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흥길은 <장마>라는 소설로 주목받은 바 있다. <장마>는 나(동만)의 시각을 통해 한국전쟁 당시에 한 가족이 국군(외삼촌)과 빨갱이(삼촌)로 갈리면서 생기게 된 갈등을 해소한 작품이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나’의 집에 국군인 외삼촌의 전사 소식이 전해진다. 이에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게 되고, 외할머니는 삼촌이 숨어 있는 건지산을 향해 “빨갱이는 다 죽으라”고 저주를 퍼붓는다. 이로 인해 사돈 사이인 할머니와 외할머니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그리고 아들의 돌아오기를 바라던 할머니는 용하다는 무당의 말을 믿고 삼촌이 돌아온다고 확신하며 삼촌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러나 무당이 삼촌이 돌아올 거라고 말한 그날이 되었지만 삼촌은 나타나지 않고 구렁이가 나타난다. 구렁이를 목격한 할머니는 졸도하고, 외할머니는 구렁이가 삼촌의 현신이라고 믿으며 할머니를 대신하여 구렁이를 잘 배웅한다. 졸도에서 깨어난 할머니는 외할머니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두 할머니는 자식을 잃은 어머니가 된 자신들의 처지를 서로 위로하며 화해하게 된다. 그리고 지루하던 장마도 끝난다. 소설…
지명 얘기 또 해야겠다. 사람에게 이름이 있듯 땅에도 이름이 있다. 우리가 부르기 어렵고, 듣기에 거북하고, 뜻마저 좋지 않은 이름을 가졌으면 어떻게 할까? 대부분 법원의 개명 신청을 선택한다. 인지상정이다. 일제 강점기 민족말살정책인 창씨개명이 좋은 사례다. 광복과 함께 일본에 빼앗겼던 자신의 이름을 대부분 되찾았다. 한데 지명은 다르다. 생겨날 당시의 지형, 역사, 경제생활, 행정제도 등 유래를 담고 있어야 할 우리 지명에 아직도 일본식 지명이 버젓이 존재한다. 수원시 일왕(日旺)저수지가 좋은 사례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 지방행정구역을 통폐합하면서 황(凰), 왕(旺) 등 그들이 선호하는 한자로 바꿨다. 전자가 천황의 이미지를 심기 위한 것이라면, 후자는 일본(日)의 왕(王)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일왕저수지는 후자에 해당한다. 덩달아 저수지 인근의 삼거리 이름도 일왕이라는 이정표를 달고 있다. 현재 시청사 내 홍보관 지도에도 일왕저수지로 표기돼 있다. 본래 이름은 뭘까. 수원시와 수원문화원이 1999년 발간한 수원지명총람에는 언급이 없다. 단지 송죽동 안내지도에 저수지 이름으로 표시돼 있고, 송죽(松竹)의 한글이름인 솔대를 설명하는 내용에 ‘일
의사를 상징하는 것 중 청진기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의사 하면 곧 청진기며 청진기 없는 의사는 생각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만큼 의사와 청진기는 불가분(不可分)의 관계다. 청진기는 주로 심장과 폐에서 나는 소리를 듣는 의료기구다. 청진기가 없었던 18세기에는 이런 소리를 들으려면 의사가 환자의 몸에 직접 귀를 대고 청진을 해야 했다. 청진은 그리스 시대에 히포크라테스가 환자의 몸에 자기의 귀를 대어 체내의 음을 직접 청취한 데서 비롯된 방법이다. 그러나 여성 환자의 경우 청진부위가 매우 민감한 부분으로, 벗은 가슴에 직접 귀를 대야 하는 의사들은 진료 때마다 난처함을 겪기 일쑤였다. 흉곽내과의 창시자로 알려진 프랑스 의사 르네 라에네크(1781~1826)는 1816년 어느 날 놀이터에서 어린아이들이 긴 막대기의 양끝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으며 놀고 있는 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 이에 영감을 받은 그는 병원으로 돌아와 바로 종이를 둥글게 말아서 환자의 가슴에 댔고 심장소리를 명확하게 들을 수 있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3년 후 1819년 길이가 9인치(22Cm), 직경이 1인치(2.5Cm)인 대롱 청진기를 개발해 흉부의학의 역사에 혁
순임금이 아직 군주가 되기 전 그의 아버지와 동생은 순임금을 죽여야 되겠다고 마음먹고서 순임금더러 지붕에 올라가서 부서진 곳을 고치라 명하자 순임금이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올라가자 이때다 싶어 사다리를 치우고 불을 질렀다. 평소에 지혜가 넘치고 사리에 밝았던 순임금은 아버지와 아우가 혹시 자기를 해코지하여도 살인의 누명을 쓰지 않기 위해 올라갈 때 몰래 큰 삿갓을 가지고 올라갔고, 이를 낙하산 삼아 무사히 밑으로 피할 수 있었다. 이러한 깊은 지혜로움이 담긴 순임금의 소식이 세상에 널리 알려져 요임금은 자기 후계자를 순임금으로 삼는 아름다운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은 세상에 많다. 신의가 없는 사람도 그렇다. 