에서 물러난 김석기의 이후 행보는 권력의 비호아래 곳곳에서 출몰했다.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자리를 거쳐 오사카 총영사를 지낸 이후, 2012년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로 경주에서 출마하는가 하면, 지난 10월16일 한국공항공사 신임 사장으로 취임하기에 이른다. 권력에 대한 그의 한결 같은 욕망은 지난 총선 출마 당시 “용사참사 때문에 출마하지 못한다면 억울한 일”이라며 마치 스스로를 피해자인 냥 읍소하기도 했다. 멀쩡했던 가장 다섯이 가족의 보금자리를 지키려다 국가에 의해 망자가 됐고, 이 과정에 경찰 1명도 죽었다. 다섯 가장의 유가족들은 지난 5년 동안 무더운 여름의 더위와 매서운 겨울 추위도 아
西瓜는 수박이다. 舐는 달콤한 맛을 핥아먹는다는 말이다. ‘수박 겉핥듯이 내면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한다는 말은 사람들이 외모만 가지고서 무엇을 판단하고 인지하려 한다면 이는 옳지 않는 일이다’(西瓜外皮不識內美言 人不可以外貌知也). 이렇듯 사람들은 속 내용은 알지 못하면서 겉만 보고 판단해 버리는 경우가 많고 또 그렇게 한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가족끼리도 금이 가고 아픔에 이르는 결과들을 보게 되니 하물며 남들과의 관계는 말해 뭐하나. ‘말을 타고 달리며 산천을 구경한다는 뜻으로 사물을 깊이 살피지 않고 겉만 살짝 훑어 봄’(走馬看山)이 그것이고, 名馬(명마)를 고르는데 털만 보고(以毛相馬) 얼굴만 보고 사람을 고르는(以貌取人) 것이 상통하는 말들이다. 속담에도 눈먼 사람이 단청 구경하기라든가, 중은 중이라도 절 모르는 중이란 말이 있다. 여러 사람과 만나면서 살아가다 보면 깊이 있게 잘 아는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더 아는 척하며 떠들어대는 사람이 있다. 또 속담에 손톱 밑에 가시 드는 줄은 알아도 염통에 구더기 스는 것은 모른다 하였듯이 겉치레나 허세는 자기를 긁어 먹는 벌레를 몸속
2013년 11월19일, 오늘은 남과 북이 항로관제를 위한 직통전화를 개통한 지 15주년이 되는 날이다. 1997년 11월19일, 남과 북의 항공교통관제소 간에 직통전화가 분단사상 처음으로 개설됐다. 이 직통전화의 개통 후 1998년 3월3일, 남측의 민간항공기가 분단사상 최초로 북한의 영공을 통과했다. 이로써 남북 간에 교류협력 대화와 접촉도 촉진하는 계기가 마련됐던 것이다. 현재 판문점을 경유하는 남북직통전화는 33회선이다. 항공관제용(인천↔평양) 2회선을 비롯해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용(자유의집↔판문각) 5회선, 회담지원용(서울↔평양) 21회선, 해사당국용(서울↔평양) 2회선, 경협사무소용(서울↔개성) 3회선 등이다. 판문점을 경유하지 않는 남북직통전화도 15회선으로 별도 설치돼 있다. 즉 군 상황실용 직통전화 9회선(경의선 6회선, 동해선 3회선)과 남북열차운행용 직통전화 6회선이 있다. 그러나 지금 남북직통전화는 제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불통(不通)과 공전(空轉) 속에 빠져 있다. 판문점 경유의 33회선 중에는 조절위나 경제회담 직통전화 등과 같이 당초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회선도 있지만,…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혁신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컸던지 복제품을 내놓는 것을 죽는 것보다 더 싫어했다. 잡스의 이 같은 창의력과 열정의 원천은 ‘홈브루 컴퓨터 클럽(Homebrew Computer Club)’과 ‘지구백과(The Whole Earth Catalog)’라는 책에서 나왔다. 잡스는 청소년 시절 실리콘밸리에 속한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시에서 보냈다. 그곳에는 ‘홈브루 컴퓨터 클럽’이 있다. 이 클럽은 1975년에서 1977년까지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한 초기 컴퓨터 애호가들의 모임으로, 수준 높은 해커와 컴퓨터 전문가들이 주 회원이었다. 잡스는 이 클럽 멤버였으며 여기서 창조적인 그의 꿈을 키웠고 애플도 창업했다. ‘지구백과’는 잡스가 청소년 시절 틈날 때마다 탐독하고, 동네 친구들과 내용을 놓고 토론을 벌이면서 자랐다고 자랑한 책이다. 스튜어트 브랜드가 펴낸 온갖 잡다한 정보를 카탈로그 형태로 정리한 책이기도 하다. 잡스는 이 책을 기회 있을 때마다 ‘35년 전 구글 버전’이라고 소개한 것으로 유명하다. 잡스는 이 책에서 지식보다 더 깊은…