사람을 마주하면서 아주 친밀하고 인자하고 좋은 사람인 것처럼 대하지만 사실은 냉정하고 비열하면서 인정이라고는 어디에도 없는 야박한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얼마든지 있다. 옛말에 ‘입에는 꿀이 있고 배에는 칼이 있다’(口有密復有劍)라는 말은 이를 두고 한 말이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오산시가 역점 추진해온 ‘서울대병원 유치’와 ‘K-팝 국제학교 설립’이 사실상 무산위기에 처하면서 투자양해각서(MOU)를 남발해 시민의 기대심리만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2008년 5월 당시 MOU만 체결한 서울대병원 유치는 5년이 지난 현재까지 답보 상태이고, K-팝 스타 양성소 또한 2011년 SM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을 뿐 경기도교육청의 인·허가 불허로 무산되는 실정에 놓였다. 결과적으로 오산시가 정치적, 전략적인 목적으로 성급하게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바람에 예산낭비는 물론, 지가상승 등 여러 가지 부작용만 가져왔다는 평가다. 그런 만큼 MOU 체결 전에 사업계획서와 재정상태 등 투자실현 가능성을 꼼꼼하게 따져보지도 않고 재임기간 실적을 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양해각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 더 이상 시민들을 볼모로 정치적으로나 지역의 이슈화해서는 안 된다. 이젠 MOU가 공수표였음을 시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 지역 국회의원과 시장이 서울대병원 유치와 K-팝 국제학교 설립이라 슬로건을 내걸고 금방이라도 모든 게 확정될
2011년 4월 안양시의회 민주당의원들은 보도자료를 내고 자당 시의원의 탈당을 촉구한 바 있다. 하연호·홍춘희·김성수 시의원 등은 “권주홍 의원의 잇따른 폭언 등으로 지역사회에 물의를 빚는 등 당 정체성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권 의원의 이 같은 행동으로 동료 의원과 공직자, 시민들로부터 불신을 초래해 민주당 당원으로 함께 할 수 없으니 당을 떠나라”고 권 의원을 압박한 것이다. 특히 당시 보도에 따르면 하연호 의원은 ‘공인으로서 위계질서 무시, 공무원 폄하발언, 당 공식행사 회의진행 방해’ 등을 이유로 “고육지책으로 동료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참, 세상은 재미있다. 이번에는 그 하연호 시의원이 안양지역 시민사회의 표적이 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안양시지부와 안양참시민희망연대 등은 하 전 대표의원이 ‘시민을 기망하고 직위를 이용해 불법과 부조리를 일삼고 있다’며 지난 4월 민주당에 하 전 대표의원의 징계를 요구한 바 있다. 안양시의회도 하 전 대표의원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그러나 지난 9일 열린 시의회 윤리위원회는 의원의 징계 제명안을 부결시켰다. 이에 안양지역 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불량시의원 퇴출을 위한…
농산물은 수확 후 예냉, 건조, 세척, 선별, 저장 등 여러 가지 공정을 거친다. 이 가운데 저장은 농산물을 오랜 기간 동안 보관하면서 품질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농산물을 보관하기 위한 시설, 즉 저온저장고는 2010년 기준 전국 5만5천여 농가에 설치되어 활용되고 있다. 주로 사과, 배 등의 과수 비중이 높으며, 배추, 양파, 마늘 등 원예작물도 저장하고 있다. 저장의 목적은 수급조절이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 중 ‘농산물 유통효율화’가 있는데, 이것은 수확 후 관리 중에서도 저장과 관계가 깊다. 저장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현시킬 기술 또한 중요하다. 그 기술 중 하나가 저온저장고 내 고른 온도분포 유지다. 이는 농산물의 품질을 좌우하는데, 정확한 설계, 적재방법, 공기의 순환량 등을 비롯해, 출입문의 개폐나 제상작업, 저장 공간의 밀폐도나 단열정도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온도센서는 저장고 내에 직접 설치하기도 하지만, 증발기에 설치하여 증발기의 온도를 조절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조절하기도 한다. 전자는 공기온도를 정밀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후자는 온도편차는 크더라도 증발기의 성에 발생을