요즘은 길을 가다 아는 사람을 마주치면 의례히 하는 인사가 김장은 했느냐는 말부터 나온다. 그만큼 김장이 우리 생활에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마트에 가면 김치도 종류대로 판매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예부터 김장을 반양식이라고 부를 정도로 중요시했고 지금도 양은 줄었다고 해도 겨우살이 준비의 필수 과정이다. 며칠 사이 우리 식탁은 이웃집 김장 덕분에 풍성해진다. 어느 집에서는 김장에 동태를 넣는다거나 낙지를 넣었다고도 하고 비린내를 싫어하는 할머니를 위해 따로 버섯과 다시마 육수에 밤채를 썰어 넣고 속을 버무렸다고 그 집 며느리 칭찬이 늘어진다. 이장 집에서는 김장을 첫 새벽에 씻어 아침 일찍 속을 넣고 금방 끝나고 이장 어머니가 홍시를 하나씩 앞앞이 나누어 주더니 그 옆집에서 또 질세라 김장하는 날 단감을 나누어 주더라고 하시며 내일은 누구네 집 차례라고 하신다. 지금은 대가족으로 사는 집이 별로 없고 대부분 부부에 자녀 한두 명뿐인 집이 많고 혼자 사는 사람들도 많다. 게다가 가옥 구조도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 주택이 많아 김장을 하기에 다소 불편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예 김장을 주문해서 먹거나 시골에 부모님이나 형제
지난 1월 나로호 발사 성공 이후, 주변에 ‘우주’라는 단어가 회자되고 있다. 나로호 덕택에 그동안 잊고 있던 우주에 대한 꿈이 재가동되는 분위기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일찍이 자신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우주가 부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우주기술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의 도래를 예견한 것이다. 인류의 우주 역사는 먼 고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카루스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달나라에 토끼를 보냈던 것은 막연한 상념의 산물이 아니다. 시간이 남아돌아 밤하늘을 동경했던 것도 아니다. 우리의 근원을 묻는 궁금증의 발로였다. 지금까지 인류가 끊임없이 던져왔던 질문,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의 시작점 말이다. 우리도 이런 시작에서 탐구를 거듭한 결과 드디어 세계 11번째 ‘스페이스 클럽’ 가입국의 영예를 안게 됐다. 우리는 인류가 세계를 정복해 왔다고 말하지만 인류는 정복이 아니라 탐구를 해 왔다. 우주 역시 정복의 대상은 아니다. 나와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만난 새로운 호기심과 탐구의 대상이다. 그런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와 돈키호테를 쓴 스페인 소설가 ‘세르반테스(Cervantes)’는 공교롭게도 1616년 4월23일 같은 날 사망했다. 사망 당시 나이가 셰익스피어는 52세, 세르반테스가 69세로 10살 넘게 차이는 있었지만 거의 동시대를 살면서 각각 영국과 스페인을 대표하는 작가였다. 유네스코(UNESCO)는 1995년 두 사람이 사망한 날을 ‘책의 날’로 선포했다. 이 날은 특히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축제일인 4월23일 ‘세인트 조지의 날(St. George’s Day)’이기도 해서 그렇게 명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각종 행사를 통해 세계 각국의 독서 출판을 장려하고 있다. 특히 나라별 분쟁이 발생할 요지가 있는 저작권 제도와 지적소유권 등도 보호하며 세계인의 독서진흥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책의 날을 통해 유네스코가 중점적으로 펼치는 사업 중 하나가 ‘세계 책의 수도’를 선정하는 일이다. 2010년부터 매년 책의 수도를 선정하고 있는데 첫해 스페인…
지난해에 이어 학교 비정규직들이 또다시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지난 14일부터 이틀 간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경고파업을 벌이면서 각 학교들의 급식이 차질을 빚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파업에 참가한 조리종사원, 통학버스 운전원, 회계직 등은 전국에서 1천명이었다. 이로 인해 경기도내 80개 각급 학교에서 급식이 빵과 우유로 대체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은 학교 밖 중국음식점 등에서 점심을 배달시키는가 하면 일부 학교는 오전수업 후 학생들을 되돌려 보내기도 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소속 노동자들은 이날 각 교육청별로 파업출정식을 가진 뒤 거리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우선 호봉제 도입과 급식비 월 13만원 추가지급, 명절 휴가비 기본급의 120% 지급, 상여금 기본급의 100% 지급, 공무원 수준의 맞춤형 복지포인트 시행 및 정규직에 준하는 처우개선 등 5개 사항이다. 요구사항에 따라 수용 가능한 것과 무리한 것도 있을 수 있다. 사용자 측 주체가 학교장이지만 교육청이 나서 이들과 대화하는 게 숙제다. 비정규직들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학생들을 볼모로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방법적으로는 잘못됐지만 이 같은 방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