대학입학사정관 제도는 도입 초기 논란이 없지 않았으나 대학입시 방식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성적순에 의한 선발이 아니라 학생들의 잠재력, 소질 등을 비교과 영역인 동아리 활동, 창의체험 활동 등에 근거해 종합적으로 폭넓게 평가해 선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의 비전문성, 대학의 편법운영 우려 등이 거듭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입시사정관제는 꾸준히 확대됐다. 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6년이 지난 현재 126개 대학에서 4만6천900여명을 선발할 정도로 확산된 상태다. 물론 교육부가 입학사정관제도 정착을 위해 그동안 대학에 약 1천900억원을 지원한 효과라고도 볼 수 있지만, 선진적인 입시 방식이라는 인식이 없었다면 이처럼 급팽창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가 일부 학교 현장에서는 외면 받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본보 10일자 22면) 교사들의 관심과 이해가 부족한 탓에 학생들에게 제대로 준비를 시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전형’을 피해 여전히 성적순 입시 준비에 매달리고 있는 격이다. 이로 인해 입시사정관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관련 사교육에 의존하는 웃
서로 간에 돈이 없다고 다툼을 벌이던 서울시와 중앙정부 간의 무상보육 재정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서울시가 지방채를 발행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일단 해결 국면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서울시의 선언은 사실상 중앙정부에 대한 선전포고인 셈이다. 자체 예산으로는 확보하기가 불가능하니 중앙정부 더러 돈을 꿔달라고 드러누운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일단 추경이 아닌 지방채 발행으로 예산을 확보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내심은 자신의 승리로 자축하며 1천219억원을 바로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지만 서울시는 여전히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해서 중앙정부가 보육예산을 더 책임질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사실 무상보육 재정 갈등은 국회가 재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작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으로 법을 통과시키면서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다. 새누리당이 무상급식 문제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스스로 사퇴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 동안 취했던 무상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자세를 거두어들이고 본격적으로 무상보육 시행을 결단했던 것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정부는 무척 억울할 것이다. 무상보육 정책이 국회에서 졸속으로 논의되
열흘 전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향해 “80년대에도 저런 또라이들은 없었다”고 비판한 보도내용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이틀 후 출근길에 틀어 논 라디오에서 직장 내 또라이들의 폐해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다. 이틀 사이에 공개적으로 ‘또라이’라는 단어를 두 번이나 접한 것이다. 사실 또라이 하면 비속어로서 제 정신이 아니라 좀 모자라는 사람을 욕으로 이르는 말이다. 가족 간이나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사용이 금기시되고 있으며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하기도 어려운 말이다. 그런데도 공공연히 사용하는 말로서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잘 안다. 비상식적인 생각과 사고로서 엉뚱한 행동을 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람이 우리사회와 직장에는 너무 많다는 반증적 얘기도 된다. 2007년 ‘또라이 제로조직’이라는 책이 뉴욕 타임스와 미국, 프랑스, 독일의 아마존에서 경제경영 부문 장기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적이 있다. 로버트 서튼 스탠퍼드 공과대학 경영과학 전공 교수가 지은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돼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고…